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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作者: 결설

1화

作者: 결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8 12:08:16

먹이사슬 가장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당신이 지금 떠올린 모든 것들은,

다 틀렸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벌어지며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정확하게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개체인가를 깨달았다.

-

참사가 일어난 후 피로 쓰인 규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최우선시 되는 일이다. 비인도적인 조항에 반대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게 지금의 세상인데 남의 목숨까지 챙기며 살아가기엔 삭막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위 단체가 있는데, ’아이들의 집’ 모임이다. 

이들이 내거는 조건은 단 하나다. 이름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이들을 지키자는 간단한 조건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가장 커지는 날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또는 만 7세 나이의 아이들에게 진행되는 시험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참사 발생 이후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능력이 생기고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우왕좌왕 하던 분위기에서 체계가 잡히고 그것이 곧 국가적 힘이 되며 정치판에 이용 당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체계가 어느정도 잡힌 후 연구가 시작되고서는 차마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일들의 반복이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잡아다 생살을 가르고 꼬매고 자르고 붙이고 극한의 상황까지 낱낱이 파해지며 오랜 연구가 진행되던 중, 가까스로 연구실을 탈출한 한 사람의 고발로 이 일이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 

그 연구로 인해 많은 성과를 내었지만 역겨울 정도로 세세하게 쓰여진 과정 때문에 국민들의 뭇매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이후 전국적으로 유아 납치 사건과 유기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유아기 때부터 아이가 능력자인지 아닌지를 밝혀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 때문이었다. 결국 정부는 국민의 분노에 붕괴되기 직전까지 갔지만, 길드의 탄생과 함께 개정된 법안으로 상층부가 물갈이 되는 형식으로 존재를 지킬 수 있었다.

‘모든 국민은 만 7세가 될 때 능력 검사를 받는다.’

‘만 7세가 되기 전 그 어떤 능력 검사도 할 수 없다.’

이 두 개의 법은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능력자인 게 밝혀지면 능력자로의서 의무를 다해야 했기에 가족과 헤어지고 훈련 시설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전국민적으로 시행된 검사에 난데없이 생이별을 겪고 남겨진 가족들은 점차 커다란 조직으로 불어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되자 다른 법들이 점점 추가되었다.

능력의 유무에 따라 일반 학교와 능력자 학교로 정해지고, 교육 커리큘럼은 비슷하지만 능력자 학교에서는 참사 때와 더불어 능력에 관한 지식을 배운다. 

중학교로 올라갈 즈음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세세한 검사를 하고 진학할 학교가 한 번 더 갈리게 된다. 

이때부터 능력자들의 모든 교육 과정은 극비로 붙여진다. 각 국가들은 희귀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 유입을 위해 다른 국가까지 눈을 돌렸고 남몰래 빼돌리는 것에 기꺼이 천문학적인 금액과 힘을 들였다. 

잘 키운 능력자 하나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때문에 능력자로 분류되는 순간 모든 정보의 보안 단계가 높아지며 희귀한 능력을 지녔다 판단된다면 본인도 모르게 성인이 되어 국가 기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든 전산 시스템에서 정보가 사라지며 수기로 작정된 자료로만...

 “…존재하게 된다.”

말같지도 않은 판타지같은 소설에 수현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금방 풀었다. 적막함을 견디려 일부러 소리내어 읽던 책을 제자리에 넣어두고 그 옆에 있는 책을 꺼내든 수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 책장들 사이에서 한숨을 푹 쉬었다.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책장으로 형성된 공간은 마치 미로를 연상시켰다. 무작정 이동하다 막혀 있는 길을 마주하기만 수십 번, 또 마주친 막다른 길에 결국 지쳐 구석에 잠시 앉아 있는다는 것이 그대로 잠에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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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21화

    센터의 전기가 다 나갔는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는 길이 꽤 멀었다. 중간에 건물이 한 번 더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발생했지만 누구 하나 크게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소라한은 이 곳까지 이동하면서도 계속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는 둘째 치더라도, 사람 몸에서 불꽃이, 번개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주에게서 들은 내용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니 그러려니 했다. 소라한 스스로 겪은 일들도 가상에 공간이지 않았는가.하지만 현실에서도 능력을 쓸 수 있는 거라면?강우주는 현실에서도 온갖 무기로 괴물과 싸울 수 있는 것인가?그렇다면 소라한 본인은 도대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어째서 이 곳에 오게 된 것인가?“너 아까…” “어?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조현진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아마 아까 하려던 말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것 같았다. 소라한은 어제부터 계속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많이 읽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머리가 좀 좋은 거? 그건 이 곳에 있는 연구원들도 그럴 것이다. 괜히 연구원이겠나.“조현진.” “아까부터 왜 자꾸 부르고 난리야?” “뜨거운 커피를 빨리 마시기 위해 같은 온도 같은 양의 우유를 넣는 것이 금 조각을 넣는 것보다 효과적인 이유는 뭐 때문이라고 생각해?” “뭔 소리야?” “끝까지 들어봐.” “1번 에너지. 2번 비열. 3번 열량. 4번 일.” “2, 2번 비열?” “멍청이는 아닌데…” “야! 너 뭐라 했냐?”언젠가 책에서 봤던 문제를 낸 소라한이 갑작스럽게 낸 문제에도 정답을 말한 조현진을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머리가 좋다는 전제는 이렇게 제외되었다.한참을 걸어 드디어 지하 벙커에 도착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행히 지하에는 예비 전력이 돌고 있었는지 불이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섰다.“어느 정도 인원이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20화

    소라한은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책에서 읽어본 적 있었다. 마치 아침에 지각을 했을 때 느낀다는 그 개운함이었다. 밖에서 참새들이 짹짹 울어대는 것 같았다.“야, 소라한 아직도 자냐? 넌 어떻게 된 게 맨날 늦잠… 이 아니고 일어났네?”문이 벌컥 열리며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조현진이 나타났다. 조현진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밖을 가리켰다.식당을 가는 길에 있는 샤워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만 마친 소라한이 축축하게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앞머리를 조현진을 향해 탈탈 터는 장난을 반복하며 걸었다. 조현진은 팔짝 뛰며 소라한을 피해 달아났다. 그들을 지나쳐가는 사람들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부딪히지 않게 피해갈 뿐이었다.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긴급 상황 발생. 코드 레드. 코드 레드. 모든 인원은 지하 벙커로 대피하십시오. 다시 한 번 안내 드립니다. 긴급 상황 발생. 코드 레드. 코드 레드. 모든 인원은 지하 벙커로 대피하십시오.”그런 줄 알았다.밝은 햇살이 들어오던 창문에 방범창이 서서히 내려앉으며 빛을 가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소라한과 조현진은 복도 한 가운데에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조현진은 이 곳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원이라 상황을 몰랐고, 소라한은 그냥 아무것도 몰랐다.“뭐, 뭐야? 뭔데? 지금 무슨 일인데!”다들 대피하느라 바빠 조현진의 물음에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일단 우리도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어? 어. 그러자.”소라한의 말에 조현진이 몸을 돌려 사람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근데 넌 왜 아무것도 몰라?” “뭐가?” “코드 레드가 뭔데?” “...”교육 때 차마 졸았다고 죽어도 말하지 못 할 조현진은 그냥 소라한을 무시하기로 했다. 소라한은 조현진이 저를 무시한 줄 모르고 몇 번을 물어보다 포기했다.그때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사람들이 넘어지며 여기저기서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19화

    눈을 뜬 이후로 교육실이란 곳에 처음 들어온 소라한은 휙휙 소리가 날 것처럼 고개를 돌리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책상과 의자밖에 없는 삭막한 곳에서 뭘 그리 구경하겠다고 눈까지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건지 강우주는 소라한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소라한의 방에 다녀오면서 소라한이 이곳에 지내며 거의 갇혀 지냈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우주는 산책 나온 개처럼 휘젓고 다니는 소라한을 풀어놓고 익숙하게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구경을 마친 소라한이 강우주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조현지가 자리에 앉은 소라한까지 확인한 후 둘에게 태블릿처럼 생긴 기기를 나누어 주었다.“소라한 씨는 처음이니 사용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조현지가 소라한의 앞에 서서 기기를 들어보였다.“옆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켜집니다. 이걸 누르면 카메라가 켜지는데 여기에 맞춰 책의 페이지를 찍으면 됩니다.”혼자 설명을 마친 조현지는 그대로 쌩 뒤돌아 맞은편 자리로 가 앉았다.“파트너와의 호흡 3쪽을 펼쳐 페이지를 찍으십시오.”소라한과 강우주가 조현지의 지시를 따랐다.“오…”기기의 화면에 영상으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화면 위 360도 입체적인 화면으로 송출되었다. 엄청난 신문물에 놀란 소라한이 감탄사를 내뱉었다.재생되고 있는 화면에는 폐허가 있었다. 그 곳에 두 명이 서로의 몸을 지지대삼아 넘어가기도 하고 등을 맞대고 뒤를 맡기기도 하며 격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허공에 대고.일부러 지운 건가? 소라한이 생각했다. 주먹에 무언가 맞은 것 같은 타격감이 드는데 반대편엔 아무것도 없었다. 소라한은 힐끔 강우주를 쳐다봤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우주는 익숙해보였다.“근접전은 본인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어입니다.”조현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상이 멈췄다. “특히 혼자가 아닌 둘이 있을 때,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있을 때 효과는 배가 되죠.” “질문!” “네, 소라한 씨.” “누구랑 싸우는데?” “적입니다.” “적이 누군데?” “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18화

    강우주는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조현지의 조언을 떠올리며 꾹 참아냈다. 처음 또라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였다. 긴 세월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점수를 많이 얻었던 것도 천재들이 나타나면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고 했다.하지만 사다리를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책 미로라는 곳에서는 인터넷에 제공되어 있는 수많은 문서들이 저장되어 있는데, 위로 갈수록 중요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당연히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안일하게 배치한 결과 소라한이 얻어낸 사다리로 국가 기밀들을 보게 되었다는데, 소라한은 이를 되게 흥미 없게 여겼다고 한다.이때부터 조현진은 소라한을 부를 때마다 또라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이고 다녔으며 이제는 그게 이름처럼 붙어버리게 된 것이다.그리고 강우주는 조현진의 마음을 이해했다. 잠깐의 대화로 깨달은 것이다.“젓가락질은 저와 교육 파트너가 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 하자.” “…” “이제 알려 줄래?” “…잡고 있는 건 정석으로 잘 잡고 있어요.”조현진은 앞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인지 소라한과 다른 과의 또라이가 하나 더 나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하긴, 이런 이런 곳에서 빠르게 통과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이 없긴 했다.-“말 잘 듣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어디 또 도망가지 말고. 어? 내 말 듣고 있어?” “응, 빨리 가. 잘 가. 안녕.” “얘 감시 좀 잘 해 줘. 틈만 나면 도망가는 게 특기니까.” “그래.”조현진은 이제 강우주의 교육파트가 된 소라한을 조현지에게 맡기며 관리실로 돌아가려 했다. 방과 밥만 있던 루트에 교육이라는 새로운 것이 들어와 들뜬 소라한의 귀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게 조현진의 눈에도 보여 불안했다.조현진은 몇 번이고 조현지에게 부탁 후 어렵사리 발을 떼었다. 소라한이 붕붕 뛰며 조현진에게 팔을 크게 휘두르며 인사했다. 퍽 어린애같은 행동이었다.“이제 뭐 할까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17화

    소라한은 조현진에게 끌려 식당에 도착했다. 이 곳에 온 뒤로 정말 재미 없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나눠 받은 책을 보기는 커녕 밥 방 밥 방 도망치기 잡히기 밥 방 밥 방이 다였다. 소라한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조현진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렸다.사람이 몰려 있는 자리로 가다 또 잡힌 소라한은 다시 조현진을 따라 구석에 사람이 없는 텅 빈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젓가락질로 멸치 반찬을 집을 때였다.“안녕하세요.”소라한의 옆자리에 누군가 다가와 앉았다.“엥?”소라한은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소라한을 피하기 바빴는데 스스로 다가온 사람은 처음이었다.“소라한 씨 맞으시죠?” “아는데 왜 말을 걸었지?” “강우주입니다.”소라한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강우주는 자기소개를 마쳤다.“다름이 아니라 교육 파트너를 찾고 있는데, 소라한 씨는 교육 파트너를 정하셨나요?” “무슨 파트너?” “교육 파트너요.” “그게 뭔데?”소라한과 강우주의 고개가 동시에 조현진에게 돌아갔다. 조현진은 숟가락을 든 상태로 굳어 있었다. 만화처럼 식은땀이 뿅뿅 솟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둘은 동시에 생각했다.까먹었구나.조현진은 숟가락은 테이블 위에 소리가 나게 탁 올려 놓더니 변명을 시작했다.“아니! 까먹은 게 아니라!”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너, 너는 기억이 없잖아!” “기억이 없어요?” “그… 그… 그래가지고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준 거야!” “말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조현진은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입을 붕어처럼 몇 번 뻐끔거리더니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인정해야 했다. 까먹은 거 맞다. 결국 소라한은 방과 밥밖에 없었던 일상에 교육이라는 일을 하나 쟁취해 낼 수 있었다.“그럼 다시 얘기해 볼까? 교육 파트너가 뭔데?” “기억 없다는 것부터 얘기하고 싶은데요.” “쉽게 안 넘어오네.”소라한은 다시 멸치를 집는 것에 집중했다. 기억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16화

    강우주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괴물의 울음도, 그 무엇 하나 들리지 않았다. 깊게 잠들어 있는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강우주는 깨달았다.탈출했다. 그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의 감정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주먹을 꽉 쥔 탓에 링거를 따라 피가 역류되어갔다. “힘 푸세요.”그때 강우주의 옆에 누군가 나타나 링거를 조절하며 말을 걸었다.“19시 24분. 강우주 기상.”사무적인 목소리로 종이에 넣어 넣더니 강우주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줄 꼬이지 않게 따라오세요.”강우주는 수많은 질문을 삼키고 발을 내딛었다. 발 밑에는 자로 잰 듯 딱 맞는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이번 기수 얘기 들었어?” “어, 또라이랑 엘리트?” “그리고 담당자들.” “아… 조현진이랑 조현지?” “받침 하나 차이인데 어떻게 성격이 그렇게 다르냐.” “야야, 쉿 조현지 지나간다.”긴 머리를 깔끔하게 한 데로 묶은 조현지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뒤로 강우주가 따라가고 있었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쥐어뜯는 습관이 있어 여기저기 머리가 뻗어 있는 조현진과는 전혀 다른 행색이었다. 또한 조현지는 조현진과 같이 들어왔지만 능력을 인정 받아 관리실에서 빠르게 나온 타입이었다. 조현진과 조현지가 맡은 소라한과 강우주 또한 그들의 특성과 비슷해 담당자와 잘 만났다 얘기가 돌았다.책을 더 읽고 싶다며 출구가 아닌 사다리와 교환해 시말서를 쓰게 한 소라한의 일화는 너무 유명해져 센터의 지나가는 개미조차 다 알 정도였다. 강우주는 소라한처럼 특이한 건 없었지만 소라한이 이상한 거였지 능력으로 따지자면 엘리트 축에 속하는 건 맞았다.둘이 복도를 지나쳐가자 어색할 정도로 입을 다물고 있던 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잘생겼네.” “또라이 걔도 잘생기지 않았냐?” “걔는 잘생긴 것보다 좀… 더…” “백설공주?”동시에 무리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야, 그래도 그렇지 사내 새끼한테 백설공주가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5화

    결심했다는 듯 서서히 다가오는 소라한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그가 팔로 티자를 만들며 타임을 외쳤다.“나가고 싶다고 했지 죽고 싶다고는 안 했어요!”“나가려면 죽어야 돼. 아마도?”확신 없이 뒤에 작게 붙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힌 그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소라한을 진정 시키려 애썼다.“그냥 여기 있을게요.”“왜? 나가고 싶다며.”“괜찮아요, 안 나가도.”“책 읽기 싫다면서.”“제 꿈이 다독왕인데 모르셨어요?”되도 않는 짧은 만담 타임을 거친 둘은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겼다. 미친 싸이코패스에게서 벗어나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4화

    어두운 방 안 커다란 모니터 여러 대만이 방을 밝게 비추었다. 그 속에서 키보드 소리와 달칵이는 마우스 소리,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울렸다. “아아악, 이 미친 새끼!”짧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움켜쥐며 소리 지른 그는 옆에 둔 고함량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음료수를 마구 들이켰다. 이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든 배가 고프지 않고, 목이 마르지도 않으며, 자지 않아도 피로를 느끼지 않지만 정신건강을 위하여 카페인을 섭취했다. 그의 옆에는 다 먹고 구겨놓은 캔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방 안에 깔린 수많은 모니터 중 메인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3화

    인간은 그것들을 괴물, 외계인, 신 등으로 불렀다. 그 중 ‘신’이라는 지칭에 웃음이 나왔다. 신이라니. 그런 흉측한 괴물 따위를 믿고 숭배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보란듯이 전시하는 존재들.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나타난 그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입이 찢어지고 몸이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머리가 분리되고 입안에 굴러다니다 가차없이 내뱉어지는 뼛조각이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밟혀 가루가 된다. 이

  •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2화

    다시 눈을 떴을 땐 옆에 누워 자고 있는 낯선 인물에 당황했던 수현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는 사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아빠 안 잔다.”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사람의 말에 몸을 움찔 떤 수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에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장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누적된 피로 때문에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 “아빠 아직 안 잔다고.”다시 들린 소리에 결국 손을 떼고 몸을 멀직이 움직였다. 막다른 곳에 앉아 있던 탓인지 얼마 못 가 등 뒤에 닿는 책장의 감촉이 느껴졌다. 경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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