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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불길한 시선

작가: 안나
last update 게시일: 2026-07-20 12:32:18

쿵―.

쿵―.

강렬한 비트가 바닥을 울리며 발끝까지 진동처럼 전해졌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교차하는 조명 아래, 사람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웃고 떠들었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환호성이 뒤섞이며 클럽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서도 이주연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에 들린 칵테일 잔을 빤히 바라보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어때?"

김지혜가 옆에서 웃으며 물었다.

"생각보다 괜찮지?"

주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생각보다 나쁘진 않아."

지혜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나오랬잖아."

"맨날 학교, 집, 학교, 집."

"가끔은 이렇게 놀아도 돼."

주연은 처음 보는 화려한 풍경을 천천히 둘러봤다.

"아직 조금 어색해."

"금방 익숙해질걸."

지혜는 새로운 칵테일을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오늘 주인공은 너야."

주연은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오렌지 향이 입안을 감싸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생각보다 쓰지 않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술을 거의 마셔본 적 없는 자신에게 그 달콤한 칵테일이 얼마나 독한지.

한 잔.

그리고 또 한 잔.

조금씩 몸이 뜨거워졌다.

희고 맑던 볼에는 붉은 홍조가 번졌고, 눈동자는 평소보다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긴 검은 머리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가느다란 목선을 드러냈다.

술기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한층 더 무방비한 분위기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친구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주연아."

"너 진짜 너무 예쁘다."

"오늘 남자들 시선은 다 네가 가져가겠다."

주연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놀리지 마."

"민망하잖아."

친구 하나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진짜 연애 안 할 거야?"

"이렇게 예쁜데 스물셋까지 남자친구가 한 번도 없다는 게 더 신기해."

주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혼자가 편해."

"아직은 누군가에게 맞춰가며 사는 게 부담스러워."

그 말을 들은 지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연은 혼자가 편한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가족 안에서도 늘 외로웠던 친구.

그래서 지혜는 더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좋아!"

"오늘은 연애 이야기 금지!"

"우리 건축가님 생일!"

"건배!"

"건배!"

유리잔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주연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집요하게.

주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2층 VIP석.

검은 셔츠 차림의 한 남자가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위스키 잔.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그는 움직이지도 않은 채 오직 주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아니.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주연의 등줄기를 차가운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

남자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술잔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 미소에는 호의도,

장난도 없었다.

오직 탐욕뿐이었다.

주연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왜 그래?"

지혜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주연은 조심스럽게 2층을 가리켰다.

"저 사람..."

"누구야?"

지혜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설마."

"최진태?"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주연도 기억이 떠올랐다.

재계에서 악명 높은 남자.

술.

여자.

망나니로 소문난 남자.

수없이 많은 스캔들.

그리고...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는다는 소문.

주연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몇 번 모임에서 본 적은 있는데..."

"왜 저렇게 보는 거지?"

지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 마주치지 마."

"저 사람 정상 아니야."

그 순간.

최진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난간 앞으로 걸어온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이주연."

상류층 모임에서는 누구보다 차갑고 도도했던 여자.

수없이 접근했지만 단 한 번도 틈을 주지 않았던 여자.

그런 그녀가 지금은 술기운에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경계도 없이 웃고 있었다.

최진태의 눈빛이 천천히 주연을 훑었다.

목선.

붉게 달아오른 뺨.

가녀린 어깨.

그 눈빛은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을 고르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오늘은..."

그의 입가가 천천히 비틀렸다.

"...도망치지 못하겠군."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주연은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어?"

세상이 조금 흔들렸다.

지혜가 놀라 그녀를 붙잡았다.

"주연아?"

"괜찮아?"

주연은 이마를 짚으며 힘겹게 웃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같이 갈까?"

"아니."

"금방 올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복도 안쪽을 향해 걸어가는 주연.

그리고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최진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미소 지었다.

느긋한 걸음.

확신에 찬 눈빛.

그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주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복도 끝으로 걸어가는 그녀.

그리고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가는 남자.

주연은 아직 알지 못했다.

오늘 밤,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 최악의 사건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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