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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방주의 선장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11:21:30
배달 오토바이 5대.

동네 치킨집 메뉴를 종류별로 싹쓸이했다. [갓 튀긴 후라이드], [마늘 간장], [매운 양념]... 치킨 박스가 거실에 탑을 쌓았다.

​"우와아아!! 치킨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희선이와 히나가 가방을 던지고 달려들었다.

퇴근한 하루 씨와 미혜 누나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빠, 오늘 무슨 날이에요? 옷이..."

​하루 씨가 내 정복 차림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잘 어울리네. 제복 입으니까... 좀 멋있다?"

​미혜 누나가 내 넥타이를 고쳐 매주며 은근슬쩍 가슴팍을 쓸었다.

어제 영상 통화 사건 이후로 누나의 스킨십이 과감해졌다. 소피아를 의식하는 게 분명하다.

​"자자, 묵자! 식는다!"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아 치킨을 뜯었다.

바삭한 튀김옷 소리, 달달한 양념 냄새, 그리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형님. 닭다리 뼈 발라내는 솜씨가 예술인데? 데이터 저장 중.]

​레비아탄도 스마트워치 화면 속에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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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7화: 아마존에 에어컨 좀 틀겠습니다 2

    철컹-!레비아탄의 콕핏에 다시 올라타자, 묵직하고 익숙한 시트의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내 단전의 빙정이 바깥의 살인적인 열기를 감지하고 불쾌한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형님. 저 밑에 꼬라지 좀 봐. 진짜 토악질 나오네.]​레비아탄의 모노아이가 아마존 밀림을 비췄다.원래라면 끝없는 녹색의 바다여야 할 정글이, 마치 곰팡이가 핀 거대한 고깃덩어리처럼 시뻘건 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독 포자가 끈적한 구름층을 형성하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풍경.​확실히 상성 최악의 불지옥.하지만 빙정의 냉기를 쓸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 환경 자체를 내 입맛대로 통째로 갈아엎어 버리면 그만이다.​"레비. 출격한다. 공중 강하 준비."​쿠아아아앙-!!​연합군 공중항모의 활주로 끝단에서, 레비아탄이 허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기체가 중력에 이끌려 시뻘건 포자 구름을 향해 수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콕핏 유리에 부딪힌 독 포자들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장갑판을 부식시키려 들었다.​[경고. 외부 장갑 부식률 상승. 기체 온도 한계치 임박.]​"시끄러. 에어컨 온도 최저로 낮춘다."​나는 조종간을 양손으로 꽉 틀어쥐고, 눈을 번쩍 떴다.내 단전 깊숙한 곳, 칼라드볼그의 핵조차 얼려버렸던 그 창백한 절대영도의 코어가 미친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냉기가 아닌,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분자의 운동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멸망의 혹한.​우우우우웅-!!​레비아탄의 가슴팍 동력로에서부터 시퍼런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기체의 흑색 장갑판 위로 두꺼운 성에가 맺히더니, 이내 레비아탄의 전신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창백한 돔'이 펼쳐져 나갔다.​"얼어붙어라."​파스아아아앗-!!!!​내 입에서 떨어진 나직한 한마디와 함께, 거대한 냉기의 돔이 수직 강하하며 아마존의 붉은 밀림 위로 쾅, 하고 충돌했다.​쩌저저저적-!!!! 콰드드득!!!​그것은 폭발이 아니라, 차라리 세계의 시간이 멈추는 소리였다.​온도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6화: 아마존에 에어컨 좀 틀겠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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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격할 때 공기 저항은 둘째치고 무게 중심이 쏠려서 비행 밸런스가 다 박살 날 텐데요."​내 말에 철수가 퀭한 눈으로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태블릿의 버튼을 틱 눌렀다.​카가가각- 철컹!!​순간, 20미터에 달하던 그 무식한 파일벙커의 거대한 챔버와 쐐기가 여러 겹으로 겹쳐지며 안으로 접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형상 기억 합금으로 이루어진 부품들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며 부피를 줄이더니, 이내 레비아탄의 오른쪽 팔뚝을 감싸는 두툼하고 매끄러운 흑색 건틀릿(Gauntlet) 형태로 완벽하게 압축 수납되었다.​"봤냐? 평소에는 저렇게 압축 폼으로 대기하다가, 니가 빙정 에너지를 때려 박으면 실전 폼으로 전개되는 기믹이야. 기체 밸런스 붕괴? 내 S급 두뇌를 무시하지 마라."​철수의 의기양양한 대답에 나는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크하하하! 형님! 이거 장착감 개쩌는데? 폼 미쳤다, 진짜!]​스마트워치 속 레비아탄도 흉악한 새 무장과 기믹에 단단히 도파민이 돈 모양이었다. 마력의 효율성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오직 '파괴력' 하나에 몰빵한 로망의 결정체.​"물건 하나 기가 막히게 뽑았네요. 5월 가정의 달 보너스 벌러 가기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때, 격납고 측면의 자동문이 열리며 굳은 표정의 사령관이 브리핑용 태블릿을 들고 성큼성큼 다가왔다.​"새 장비 구경은 잘 했나, 하 준위."​"예. 마침 손맛 좀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내 가벼운 물음에 사령관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려 보여주었다.​"......?"​화면에 떠오른 위성 사진을 본 순간, 나는 미간을 팍 구길 수밖에 없었다.파란 바다가 굽이치는 태평양이나 베링해협의 익숙한 풍경이 아니었다. 끝없이 펼쳐진 짙은 녹색의 숲.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아마존 밀림' 한복판이었다.​문제는, 그 끝없는 녹색의 정글 중앙에 마치 종양 덩어리처럼 거대하고 시뻘건 구역이 퍼져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4화: 가정의 달과 아마존 출장 1

    ​2026년 4월 하순.진해에서 그 흐드러지던 벚꽃비도 며칠 전 내린 봄비에 싹 다 쓸려 내려가고, 이제는 제법 푸릇푸릇한 새잎들이 나뭇가지마다 돋아나기 시작했다. 낮에는 반팔을 입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기온이 훌쩍 올랐다.​평화롭다. 괴수 새끼들의 알짱거림도 없고, 하늘도 맑고.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 완연한 봄기운과는 정반대로 쌩쌩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하아..."​마당 평상에 쭈그리고 앉은 나는, 스마트폰 뱅킹 앱 화면에 찍힌 잔고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내 맘대로 비상금 통장: 345,000원]​분명 지난달에 서울 깍쟁이 화이트 타이거 놈들한테서 뜯어낸 345억짜리 합의금 덕분에, 사령관님이 내 개인 계좌로도 수십억 단위의 두둑한 특별 수당을 꽂아주셨건만. 그 돈은 내 통장에 며칠 머물지도 못하고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이유는 간단했다. 이모님이 평생 남의 집 셋방살이하며 설움 겪으신 걸 알기에, 내 몫으로 떨어진 그 거액의 수당을 탈탈 털어 남포동 교차로 노른자위에 있는 7층짜리 상가 건물을 이모님과 성배 아저씨 공동 명의로 시원하게 일시불로 긁어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남은 잔돈은 철수네 연구소에 레비아탄 새 무기 깎는 데 보태 쓰라고 법인 후원금 명목으로 때려 박았고.​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이제 남부럽지 않은 떵떵거리는 건물주가 되었지만, 정작 내 개인 용돈은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쥐꼬리만 한 군인 월급이 전부였다.​"이러면 곤란한데."​내가 입술을 씹으며 달력을 째려보았다.달력의 다음 장, 대망의 5월. 대한민국 모든 가장과 어른들의 등골이 실시간으로 박살 난다는 잔인한 '가정의 달'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5월 5일 어린이날. 중2병에 단단히 걸린 희선이는 요새 툭하면 최신형 VR 게임기 팸플릿을 내 방 문틈으로 밀어 넣고 있었고, 얌전한 히나마저 검술 훈련에 쓸 [S급 티타늄 합금 특수 제작 전술용 장우산]을 검색하며 은근슬쩍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거기다 5월 8일 어버이날. 이모님과 할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3화: 벚꽃비와 일상의 무게 2

    ​"이야, 사람 진짜 많네. 손 꼭 잡고 다녀라. 길 잃어버린다."​나는 할머니를 업은 채로 한 손에는 아이스박스를 낑낑대며 들고 걸었다.그리고 본격적인 Z급 영웅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괴수를 썰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임무, 바로 '히로인들의 전담 사진사' 역할이었다.​"태수야! 여기, 여기! 다리 위에서 길어 보이게 밑에서 위로 찍어줘! 알지? 비율 8대 2!"​미혜 누나가 다리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한쪽 다리를 살짝 꼬며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나는 군말 없이 무릎을 꿇고 아스팔트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스마트폰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찰칵, 찰칵!​"하루 씨! 거긴 그늘지니까 오른쪽으로 반 보만 이동합시다! 그렇지, 바람 불 때 머리카락 살짝 넘기는 타이밍!"​찰칵!​군주급 마수의 움직임도 꿰뚫어 보는 나의 Z급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은, 흩날리는 벚꽃잎이 하루 씨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 완벽한 0.1초의 타이밍을 포착해 셔터를 누르는 데 아주 훌륭하게 낭비되고 있었다.​"햄! 나랑 히나도 점프 샷 찍어주라!"​양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폴짝폴짝 뛰는 중학생 콤비들까지.사람파도에 치이고, 무거운 짐을 들고, 바닥을 기어 다니며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나니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이그니스의 태양 불꽃을 막을 때보다 체력 소모가 세 배는 심한 기분이었다.​"아이고, 삭신이야. 이모님, 우리 이제 밥 좀 먹으면 안 됩니까?"​"오야. 마침 저기 벚나무 밑에 명당자리 하나 났네. 퍼뜩 가가 돗자리 깔아라."​천신만고 끝에 여좌천 둔치의 널찍한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머리 위로는 커다란 벚나무 가지가 드리워져 완벽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은박 돗자리를 넓게 펴고, 최 여사님이 싸 온 4단 찬합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미쳤다. 이모님, 이건 예술인데요."​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참기름을 발라 통깨를 솔솔 뿌린 참치 김밥과 소고기 김밥. 그 옆에는 새콤달콤한 유부초밥이 정갈하게 담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2화: 벚꽃비와 일상의 무게 1

    ​며칠 전, 아크 부대 근처 최고급 한우 전문점에서 있었던 회식은 여러모로 파멸적이었다.​새하얗고 매끈하던 자신의 '발뭉'이 그깟 구형 깡통 로봇의 손가락 하나에 얼음조각이 되어버린 충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입에서 살살 녹는 투플러스 살치살의 파괴적인 맛 때문이었을까.​깐깐하고 재수 없던 엘리트 소위 최유리는, 그날 고량주를 병나발로 불더니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결국 고깃값으로 자그마치 400만 원을 일시불로 긁은 그녀는, 술에 떡이 된 채 내 정복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사부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발 그 말도 안 되는 출력 조절의 비기를 전수해 주십시오!' 라며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하아... 귀찮은 혹이 하나 더 붙었어."​2026년 4월 초, 화창한 주말 아침.나는 마당 평상에 앉아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이후로 최유리는 툭하면 사령부 내선망으로 전화를 걸어와 귀찮게 굴고 있었다. 엘리트 범생이들이 한 번 무언가에 꽂히면 얼마나 집요해지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하지만 그런 군부대 내의 소란 따위는,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하숙집의 거대한 스케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다.​"태수야!! 니 거기 멍하게 앉아가 뭐하노! 퍼뜩 들어와가 아이스박스 좀 안 나르고!"​"아, 예 예! 갑니다요!"​부엌에서 들려오는 최 여사님의 불호령에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오늘 하숙집은 새벽부터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유인즉슨, 매년 4월 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경남 최대의 봄 축제, '진해 군항제'로 온 식구가 총출동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부엌 바닥에는 4단짜리 거대한 찬합 세 개가 탑처럼 쌓여 있었고, 갓 튀겨낸 프라이드치킨 냄새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하고 있었다.​"이모님. 우리 식구 다 합쳐봐야 일곱 명인데, 김밥을 무슨 이십 인분이나 싸셨습니까. 군부대 식구들까지 다 먹이시려고요?"​"잔말 말고 나르기나 해라! 밖에 나가서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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