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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Author: 결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8 12:08:48

소라한은 먼지처럼 사라진 박민환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을 주워들었다. 흥건하던 핏자국은 사라졌지만 찌그러진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은 소라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옮길 준비를 했다. 기껏해야 사다리와 읽던 책 챙기기가 끝이었지만 사람이 죽은 장소에서 태연하게 책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죽은 장소?”

사다리를 들고 몇 발자국을 내딛은 소라한이 멈칫했다. 죽음이 아니다. 그는 자유로이 해방된 것이었다. 소라한은 박민환이 죽었던 장소를 뒤돌아보았다.

“축하해.”

-

칼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왔다. 

방향은 알 수 없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칼이 강우주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감각은 잠깐이었다. 곧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상처가 아물었다. 강우주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떨어졌던 칼을 주워 날아오는 칼들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정신적인 피로가 머리 끝까지 쌓여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칼에 맞아 쓰려졌던 사람들은 잠시의 시간을 거쳐 상처가 재생되고 깨어났다.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며 죽고 살아나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정신차려!”

정우주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종종 먼지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어디가 됐든 이 지옥보다 나은 곳일 것이다. 정우주는 그 조건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잠시의 생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반복되는 공격은 머리를 텅 비우게 만들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칼을 튕겨내던 정우주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는 것들 깨달았다. 손에 있던 칼도 사라진 상태였다. 드디어 공격이 끝난 것이었다. 5분 정도 되는 잠깐의 쉬는 시간 뒤에 다시 공격이 쏟아지겠지만, 정우주는 이 순간만을 간절하게 바랐다.

다음은 또 무슨 공격일까? 공격이 날아드는 패턴은 무작위였지만 수단은 한정적이었다. 칼이나 유리조각, 바위, 그리고 영화에 나올 법한 좀비나 괴물도 있었다. 

강우주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골랐다. 순간 저 멀리서 끓는 듯한 낮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강우주는 눈을 뜨고 저 멀리서 달려드는 늑대의 형상을 한 괴물을 바라보았다. 살점이 뜯기며 피가 튀는 광경은 이제 익숙했다. 강우주는 침착하게 제 손을 살폈다. 또 모르는 새에 들린 무기가 있었다. 끝이 뾰족한 너클이 끼워져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주먹을 단단히 쥘 뿐이었다.

-

소라한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물론 세상에 나쁜 책은 없지만 이곳은 책이 아닌 책의 형태만 지닌 기록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더러운 댓글들이 가득 쓰인 것은 정말 최악이었다. 뇌가 오염된 기분으로 소라한은 난생 처음으로 책 읽기를 포기했었다. 어지간한 유형의 문제들도 풀어봤고 인터넷상으로 기록된 각 국가들의 기밀들도 읽어봤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던 소라한은 결심했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교환.”

관리자가 1:1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출구’와 교환을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출구’를 얻었습니다. 잠시 뒤 밖으로 이동합니다.

소라한은 제 앞에 떠 있는 문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작별의 인사였다.

“미친 새끼…”

그리고 이건 그를 계속 지켜보며 머리를 쥐어뜯던 관리자의 감상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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