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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수육 파티와 성녀의 야습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0 02:07:02

나는 시원한 보리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마당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하게 박힌 맑은 초여름의 밤하늘.

​심연의 괴물들이 설치든 말든, 이 좁고 허름한 하숙집 마당의 밥상머리만큼은 그 어떤 재앙도 침범할 수 없는 완벽한 나의 성역이었다.

​고기 굽는 냄새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따뜻한 소음에 기대어, 나는 묵묵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시간이 훌쩍 지났다.

거실 벽시계의 바늘이 새벽 2시를 막 넘어가고 있었다.

​시끌벅적했던 잔치는 진작에 끝이 났고, 마당 평상은 여사님의 손길로 깨끗하게 치워졌다.

손님방을 차지한 외국인 랭커들의 요란한 코골이 소리가 얇은 목조 벽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육체의 피로는 극에 달해 있었지만, 심해에서 극한까지 쥐어짰던 플렉소 코어의 여운이 아직 핏속을 맴돌며 수면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으윽-.

​오래된 복도의 나무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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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50화: 수육 파티와 성녀의 야습 2

    나는 시원한 보리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마당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별이 총총하게 박힌 맑은 초여름의 밤하늘.​심연의 괴물들이 설치든 말든, 이 좁고 허름한 하숙집 마당의 밥상머리만큼은 그 어떤 재앙도 침범할 수 없는 완벽한 나의 성역이었다.​고기 굽는 냄새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그 따뜻한 소음에 기대어, 나는 묵묵히 젓가락을 움직였다.​시간이 훌쩍 지났다.거실 벽시계의 바늘이 새벽 2시를 막 넘어가고 있었다.​시끌벅적했던 잔치는 진작에 끝이 났고, 마당 평상은 여사님의 손길로 깨끗하게 치워졌다.손님방을 차지한 외국인 랭커들의 요란한 코골이 소리가 얇은 목조 벽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육체의 피로는 극에 달해 있었지만, 심해에서 극한까지 쥐어짰던 플렉소 코어의 여운이 아직 핏속을 맴돌며 수면을 방해하고 있었다.​그때였다.​스으윽-.​오래된 복도의 나무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눌리는 소리.일반인의 귀라면 바깥의 풀벌레 소리에 묻혀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지극히 은밀하고 기척 없는 발걸음이었다.​나는 감았던 눈을 조용히 반쯤 떴다.방문 밖 복도에 누군가 서 있었다.​달칵, 찰칵.​내 방 문고리 안쪽에서 기계적인 마찰음이 들렸다.열쇠가 없는데도 쇳조각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자물쇠의 핀이 정밀하게 돌아가는 소리.​기운을 읽어보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순백색의 신성한 마력이 자물쇠 구멍 안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 아주 섬세하게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는 것이다.​신의 권능과 기적을 행한다는 바티칸의 숭고한 힘을, 남의 집 방문을 따는 야밤의 빈집털이에 쓰고 있는 미친 인간.​끼이익-.​잠금이 풀리고 낡은 방문이 아주 천천히, 손가락 두 마디쯤 열렸다.열린 문틈 사이로 짙고 유혹적인 서양 백합 향수 냄새가 훅 끼쳐 들어왔다.​소피아였다.낮에 입고 있던 두껍고 경건한 수녀복은 온데간데없고, 달빛에 실루엣이 훤히 비치는 아주 얇고 하늘하늘한 실크 슬립 차림.자칭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9화: 수육 파티와 성녀의 야습 1

    [2026년 5월 하순. 목요일 저녁. 부산 남포동 하숙집]​아크 부대 지하 격납고에 기체를 세워두고 남포동으로 돌아온 시간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초저녁 무렵이었다.​익숙하고 비좁은 골목길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강렬하게 찌르는 냄새가 있었다.된장과 통후추, 그리고 굵은 대파를 아낌없이 썰어 넣고 무쇠솥에서 푹 끓여내는 진한 돼지 육수의 향기.그 사이로 알싸한 마늘과 까나리액젓으로 갓 버무린 매콤한 고춧가루의 냄새가 폭력적으로 섞여 들고 있었다.​"아이고! 우리 식구들 인자 오나!"​낡은 철제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최 여사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우리를 반겼다.​마당 한가운데 펼쳐진 널찍한 평상 위에는 이미 거대한 잔칫상이 차려져 있었다.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큼직한 도자기 접시 위로, 껍질까지 쫀득하게 삶아진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그 옆으로는 숨이 채 죽지도 않은 싱싱한 배추 겉절이가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짭짤한 새우젓과 쌈장이 가득 담긴 종지들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세상을 멸망시킬 뻔했던 심연의 군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지독하게 평화롭고 구수한 일상의 풍경.​"아지매! 냄새가 쥑이네! 내 오늘 고기 썰기 전에 막걸리부터 한 사발 주이소!"​1층 세탁소의 성배 아저씨가 참지 못하고 평상 구석에 주저앉으며 찌그러진 양은 사발을 내밀었다.​"퍼뜩 수돗가 가서 손들 씻고 와서 앉으라! 고기는 뜨실 때 무야 제맛이데이!"​여사님이 커다란 식칼로 도마 위에 남은 수육 덩어리를 숭텅숭텅 썰어내며 호통을 쳤다.​나와 식구들, 그리고 내 등 뒤를 어색하게 졸졸 따라온 이방인들까지 모두 마당 수돗가에 일렬로 서서 비누로 대충 손을 씻었다.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와 삐걱거리는 간이 의자가 총동원되어 평상 주위로 둥그렇게 원을 만들었다.​"오 마이 갓."​내 옆자리에 엉거주춤하게 주저앉은 스티브가, 산처럼 쌓인 수육과 겉절이를 번갈아 보며 입을 떡 벌렸다.​"이 냄새는 대체... 고기를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8화: 바다에 띄운 하얀 국화꽃 2

    거대한 흑기사가, 자신의 오른쪽 기계 팔을 뻗어 이지스함의 갑판 위에 거대한 손바닥을 평평하게 내려놓았다.​"타시죠. 꽃 던지기 좋은 자리로 모시겠습니다."​외부 스피커를 통해 내 목소리가 흘러나가자, 헬기 패드에 서 있던 하루와 히나가 그제야 굳어 있던 어깨를 조금 늘어뜨렸다.자매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레비아탄의 차가운 강철 손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두 사람이 완전히 올라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조종간을 아주 미세하게 당겼다.​위잉-.레비아탄이 손바닥을 수평으로 유지한 채 천천히 들어 올렸다.​나는 기체의 방향을 돌려 이지스함에서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단전의 빙정 코어를 아주 약하게 개방하여, 기체의 발바닥을 통해 바닷물로 한기를 흘려보냈다.​파스스슥-.​레비아탄의 거대한 발이 닿는 수면이 얇고 단단한 얼음판으로 변했다.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저거노트가, 마법처럼 바다 위를 얼리며 그 위를 사뿐히 걸어 나가는 기적 같은 광경.​출렁이는 파도 때문에 자매가 멀미를 하거나 겁을 먹지 않도록, 가장 안정적이고 평탄한 길을 만들어주는 나만의 배려였다.​이지스함에서 수백 미터쯤 떨어진, 가라앉은 도쿄의 중심부가 내려다보이는 바다 한가운데.나는 레비아탄의 걸음을 멈추고 기체를 굳건하게 세웠다.​바람은 부드러웠고, 햇살은 눈부시게 맑았다.발밑의 수심 3,000미터 아래에는 끔찍한 괴물도, 붉은 독기를 뿜어내던 테라포밍 기둥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오직 고요하게 수장된 과거의 묘지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레비아탄의 거대한 손바닥 한가운데 선 자매가,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어 나갔다.​"엄마. 아빠."​히나의 작은 입술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레비아탄의 강철 장갑 위로 번졌다.​"......"​하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입술을 꽉 깨문 채, 떨리는 손으로 품에 안고 있던 하얀 국화꽃 다발을 조심스럽게 허공으로 흩뿌렸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7화: 바다에 띄운 하얀 국화꽃 1

    끝이 없을 것 같던 칠흑의 장막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계기판의 고도계 숫자가 빠르게 상승하며 해수면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수심 500미터. 300미터. 100미터.짓누르던 300기압의 무게가 점차 가벼워지며, 레비아탄의 삐걱거리던 관절부에서도 안도의 한숨 같은 미세한 구동음이 새어 나왔다.​파노라마 모니터 너머로 짙은 군청색이었던 바닷물이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쏴아아아아-!!!!​거대한 물기둥이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20미터짜리 강철의 흑기사가 대한해협의 수면 위로 웅장하게 부상했다.​"후우."​나는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콕핏 내부의 환기 시스템이 돌아가며, 심해의 매캐한 오존 냄새를 밀어내고 짭짤하고도 시원한 바다 내음을 밀어 넣었다.​쿠아아앙-! 쏴아아-!​내 양옆으로 거친 물보라가 연달아 터지며, 최유라의 발뭉과 두 기의 블랙맘바 편대가 차례대로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극한의 수압을 버텨낸 윙맨들의 기체 장갑판에서 허연 수증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하 준위님.]​통신망을 타고 최유라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언제나 군대식 다나까를 고집하며 각을 잡던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 완전히 탈진하여 잔뜩 잠겨 있었다.​[덕분에 살아서 햇빛을 봅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랙맘바 편대, 무사히 생환했습니다.]​파일럿들의 목소리에는 압도적인 재앙을 극복해 낸 자들 특유의 먹먹한 안도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어설프게 칼자루를 쥐는 대신 내 등 뒤에 바짝 엎드려 있었던 그들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고철 덩어리가 되는 일 없이 무사히 바다 밖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은혜랄 것까지야 있겠습니까."​나는 피식 웃으며 통신망 너머의 전우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중에 아크 부대 복귀하면 다 같이 시원한 캔맥주나 한잔 사십쇼. 그걸로 퉁치겠습니다."​[하하, 알겠습니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6화: 심해를 가르는 쐐기 2

    기체의 관절부에 장착된 초공동 파츠가 극초음파 진동을 뿜어내며, 붉은 소용돌이의 수압을 억지로 밀어내고 거대한 진공의 돔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바닷물이 기화하며 만들어진 하얀 수증기가 기체를 완전히 집어삼켰다.물의 마찰력 제로. 수압의 간섭 제로.​"그리고 장난감 하나 더."​나는 조종간의 가장 붉은색 버튼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철컥-!​레비아탄의 우측 팔목 장갑판이 무거운 기계음과 함께 양옆으로 전개되었다.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수지와 윤철수가 군주급 마석을 통째로 갈아 넣어 벼려낸 대(對) 군주용 결전 병기.​[절대영도 파일벙커].​압축된 실린더 챔버 안에서 플렉소 뇌전과 극한의 한기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예열을 마쳤다.뾰족하고 거대한 강철의 쐐기가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며 전방을 향해 고정되었다.​크롸아아아아-!!!!​내 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질적이고도 압도적인 에너지를 감지한 망국의 사무라이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던 뼈 대태도를 멈추고 나를 향해 맹렬하게 쇄도해 들어왔다.수압의 흐름을 타고 덮쳐오는 산더미만 한 질량의 돌진.​"꿇어라. 이 껍데기만 남은 망령 새끼야."​나는 등 뒤의 메인 스러스터를 100%로 점화하며 조종간을 끝까지 밀어붙였다.​콰아아아아앙-!!!!​수심 3,000미터의 해저에서 다시 한번 소닉붐이 끔찍하게 터져 나갔다.물이 없는 진공 상태의 돔 안에서, 레비아탄이 음속을 돌파하며 칠흑 같은 바닷속을 새하얀 궤적으로 찢어발겼다.​거대한 뼈 대태도가 내 기체의 좌측 장갑을 향해 횡으로 날아들었다.회피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나는 레비아탄의 좌측 어깨를 들이밀어 놈의 검격을 뼈로 받아내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기동을 택했다.​카아아아앙-!!좌측 장갑판이 끔찍하게 찌그러지며 스파크가 튀었지만, 기체의 가속력은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다.​놈의 품속으로 완벽하게 파고든 찰나.음속의 관성과 300% 오버로드된 플렉소 에너지를 우측 팔목의 파일벙커 실린더에 남김없이 쑤셔 박았다.​"사라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5화: 심해를 가르는 쐐기 1

    ​콰아아아아앙-!!!​수십 발의 중어뢰와 철갑 미사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타겟의 벌어진 갑옷 틈새로 쏟아져 들어갔다.수심 3,000미터의 짓누르는 수압조차 억누르지 못한 연쇄 폭발이 해저 밑바닥을 끔찍하게 뒤흔들었다.​시야를 가득 채우는 주황색 화염의 군무.터져 나간 충격파가 해저 진흙을 거대한 장막처럼 밀어 올리며 콕핏의 파노라마 모니터를 온통 탁하게 물들였다.​"후퇴. 전원 후방으로 50미터 이탈."​나는 폭발의 잔여 진동을 레비아탄의 무릎 관절로 흡수하며 건조하게 명령을 내렸다.​[타, 타격 확인! 목표물의 생체 신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습니다!]​블랙맘바 1호기의 조종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발뭉 역시 실체검을 거두고 내 기체의 좌측 후방으로 거리를 벌리며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 보였다.저 정도의 화력을 아무런 방어막 없이 내부 속살에 직접 두들겨 맞았다. 아무리 SS급 군주라 한들 형체도 없이 고기 다짐육이 되어버리는 것이 정상적인 물리 법칙이다.​하지만 내 단전의 빙정 코어는 오히려 더 날카롭게 곤두서며 위험 신호를 뇌수로 쏘아 보내고 있었다.​부글. 부글부글.​폭발의 섬광이 가라앉은 칠흑 같은 뻘물 속에서, 시뻘건 독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크롸아아아아아-!!!!​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기괴하고도 처절한 포효가 심연을 갈랐다.흙먼지가 거품과 함께 씻겨 내려가며 모습을 드러낸 망국의 사무라이는, 결코 죽지 않았다.​최유라와 편대가 쏟아부은 포화에 놈의 복부와 가슴팍 장갑이 처참하게 날아간 것은 사실이었다.기괴한 뼈와 내장이 흉측하게 노출되어 시뻘건 피를 토해내고 있는 상태.하지만 놈의 등 뒤에 우뚝 솟아 있는 3번째 테라포밍 기둥이, 수만 가닥의 촉수를 놈의 상처 부위에 꽂아 넣으며 맹렬한 속도로 붉은 독기를 주입하고 있었다.​재생을 넘어선, 한계 돌파의 폭주.놈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안광이 렌즈가 깨질 듯한 섬광을 내뿜었다.​[이런 미친...! 기둥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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