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정원의 찬 공기가 복도까지 밀려 들어와 온몸을 휘감았다.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추웠다.지강산의 방은 바로 옆이었다.문 앞에 선 그녀가 손을 들어 노크하려는 순간 또 한 조각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방문의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고, 도어록에 자신의 지문도 등록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잠깐 생각하던 허서령은 그대로 지문으로 문을 열고 손잡이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난방이 켜져 있었고 은은한 노란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지강산은 넓은 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문 열리는 소리에 지강산이 고개를 돌렸다.눈이 마주친 순간 허서령은 그대로 굳었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늦었으니 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혼자 창가에 서서 눈을 보면서 나와는 함께 보기 싫다고 한 걸까? 그저 나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던 걸까?’그렇다고 완전히 차갑다고 하기도 모호했다. 지강산의 눈빛은 여전히 애틋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안 잤어?”허서령은 대답하지 않고 문을 닫은 뒤 그에게 다가갔다.지강산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창밖의 밤 풍경을 바라봤다.“강산 씨가 올해 첫눈을 보기 싫은 게 아니잖아요. 저랑 같이 보기 싫은 거죠.”허서령은 지강산의 옆에 서서 조금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강산 씨, 계속 저 피하고 멀리하고 있어요.”지강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을 더는 견딜 수 없어진 허서령이 그의 앞으로 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 또박또박 물었다.“강산 씨, 대체 왜 그래요?”지강산은 눈을 내려 허서령의 예쁜 얼굴을 바라봤다. 시선은 여전히 뜨겁고 다정했지만 쓴 목소리로 말했다.“이 관계에서 미리 조금씩 빠져나오려고. 네가 없는 생활에 천천히 익숙해지려고 해.”“그게 무슨 뜻이에요?”허서령은 심장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묵직하게 아팠다. 눈물이 순식간에 눈가를 가득 채웠고 주먹도 저절로 꽉 쥐어졌다.그가
저녁을 먹는 동안 허서령은 지강산의 상태가 계속 가라앉아 있는 걸 느꼈다. 기분도 좋지 않아 보였다.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했다.샤워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고 지강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시 읽어봤다.평범한 대화였고, 심한 말도 없었다. 마지막에 보낸 한 마디가 조금 화난 티가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강산이 저렇게 힘들어할 정도는 아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일이 너무 힘들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허서령은 더 생각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방해 금지 모드로 바꾼 뒤 불을 끄고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지강산은 다시 직장으로 출근했다.휴가를 갔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도 돌아와 다시 주방을 맡아 하루 세끼를 준비했다.그 뒤로는 지강산도 바빴고 허서령도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을 때도 서로 마주치지 못하는 날이 잦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함께 밥을 먹을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식사를 마치면 각자 방으로 돌아가 씻고 쉬었다.허서령은 문득 지강산이 자신에게 조금 소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처럼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고, 말도 부쩍 줄어든 것 같았다.그런데 가끔은 지강산이 한없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오래 바라보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눈에는 감출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애틋한 사랑이 가득했다.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따뜻했다가 차가워지는 그 태도 때문에 허서령은 몹시 불편했다.아버지의 재심 신청은 아직 소식이 없어 계속 기다리는 중이었다.백시욱 사건 말고도 큰 사건 몇 건을 더 맡아 정신없이 바쁜 날이 많았다. 그래도 허서령은 매일 저녁이면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지강산과 저녁을 먹었다.그렇게 거의 보름 동안 지강산은 그녀를 안지도, 입 맞추지도 않았다.허서령도 먼저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괜히 민망했고 마땅한 핑계도 없었다.12월 초 어느 늦은 밤, 갑자기 가벼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올해의 첫눈이었다.허서령은 방의 유리창 앞
거실 조명은 부드럽게 밝았고 실내 난방도 포근했다. 시선을 소파 쪽으로 옮기자 지강산이 긴 다리를 벌린 채 앉아 있었다. 몸은 뒤로 기댄 상태였고 뒤통수는 소파 등받이에 붙어 있었으며 한쪽 팔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온몸에서 지치고 쓸쓸한 기운이 묻어났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그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깊은 눈빛으로 허서령을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왔어?”허서령은 그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요 며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보일까...’계속 쓸쓸하고 지쳐 보였다.도은정 일 때문에 속이 불편했던 허서령도 그런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지강산의 두 무릎 사이로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싼 채 위에서 내려다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강산 씨, 왜 그래요?”지강산의 눈가가 조금 붉어져 있었다. 손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 양옆을 붙잡았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지강산이 목울대를 한번 움직이고 부드럽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허서령의 가슴 앞에 기대고 두 팔로 허리를 꽉 감았다. 마치 속상한 일을 당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숨어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아무 일도 없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허서령이 어깨를 밀었지만 지강산은 너무 세게 안고 있었다. 단단한 두 팔이 허리를 꽉 조이고 얼굴은 가슴에 묻은 채 숨도 조금 무거웠다.밀어낼 수 없자 허서령도 진정하고 손을 지강산의 짧고 검은 머리 위에 올렸다. 손끝으로 머리카락 몇 가닥을 가볍게 만지며 부드럽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 직장에서 문제라도 생겼어요?”“아니.”지강산이 작게 대답했다.“그냥 잠깐만 안고 있게 해 줘.”허서령은 움직이지 않고 그가 원하는 대로 안겨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천천히 물었다.“도은정이랑 사귄 적 있어요?”“없어.”지강산이 대답했다.“오늘 그 여자 만났어요. 강
허서령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답답해졌다.윤가온이 자신과 의뢰인의 사이를 이간질해 백시욱에게 등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라는 건 알았다.허서령이 보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뻔한 수법이라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백시욱 씨 말이 틀린 건 아니네요. 보는 눈도 꽤 정확하고요.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지강산은 지금 제 남자친구고, 심채린은 그저 직장 동료일 뿐인데요.”허서령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나오자 윤가온은 맥이 빠지고 답답해져, 화가 난 표정으로 휴대전화와 가방을 챙겨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나갔다.윤가온이 떠난 뒤, 앞쪽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허서령이 고개를 들자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그 여자는 허서령과 비슷한 또래로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차려입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상대는 허서령을 아는 듯했고, 옅은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허서령이 의아해하는 사이, 상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허 변호사님, 오랜만이에요.”허서령도 일어나 그녀를 바라봤다.“죄송하지만 제가 기억을 잃어서요. 저희가 전에 알던 사이인가요?”“몇 번 만난 적은 있어요.”상대는 손을 내밀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도은정이라고 해요. 허서령 씨의 남자친구와 한동안 만나 본 적이 있어요.”허서령은 그녀와 가볍게 악수하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속은 불편했다.전에 지은영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큰어머니가 지강산에게 결혼 상대를 소개해 준 적이 있고, 그 여자는 큰어머니 쪽 먼 친척이라고 했다.‘그런데 한동안 만난 적이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아무도 그런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다.‘그렇다면 지강산에게도 예전에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건가?’도은정이 물었다.“잠깐 앉아서 이야기해도 될까요?”허서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저희가 그렇게 친했나요?”도은정이 말했다.“인사만 몇 번 한 정도라 친
“그 사람이 제가 바람피웠다고 하던데, 증거라도 있어요?”윤가온이 코웃음을 쳤다.“있어요.”허서령은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지금 틀어 드릴까요?”윤가온의 표정이 굳더니 긴장한 눈빛으로 허서령의 휴대전화를 바라봤다.허서령은 침착하게 말했다.“지금 합의하면 이 영상은 법정에서 틀 필요도 없고, 여러 사람이 볼일도 없어요.”윤가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걸 어디서 구했어요?”“두 분 신혼집에 있던 카메라요. 백시욱 씨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잊었어요? 윤가온 씨가 절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감춰서 카메라 하나 다는 건 그 사람한테 아주 쉬운 일이죠.”윤가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고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어금니까지 악문 것 같았다.허서령은 손가락으로 증거 자료 위를 톡톡 두드렸다.“계산해 봤어요. 기본적인 생활비는 빼고, 백시욱 씨가 윤가온 씨에게 큰돈으로 쓴 금액이 총 1억6,500만 원이더군요. 그중 1억 4천만 원만 돌려달라고 해요. 나머지는 딸 치료비로 준 셈 치겠다고 해요.”윤가온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본인은 저를 만나러 안 왔죠?”“그야 뻔하죠.”허서령이 비웃듯 웃었다.“역겨워서요. 제대로 속아 넘어가 전처와 이혼까지 하면서 윤가온 씨를 돕고, 첫사랑이었던 순수한 여자를 다시 만나 못다 한 사랑을 이루는 줄 알았겠죠. 그런데 알고 보니 몇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거잖아요.”“백시욱 씨가 기지에 가 있던 며칠 동안 윤가온 씨는 고객 세 명을 신혼집에 데려왔어요. 큰 계약 세 건을 따낸 대가로 세 번 잤더군요. 그 정도면 영업 1등 자리를 유지하려고 대체 몇 명이랑 잔 건지 궁금할 정도네요.”윤가온의1 얼굴은 붉어졌다 창백해지기를 반복했다. 반박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커피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잠시 뒤 윤가온이 다시 허서령에게 물었다.“백시욱은 허서령 씨의 친구를 배신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 사람을 도와주는 거예요?”허서령은 어깨를 으쓱했다.“백시욱 씨
허서령은 따뜻한 품 안에 가만히 있으며 밀어내지 않았다. 지강산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듣자 마음도 차분해졌다.“제가 성격 세서 싫지는 않아요?”“좀 센 게 좋지. 그래야 생기가 있잖아.”허서령은 천천히 팔을 들어 지강산의 허리를 감았다. 눈을 감고 숨을 한번 들이마시자 마음이 달콤해졌다.그런데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남자는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목소리도 조금 가라앉아 보였고, 포옹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같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멀어질 사람처럼 느껴져 묘하게 불안했다.지강산은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안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품을 풀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서령아, 잘 자.”그 말을 남긴 지강산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상자를 주워들고 밖으로 나갔다.허서령도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지강산은 종이상자를 잡동사니를 두는 방에 놓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허서령도 자료를 정리한 뒤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박규태 사건 재판이 열리는 날, 허서령은 방청하러 갔다.기억이 없는 만큼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세한 부분을 통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박규태가 기소된 이유는 그녀에게 약을 먹이려 한 일이 아니라 뇌물수수와 사법 방해 혐의였다.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사건인데도 검사 측 변호사로 하준이 나왔다.허서령은 지강산이 뒤에서 부탁했을 거라고 짐작했다.법정을 나서다가 허서령은 입구에서 하준 변호사와 마주쳤다. 그가 옅게 웃으며 물었다.“허 변호사, 이렇게 쉬운 사건을 직접 방청하러 왔어?”허서령도 예의 바르게 웃었다.“이렇게 쉬운 사건에 하 변호사님까지 직접 나오셨으니, 뒤에 있는 누군가가 피고인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만하네요.”하준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서령이 다시 물었다.“하 변호사님, 박규태가 예전에 저한테 약을 먹이려고 했다던데 사실인가요?”“그래.”“그럼 왜 그 혐의까지 추가하지 않았죠?”“첫째는 증거가 부족했고, 둘째는 그분이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