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두운 방 안 커다란 모니터 여러 대만이 방을 밝게 비추었다. 그 속에서 키보드 소리와 달칵이는 마우스 소리,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울렸다.
“아아악, 이 미친 새끼!”
짧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움켜쥐며 소리 지른 그는 옆에 둔 고함량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음료수를 마구 들이켰다.
이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든 배가 고프지 않고, 목이 마르지도 않으며, 자지 않아도 피로를 느끼지 않지만 정신건강을 위하여 카페인을 섭취했다.
그의 옆에는 다 먹고 구겨놓은 캔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방 안에 깔린 수많은 모니터 중 메인 모니터에는 소라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시말서’라는 제목의 창이 떠 있었다.
그는 시말서와 소라한을 죽일 듯 노려보다가 키보드 위를 쾅쾅 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말서 하나로 넘어갔지만 소라한이 다시 기행을 벌여 아이템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었다.
그는 이를 악 물며 파손돼 먼지처럼 키보드 대신 익숙하게 새로운 키보드를 허공에서 꺼내었다.
아주 가끔, 아주아주 가끔 저런 미친 새끼가 나온다고 전설처럼 선배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말이 있었지만 그게 왜 하필 저란 말인가. 부글부글 끓는 화를 키보드 하나로 가라앉힌 그는 태연하게 책을 읽고 있는 소라한의 화면을 멀리 치워버린 그는 다른 화면을 끌어왔다.
화면엔 끊임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쓰러졌다 부활하며 반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패턴을 바꾸며 쏟아지는 칼의 비, 뿜어지는 불길, 굴러오는 사람만한 돌 등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떠 있었다. 그는 그 중 한 사람의 머리 위에 느낌표를 눌렀다.
권지운
방어 : 83회사망 : 283회149일 되었습니다.좀 아쉬웠다. 61일만에 83번의 방어에 성공한 것은 칭찬해 줄만 하나 사망 횟수가 너무 많아 등급이 떨어질 것이다. 이런 사람은 그냥 냅두면 100번을 채워 나가게 된다. 그는 다시 다른 사람들의 느낌표를 눌러 뛰어난 사람들 위로 별표시를 남겼다. 별표를 남기면 후에 알아서 선배들이 심사 후 분류할 것이다. 그의 임무는 겨우 첫 번째 관문에서 사람을 고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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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한은 사다리를 통해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있는 책을 읽어나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위쪽에 놓인 책들은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정보의 중요도와 정확도가 올라간 느낌이랄까, 손이 충분히 닿을 위치에 놓인 책들은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위쪽으로 갈수록 공공기관에서 취급하는 문서들도 흔히 보였다.
종종 숨어 있던 퀴즈 또한 난이도가 확실하게 올라갔다. 책에 그려진 5X5 큐브의 도면을 보고 완성하려면 최소한 몇 번의 움직임이 필요한가, 같은 질문이었다. 세계 7대 수학 난제도 있었는데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시간만 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어렵게 얻어낸 사다리를 통해 위쪽에 있는 책들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져갔다. 국가 기밀 문서라든가 점점 풀기 어려운 문제에 관해서만 잔뜩 나오니 처음엔 흥미롭게 보다가도 질려갔다.
소라한은 결국 포기하고 아래에 있는 책들에 다시 손을 댔다. 읽을 것이 필요했던 거지 문제만 주야장천 풀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소라한은 사다리를 책장에 대각선으로 걸쳐놓고 위에 걸터앉아 책을 폈다.
“사람이다!”
이내 바로 닫아야 했지만.
조마조마한 걸음걸이로 소라한에게 다가온 사람은 바가지를 쓰고 자른 것 같은 머리에 한참을 울었는지 퉁퉁 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저 좀 여기서 나가게 해 주세요! 아무리 돌아다녀도 출구가 없어요!”
“개같네.” “네?” “이게 아닌가? 강아지 같다고 너.” “그런 소리 많이 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출구가 어딘지 아세요?” “아마도?”소라한은 제 대답에 펄쩍 뛰며 알려달라는 듯 사다리를 잡고 흔드는 행위에 시골 강아지를 떠올렸다. 덩치만 봤을 땐 강아지 보단 개에 가까웠지만.
소라한은 언젠가 읽었던 책 내용대로 손바닥을 내밀며 씁, 안 돼,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위험하게 흔들어대는 행위를 멈추고 소라한을 울먹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얼굴 위로 장화를 신고 있다는 고양이의 얼굴이 투명도 30%로 겹쳐 보였다.
개가 아니라 고양이었나?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낸 소라한은 이내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여기 책들은 얼마나 읽어봤어?”
“어… 저는 책 싫어해서 처음 왔을 때 조금 보고 안 봤어요.”소라한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귀를 탈탈 털어냈다.
“책을 얼마나 읽었다고?”
“한, 한 권?” “얼마나 읽었다고?” “두… 권인가?”이 곳이 어딘 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나가려면 문제를 풀고 포인트를 쌓아 출구와 교환을 해야 됐다. 소라한은 이런 멍청한 놈이 이 곳에 있어도 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책 조차 펼쳐보지도 않는 놈인데, 이 곳에 온 지 얼마가 됐든 평생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온 지 얼마나 됐는데?”
“몰라요. 낮밤이 없잖아요. 아마도 엄청 오래?”보기보다 그렇게 멍청한 놈이 아닐 수도 있겠다. 깨달음 조차 없었거나, 깨닫자마자 자살해버리는 사람들 중에선 선빵 친 거다.
소라한은 고민했다.
책을 읽어보라고 해 줘도 문제를 풀 머리가 될까, 라는 궁극적인 문제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리고 다니기에는 산만한 덩치와 행동이 책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묘안이 떠올랐다. 소라한은 당장 상대방의 어깨를 꽉 잡았다.
“나가고 싶지?”
“네!” “그럼 내가 죽여 줄게.” “네?”여태 만났던 사람들이 죽어 먼지가 되어 사라진 게, 정말 죽는 게 아니었다면 현실로 나간게 아닐까? 결론은, 일단 죽이고 보자였다.
그리하여 지금. 유현준은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중이고, 소라한은 어째서인지 부끄러워 열이 오르는 얼굴을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할 뿐이었다.과거의 소라한은 거만하고, 눈치가 없고, 아니, 눈치를 보지 않고, 잘난체를 하며… 축약하자면 중2병 그 자체인 느낌이었다.“그래서 지금 넌 과거의 기억을 다 찾은 상태야?”“…아니.”“얼마나 기억하는데?”소라한이 다시 한번 시선을 내렸다.자꾸 보면 부끄러워잉 >유현준백승준허지영김은현…소라한“더럽게도 많네. 이게 다 몇 명이야?”“혹시 모르니까. 중간에 나오지도 못 하고 끝까지 올라가야 할 수도 있잖아?”“이러면 나라는 누가 지켜.”“알아서 적절하게 배치한 거니까 아직 애기는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된다.”“애, 애기? 웩! 미쳤냐?”소라한은 소름이 잔뜩 돋아난 몸을 마구 쓸며 벌떡 일어나 유현준에게 발길질을 했다. 유현준은 얄밉게 그 발길질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다 소라한의 발목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아!”소라한이 그 상태로 바닥에 발라당 넘어지려는 걸 유현준이 소파 쪽으로 밀어 넘어뜨렸다.“나 이기려면 만 년은 이르다니까?”“미친놈.”소라한은 깜짝
잔뜩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관중들 속에 소라한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책을 읽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하지만 수많은 관중을 거느린 이 콜로세움 안에선 이 정도는 기행 수준에도 미치지 못 했다.경기가 끝났습니다. 승자 : 사마일러 행성패자 : 리랄 행성정산이 시작됩니다!시스템 창이 거대하게 뜸과 동시에 콜로세움 아래에 있던 리랄 행성의 종족들이 서서히 먼지처럼 사라졌다. 땡그랑.그리고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졌다.떙그랑, 땡그랑.승자를 맞히면 지급되는 금화였다. 연속적으로 맞히게 되면 배로 지급된다.사람들은 제 앞으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제 몫의 금화만을 챙겨 갯수를 세어 챙겼다. 금화를 놓친 사람들의 금화가 발치에 굴러와도 무시했다. 자리를 비운 사람의 금화가 이리저리 널려 있어도 무시했다.남의 금화를 탐내지 않는다.이 콜로세움의 첫 번째 규칙이었다. 이 규칙을 어긴 사람은 패자와 함께 정산된다.그리하여 소라한이 눈에 가장 띄게 된 이유는 여기서 생기게 되었다. 경기에도 관심이 없고, 금화에도 관심이 없는 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경기 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 창에서 고른 승자는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쏴아아아아.때문에 소라한의 위에서는 금화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다들 소라한에게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었다. 소라한은 그저 딱딱한 금화가 거추장스러웠고, 파묻힐 것 같을 때 쯤 금화 위로 올라가 앉는 행위를 반복했다.그러다보니 소라한은 자연스럽게 금화 위로 올라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되었고 이는 콜로세움 그 어느 자리에서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잠시 과거 회상을 마친 소라한은 유리창에 머리를 콩 박았다.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기화가 되지 않아 왜 저런 행위를 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차마 유현준에게 말하지 못할 과거라는 건 확실했다.“관중?”“어, 완전 평범한 관중이었지.”“관중으로 있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데.”“아닌데? 평범한데
시스템 창이 뜨자 유현준의 핸드폰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밖에서도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졌다.“네가 나타난 이후로 하루하루가 참 즐거워.”“그래? 난 거지같은데.”유현준이 싱긋 웃으며 제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소라한이 기겁하며 그냥 서 있던 자리에 털썩 앉았다.“그냥 이렇게 말해.”“너무 먼데.”“왜? 늙어서 안 들려?”“…”소라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유현준의 입꼬리가 살짝 경직되었다가 풀렸다.“색달라서 좋네.”-김나현은 셀 수도 없는 상황을 돌고 있었다.시간 내에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세요! (0/482)한 명이라도 목숨을 잃게 된다면 탈락입니다.기회는 50번 (0/50)사막에 꽃을 피워내세요! (0/500)고슴도치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풍선을 잘 지켜내세요! (1/1)저기 날아가는 새들 좀 보세요!저런! 아기 새들이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군요?끝까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줍시다! (53/53)실패! 다음 상황으로 넘어갑니다!실패! 다음 상황으로 넘어갑니다!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김나현은 모든 실패를 겪고 있었다.—정우주는 기숙사 침대에 앉아 귓불에 달려 있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정우주가 치른 시험은 간단했다. 나누어 준 기기를 머리에 쓴 후 차례대로 나타나는 무기를 쥐어 달려드는 적을 없앤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후 기숙사 배정을 받고 들어온 게 현 시점이었다.정우주는 중간중간 강당 쪽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게 엄청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높은 등급에게 쥐어지는 것이라 확신했다.“좀 더 분발해야겠네…”저만 떨어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침울해진 강우주가 벌떡 일어나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큰 소리가 울리며 땅이 진동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스피드를 올렸다. 강당 쪽이 고요해졌을 땐 강우주도 지쳐 헉헉거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강우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이대로는 안 된다. 이렇게 나약한
가고 싶지 않다는 땡깡이 먹히지 않아 결국 유현준을 따라 이동하게 된 소라한은 이승준과도 떨어지게 되었다.“이따 보자면서 결국 아무도 안 남았잖아요.”“나중에 보면 되지.”“볼 수 있는 건 확실하죠?”소라한이 유현준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유현준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이승준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홱 돌렸다.“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센터장한테 버리고 토껴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바로 옆에 내가 보이지 않아?”소라한과 이승준은 유현준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애초에 형은 운동 조금 한 일반인이나 다름 없어요. 확신의 두뇌파라고요.”“…”소라한은 이승준이 제 걱정을 해 주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헷갈려졌다.“사실 두뇌도 잘 모르겠긴 해요. 뭐 두드러지는 활약이 있었어야 말이지.”“이새끼가.”욕이 확실했다.“두뇌파인 거 인증하고 싶으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오시든가.”그 말을 끝으로 이승준이 새침하게 흥,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김나현이 들어 있는 요람 쪽으로 향했다. 그게 끝이었다. 인사는 따로 없었다.소라한은 이승준의 도발에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냥, 그렇게 바라보다 옆에 서 있는 유현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야.”유현준이 넥타이의 끝을 잡고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소라한은 짜증이 담긴 손길로 유현준의 넥타이를 쭉 잡아당겨 엉망으로 만든 후 뒤돌아 그가 들어왔던 문을 향해 걸어갔다.-소라한이 도착한 곳은 유현준의 사무실이었다. 소라한이 높은 층고에 유리창에 붙어 도시를 구경하는 동안 유현준이 준비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소파에 앉아 다리를 척 꼬았다.“‘임시 헌터’지만 너는 내 직속이야.”“…”소라한은 대답이 없었다.“앞으로 너에게 떨어지는 모든 임무는 극비로 붙여지며 너에 대한 정보까지…”“나 저거 알아.”소라한이 창문을 뚫고 나갈 듯 착 붙어 바라보고 있는 건 하늘 높게 솟아 있는 탑이었다.“콜로세움.”
“그게 무슨 소리예요?”“말 그대로.”“시스템을 강제로 종료하고…”“시스템이 무슨 컴퓨터인 줄 아네.”“…”“시험 다 치르고 스스로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도 어떻게 못 해.”이승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유현준이 이승준의 눈 앞에 대고 핑거스냅을 날리며 시선을 빼앗았다. “너는 나중에 헌터 생활할 때도 동료 목숨 하나하나에 그렇게 정신 빠져서 있을 건가?”“…”“심지어 이건 겨우 ‘시험’이야. 목숨을 잃지도 않는다고.”맞는 말이었다. 이승준은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스스로를 진정 시키려 노력했다.“김나현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깨어날 때까지 우리 쪽에서 데리고 있을 거야.”“…결국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네?”“어째서지? 여태 입학도 안 한 주니어가 ‘임시 헌터’가 된 적은 없어. 파격적인 일이라고.”“그러니까 더 싫은데.”소라한은 버스를 타고 오며 보았던 높은 탑을 떠올렸다. 유현준의 말을 들어보면 소라한에게 주어진 ‘임시 헌터’ 자격은 탑에 진입하기 위해 유현준이 손을 쓴 것 같았다.“싫어도 어쩔 수 없어.”유현준이 얄밉게 웃어보이며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가운 입은 연구원 한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우리 소라한 ‘임시 헌터’님께서 바로 ‘각성 수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네.”“잠깐, 뭔 수술?”“응? 몰랐어? 너희 주니어는 다 시스템 창이 막혀 있는 상태야. 헌터들은 현실에서도 시스템 창을 볼 수 있거든.”그랬다. 본래 힘을 각성하게 되면 너도 나도 볼 수 있는 게 시스템 창이지만 어린 나이의 주니어들의 혼란과 악용을 막기 위해 주니어로 분류되는 순간 강제로 시스템 창을 막는 수술이 진행된다.그 후 주니어로 훈련하며 시스템 창은 상황에 들어가거나 디바이스를 통해 차차 익히게 되며 헌터가 되는 순간 각성 수술을 통해 강제로 막아 두었던 것을 제거한다.“현실에서도 시스템 창이 보이면 그 수술 안 해도 된다는 거지?”친구와 친구를 열심히 뭉치고 있다영차 영차 /^^/ 14% \^^\ 영차 영차친구
상황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정리되었다. 강공이 꽤 잘 싸우긴 했지만 다수를 상대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했고 그렇게 다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센터장님 여기 좀 봐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김나현의 요람이 열리지 않았다. 전원도 꺼지지 않았다. 상황 또한 소라한처럼 스크린에 띄우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시험은 가짜가 아니었단 소리지.”“예?”“응급팀한테 연락해서 고스란히 전해.”“알겠습니다.”유현준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김나현이 응급팀의 도움을 받아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자,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생각해 볼까.”유현준이 제 헌터들과 대치 중인 소라한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임시 헌터’일 뿐이지만 어서 빨리 이 소식을 알리고 소라한을 빼가서 탑에 들어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나간다고.”“안 됩니다.”“그럼 화장실만 다녀올게.”“안 됩니다.”“바지에 싼다?”“예.”“미친놈이야?”“형, 그래도 어른한테 미친놈은 좀…”유현준이 그들 사이에 기척 없이 끼어들었다. 헌터는 유현준이 등장하자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안 보였어도 소라한에게 기가 잔뜩 빨린 모양이었다.“미친놈 보존 법칙인가.”“…”이번엔 이승준이 동의한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좋은 소식이랑 안 좋은 소식이 있어.”유현준은 그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손가락 두 개를 소라한에게 펴보였다. 소라한이 고민하다가 이승준과 속닥속닥 회의를 하는 듯 했다. 물론 그 내용은 유현준의 귀에 다 들어왔다.“보통 안 좋은 소식부터 듣나?”“좋은 것부터 듣지 않나요?”“그럼 기분 좋았다가 나빠지잖아.”“그것도 그런데… 기분 나쁜 상태로 들으면 좋은 소식도 안 좋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일리있네.”짧은 회의를 마친 소라한이 유현준을 보며 손가락을 가리켰다.“좋은 소식부터.”“좋아. 축하해. 이제부터 너는 소라한 ’임시 헌터’야.”“…”“어라, 생각보다 기뻐보이지 않
소라한은 먼지처럼 사라진 박민환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을 주워들었다. 흥건하던 핏자국은 사라졌지만 찌그러진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은 소라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옮길 준비를 했다. 기껏해야 사다리와 읽던 책 챙기기가 끝이었지만 사람이 죽은 장소에서 태연하게 책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죽은 장소?”사다리를 들고 몇 발자국을 내딛은 소라한이 멈칫했다. 죽음이 아니다. 그는 자유로이 해방된 것이었다. 소라한은 박민환이 죽었던 장소를 뒤돌아보았다.“축하해.”-칼이 여기저기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아니, 잠깐 졸다 깼을 때 여전히 같은 자세로 책을 펼치고 있는 소라한의 모습을 본 박민환만의 감정이었다. 박민환은 흘끔 소라한을 흘끔 쳐다보다 이내 옆에 내팽겨친 책을 집어들었다.-도착하셨나요?네, 주변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부르심이 여기까지 들립니다. 뚫고 들어가보겠습니다.정말 부러워요. 저도 그분을 영접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그분의 성체가 보입니다.아아, 어서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저희의 신은 어떤 분이신가요?분명 자애로운 분이시겠죠
결심했다는 듯 서서히 다가오는 소라한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그가 팔로 티자를 만들며 타임을 외쳤다.“나가고 싶다고 했지 죽고 싶다고는 안 했어요!”“나가려면 죽어야 돼. 아마도?”확신 없이 뒤에 작게 붙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힌 그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소라한을 진정 시키려 애썼다.“그냥 여기 있을게요.”“왜? 나가고 싶다며.”“괜찮아요, 안 나가도.”“책 읽기 싫다면서.”“제 꿈이 다독왕인데 모르셨어요?”되도 않는 짧은 만담 타임을 거친 둘은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겼다. 미친 싸이코패스에게서 벗어나
인간은 그것들을 괴물, 외계인, 신 등으로 불렀다. 그 중 ‘신’이라는 지칭에 웃음이 나왔다. 신이라니. 그런 흉측한 괴물 따위를 믿고 숭배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보란듯이 전시하는 존재들.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나타난 그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입이 찢어지고 몸이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머리가 분리되고 입안에 굴러다니다 가차없이 내뱉어지는 뼛조각이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밟혀 가루가 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