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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루돌프 레비아탄 1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8-26 00:51:02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부산의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거리는 캐롤송으로 시끌벅적했지만, 사람들의 표정 한구석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특히 10년 전 대격변으로 부모를 잃거나, 마나 중독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춥고 외로운 날일 뿐이었다.

​"하 준위. 부탁하네."

​아크 부대 격납고.

사령관님이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손에는 붉은색 뭉치가 들려 있었다.

​"부산 아동병원에서 연락이 왔어.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더군. Z급 영웅이 한번 방문해 준다면 큰 힘이 될 텐데... 바쁜 사람한테 이런 걸 부탁해서 미안하네."

​사령관님은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붉은 뭉치를 받아 들었다.

​"가죠. 까짓거."

"저... 정말인가?"

"저도 고아원 출신이라 압니다. 산타 할아버지 기다리는 그 기분. 근데 그 양반, 죽어도 안 오더라고요. 굴뚝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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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71화: 차원 도약 엔진과 김치 만두 2

    나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 물기를 꽉 짠 묵은지를 식칼로 사정없이 다지기 시작했다.EX급 빙신이자 흑기사의 파일럿이 동체 시력과 근력을 100퍼센트 활용하여 선보이는 신들린 칼질.도마 위에서 타다다다닥- 하는 경쾌한 마찰음이 울려 퍼지며, 거대한 묵은지 덩어리들이 순식간에 눈꽃처럼 곱게 다져졌다.“어휴, 우리 태수 칼질 솜씨는 언제 봐도 예술이야.”내 옆에 바짝 붙어 앉은 미혜 누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져진 속재료를 커다란 대야에 넣고 버무리기 시작했다.그녀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은은하게 풍기는 라벤더 샴푸 향기가 매콤한 김치 냄새와 묘하게 섞여 들며 코끝을 간지럽혔다.“누나. 양념 튄다. 좀 떨어져서 해.”“왜에? 우리 장인어른한테 허락도 다 받은 사이에 이 정도도 못 붙어 있어?”미혜 누나가 며칠 전 내가 주지헌의 사념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짓궂게 놀려대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뺨에 묻은 하얀 밀가루를 내 콧등에 툭 하고 묻혔다.능글맞고 성숙한 연상녀의 과감한 스킨십에 평상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아, 진짜. 애들 보는데 장난치지 맙시다.”내가 콧등을 찡그리며 툴툴거리려던 찰나.“태, 태수 오빠. 여기요... 아, 하, 한 입 드셔보세요.”반대편에 앉아 있던 하루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그녀의 하얀 손에는 방금 막 대형 찜기에서 쪄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투명한 김치 만두 하나가 젓가락에 들려 있었다.어쩜 저렇게 정갈하고 예쁘게 빚었는지, 터질 듯이 얇은 찹쌀 만두피 속으로 새빨간 김치와 고기소가 훤히 비쳐 보였다.하루가 호호 입김을 불어 뜨거운 김을 식힌 뒤, 내 입가로 만두를 쏙 내밀었다.나는 미혜 누나의 따가운 눈흘김을 애써 무시하며, 하루가 내민 만두를 덥석 받아먹었다.“오.”입안에서 얇고 쫀득한 만두피가 터지며, 매콤하고 아삭한 묵은지의 식감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육즙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그 매콤함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으깬 두부의 담백함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기까지.단언컨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70화: 차원 도약 엔진과 김치 만두 1

    [부산 해안 방위사령부 아크 부대 지하 작전 회의실]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지하 회의실.거대한 원탁 중앙에 띄워진 홀로그램 패널 위로, 시퍼런 색깔의 3D 좌표 하나가 기괴하게 점멸하고 있었다.10년 전, 인류 유일의 SSS급 헌터 주지헌이 뇌전의 군주를 토벌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남겨놓은 궁극의 아티팩트.존재의 인과율 자체를 썰어버린다는 전설의 무기, ‘신살창 브류나크’가 잠들어 있는 위치.제2 군단장 이그니스가 죽고 방해 전파가 걷히자마자 기적적으로 드러난 그 좌표를 보며, 아크 부대 사령관은 마른세수를 연거푸 해댔다.“이건... 불가능해. 애초에 접근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공간 아닌가.”사령관의 탄식에,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던 삼천 그룹 수석 연구소장 신수지가 신경질적으로 볼펜을 딸깍거렸다.“불가능하죠.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저긴 지구의 하늘이나 바다가 아니니까요.”신수지가 홀로그램 패널의 좌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저 좌표가 가리키는 곳은, 10년 전 대해식 당시 차원이 찢어지며 생겨난 에러 공간입니다. 상하좌우의 개념이 없고, 중력도, 산소도, 물리 법칙도 통하지 않는 고립된 아공간. 이른바 ‘차원의 틈새, 제0 구역’이죠. 일반적인 비행이나 잠항으로는 백 년을 날아가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허상의 좌표란 말입니다.”회의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기껏 10년 만에 전설의 무기가 숨겨진 위치를 찾아냈건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상황.“그럼 어떻게 가는데.”내가 회의실 구석의 자판기에서 뽑은 미지근한 캔 커피를 따며 무심하게 물었다.“좌표가 떴으면 가는 길도 있을 거 아니야. 설마 여기까지 와서 못 간다고 손가락만 빨 건 아니지?”내 건조한 물음에, 신수지의 입가에 기괴하고도 광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그녀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번들거리며 내 옆에 서 있던 윤철수를 향했다.“철수 씨. 띄워요.”“예, 소장님.”철수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회의실 중앙의 홀로그램 화면이 레비아탄의 기체 설계도로 전환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69화: 염마의 완전한 소멸과 국밥 배식 2

    파일벙커의 쐐기 끝에 매달려 있는 전리품.승합차만 한 크기의 거대하고 순도 높은 화염 마석이, 주인을 잃었음에도 스스로 영롱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잘됐네. 마석 크기를 보니까, 며칠 동안 갈아 넣은 우리 집 공돌이들 수당은 충분히 나오겠다."나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실없이 웃었다.하지만 긴장이 풀리자마자 400퍼센트 오버클럭의 부작용이 해일처럼 밀려왔다.단전의 빙정 코어가 바닥을 드러내며 욱신거렸고, 전신의 근육과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삐비빅-! 지이잉-!그때, 내 손목의 스마트워치와 레비아탄의 통신 패널이 일제히 요란한 알람을 울리기 시작했다.지독하게 끼어들던 아날로그의 백색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깔끔하고 선명한 디지털 HD 통신망이 복구되는 소리였다.이그니스가 죽음으로써, 놈이 뿜어내던 전파 방해가 완벽하게 사라지고 도심의 모든 위성망이 정상화된 것이다.[하 준위! 하 준위! 내 목소리 들리나!]메인 암호화 통신망을 타고 아크 부대 사령관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콕핏을 울렸다.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며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방역 작업 끝났습니다. 벌레 새끼, 완전 연소시켜서 청소 완료했습니다."[오오! 하 준위! 자네가 해냈군! 자네가 또 이 도시를 구했어!]사령관의 호들갑스러운 외침 뒤로, 멀리 후방 방어선에서 전투의 결과를 숨죽여 지켜보던 S급 랭커들과 아크 부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선명하게 들려왔다.나는 콕핏의 조명을 어둡게 낮추며 나른하게 중얼거렸다."사령관님. 수거팀 보내서 이 마석 덩어리나 떼어가십쇼. 저는 이만 퇴근...""태수야-!!!!"내가 통신을 종료하려던 찰나, 먹통이 풀린 민간 주파수를 뚫고 들어온 아주 익숙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내 고막을 때렸다.파노라마 모니터를 통해 바깥을 내다보자, 처참하게 무너진 해안가 폐허 한가운데로 낡고 찌그러진 하얀색 봉고차 한 대가 미친 듯이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68화: 염마의 완전한 소멸과 국밥 배식 1

    콰아아아아아앙-!!!!!!!!!!!!내가 방아쇠를 박살 낼 듯이 당긴 순간.파일벙커의 거대한 챔버 내부에서 압축되어 있던 극한의 냉기가 일제히 폭발하며 끔찍한 파열음을 토해냈다.쾅-!거대한 강철 쐐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소닉붐을 일으키며 챔버를 튀어나갔다.[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이그니스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강철 쐐기가 놈의 단단한 갑주를 종잇장처럼 뚫고 들어가, 25미터 거인의 가슴팍 한가운데서 뜨겁게 박동하던 '염마의 심장' 정중앙을 자비 없이 꿰뚫어 버렸다.하지만 파일벙커의 진정한 파괴력은 단순한 관통에 있지 않았다."터져라."쐐기가 심장에 박힌 그 찰나.나는 방아쇠에 연결된 2차 폭발 트리거를 묵직하게 눌렀다.파가가가각- 쩌어어어억!!!!이그니스의 심장에 깊숙이 박힌 쐐기 끝에서, 챔버에 압축되어 있던 0K. 즉, 영하 273.15도의 절대영도 한기가 놈의 체내에서 직접적으로 폭발했다.몸속 가장 깊은 곳, 5천 도의 용광로와도 같던 놈의 심장부에서부터 시작된 급속 동결.[아, 아아아... 안 돼... 이 염마가, 이런 보잘것없는 쇳덩어리에게...!!]뜨거운 화염으로 이루어져 있던 이그니스의 신체가, 안에서부터 차갑게 굳어지며 흉측한 잿빛 얼음덩어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불길이 꺼진 놈의 입에서 뜨거운 마그마 대신 차가운 성에가 섞인 푸른 피가 역류해 쏟아졌다.죽음의 공포가 이 긍지 높은 심연의 군단장을 완전히 집어삼켰다.과거 남중국해에서 검은 번개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걸하듯 도망쳤던 그 끔찍한 기억.이그니스는 남은 마력을 쥐어짜 내어,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차원의 틈새를 억지로 찢어발기려 발악했다.쿠우우웅-!놈의 등 뒤로 판탈라사 제국의 본성으로 통하는 시퍼런 차원문이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자신의 심장을 찔린 채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육신을 버리고 사념만이라도 도망치려는 비참한 발악.하지만."어딜 도망가. 두 번이나 같은 수법에 당해줄 호구로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67화: 얼음과 불의 투혼 2

    조종간을 쥔 두 손목의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빠지지직- 쩌어어엉-!!!!내가 레비아탄의 팔을 바깥쪽으로 거칠게 쳐내자, 이그니스의 거대한 플라즈마 대검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중앙에서부터 허무하게 산산조각 나버렸다.무기가 깨지며 놈의 25미터짜리 거대한 상체가 무방비하게 앞으로 쏠렸다.가장 완벽하고 치명적인 빈틈.나는 이 찰나를 놓치지 않고, 복싱의 인파이터처럼 놈의 거대한 품속으로 완벽하게 파고들었다."템포 올린다. 뼈도 못 추릴 준비 해라."콰아앙-!레비아탄의 왼쪽 훅이 이그니스의 거대한 오른쪽 늑골 부위를 끔찍한 각도로 함몰시켰다.놈이 비명을 지르며 덩치를 비틀기도 전에, 뇌전 가속이 걸린 오른쪽 어퍼컷이 놈의 턱주가리를 수직으로 쳐올렸다.쾅-! 뻐어억-! 콰직-!클라이맥스 씬처럼, 압도적인 타격의 프레임이 미친 듯이 쪼개지며 쏟아졌다.등 뒤의 스러스터를 미세하게 컨트롤하여 위치 에너지를 주먹 끝에 실어 나르는 완벽한 타격의 연속.좌우 연타에 이어지는 무자비한 팔꿈치 내려찍기.기체가 공중으로 도약하며 놈의 명치에 꽂아 넣는 스러스터 가속 니킥.[크아아아악! 컥! 커흐윽...!]이그니스는 체급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방어조차 하지 못한 채, 무자비한 샌드백 신세가 되어 끔찍한 타격을 고스란히 받아냈다.놈의 자랑이던 흑요석 근육과 화염 장갑이 마치 싸구려 도자기처럼 쩍쩍 갈라지며 파편을 흩뿌렸다.타격이 꽂힐 때마다 주먹에 실려 있던 절대영도의 한기가 놈의 거대한 상처를 파고들어 마그마 혈관을 얼려버렸고, 보랏빛 뇌전이 내부의 마력 회로를 모조리 태워버렸다."이게 마지막이다!!!!"나는 놈의 흉부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한 마지막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콰아아아아아앙-!!!!!!!!!!!!폭발적인 굉음과 함께.25미터의 거대한 악마를 감싸고 있던 마지막 화염 흉갑이 완벽하게 박살 나며 산산이 흩어졌다.이그니스의 산만 한 거구가 해안가 모래밭에 처참하게 처박히며 수백 미터의 깊은 도랑을 파냈다.치이이이익-!!!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66화: 얼음과 불의 투혼 1

    "리미터 해제."딸깍.내 건조한 음성과 함께 조종간의 붉은 버튼이 묵직하게 눌렸다.[시스템 경고! 플렉소 일렉트릭 안전장치 해제! 코어 융해 위험도 실시간 상승!][출력 400퍼센트 오버로드 가동!]쿠구구구구궁-!!!!!!!!레비아탄의 심장부에서 터져 나온 굉음은, 지금까지의 기계적인 구동음과는 궤를 달리하는 기괴한 울음소리였다.마치 억눌려 있던 고대의 맹수가 사슬을 끊고 튀어나오는 듯한 끔찍한 포효.기체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보랏빛 뇌전이 일순간 팽창하더니, 이내 창백한 백색의 빛을 띠며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하게 번쩍였다.단전의 빙정에서 뿜어져 나온 극한의 한기가 400퍼센트의 뇌전과 충돌하며, 단순한 에너지를 넘어선 '양자 유체' 상태의 소용돌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레비아탄의 20미터 거구가 물리 법칙을 왜곡시키는 기괴하고도 신성한 백색의 아우라에 완벽하게 휩싸였다.[이, 이 기운은...?!]거친 숨을 몰아쉬며 흉터 재생을 시도하던 25미터의 거인 이그니스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거대한 발걸음을 뒤로 물렀다.놈이 뿜어내던 5천 도의 열풍조차, 내 기체 주변을 맴도는 백색 소용돌이에 닿자마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서리로 변해 얼어붙어 버렸다."어딜 도망가려고."쾅-!!!!내가 조종간을 아주 미세하게 기울였을 뿐인데, 레비아탄의 거구가 그야말로 공간을 삭제하듯 텔레포트하여 체급 차이가 나는 이그니스의 턱밑 코앞에 나타났다.관성도, 기체의 중량도 무시해버린 압도적인 뇌전 가속.[크아아아악!]경악한 이그니스가 반사적으로 양손을 교차해 거대한 화염의 방패를 전개했다.하지만 400퍼센트 오버클럭 상태의 레비아탄이 내지른 평범한 스트레이트는, 그딴 조잡한 마력 방패로 막아낼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콰아아아아앙-!!!!백색의 소용돌이를 두른 강철 주먹이 화염 방패를 종잇장처럼 뚫고 들어가, 이그니스의 흉부를 정면으로 후려갈겼다.뻐어어어억-!"크헉...!"이그니스의 입에서 시뻘건 마그마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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