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1. 지옥 속의 낙원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3 18:37:53

요양원 별관의 고립자들을 무사히 구출해 본관으로 인계한 후,

강태풍과 서나래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헤 들어간 곳은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쓰던 2층 공실 세탁실이었다.

사방에 거대한 업소용 세탁기와 건조기가 늘어선 그 곳은,

바깥의 살인적인 비바람 소리가 철제 외벽에 부딪혀

쿵쾅, 쿵쾅- 거리는 기묘한 드럼 비트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정전으로 인해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서나래는 젖은 의사 가운을 벗어 추위가 밀려왔지만,

그녀의 입은 쉬지 않았다.

"아니, 내가 붕괴 직전의 구름다리를 건널 때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

'아,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저 인간이 내 장례식장에

해경 제복 입고 와서 또 엄청 무게 잡겠구나' 딱 그 생각만 들더라구요."

강태풍은 묵묵히 자신의 주황색 구조 슈트 상의의 지퍼를 내렸다.

슈트 안의 티셔츠 역시 땀과 물로 범벅이었지만,

그의 단단한 가슴 근육과 넓은 어깨가 랜턴 빛을 받아 조각처럼 도드라졌다.

강태풍은 다치거나 찢어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31. 연실군 축제, 반지

    서울에서의 일상 복귀와 스펙터클했던 엘리베이터 고립 사건이 지나고 맞이한 주말.도훈과 수아는 연실군 지역 주민들의 간곡한 초청으로'연실군 재난 극복 감사 축제'에 귀빈으로 참여하게 되었다.연실군 현장에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강태풍 팀장과 서나래 의사 커플 역시축제 현장에서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남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축제장은특산물 먹거리 장터와 화려한 조명으로 북적였다.지역 주민들은 연실군의 영웅인 소방관 차도훈과 경찰 민수아 부부를 알아보며연신 음료수와 특산물 상자를 손에 쥐여주었다.축제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도훈과 수아는 시끌벅적한 장터를 벗어나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방파제 산책로로 향했다.해풍이 수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수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바라보다가,문득 자신의 왼손 약지를 만지작거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연실군 격류 수색 작전 당시 수아는손가락에 끼고 있던 두터운 예물 금반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도훈 몰래 속상해하고 있었던 참이었다."왜 그러십니까, 민 순경? 연실군 바다 보니까 지난번 수해 복구할 때 생각나서 그업니까?"도훈이 슬그머니 다가와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아니요…… 실은 차 반장님한테 미안해서요. 우리 결혼식 올릴 때 맞춘 예물 반지 말이에요. 지난번 연실군 출동 때 수색하다가 바다에 빠뜨려서 잃어버린 줄 알았거든요.서울 돌아가서 다시 맞추려고 했는데……."수아가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자, 도훈은 허허 웃으며 점퍼 안주머니로 손을 넣었다."당신 진짜 바보입니까, 민수아 순경? 내가 소방관에 정밀 수색 전공인 거 잊었습니까? 민 순경이 수해 현장 임시 대피소 탈의실에 반지 벗어두고 그냥 나온 거, 내가 챙겨서 내 방화복 안주머니에 소중히 보관해 두었습니다."도훈이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비단 주머니를 열자,석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정식 예물 금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수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어? 이거 내 반지 맞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30. 철문 너머 고백

    "차 반장님! 안에 있어요?! 문이 완전히 잠겼어요!"외부에서 전원 차단 장치를 점검하던 수아는 비명을 지르며 두꺼운 철문을 두들겼다."어이, 민 순경! 나 여기 갇혔습니다! 제어반 전원이 완전히 나가서 안에서 안 열려요!"도훈의 목소리가 철문 너머로 둔탁하게 들려왔다.관리실에서 마스터키를 가져오려면 최소 30분은 걸리는 상황이었다.결국 수아는 문 아래쪽 비상 통기구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사방이 고요해진 복도, 두터운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만의 격리된 공간이 완성되었다."차 반장님, 많이 답답해요? 어깨는 괜찮고요? 아까 아이 구하느라 무리하게 힘쓰던데……."수아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철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 도훈이 나직하게 숨을 뱉었다."민수아 순경! 나 멀쩡합니다. 근데 문 너머에서 민 순경 목소리 들리니까 되게 좋습니다. 꼭 지난번 연실군 격류 때 창고에 둘이 갇혀 있을 때 생각도 나고."도훈의 음성이 철문을 타고 부드럽게 스며들었다."민 순경, 내가 왜 이렇게 계속 능청스럽게 구는지 아십니까? 소방관이란 직업이 그렇잖아요. 오늘 살아서 퇴근해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연실군에서 민 순경 손 놓칠 뻔했을 때 내 심장이 터져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잠시 숨을 고른 도훈이 진지하게 덧붙였다."그래서 난 정식으로 식 올리고 민 순경이랑 부부가 된 지금도, 단 1초도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일 후회하기 싫어서. 그러니까 마누라님, 밖에서 너무 무뚝뚝하게 남편 밀어내지 좀 마십시오."도훈의 뼈 때리는 진심에 수아의 가슴이 뭉클해졌다.수아는 철문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짚었다."도훈 오빠…… 저 오빠 밀어낸 거 아니에요. 그냥 남들 앞이라 쑥스러워서 그랬죠. 내 등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오빠라서 매일 얼마나 감사하고 살아가는데……."30분 후, 관리실 직원이 달려와 마스터키로 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온 도훈은수아의 손목을 낚아채 비상구 계단 으슥한 곳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29. 달콤한 조우, 고립과 위기 상황

    수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헬멧을 고쳐 쓰며 도훈을 향해 쏘아붙였다."경찰로서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차 반장님이야말로 가스 점검이나 확실히 하세요.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하니까요."공적으로 딱딱하게 대하는 수아의 태도에 도훈은 오기가 발동했다.도훈은 취객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는 수아의 뒤를 바짝 따라가,그녀의 귀가에 고개를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민 순경, 아까 주먹 피할 때 뒤태 되게 멋있더군요? 근데 다음부터는 그런 위험한 놈 상대할 때 남편 좀 부르십시오. 나 소방관이라 무식한 멧돼지 잡는 게 전공이잖습니까."도훈의 갑작스러운 밀착과 간지러운 칭찬에수아는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수갑 열쇠를 떨어뜨릴 뻔했다."아, 진짜 일하는 중이니까 저리 가세요!"수아가 순찰차 문을 쾅 닫으며 도훈을 노려보았지만, 이미 그녀의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애간장 태우는 밀당이 이어지던 중,두 사람이 제대로 엮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터졌다.주말 오후, 수아는 노후된 아파트 단지에서엘리베이터가 오작동으로 멈춰 승객들이 고립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하필 현장에 도착한 119 구조대가 바로 도훈의 팀이었다.아파트 7층 복도,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마주쳤다.도훈은 대형 유압 개방기를 들고 있었고, 수아는 주민들을 통제하며 안전선을 구축했다."안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도훈이 진지한 소방관의 눈빛으로 물었다."아이 한 명과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내부 환기구가 막혀서 공기가 희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서둘러야 해요, 차 반장님."수아의 다급한 설명에 도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도훈은 즉시 유압 개방기를 문틈에 끼워 넣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기계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서서히 벌어졌다.연실군에서 다쳤던 어깨에 무리가 가는지 도훈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수아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평소엔 짓궂게 장난치다가도 현장만 오면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28. 시장통 유도3단의 업어치지

    다음 날, 수아는 서울 지구대 주간 근무로 완벽히 복귀했다.연실군에서의 치열했던 영웅담은 잠시 가슴에 묻어두고돌아온 서울의 치안 최전선은 여전히 자잘한 사건 사고들로 들끓고 있었다.오후 3시 무렵,관내의 오래된 전통시장 입구에서 덩치 큰 취객이 상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며리어카와 과일 상자를 부수고 있다는 긴급 신고가 접수되었다.수아는 사수와 함께 즉시 순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출동했다.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100kg은 족히 나가 보이는 거구의 남성이 깨진 막걸리병을 손에 든 채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다 비켜! 내가 이 시장 우두머리야!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사람을 물로 보네! 내가 다 엎어버릴 테니까 따라와 봐!"수아는 신속하게 순찰차에서 내리며 확성기를 들었다."선생님, 진정하시고 들고 계신 위험물 내려놓으세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하지만 술에 취해 눈이 뒤집힌 남성은 수아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뭐야? 이 조그만 여자 경찰이 어디서 지적질이야!"남성은 들고 있던 막걸리 병을 수아를 향해 거칠게 집어던졌다.병은 수아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 뒤편 벽에 부딪혀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다.수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서늘하게 변했다.연실군 사선의 격류 속에서도 살아남은 유도 3단 민수아 순경이었다.취객이 커다란 주막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수아에게 돌진해 왔다.수아는 가볍게 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남성의 오른팔을 전격적으로 낚아챘다.그리고 파고들어 중심축을 무너뜨리며 제 특기인 전방 업어치기를 시원하게 꽂아버렸다."콰당-!!"거구의 취객이 시장 바닥으로 웅장한 소리를 내며 메쳐졌고,순식간에 구경하던 상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수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성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한 뒤 깔끔하게 수갑을 채웠다.상황을 정돈하고 숨을 고르는데, 시장 골목 저편에서 낯익은 소방 펌프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멈춰 섰다.취객이 난동을 부리는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27. 골목길 눈치 싸움

    삼겹살집 뒤편, 가로등 불빛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좁고 한적한 골목길.도훈은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술기운이 살짝 올라왔는지 그의 단단한 뺨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수아가 주변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리며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도훈의 시선이 번개같이 그녀에게 꽂혔다."왜 부릅니까, 차 반장님? 대원들이나 지구대 식구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수아가 팔짱을 끼며 짐짓 엄격한 척 소리쳤지만,밤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남편의 훈훈한 비주얼을 마주하자 가슴이 제멋대로 뛰었다.도훈은 한 걸음 다가와 수아의 앞에 섰다.190cm에 육박하는 덩치 차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수아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안에서 보니까 민 순경 고기만 먹고 술은 또 왜 그렇게 급하게 마십니까? 속 다 버리게. 그리고 누가보긴 뭘 봅니까? 민 순경이랑 나, 식까지 올리고 정식으로 도장 찍은 부부인 거 강남소방서랑 지구대에 소문 다 나고 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데..."도훈이 주머니에서 따뜻한 매실 음료 캔을 꺼내 수아의 차가운 뺨에 슥 갖다 대었다.밤바람 속에 닿은 따뜻한 온기에 수아는 움찔하며 캔을 받아 들었다."소문난 건 소문난 거고! 다 알아도!! 방금 안에서 팀장님이랑 대장님이 결혼식장 맹세 이야기하면서 놀리는 거 못 들었습니까? 아주 창피해서 소주가 코로 들어가는 줄 알았습니다."수아가 캔을 찰칵 소리 나게 따며 톡 쏘아붙이자,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수아에게 한 걸음 더 밀착했다.이제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한 뼘 남짓이었다.도훈의 단단한 체온과 달콤한 소주 향이 섞여 들자 수아는 숨을 흡 들이켰다."창피하긴 왜 창피합니까. 등 뒤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거 사실인데. 연실군 격류에서 민 순경 구하고 식장까지 들어간 내 공로는 다 어디 가고, 서울 오자마자 남편 취급도 안 해줍니까?"도훈이 고개를 숙여 수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겼다.도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226. 서울복귀, 환영회

    연실군에서의 치열했던 합동 대출동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마침내 원래 근무지인 서울로 복귀하게 된 강남소방서 차도훈 반장과 서울 지구대 민수아 순경.이미 식까지 올린 정식 부부였지만,연실군이라는 오지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돌아온 두 영웅을 기다리는 것은달콤한 신혼 생활이 아닌 밀린 업무와 각 조직의 엄청난 환영 인파였다.도훈이 소속된 강남소방서와 수아가 소속된 서울 지구대는두 사람의 무사 생환과 공로를 축하하기 위해 아예 대규모 합동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소방서 앞 오래된 삼겹살집은 양측 대원들로 가득 들어차삼겹살 굽는 냄새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도훈은 연실군 격류에서 다친 어깨에 가벼운 보호대를 착용한 채,왼손으로 잔을 들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분위기를 주도했다.그 맞은편에 앉은 수아는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서 입 가득 집어넣고 있었다.결혼식까지 치른 정식 부부인데다, 이번 연실군 재난 현장(태풍 '나비')에서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완벽한 호흡과 서로를 향한 애정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덕분에,회식 자리의 놀림거리는 온통 두 사람 차지였다."야, 차 반장!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 연실군 마이크 잡고 마누라한테 심장 지분 어쩌고 하면서 유별을 떨었냐? 아주 신혼티를 전 국민한테 팍팍 내고 왔어!"소방서 팀장이 껄껄 웃으며 도훈의 성한 쪽 등을 툭 쳤다.도훈은 다친 어깨를 부여잡는 시늉을 하며 수아를 쓱 바라보았다."에이, 팀장님. 다친 사람 쳐서 덧나면 저희 제보자 겸 마누라님이 밤새 속상해하십니다. 안 그래요, 민 순경님?"도훈이 대놓고 뻔뻔하게 윙크를 날리자, 테이블 곳곳에서 야유와 환호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수아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상추쌈을 간신히 삼키며 얼굴을 붉혔다."아, 진짜 차 반장님! 공적인 회식 자리에서는 직함으로 부르고 사적인 농담은 자제해 주십시오!"수아가 무안함을 숨기려 딱딱하게 선을 그으려 하자, 이번엔 지구대장이 거들었다."에이, 민 순경.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