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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1군단장의 그림자, 에레보스 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9 00:57:43

[2026년 6월 초. 오전. 이탈리아 로마, 테베레 강변 뒷골목 노천카페]

피스타치오 젤라또의 꾸덕꾸덕한 질감이 혀끝에서 기분 좋게 녹아내렸다.

장인이 직접 구워낸 견과류 특유의 묵직한 고소함과 신선한 우유의 풍미가 뒤섞이며, 뱃속 깊은 곳까지 찌릿한 당분을 맹렬하게 공급해 주었다.

밤새워 웜홀로 차원을 찢고 날아와 거대한 가오리 떼를 무자비하게 썰어 재끼느라 바닥까지 떨어졌던 혈당 수치가,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달콤한 디저트 한입에 수직으로 반등하는 기분이었다.

"아, 역시 험한 일 끝나고 먹는 단것만큼 최고인 게 없네요. 영감님, 이거 컵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어요. 현지 본토 맛인데 남기면 아깝습니다."

나는 젤라또 컵의 바닥을 티스푼으로 득득 긁으며, 내 맞은편에 앉은 검성 카미키 류지를 향해 가볍게 턱짓을 했다.

항상 눈을 감고 도를 닦는 척하며 진지한 표정만 짓던 류지 영감조차 지금만큼은 검자루에서 손을 떼고 나른하게 이완되어 있었다.

거대한 아다만티움 방패를 바닥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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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8화: 1군단장의 그림자, 에레보스 3

    거울 주변의 공간이 쩌적거리며 미세하게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내 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해야 한낱 천박한 짐승에 불과하구나. 이타심도, 세상을 구하겠다는 대의도 없이 그저 푼돈 몇 닢과 한 줌의 식구들이라는 미련한 감정에 얽매여 발버둥 치는 얄팍한 필멸자.]놈은 마치 나의 영혼과 내면의 속물적인 에고를 모조리 꿰뚫어 보았다는 듯이 조롱했다.그의 오만한 목소리에는, 내가 브류나크를 쥐고 차원을 뚫고 와 엠페러 만타를 단숨에 도축해버린 그 압도적인 무력조차 그저 운 좋게 사기적인 장난감을 주운 어린아이의 재롱 정도로 치부하는 절대적인 자만심이 깔려 있었다.[그런 세속의 찌꺼기 같은 에고를 가지고, 감히 신살창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가. 네놈의 그 얄팍하고 이기적인 세상은, 한 번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부서져 내릴 것이다.]거울 너머의 시꺼먼 그림자가 일렁이며, 그 거대한 실루엣이 나를 향해 덮쳐올 듯이 기괴하게 팽창했다.[기대하거라, 오만한 필멸자여. 머지않아 네놈이 목숨 걸고 지키려는 그 알량한 세계와 나약한 식구들의 목덜미에, 내가 직접 진정한 심연의 절망을 가르쳐주...]"말 참 더럽게 많네."탁.나는 손에 들고 있던 텅 빈 젤라또 플라스틱 컵을 철제 테이블 위에 가볍게 내려놓았다.스티브와 리 웨이, 류지가 사색이 된 얼굴로 거울을 노려보며 죽기 살기로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 숨 막히고 끔찍한 긴장감 속에서.나는 입안에 남아있던 피스타치오의 달콤한 잔여물을 혀끝으로 핥아먹으며 아주 나른하게 하품을 뱉어냈다.거창한 철학 수업 따위, 내게는 뒷골목 똥개 짖는 소리보다 영양가가 없었다.푼돈과 한 줌의 식구들에 얽매였다고?그게 뭐 어떤가. 나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영웅병에 걸려 자기 목숨을 내다 버린 구시대의 찌꺼기들보다, 내 하숙집 밥상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쇳덩어리를 휘두르는 내 천박한 이기심이 천 배는 더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이봐요, 얼굴 없는 아저씨."나는 의자 등받이에서 몸을 슬쩍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7화: 1군단장의 그림자, 에레보스 2

    싸아아아아아아-.초여름의 따뜻했던 아침 햇살이 거짓말처럼 사그라지며, 로마의 골목길 전체에 소름 끼치도록 기괴하고 시꺼먼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구름이 해를 가린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아니었다.대기 중의 산소가 희박해지고, 주변의 기압이 폭발적으로 짓눌리며 고막이 먹먹해지는 기괴한 공간적 압박감.카페 야외 테이블의 낡은 파라솔이 부러질 듯 흔들리고, 길바닥에 고여 있던 괴물들의 핏물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얼어붙어 성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내가 쓰는 플렉소 일렉트릭이 뿜어내는 양자 유체의 물리적인 절대영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끔찍한 한기였다.그것은 빛과 생명력을 모조리 흡수하고 모든 것을 무(無)의 허무로 돌려보내는, 심연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오는 짙은 죽음의 냉기였다."이... 이 기운은...!"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리 웨이의 안색이 시체처럼 창백해지며 그가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박차고 일어났다.동시에 그의 등 뒤에 묶여 있던 거대한 청룡언월도가 미친 듯이 진동하며 스스로 주인의 손을 향해 날아들었다.류지 영감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살기를 내뿜고 애검의 손잡이를 부여잡았고, 스티브는 반사적으로 거대한 아다만티움 방패를 낚아채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섰다.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글로벌 랭커 세 명이, 정체 모를 기운의 등장만으로 전신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극도의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우르르르릉- 쩌저저적-!!!!지진이라도 난 듯 뒷골목의 돌바닥이 끔찍하게 요동쳤다.그리고 저 멀리, 성 베드로 광장과 로마 시내 곳곳에 흩뿌려져 있던 잔해들이 허공으로 기괴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방금 전 내가 브류나크의 일격으로 뇌전에 지져 얼려버리고 산산조각 내었던 준 군주급 괴수, 그림자 엠페러 만타의 잿빛 얼음 파편들이었다.수만 조각으로 박살 났던 그 흉측한 얼음 파편들이 중력을 무시한 채 허공을 역류하며 우리가 앉아 있는 카페의 앞쪽 상공으로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파편들은 공중에서 서로 엉겨 붙고 불쾌하게 융합하며 형태를 변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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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5화: 에스프레소와 젤라또 3

    나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피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소피아에게 말했다."그나저나, 내가 오기 전에 우리 하숙집 이모님한테 이탈리아 출장 간다고 했더니, 이 동네 에스프레소가 그렇게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꼭 먹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네...? 에, 에스프레소요...?""기왕 비행깃값도 없이 먼 길 출장 왔는데, 피스타치오 젤라또라도 하나 먹고 가야 수지가 맞을 것 같거든요. 이 난리 통에 문 연 카페가 당장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인이니까 대충 길 좀 안내해 보십쇼. 커피값은 선금 받은 내가 쏘겠습니다."세상을 멸망시킬 뻔한 재앙을 썰어버린 직후에, 쏟아지는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걷어차고 요구하는 보상이 고작 뒷골목 노천카페의 에스프레소 한 잔과 아이스크림이라니.멍하게 서 있던 소피아는 내 뻔뻔하고 일상적인 요구에 결국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집착이 더욱 짙고 달콤하게 번져갔다."후훗... 알겠습니다, 나의 구원자님. 이탈리아의 진정한 영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모시죠."로마 도심을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변의 어느 후미진 뒷골목.방금 전까지 괴물들이 하늘을 뒤덮었던 탓에 거리의 건물 대부분이 박살 나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폭격을 피한 구석진 골목에 작은 노천카페 하나가 위태롭게 문을 열고 있었다.파라솔은 찢어져 있었고 쇼윈도 유리창은 금이 가 있었지만, 백발의 이탈리아인 카페 노주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빗자루를 쥐고 묵묵히 입구의 파편들을 쓸어내고 있었다.그리고 그 좁고 낡은 카페의 야외 철제 테이블에.전 세계 헌터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글로벌 S급 랭커 세 명과 내가, 흙먼지와 괴물의 핏자국을 떡칠한 처참한 몰골로 나란히 옹기종기 걸터앉아 있었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4화: 에스프레소와 젤라또 2

    스마트워치의 번역기를 통해 그의 목소리가 내 고막을 울렸다.[카톨릭 교회를 대표하여, 당신에게 바티칸의 영원한 수호자이자 최고 영예인 성기사(Paladin)의 칭호를 하사하겠나이다!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대로 전 세계의 추기경들을 소집하여, 당신을 위한 가장 성대하고 거룩한 감사 예식을 광장에서 집전할 것이니...]"워워, 스톱. 거기까지."나는 귓구멍을 새끼손가락으로 후비적거리며 교황의 벅찬 연설을 단칼에 잘라버렸다."뭐, 성기사? 성대한 예식?"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교황을 삐딱하게 내려다보았다."거추장스러운 칭호니, 먼지 날리는 광장에서 벌이는 장기자랑 예식이니 그런 거 넣어두시고. 성기사 칭호 백 장 받아봐야, 한국 국세청에 세금 낼 때 직업란에 한 줄 적어 넣을 수도 없는 쓸모없는 짐 덩어리일 뿐입니다."나는 군화 앞코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데스만타의 잿빛 파편을 툭 차버리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돈 안 드는 칭호 따위로 입 닦을 생각 마시고, 아까 약속한 남은 잔금이나 유로화 환율 딱 맞춰서 아크 부대 계좌에 넉넉하게 채워두세요. 수수료 떼먹거나 1유로라도 비면, 저기 세워둔 쇳덩어리로 교황청 지붕부터 합법적으로 철거 들어갈 거니까."지독하게 세속적이고 천박한, 자본주의의 정수를 들이붓는 철벽 방어.거룩한 성기사의 탄생을 기대했던 교황과 고위 사제들은, 세무조사와 환율을 운운하며 지붕 철거를 협박하는 이 기막힌 용병의 태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했다.두두두두두두-!!!!바로 그때였다. 바티칸 상공의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고 통신망이 복구되자마자, 로마 외곽에서 진입 허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유럽 연합의 군용 헬기들과 수십 대의 글로벌 언론사 소속 헬기들이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3화: 에스프레소와 젤라또 1

    우두머리인 그림자 엠페러 만타가 산산조각 나며 흩날리는 얼음가루가 채 광장 바닥에 닿기도 전이었다. 나는 콕핏의 조종간을 단단히 틀어쥔 채, 등 뒤의 스러스터를 점화하여 레비아탄의 거구를 광장 한가운데서 크게 선회시켰다. "도망칠 시간은 안 준다고 했을 텐데." 위이이이잉-!!!! 오메가 폼의 비대칭 우측 장갑판이 육중한 구동음을 토해내며, 수십 미터 길이의 신살창 브류나크를 팽이처럼 맹렬하게 돌려대기 시작했다. 만 퍼센트로 증폭된 플렉소 일렉트릭의 에너지가 창의 나선형 궤적을 타고 끝없이 팽창했다. 보랏빛 뇌전과 절대영도의 한기가 뒤섞인 끔찍한 차원의 폭풍이, 로마 상공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려던 수만 마리의 데스만타 떼를 거대한 그물처럼 집어삼켰다. 끼아아아아악-!!!! 하늘을 시꺼멓게 뒤덮고 있던 비행 해수들이 살점이 타들어 가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브류나크가 뿜어내는 오메가 볼텍스의 참격은 개별적인 타격을 가하는 수준의 물리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공간의 좌표 자체를 찢어발기고 열역학을 붕괴시키는 절대적인 소거 작업. 번쩍-!!!! 콰르르르릉-!!!! 허공을 향해 그어낸 브류나크의 궤적을 따라, 뇌전이 휩쓸고 지나간 하늘의 데스만타 군단 전체가 일순간 잿빛 얼음덩어리로 동결되었다. 그리고는 역회전하는 플라즈마의 초고주파 진동에 의해 분자 단위로 갈가리 찢겨 나가며, 한 줌의 시꺼먼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완벽하게 증발해버렸다. 피 한 방울, 뼈 한 조각조차 남기지 않는 무자비하고도 깔끔한 삭제. 마지막 한 마리의 데스만타가 뇌전에 지져져 소멸하는 것을 끝으로, 레비아탄의 우측 어깨 장갑이 서서히 회전을 멈추며 펄펄 끓는 열기를 식혀냈다. 슈우우우우욱-.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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