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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Author: 꼬미 요괴
허서령은 안으로 들어간 뒤 천천히 닫히는 철문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녀는 큰길을 따라 앞으로 걸었다.

흐릿한 어둠 아래 정원의 불이 켜져 무성한 초목을 따뜻한 노란빛으로 감싸고 있었다.

앞마당에는 큰 나무와 관목을 많이 심었다. 가지와 잎이 울창했고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

한참 걸어가자 지은영이 맞은편에서 빠르게 다가왔다.

“서령 언니, 드디어 왔네요.”

지은영이 허서령의 손을 잡았다가 갑자기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보았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

“난 괜찮아.”

허서령은 손을 빼냈다. 지강산이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듯 힘이 풀렸는데, 손이 차갑지 않을 리 없었다.

“둘째 오빠는?”

지은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시선을 떨군 채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저녁도 안 먹으려고 해요.”

“나를 데려가 줘. 한 번만 보게 해 주면 안 될까?”

허서령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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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9화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도 지강산의 태도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허서령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지강산은 본래부터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아니. 은행에 가요. 급히 처리할 일이 생겼어요.”“돌아올 때 전기면도기 하나 사다 줘.”허서령은 얼어붙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이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 건가?’허서령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을 써요?”“아무거나.”“일찍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응.”지강산은 짧게 대답한 뒤 전동 휠체어를 돌려 떠났다.허서령도 급한 일이 있어 서둘러 밖으로 달려갔다. 은행에 도착한 그녀는 입금된 돈을 깔끔하게 되돌려 보냈다.하준은 주민들이 그녀를 해칠까 걱정해 이틀 정도 집에서 쉬며 모두의 감정이 가라앉은 뒤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 들어서자마자 로비 소파에 앉아 있던 수많은 주민이 그녀를 발견했다.흥분한 사람들은 달려와 그녀를 에워싸고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말이 아주 매섭게 쏟아졌다.험악하게 생긴 남자들도 있었다. 그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손찌검이라도 할 기세였다.“우리 대리 변호사라는 사람이 상대에게 매수돼? 이런 인간쓰레기가 어떻게 변호사 행세를 해?”“너 같은 양심 없는 변호사는 믿을 수가 없어. 변호사협회에 고발해서 다시는 변호사 노릇 못 하게 할 거야.”“화학 공장이 매일 오염 물질을 배출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어. 너 같은 공범은 천벌을 받을 거다!”“화학 공장은 대놓고 우리를 해치지만 넌 뒤에서 칼을 꽂았어. 네가 그 공장보다 더 악독해!”허서령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이 분노를 모두 쏟아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동료들도 모두 밖으로 나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걱정했고, 누군가는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박규태는 입가에 냉소를 띠고 작게 중얼거렸다.“하 변호사님도 사람을 잘못 보셨네요. 직업윤리도 없는 사람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8화

    “아니에요.”“가. 허서령, 난 네 동정 따위 필요 없어.”허서령은 더 말하지 않고 쓸쓸하게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지강산은 얼굴을 감싸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곧바로 휠체어를 컴퓨터 앞으로 몰고 가 집 전체의 CCTV 시스템을 빠르게 켜고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작은 영상 속에서 허서령을 찾았다.복도 끝 구석에서 가느다란 몸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벽에 기대 쪼그려 앉은 그녀가 보였다. 얼굴은 무릎 위에 올린 팔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그는 화면을 몇 배로 확대했다. 그녀의 여린 몸이 떨리고 있었다.지금의 허서령은 구석에 버려진 가여운 고양이처럼 상처 입은 채 혼자 자신을 달래는 듯했다.지강산은 손을 책상에서 떼고 등받이에 기댄 채 화면 속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도 따라 붉어졌다....깊은 밤, 사방이 고요했다. 허서령은 죽을 먹고 주방을 깨끗이 정리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이쪽 방은 지강산의 방보다 조금 작았지만 따뜻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생활용품도 빠짐없이 갖춰져 있었고 수납장에는 생리대까지 세심하게 준비돼 있었다.방에는 없는 것이 없었지만 약만은 없었다.허서령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밤새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못했다.휴대전화가 한 번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화들짝 잠에서 깨 무거운 이마를 문질렀다. 정신이 흐릿한 채 휴대전화를 더듬어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열 시가가 되어 있었다.‘정신이 나갔나 보다. 지강산을 돌보러 와 놓고 열 시가 되도록 자고 있었다니. 그럼 지강산의 아침은 누가 챙긴단 말인가?’그녀는 급히 일어나 방금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은행 입금 알림 하나를 본 순간 온몸이 굳었다.성화 그룹에서 감사비의 명목으로 그녀에게 4천만 원을 송금했다.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그녀는 마을 주민들의 대리 변호사였다. 상대방이 돈을 보내면서 감사비라고까지 적은 것은 명백한 음모였다.증거는 도난당했고 이제는 이런 수까지 쓰다니. 뇌물을 받은 것처럼 꾸며 의뢰인들을 배신했다고 모함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7화

    방문 앞에 선 허서령은 잠시 망설였다. 안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었고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그녀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지강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전혀 냉랭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아마 문을 두드린 사람이 지은영이라고 생각해 친절하게 대답한 모양이었다.허서령은 문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차가운 백색 조명이 방을 밝게 비춰 내부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넓고 깔끔한 방에는 커다란 회색 침대가 놓여 있었고, 회색과 흰색이 엇갈린 무늬 침구가 단정하게 깔려 있었다. 옆에 있는 독특한 낮은 수납장 두 개 위에는 각종 우주 모형이 놓여 있었다.방 반대편은 서재처럼 꾸며져 있었고 가림막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었다. 안쪽에는 매우 넓고 긴 곡선형 책상과 수많은 장비가 놓여 있었다. 대형 컴퓨터 두 대와 그녀로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와 장치도 있었다.책상 뒤의 책장에는 온갖 책과 모형, 그리고 그가 과거에 받은 트로피와 메달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지강산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컴퓨터 화면이 얼굴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허서령은 걸음을 멈췄다. 그가 화를 내며 자신을 쫓아낼까 두려워 긴장됐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용기를 내어 다가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강산 씨, 쇠고기 달걀 죽 끓여 왔어요.”그녀는 책상 앞으로 가 쟁반을 내려놓았다.지강산은 그릇 속 죽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깊은 눈을 들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허서령도 그에게 시선을 두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뛸 만큼 괜히 긴장됐다.지강산은 지은영이 보내 준 사진만큼 초췌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수염이 자라 조금 지쳐 보일 뿐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그는 더욱 잘생기고 남성미가 넘쳤다. 평소의 온화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달리 거칠고 야성적인 매력까지 느껴졌다.남자의 시선을 받자 당황한 그녀는 어쩔 줄 몰라 설명했다.“은영이는 갔어요. 내일 출국해야 해서 더는 강산 씨를 돌볼 수 없다며 저보고 여기 남아 있으래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6화

    드넓은 주방에 차가운 백색 조명이 내려앉았다. 허서령은 가느다란 몸으로 아일랜드 식탁 가장자리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냄비 속 흰죽이 보글보글 끓었다. 창밖에는 흐릿한 밤이 펼쳐져 있었고 산들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며 나뭇잎의 싱그러운 향기를 실어 왔다.그녀의 몸은 줄곧 차갑게 식어 있었고 심장은 불규칙하고 답답하게 뛰었다. 감정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허서령은 냄비 밑의 작은 불꽃을 바라보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강산에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때 자신이 먼저 쓰러질 수는 없었다.억눌러 온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너무나 많은 괴로운 일들이 그녀를 짓눌러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등 뒤에서 지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서령 언니, 한 가지 부탁해도 돼요?”허서령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굳은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았다.“뭔데?”“내일 출국해야 해서 지금 집에 가서 짐도 싸고 업무 자료도 챙겨야 해요. 오늘 밤만 여기 남아서 둘째 오빠를 지켜봐 주면 안 될까요?”“그럼 나는 어디서 자?”“둘째 오빠 방 옆에서 자면 돼요. 깨끗한 침구와 세면도구, 새 옷도 많이 준비돼 있어요.”모두 지은영이 미리 허서령을 위해 갖춰 둔 것들이었다. 지은영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언니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둘째 오빠를 돌봐 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요.”허서령은 몇 초간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일을 쉬고 종일 곁을 지켜야 해?”“아니요.”지은영은 자기 거짓말 때문에 허서령의 일까지 망치고 싶지는 않아 서둘러 설명했다.“아침저녁으로 한 번씩만 살펴봐 주세요. 다시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알겠어.”“현관 비밀번호는 둘째 오빠가 늘 쓰는 번호예요. 울심시에 있는 집과 똑같은데, 알고 있죠?”“알아.”“고마워요. 서령 언니.”“별것도 아니야.”허서령은 굳은 표정으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이미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했다.우울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5화

    지강산의 곁에 선 허서령이 조심스럽게 불렀다.“강산 씨...”지강산은 발소리의 주인이 지은영인 줄 알았다가 허서령의 목소리를 듣고 몸이 살짝 굳었다. 두 손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어두운 탓에 서로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희미한 검은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다.허서령은 그의 앞에 몸을 낮췄다. 고정 장치를 한 허벅지 위에 두 손을 얹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미안해요. 강산 씨.”지강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허서령의 마음을 짓이기는 듯 괴로웠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애써 슬픔을 억누르고 그의 두 다리를 어루만지며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미안해요...”어둠 속에서 지강산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허서령이 자신의 허벅지에 엎드리듯 매달린 모습을 바라보며, 기운 없는 목소리에 서러운 울음이 배어 나오는 것을 들었다.가슴 끝이 시큰해졌다. 거듭되는 사과는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렀다. 평생 가장 듣기 싫은 말이 허서령이 자신에게 하는 사과였다.그는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 주고 싶었다.‘내 부상은 네 탓이 아니야. 자책하지 마. 난 정말 괜찮아. 그러니 걱정하지도, 울지도 마...’하지만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런 연민을 원하지 않았다.폐를 칼로 도려내는 듯했던 그녀의 모진 말들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준혁과 번개처럼 결혼하겠다는 선택은 그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격이었다.“가...”마침내 그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허서령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요.”“가.”“싫어요.”허서령은 그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강산 씨 동생은 내일 출국한다는데, 저까지 다 버리면 강산 씨는 어떡해요?”“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그럼 다른 사람이라도 돌보게 해야지...”허서령이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94화

    허서령은 안으로 들어간 뒤 천천히 닫히는 철문을 한 번 돌아보았다.그녀는 큰길을 따라 앞으로 걸었다.흐릿한 어둠 아래 정원의 불이 켜져 무성한 초목을 따뜻한 노란빛으로 감싸고 있었다.앞마당에는 큰 나무와 관목을 많이 심었다. 가지와 잎이 울창했고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한참 걸어가자 지은영이 맞은편에서 빠르게 다가왔다.“서령 언니, 드디어 왔네요.”지은영이 허서령의 손을 잡았다가 갑자기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보았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난 괜찮아.”허서령은 손을 빼냈다. 지강산이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듯 힘이 풀렸는데, 손이 차갑지 않을 리 없었다.“둘째 오빠는?”지은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시선을 떨군 채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방에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저녁도 안 먹으려고 해요.”“나를 데려가 줘. 한 번만 보게 해 주면 안 될까?”허서령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 당장이라도 그를 보고 싶었다. 목소리까지 울먹였다.그 목소리를 들은 지은영은 조금 미안해졌다. 허서령을 무려 여드레 동안이나 걱정하게 만든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둘째 오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지은영이 난처한 듯 말했다.“그런데 오빠는 언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정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거야?”허서령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그 떨림을 느낀 지은영은 서둘러 달랬다.“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회복할 가능성도 있어요. 백 퍼센트 마비라는 건 아니에요.”“부탁할게. 만나게 해 줘.”“알겠어요. 지금 바로 둘째 오빠 방으로 데려갈게요.”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지은영은 그녀의 차디찬 손을 잡고 오솔길을 지나 복도를 한참 돌아 방 앞에 도착했다.“이렇게 큰 집에 강산 씨 혼자 살아?”허서령이 주위를 둘러보았다.“원래 계속 혼자 살았어요. 사고가 난 뒤로는 저만 여기 남아서 함께 있었는데, 저는 내일 출국해야 해서 더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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