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소라한은 먼지처럼 사라진 박민환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을 주워들었다. 흥건하던 핏자국은 사라졌지만 찌그러진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은 소라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옮길 준비를 했다. 기껏해야 사다리와 읽던 책 챙기기가 끝이었지만 사람이 죽은 장소에서 태연하게 책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죽은 장소?”
사다리를 들고 몇 발자국을 내딛은 소라한이 멈칫했다. 죽음이 아니다. 그는 자유로이 해방된 것이었다. 소라한은 박민환이 죽었던 장소를 뒤돌아보았다.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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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왔다.
방향은 알 수 없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칼이 강우주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감각은 잠깐이었다. 곧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상처가 아물었다. 강우주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떨어졌던 칼을 주워 날아오는 칼들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정신적인 피로가 머리 끝까지 쌓여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칼에 맞아 쓰려졌던 사람들은 잠시의 시간을 거쳐 상처가 재생되고 깨어났다.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며 죽고 살아나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정신차려!”
정우주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종종 먼지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어디가 됐든 이 지옥보다 나은 곳일 것이다. 정우주는 그 조건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잠시의 생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반복되는 공격은 머리를 텅 비우게 만들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칼을 튕겨내던 정우주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는 것들 깨달았다. 손에 있던 칼도 사라진 상태였다. 드디어 공격이 끝난 것이었다. 5분 정도 되는 잠깐의 쉬는 시간 뒤에 다시 공격이 쏟아지겠지만, 정우주는 이 순간만을 간절하게 바랐다.
다음은 또 무슨 공격일까? 공격이 날아드는 패턴은 무작위였지만 수단은 한정적이었다. 칼이나 유리조각, 바위, 그리고 영화에 나올 법한 좀비나 괴물도 있었다.
강우주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골랐다. 순간 저 멀리서 끓는 듯한 낮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강우주는 눈을 뜨고 저 멀리서 달려드는 늑대의 형상을 한 괴물을 바라보았다. 살점이 뜯기며 피가 튀는 광경은 이제 익숙했다. 강우주는 침착하게 제 손을 살폈다. 또 모르는 새에 들린 무기가 있었다. 끝이 뾰족한 너클이 끼워져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주먹을 단단히 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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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한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물론 세상에 나쁜 책은 없지만 이곳은 책이 아닌 책의 형태만 지닌 기록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더러운 댓글들이 가득 쓰인 것은 정말 최악이었다. 뇌가 오염된 기분으로 소라한은 난생 처음으로 책 읽기를 포기했었다. 어지간한 유형의 문제들도 풀어봤고 인터넷상으로 기록된 각 국가들의 기밀들도 읽어봤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던 소라한은 결심했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교환.”
관리자가 1:1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출구’와 교환을 수락 하시겠습니까?
“응”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출구’를 얻었습니다. 잠시 뒤 밖으로 이동합니다.
소라한은 제 앞에 떠 있는 문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작별의 인사였다.
“미친 새끼…”
그리고 이건 그를 계속 지켜보며 머리를 쥐어뜯던 관리자의 감상평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유현준은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중이고, 소라한은 어째서인지 부끄러워 열이 오르는 얼굴을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할 뿐이었다.과거의 소라한은 거만하고, 눈치가 없고, 아니, 눈치를 보지 않고, 잘난체를 하며… 축약하자면 중2병 그 자체인 느낌이었다.“그래서 지금 넌 과거의 기억을 다 찾은 상태야?”“…아니.”“얼마나 기억하는데?”소라한이 다시 한번 시선을 내렸다.자꾸 보면 부끄러워잉 >유현준백승준허지영김은현…소라한“더럽게도 많네. 이게 다 몇 명이야?”“혹시 모르니까. 중간에 나오지도 못 하고 끝까지 올라가야 할 수도 있잖아?”“이러면 나라는 누가 지켜.”“알아서 적절하게 배치한 거니까 아직 애기는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된다.”“애, 애기? 웩! 미쳤냐?”소라한은 소름이 잔뜩 돋아난 몸을 마구 쓸며 벌떡 일어나 유현준에게 발길질을 했다. 유현준은 얄밉게 그 발길질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다 소라한의 발목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아!”소라한이 그 상태로 바닥에 발라당 넘어지려는 걸 유현준이 소파 쪽으로 밀어 넘어뜨렸다.“나 이기려면 만 년은 이르다니까?”“미친놈.”소라한은 깜짝
잔뜩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관중들 속에 소라한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책을 읽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하지만 수많은 관중을 거느린 이 콜로세움 안에선 이 정도는 기행 수준에도 미치지 못 했다.경기가 끝났습니다. 승자 : 사마일러 행성패자 : 리랄 행성정산이 시작됩니다!시스템 창이 거대하게 뜸과 동시에 콜로세움 아래에 있던 리랄 행성의 종족들이 서서히 먼지처럼 사라졌다. 땡그랑.그리고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졌다.떙그랑, 땡그랑.승자를 맞히면 지급되는 금화였다. 연속적으로 맞히게 되면 배로 지급된다.사람들은 제 앞으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제 몫의 금화만을 챙겨 갯수를 세어 챙겼다. 금화를 놓친 사람들의 금화가 발치에 굴러와도 무시했다. 자리를 비운 사람의 금화가 이리저리 널려 있어도 무시했다.남의 금화를 탐내지 않는다.이 콜로세움의 첫 번째 규칙이었다. 이 규칙을 어긴 사람은 패자와 함께 정산된다.그리하여 소라한이 눈에 가장 띄게 된 이유는 여기서 생기게 되었다. 경기에도 관심이 없고, 금화에도 관심이 없는 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경기 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 창에서 고른 승자는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쏴아아아아.때문에 소라한의 위에서는 금화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다들 소라한에게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었다. 소라한은 그저 딱딱한 금화가 거추장스러웠고, 파묻힐 것 같을 때 쯤 금화 위로 올라가 앉는 행위를 반복했다.그러다보니 소라한은 자연스럽게 금화 위로 올라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되었고 이는 콜로세움 그 어느 자리에서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잠시 과거 회상을 마친 소라한은 유리창에 머리를 콩 박았다.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기화가 되지 않아 왜 저런 행위를 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차마 유현준에게 말하지 못할 과거라는 건 확실했다.“관중?”“어, 완전 평범한 관중이었지.”“관중으로 있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데.”“아닌데? 평범한데
시스템 창이 뜨자 유현준의 핸드폰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밖에서도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졌다.“네가 나타난 이후로 하루하루가 참 즐거워.”“그래? 난 거지같은데.”유현준이 싱긋 웃으며 제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소라한이 기겁하며 그냥 서 있던 자리에 털썩 앉았다.“그냥 이렇게 말해.”“너무 먼데.”“왜? 늙어서 안 들려?”“…”소라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유현준의 입꼬리가 살짝 경직되었다가 풀렸다.“색달라서 좋네.”-김나현은 셀 수도 없는 상황을 돌고 있었다.시간 내에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세요! (0/482)한 명이라도 목숨을 잃게 된다면 탈락입니다.기회는 50번 (0/50)사막에 꽃을 피워내세요! (0/500)고슴도치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풍선을 잘 지켜내세요! (1/1)저기 날아가는 새들 좀 보세요!저런! 아기 새들이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군요?끝까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줍시다! (53/53)실패! 다음 상황으로 넘어갑니다!실패! 다음 상황으로 넘어갑니다!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김나현은 모든 실패를 겪고 있었다.—정우주는 기숙사 침대에 앉아 귓불에 달려 있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정우주가 치른 시험은 간단했다. 나누어 준 기기를 머리에 쓴 후 차례대로 나타나는 무기를 쥐어 달려드는 적을 없앤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후 기숙사 배정을 받고 들어온 게 현 시점이었다.정우주는 중간중간 강당 쪽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게 엄청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높은 등급에게 쥐어지는 것이라 확신했다.“좀 더 분발해야겠네…”저만 떨어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침울해진 강우주가 벌떡 일어나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큰 소리가 울리며 땅이 진동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스피드를 올렸다. 강당 쪽이 고요해졌을 땐 강우주도 지쳐 헉헉거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강우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이대로는 안 된다. 이렇게 나약한
가고 싶지 않다는 땡깡이 먹히지 않아 결국 유현준을 따라 이동하게 된 소라한은 이승준과도 떨어지게 되었다.“이따 보자면서 결국 아무도 안 남았잖아요.”“나중에 보면 되지.”“볼 수 있는 건 확실하죠?”소라한이 유현준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유현준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이승준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홱 돌렸다.“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센터장한테 버리고 토껴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바로 옆에 내가 보이지 않아?”소라한과 이승준은 유현준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애초에 형은 운동 조금 한 일반인이나 다름 없어요. 확신의 두뇌파라고요.”“…”소라한은 이승준이 제 걱정을 해 주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헷갈려졌다.“사실 두뇌도 잘 모르겠긴 해요. 뭐 두드러지는 활약이 있었어야 말이지.”“이새끼가.”욕이 확실했다.“두뇌파인 거 인증하고 싶으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오시든가.”그 말을 끝으로 이승준이 새침하게 흥,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김나현이 들어 있는 요람 쪽으로 향했다. 그게 끝이었다. 인사는 따로 없었다.소라한은 이승준의 도발에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냥, 그렇게 바라보다 옆에 서 있는 유현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야.”유현준이 넥타이의 끝을 잡고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소라한은 짜증이 담긴 손길로 유현준의 넥타이를 쭉 잡아당겨 엉망으로 만든 후 뒤돌아 그가 들어왔던 문을 향해 걸어갔다.-소라한이 도착한 곳은 유현준의 사무실이었다. 소라한이 높은 층고에 유리창에 붙어 도시를 구경하는 동안 유현준이 준비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소파에 앉아 다리를 척 꼬았다.“‘임시 헌터’지만 너는 내 직속이야.”“…”소라한은 대답이 없었다.“앞으로 너에게 떨어지는 모든 임무는 극비로 붙여지며 너에 대한 정보까지…”“나 저거 알아.”소라한이 창문을 뚫고 나갈 듯 착 붙어 바라보고 있는 건 하늘 높게 솟아 있는 탑이었다.“콜로세움.”
“그게 무슨 소리예요?”“말 그대로.”“시스템을 강제로 종료하고…”“시스템이 무슨 컴퓨터인 줄 아네.”“…”“시험 다 치르고 스스로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도 어떻게 못 해.”이승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유현준이 이승준의 눈 앞에 대고 핑거스냅을 날리며 시선을 빼앗았다. “너는 나중에 헌터 생활할 때도 동료 목숨 하나하나에 그렇게 정신 빠져서 있을 건가?”“…”“심지어 이건 겨우 ‘시험’이야. 목숨을 잃지도 않는다고.”맞는 말이었다. 이승준은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스스로를 진정 시키려 노력했다.“김나현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깨어날 때까지 우리 쪽에서 데리고 있을 거야.”“…결국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네?”“어째서지? 여태 입학도 안 한 주니어가 ‘임시 헌터’가 된 적은 없어. 파격적인 일이라고.”“그러니까 더 싫은데.”소라한은 버스를 타고 오며 보았던 높은 탑을 떠올렸다. 유현준의 말을 들어보면 소라한에게 주어진 ‘임시 헌터’ 자격은 탑에 진입하기 위해 유현준이 손을 쓴 것 같았다.“싫어도 어쩔 수 없어.”유현준이 얄밉게 웃어보이며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가운 입은 연구원 한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우리 소라한 ‘임시 헌터’님께서 바로 ‘각성 수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네.”“잠깐, 뭔 수술?”“응? 몰랐어? 너희 주니어는 다 시스템 창이 막혀 있는 상태야. 헌터들은 현실에서도 시스템 창을 볼 수 있거든.”그랬다. 본래 힘을 각성하게 되면 너도 나도 볼 수 있는 게 시스템 창이지만 어린 나이의 주니어들의 혼란과 악용을 막기 위해 주니어로 분류되는 순간 강제로 시스템 창을 막는 수술이 진행된다.그 후 주니어로 훈련하며 시스템 창은 상황에 들어가거나 디바이스를 통해 차차 익히게 되며 헌터가 되는 순간 각성 수술을 통해 강제로 막아 두었던 것을 제거한다.“현실에서도 시스템 창이 보이면 그 수술 안 해도 된다는 거지?”친구와 친구를 열심히 뭉치고 있다영차 영차 /^^/ 14% \^^\ 영차 영차친구
상황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정리되었다. 강공이 꽤 잘 싸우긴 했지만 다수를 상대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했고 그렇게 다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센터장님 여기 좀 봐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김나현의 요람이 열리지 않았다. 전원도 꺼지지 않았다. 상황 또한 소라한처럼 스크린에 띄우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시험은 가짜가 아니었단 소리지.”“예?”“응급팀한테 연락해서 고스란히 전해.”“알겠습니다.”유현준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김나현이 응급팀의 도움을 받아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자,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생각해 볼까.”유현준이 제 헌터들과 대치 중인 소라한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임시 헌터’일 뿐이지만 어서 빨리 이 소식을 알리고 소라한을 빼가서 탑에 들어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나간다고.”“안 됩니다.”“그럼 화장실만 다녀올게.”“안 됩니다.”“바지에 싼다?”“예.”“미친놈이야?”“형, 그래도 어른한테 미친놈은 좀…”유현준이 그들 사이에 기척 없이 끼어들었다. 헌터는 유현준이 등장하자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안 보였어도 소라한에게 기가 잔뜩 빨린 모양이었다.“미친놈 보존 법칙인가.”“…”이번엔 이승준이 동의한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좋은 소식이랑 안 좋은 소식이 있어.”유현준은 그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손가락 두 개를 소라한에게 펴보였다. 소라한이 고민하다가 이승준과 속닥속닥 회의를 하는 듯 했다. 물론 그 내용은 유현준의 귀에 다 들어왔다.“보통 안 좋은 소식부터 듣나?”“좋은 것부터 듣지 않나요?”“그럼 기분 좋았다가 나빠지잖아.”“그것도 그런데… 기분 나쁜 상태로 들으면 좋은 소식도 안 좋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일리있네.”짧은 회의를 마친 소라한이 유현준을 보며 손가락을 가리켰다.“좋은 소식부터.”“좋아. 축하해. 이제부터 너는 소라한 ’임시 헌터’야.”“…”“어라, 생각보다 기뻐보이지 않
결심했다는 듯 서서히 다가오는 소라한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그가 팔로 티자를 만들며 타임을 외쳤다.“나가고 싶다고 했지 죽고 싶다고는 안 했어요!”“나가려면 죽어야 돼. 아마도?”확신 없이 뒤에 작게 붙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힌 그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소라한을 진정 시키려 애썼다.“그냥 여기 있을게요.”“왜? 나가고 싶다며.”“괜찮아요, 안 나가도.”“책 읽기 싫다면서.”“제 꿈이 다독왕인데 모르셨어요?”되도 않는 짧은 만담 타임을 거친 둘은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겼다. 미친 싸이코패스에게서 벗어나
어두운 방 안 커다란 모니터 여러 대만이 방을 밝게 비추었다. 그 속에서 키보드 소리와 달칵이는 마우스 소리,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울렸다. “아아악, 이 미친 새끼!”짧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움켜쥐며 소리 지른 그는 옆에 둔 고함량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음료수를 마구 들이켰다. 이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든 배가 고프지 않고, 목이 마르지도 않으며, 자지 않아도 피로를 느끼지 않지만 정신건강을 위하여 카페인을 섭취했다. 그의 옆에는 다 먹고 구겨놓은 캔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방 안에 깔린 수많은 모니터 중 메인
인간은 그것들을 괴물, 외계인, 신 등으로 불렀다. 그 중 ‘신’이라는 지칭에 웃음이 나왔다. 신이라니. 그런 흉측한 괴물 따위를 믿고 숭배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나 사람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보란듯이 전시하는 존재들.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우릴 버린 것인가?나타난 그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입이 찢어지고 몸이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머리가 분리되고 입안에 굴러다니다 가차없이 내뱉어지는 뼛조각이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밟혀 가루가 된다. 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옆에 누워 자고 있는 낯선 인물에 당황했던 수현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는 사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아빠 안 잔다.”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사람의 말에 몸을 움찔 떤 수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에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장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누적된 피로 때문에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 “아빠 아직 안 잔다고.”다시 들린 소리에 결국 손을 떼고 몸을 멀직이 움직였다. 막다른 곳에 앉아 있던 탓인지 얼마 못 가 등 뒤에 닿는 책장의 감촉이 느껴졌다. 경계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