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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作者: 은지아
송남지는 퀵 배달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일부러 배달원에게 정원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하정훈이 아침 일찍 샤워하러 들어간 틈을 타 몰래 밖으로 나갔다.

하정훈은 샤워를 마치고 다림질이 잘 된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었다.

오늘은 그룹에 중요한 회의가 여러 개 잡혀 있었다.

이미란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하정훈은 식탁에 앉아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사모님은요?”

이미란은 속으로 웃었다.

‘도련님은 정말로 사모님을 끔찍이 아끼시는구나. 다른 사람들이야 사모님이라 부른다지만 도련님께서는 마치 온 세상이 그 사실을 알아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듯이 꼭 그렇게 부르시니.’

“택배 받으러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거예요.”

하정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택배길래 직접 나가서 받아와야 한대요?”

이미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께서 급하게 나가시던데, 아마 중요한 물건인가 봐요.”

하정훈은 식탁 옆 통유리창 너머로 송남지가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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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55화

    송남지는 미소 지으며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주방으로 가 일손을 도왔다.소윤의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나무랐다.“이 사람이 눈치도 없이, 귀한 손님을 어떻게 부엌에 들여!”담요를 두르고 의자에 앉아 있던 소윤이 곁에서 거들었다.“아빠, 요즘은 자급자족이 유행이에요. 손님이라도 공짜로 얻어먹으면 마음이 불편하거든요.”송남지도 얼른 말을 맞췄다.“맞아요, 공짜 밥은 늘 마음이 무겁더라고요.”그러자 소윤의 어머니가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송남지를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고마움이 가득했다.“남지야, 네가 여기서 먹는 건 절대 공짜가 아니란다. 약속해주렴, 서경 생활이 힘들고 답답해지면 언제든 윤양으로 오겠다고. 여기가 네 두 번째 집이야.”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지만 다시 이곳에 올 날이 언제일지는 기약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했다.식사를 마친 뒤, 송남지는 잠시 아이와 놀아주었다.소윤을 닮아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사내아이였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마치 말을 거는 것만 같이 사랑스러웠다.“남지야, 내가 부탁한 이름 생각해 왔어?”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던 송남지가 대답했다.“만이라고 지으면 어떨까? 마침 아이가 태어난 날이 소만이었잖아. 만물이 가득 차오르라는 뜻으로.”소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만이! 이름 진짜 예쁘다. 만물이 가득 차오른다는 뜻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으니, 나중에 자라서도 겸손하고 듬직한 남자가 됐으면 좋겠어.”생기가 도는 소윤의 눈동자를 보며 송남지의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소윤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야 해, 알았지? 내가 언제나 네 버팀목이 되어줄게. 이제 만이도 있으니 절대로 나쁜 생각 하면 안 된다.”옥상에서의 일을 떠올린 소윤이 쑥스러운 듯 입술을 내밀었다.“그런 바보 같은 짓은 내 인생의 흑역사야. 걱정 마. 이렇게 귀여운 아들이 있고 의리 넘치는 양엄마까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또 그런 생각을 하겠어.”송남지를 배웅하며 소윤은 일부러

  • 가면을 쓴 남편   제854화

    텅 빈 침대 위에는 구겨진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처음에 송남지는 하정훈이 씻으러 간 줄로만 알고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나지막이 물었다.“욕실에 있어요? 하정훈 씨?”어젯밤 그가 몹시 피곤해했던 터라 지금쯤 씻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그러나 욕실 안은 고요했고 송남지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그녀는 하정훈이 정말 떠났음을 깨달았다.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침대 베개 밑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하정훈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프로필은 모감주나무 아래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그동안 SNS 게시물도 비어 있었고 답장도 없었기에 송남지는 그가 이 계정을 더는 쓰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일이 생겨서 서경으로 돌아간다.]짧은 문장이었지만 송남지는 한참을 들여다봤다.그렇게 가라고 해도 안 가던 사람이 이렇게 쉽게 서경으로 가버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이 너무나 느닷없었다.송남지는 대화창에 답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보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저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리려 보낸 메시지일 테니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그 후 송남지는 병원에서 소윤과 일주일을 보냈다. 독서와 그림으로 채워진 알찬 시간이었다.일주일 후 소윤의 상태가 호전되자 부모님이 차로 그녀를 윤양까지 데려다주었고 송남지 역시 여준휘의 CRV를 몰고 윤양으로 향했다.이번에는 짐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작은 마당의 짐을 막 다 정리했을 무렵 대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정장 차림의 부동산 직원이 서 있었다.상대방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송남지 씨 되시죠? 얼마 전 하정훈 씨가 송남지 씨를 위해 별장을 한 채 매입하셨는데 오늘은 그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논의하고자 찾아왔습니다.”그제야 송남지는 자신이 서명했던 두 건의 전자 계약서 중 하나가

  • 가면을 쓴 남편   제853화

    송남지는 하정훈을 돌아보며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무슨 헛소리에요? 내 방 잡으려는 거예요. 이런 비즈니스호텔은 하정훈 씨가 지내기에는 불편할 거니까요.”병원과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접근성만 따졌을 뿐 호텔 등급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니 이런 평범한 비즈니스호텔은 평소 하정훈의 눈에 찰 리가 없었다.하지만 송남지의 예상과 달리 하정훈은 짙은 눈썹을 까닥이며 말했다.“트윈룸으로 부탁합니다. 좁은 건 딱 질색이라서요.”송남지는 얼떨결에 카드키를 받아 들고 하정훈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송남지는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걷다 객실 문 앞에 도착해서야 입을 열었다.“이 근처에 다른 고급 호텔도 있을 텐데, 굳이 나랑 같이 불편하게 여기 안 계셔도 돼요.”하정훈은 대답 대신 송남지의 손에서 카드키를 가져가 도어락에 갖다 대며 하품을 내뱉었다.“졸려 죽겠네, 빨리 자자.”문이 열리자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깔끔한 비즈니스호텔 트윈룸이 나타났다.하정훈은 피곤이 몰려오는지 화장실 쪽 침대에 몸을 던졌고 창가 쪽 침대를 송남지에게 양보했다.송남지는 침대 옆에 서서 이미 눈을 감아버린 하정훈을 흘겨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어떻게 남녀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방에 들 수 있지? 그것보다 이 사람은 어떻게 아무 생각도 없이 저렇게 바로 잠들 수가 있어?'송남지는 입술을 비죽이며 깊은숨을 내뱉고는 조심스럽게 욕실로 향했다.화동의 5월은 날씨가 제법 후덥지근했고 하루 종일 고생한 탓에 샤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곧 욕실 안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침대에 누워 잠든 척하던 하정훈은 천천히 눈을 떴고 그 깊은 눈망울에는 수만 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뿌연 욕실 유리 너머로 송남지의 실루엣이 가물거리며 비쳤다.하정훈은 이 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릴까 두려운 듯, 감기 아까운 눈으로 그 유리창을 멍하니 응시했다.그러다 물소리가 잦아들자 황급히 눈을 감았다.송남지는 몸을 꼼꼼히 감싼 채 조심스럽게

  • 가면을 쓴 남편   제852화

    새벽 2시 반, 정적에 잠긴 병원의 밤을 뚫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복도 벤치에 앉아 있던 송남지와 하정훈은 조금 전의 초조함을 털어내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눈시울에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과 기쁨이 빛무리처럼 번져 나갔다.오랫동안 억눌렸던 긴장이 풀린 순간,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껴안으며 중얼거렸다.“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하지만 서로의 온기가 닿자마자 어색함을 느끼고는 황급히 몸을 떼었다.사선을 넘나들었던 소윤의 상태는 다행히 안정적이었고 고비를 넘긴 그녀는 지금의 평온함을 그 어느 때보다 소중히 느끼는 듯했다.소윤의 부모는 갓 태어난 아이를 슬쩍 쳐다보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고생한 딸에게 쏠려 있었다.두 사람은 산실 침대 양옆에 붙어 서서 소윤의 손을 꼭 맞잡았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자꾸만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윤아, 어쩌자고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그런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인생을 버리려 하다니, 그럴 가치도 없는 놈이야. 너한테는 엄마랑 아빠가 있잖니.”소윤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아빠, 제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거 알아요. 그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런 큰 고비를 겪고 나니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모든 게 얼마나 소중한지... 비록 아이에게 아빠는 없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집에서 자라게 할 거예요.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고 또 누구보다 아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니까요.”그 화목하고 따스한 풍경을 지켜보던 송남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툭 떨어졌다.하정훈이 손수건을 내밀며 짧게 말했다.“닦아.”송남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손수건이 어디서 그렇게 계속 나와요?”하정훈이 나직하게 대꾸했다.“알 거 없어.”눈물을 닦아낸 송남지의 시선 끝에는 소윤이 머물렀다. 소윤의 눈동자에는 말로 다 못 할 고마움이 일렁이고 있었다. 굳이 긴 말을 내뱉지 않아도, 찰나의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깊게 맞닿았다.송

  • 가면을 쓴 남편   제851화

    하정훈이 깊은숨을 내뱉으며 물었다.“서윤아, 사랑은 모든 걸 같이 감당하는 거라고 생각해?”김서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사랑한다면 당연히 모든 걸 함께 짊어져야죠!”하정훈은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웃었다.“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야. 만약 너한테 정말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 갑자기 죽음을 앞뒀다고 가정해 봐. 뭐가 제일 걱정될 것 같아?”김서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내가 무너지지 않을까, 제가 떠난 뒤에 그녀를 돌봐줄 사람은 있을까 하는 게 가장 걱정될 것 같습니다.”“거봐, 내 말이 맞지? 내 죽음이 결국 남지를 무너뜨릴 거라면, 차라리 내 죽음을 모르게 하는 게 나아. 아니면 남지가 날 미워하게 됐을 때 알리는 게 낫지. 그때라면 내 죽음이 남지에겐 차라리 기쁜 소식일지도 모르니까.”이 질문에 정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김서윤도 말을 아꼈다.“대표님, 시키신 일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시면 지체 말고 연락 주십시오.”김서윤은 병원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날 받았던 전화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날 밤, 성은 그룹을 떠나 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정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웠고 경황없이 나오느라 약을 챙기지 못했는데 비까지 맞았다고 했다.목소리만 듣고도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한 김서윤은 급히 사람을 보내 하정훈이 묵고 있는 호텔로 약을 보내게 했지만,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는 하늘의 뜻에 달렸음을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약이 도착하기 전 증세가 호전되었지만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던 김서윤은 결국 하정훈의 부모님께 사실을 알렸다.그리고 두 분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서경에서 이곳으로 단숨에 달려왔다.비록 운명처럼 정해진 병이라 해도 그날 밤 같은 상황만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차에 올라타

  • 가면을 쓴 남편   제850화

    김서윤은 당혹스러운 기색과 깊은 분노를 억누르며 하정훈 앞으로 서둘러 다가왔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눈초리로 김서윤을 응시했다.“화동에는 언제 내려온 거야?”김서윤은 송남지를 힐끗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송남지는 즉시 눈치채고 아래층을 가리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볼일이 좀 있어서요, 두 분 말씀 나누세요.”송남지가 멀어지자 김서윤은 참아왔던 서운함을 터뜨렸다.“대표님! 이런 일을 벌이시면 다들 얼마나 걱정하는지 아십니까!”하정훈이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전화로 오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저라고 오고 싶어 왔겠습니까. 어르신들께서 도저히 마음을 놓지 못하셔서요.”하정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서윤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일단 가 있어. 부모님께는 내가 직접 전화하마.”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머뭇거렸다.“대표님, 본인 몸 상태는 스스로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무리는 견디지 못해요. 그나저나 성루이야에서 온 메일은 보셨나요?”하정훈은 창밖을 내다보며 송남지의 모습이 건물 아래에 나타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김서윤을 돌아보았다. “메일 확인했어.”김서윤의 걱정은 깊어만 갔다. “보셨으면 이제 준비를 하셔야죠. 진료와 검사를 회피하시는 건 감정적인 대응일 뿐입니다. 계속 이러시면 어르신들께 전부 보고드리는 수밖에 없어요.”하정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서늘한 기운을 뿜어냈다.“김서윤, 네 월급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잊은 모양이지?”김서윤은 당당하게 맞받아쳤다.“대표님이 제 월급을 주시니까 이러는 겁니다. 저, 월급 오래오래 받고 싶거든요.”김서윤의 말에 하정훈은 침묵에 잠겼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무겁게 입을 뗐다.“성루이야 쪽은 화동 업무가 끝나는 대로, 서경에 돌아가서 일정을 잡도록 하지.”그러자 김서윤이 투덜댔다.“대표님, 솔직히 화동에 하실 일 없잖아요.”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무슨 소리야, 쇼핑몰 커팅식이 엄연

  • 가면을 쓴 남편   제427화

    엘리베이터 문이 부드럽게 열리자 한 층을 독채로 쓰는 구조답게 펜트하우스의 널찍한 안면 인식 현관문이 눈에 들어왔다.하슬기가 그 앞에 서자 문은 자동으로 잠금을 해제했다.양나정은 투덜거리는 하슬기의 뒤를 바짝 쫓았다.“이 일만 아니었으면 우린 지금쯤 서경 벨루스에서 신나게 쇼핑하고 있었을 텐데, 진짜 재수 없어.”하슬기가 불평을 늘어놓는 동안 가정부가 다가와 그녀의 신발을 갈아 신겨 주었다.현관에는 가정부가 한 명뿐이라 양나정은 스스로 신발을 갈아 신고 들어갔다.가정부는 어두운 낯빛으로 하슬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사모

  • 가면을 쓴 남편   제428화

    그는 상석에 앉아 살짝 치켜올린 눈썹 아래로 서늘한 안광을 뿜어냈다.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하슬기는 이미 만 번은 능지처참당했을 것이다.하슬기 옆에 서 있던 양나정조차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녀 역시 하정훈의 저토록 살기 어린 눈빛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방안은 히터를 틀어서 훈훈한데 분위기는 시베리아 벌판이었다.하슬기는 입술을 달달 떨면서도 하정훈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 감히 시선을 피하지조차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와, 아빠 화낼 때보다 열 배는 더 무섭네.’“병원에 갔

  • 가면을 쓴 남편   제405화

    마침 구급차에 오를 때쯤 ‘엄마'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었는데, 그 벨 소리의 주인공은 현재 응급실 층이 떠나가라 통곡하고 있는 목소리와 매우 흡사했다.민지현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저는 민지현이라고 하는데 재스민 갤러리의 아트디렉터이자 송 관장님의 부하 직원입니다...”민지현은 오늘 밤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최미경을 부축하던 여자가 분한 듯 이를 갈며 내뱉었다.“손윤영, 그 할망구가 죽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어?”최미경은 사색이 되어 눈물을 쏟아

  • 가면을 쓴 남편   제426화

    하슬기는 즉시 운전 기사에게 행선지를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차는 서정우가 시내 중심가에 매입한 펜트하우스로 향했다.지하 주차장에 차가 멈추자마자 하슬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정우였다.“어디야?”서정우의 질문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었다.양나정이 옆에서 농담을 던졌다.“어머, 서정우 씨가 벌써 부인이 보고 싶으신가 보네.”하슬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지하 주차장이에요. 금방 올라가요.”곧 도착한다는 말에 서정우는 의아해했다.“친구들이랑 쇼핑 간다지 않았어?”하슬기는 입을 삐죽거렸다.“일이 좀 생겼어요.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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