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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Penulis: 결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18 12:08:30

인간은 그것들을 괴물, 외계인, 신 등으로 불렀다. 그 중 ‘신’이라는 지칭에 웃음이 나왔다. 신이라니. 그런 흉측한 괴물 따위를 믿고 숭배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보란듯이 전시하는 존재들.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

나타난 그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입이 찢어지고 몸이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머리가 분리되고 입안에 굴러다니다 가차없이 내뱉어지는 뼛조각이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밟혀 가루가 된다. 

이 글은 읽는 당신들에게 다시 묻는다.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

소라한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은 후 만족의 한숨을 쉬며 책을 꼭 껴안았다. 너무 좋아 견딜 수 없는 것을 참지 못 하고 끌어안는 듯한 행위였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소라한의 지론이었다. 범재는 천재를,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했던가. 소라한은 그 중 즐기는 자에 속했다. 포옹으로 짧은 작별을 건낸 후 책장에 책을 꽂아넣고 바로 옆에 있던 책을 꺼내들었다. 배가 고프지도, 졸리지도 않은 이 공간은 마치 소라한을 위한 선물 같은 공간이었다. 

처음 눈을 떴을 땐 이곳 저곳 돌아다녀봤지만 이내 다시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가 차례대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글이란 글은 다 쓰여 있는 듯 했다. 소설이나 시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혼자 써내려 간 일기나 댓글, 신문, 잡지글 등등…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글은 인터넷에 등록된 것들만 기록된 것 같다는 점이다. 책의 순서에 연도도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 쓰여 있던 ‘즐’이나 ‘뷁’이라는 단어를 보고 한참 웃었던 적도 있었다. 

행복해! 

텅 빈 공간에 소라한의 목소리만이 쩌렁쩌렁 울렸다.

-

소라한은 또 다시 한참을 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종종 사람을 마주치긴 했지만 나름 농담이라고 한 말에 화를 내고 질문 몇 번에 혼자 발광을 하다 사라져버려 재미가 없었다. 토론할 상대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혼잣말을 툭 내뱉은 소라한은 다음 책을 꺼내들었다.

거기 당신! 나가는 길을 찾고 있나요? 걱정 마세요. 포인트를 쌓아 출구와 교환하시면 됩니다.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세 번째 칸의 두 번째 책을 꺼내 답을 구하시오. (5점)

가끔 이런 책이 섞여 있었다. 적혀 있는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백인 종이 뿐이라 소라한은 흥미가 없다는 듯 책을 덮어놓고 바로 옆 책을 꺼내었다. 

스도쿠가 적힌 책이었다. 굳이 지문대로 행하지 않아도 계속 읽다보면 문제가 적힌 책이 나왔다. 그때 풀면 된다. 아마 지금 꺼낸 책도 언젠가 읽었던 책의 문제였을 것이다. 

소라한은 책을 펼치자마자 어느새 손에 들려 있던 연필로 빈칸을 채워나갔다. 연필을 쥔 손은 망설임 없이 숫자를 채워나갔다. 마지막 페이지의 숫자까지 다 써넣은 후 후련하게 책을 덮자 홀로그램처럼 눈 앞에 숫자가 떴다. 한 권의 문제를 풀며 걸린 시간과 누적된 포인트같았지만 소라한은 무신경하게 책을 다시 꽂아넣었다. 

눈 앞에 뜬 홀로그램과 손에 쥐고 있던 연필이 사라졌다. 

순간 소라한에게 큰 깨달음이 찾아왔다. 출구와 ‘교환’하라고 했던 그 문장. 이 수많은 책에서 읽었던 것 중 판타지 소설에서 보았던 시스템과 결이 비슷하지 않은가? 잠시 고민하던 소라한은 상태창, 하고 읊조렸다. 잠시의 정적과 함께 두 눈 앞이 붉게 물들었다.

접◼︎◼︎ 수 ◼︎는 등◼︎입니◼︎.

깨진 글자가 눈 앞에 몇 번 반짝이더니 사라졌다. 소라한은 흐으음, 연극을 하듯 과장된 제스처로 턱을 쓸었다.

“상점.”

접◼︎할 ◼︎ ◼︎는 ◼︎◼︎입니다.

“인벤토리.”

◼︎◼︎할 수 없◼︎ ◼︎◼︎◼︎니다.

몇 번의 번쩍거림을 보던 눈이 금방 피로해졌는지 두 눈을 꾹 감았다 뜬 소라한은 마지막이라는 듯 툭 내뱉었다.

“교환?”

관리자가 1:1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출구’와 교환을 수락 하시겠습니까?

“아니.”

대답과 동시에 눈 앞에 떠 있는 문구가 사라졌다.

“교환.”

관리자가 1:1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출구’와 교환을 수락 하시겠습니까?

“아니.”

-

“교환.”

 

관리자가 1:1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출구’와 교환을 수락 하시겠습니까?

“아니.”

소라한은 책을 읽으면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읽고 있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옆에는 소라한의 앉은 키를 훌쩍 넘을 정도의 책이 몇 권이고 쌓여 있었다. 이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읽은 책들이었다.

“교환.”

관리자가 1:1 ◼︎◼︎를 신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드디어. 

소라한이 씩 웃으며 눈 앞에 뜬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 수락 좀 해 주세요

> 님 때문에 자꾸 오류 나잖아요

“출구 말고 다른 거 줘.”

> ㅇㄴ 안 나가고 싶어요???

> 뭐 원하는데요

“사다리.”

> 네???? 뭔 사다리타령이야 

“위에 읽는 책들도 읽고 싶은데 손이 안 닿네.”

> 아니;;; 진짜 미친새끼인가???????

> 그만 읽고 좀 나가라고

> 님 때문에 지금 ◼︎◼︎◼︎◼︎ ◼︎◼︎◼︎◼︎ ◼︎◼︎◼︎

> 하… 씨발…

관리자가 퇴장했습니다.

‘어디까지 늘어나는 거예요? 사다리’가 지급됩니다.

소라한의 눈 앞에 사다리가 뚝 떨어졌다. 겨우 세 칸 정도로 작은 나무 사다리였다. 소라한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눈썹을 까딱 올렸다 내리며 교환이라고 몇 번이고 되내었지만 관리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이따 문의해 달라는 문구만 뜰 뿐이었다. 한숨을 내쉰 소라한은 사다리를 주워들었다.

‘어디까지 늘어나는 거예요? 사다리’를 습득하셨습니다.

- 손오공의 여의봉을 만든 장인의 기술을 훔쳐다 만들어낸 사다리. 줄었다 늘릴 수 있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글쎄? 최고 기록에 도전해 보세요!

소라한은 이 장소에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육성으로 소리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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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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