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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作者: 결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8 12:08:25

다시 눈을 떴을 땐 옆에 누워 자고 있는 낯선 인물에 당황했던 수현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는 사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아빠 안 잔다.”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사람의 말에 몸을 움찔 떤 수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에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장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누적된 피로 때문에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 

“아빠 아직 안 잔다고.”

다시 들린 소리에 결국 손을 떼고 몸을 멀직이 움직였다. 막다른 곳에 앉아 있던 탓인지 얼마 못 가 등 뒤에 닿는 책장의 감촉이 느껴졌다. 경계심을 갖고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아까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어 잠이 든 건지, 아까처럼 눈만 감고 있는 건지 구분되지 않았다. 수현 혼자만 긴장되는 대치가 한참 이어지다가 끝이 난 건 낯선 사람이 눈을 뜨고 수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너무 잘생겨서 시선을 못 떼겠어?”

잔뜩 굳어 있던 몸에 긴장이 풀린 건 한순간이었다. 아까 했던 말도 그렇고,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았다. 수현은 잠시 고민했다. 이 미로에서 혼자 다니는 것과 정신 이상자와 함께 다니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이득인지.

“누구세요?”

“네 아빠다.”

고민은 짧았다. 몸을 일으킨 수현은 그대로 누워 있는 사람을 지나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려 했다. 이 상황에 아빠 타령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혼자 고립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걸음 걷자 바로 뒤로 따라붙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또 몇 걸음을 떼자 따라오는 소리에 손바닥을 내밀며 저지했다.

“따라오지, 아니, 미친!”

수현은 제가 내민 손바닥에 본인의 손바닥을 겹치는 행위에 소름이 돋아 손을 뿌리치며 바지에 벅벅 닦았다. 오랜 시간 혼자 돌아다녔던 이 정신 나갈 것 같은 미로보다, 현재 마주친 사람과의 짧은 시간에 정신력이 더 빨리 마모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가는 길 찾지, 너.”

제 손이 더러운 오염물 취급을 당하는데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지 여상한 투로 내던져진 질문에 손바닥이 벌개질 정도로 문지르던 수현의 행독이 뚝 멈췄다. 마치 나가는 길을 안다는 듯한 말에 진위를 판단해보려 눈을 빤히 쳐다봤지만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가는 길 알아요?”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되게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는 행동에 수현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넘어가면 지는 거라는 생각으로 목 끝까지 차올랐던 욕을 간신히 내려앉힌 수현이 이를 꽉 물었다. 미친놈은 매가 약이라는 생각과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을 번갈아가며 고민하던 찰나, 

“여기 책들은 얼마나 읽어봤어?”

수현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기에 온 지 얼마나 됐어?”

수현은 입을 잠시 뗐다가 붙였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는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알 수 없었다. 

셀 수 없었다. 

낮과 밤이 없는 이 책장 미로에서 졸리면 자고 일어나서 출구를 찾으며 책을 읽고 또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자고 읽고…

왜 이런 상황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던 거지? 내가 도대체 얼마나 여길 돌아다녔던 거지?

어?

그동안 무언가를 섭취한 적이 있었나?

…내가 왜 여기 있지?

과부화에 걸린 머리는 생각이라는 걸 멈췄다. 수현은 눈 앞에 보이는 끊임 없이 이어진 책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리를 쾅 박았다. 그 행위는 몇 번이고 이어졌다. 으깨진 머리에서 피가 흐르다 못해 여기저기 튀었다. 그러다 더이상 버티지 못한 몸이 넘어갔다. 사방에 튄 피와 수현의 몸이 티비의 회색화면처럼 지직거리더니 서서히 사라졌다.

“아, 가버렸네.”

수현의 행위를 바라만 보던 소라한의 감상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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