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건모가 고개를 들자 송서윤은 그의 섹시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심건모는 송서윤을 안아주며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송서윤은 심건모의 품 안에서 숨을 몰아쉬며 달래듯이 속삭였다. “진짜 잘생겼다. 우리 남편, 진짜 훈남이네요.”심건모는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송서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좋아?”송서윤은 아무 생각 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무 좋아요.”심건모의 품에서 내려온 송서윤의 눈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오늘 할 일이 너무 많네요. 어제 계약서 썼으니까 오늘은 직원들 데리고 인수인계하러 가야 해요.”심건모는 떠나가는 송서윤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하게 대답했다.심건모가 안방에서 나왔다. 제훈 일행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가서 향가옥에 있는 물건들 다 정리해.”현관부터 3층까지 구불구불 이어졌던 장미 꽃잎은 이미 시들었고 식탁 위의 촛불은 타버려 연기만 남았으며 스테이크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안방 침대 위 장미 꽃잎 하트 중앙에는 보석 목걸이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송서윤은 이리안을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벤츠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던 송서윤 앞에 고영훈이 나타났다.“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나요?”“소송을 하면 법원 쪽에 기록이 공개되나요?”“법원 쪽 기록은 남지 않겠지만...”휴대폰 너머로 장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많은 사건이 밖으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일단 법정을 거치게 되면 법원 사람들은 다 알게 됩니다.”“재혼 루머가 퍼질 수도 있어요.”“알겠어요.”“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요. 특히 국장님한테는 절대.” 송서윤이 당부했다.“형수님, 건모 형님께 맡기면 훨씬 간단하게 처리될 텐데요.”장호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만약 발설하면 해임할 겁니다.” 송서윤이 단호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장호는 결국 포기했다.송서윤은 고영훈이 고하준을 안으로 데려다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에
심건모는 송서윤의 얼굴을 받쳐 들고 그녀가 입을 맞추게 내버려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물었다. “응? 16일 뒤에 뭘 하겠다고?”송서윤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채 무력하게 두 눈을 감았다. 심건모의 어깨를 짚고 있던 손이 스르르 떨어졌고 눈꼬리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송서윤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떠날 거예요.”심건모는 떨어지는 송서윤의 작은 손을 붙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그의 몸이 밤의 정적 속에 멈췄고 눈빛 아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심건모는 송서윤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낮게 읊조렸다. “꿈도 꾸지 마.”심건모는 혼미해진 송서윤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밖을 향해 말했다. “의사 불러와.”집사는 방문을 열고 한약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뒤 서둘러 보고하러 나갔다.제훈이 심건모의 주치의를 데리고 들어왔고 의사는 즉시 송서윤을 진찰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심건모가 손을 뻗어 그 한약 접시를 집어 들었다.제훈은 한약 냄새를 맡으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가와 말렸다.“국장님,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마침 의사의 진찰이 끝났다.심건모는 접시를 제훈에게 넘겼다.의사가 다가와 말했다. “국장님, 사모님께서 찬 기운에 노출되어 고열이 나신 겁니다. 해열제를 처방했으니 푹 자고 나면 내일쯤 괜찮아질 겁니다.”“심장은요?”“일찍 발견해서 영향은 없습니다.”“사모님, 이틀 정도는 최대한 많이 쉬시고 무리하지 마십시오.”심건모는 무심하게 대답한 뒤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제훈은 한약 접시를 들고 안방에서 나오며 의사의 손을 붙잡았다. “번거롭겠지만 자세히 점검해 주십시오.”이정희가 송서윤에게 마시라고 한 약이었다. 심건모는 이 약을 마셔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의사는 약을 챙겨 떠나며 말했다. “내일 답변드릴게요.”...깊고 끝을 알 수 없는 밤이었다.심건모는 열이 올라 온몸이 뜨거운 송서윤을 품에 안은 채 밤을 지새웠다.해열제 기운에 송서윤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그녀는 깊이 잠들었다가
그토록 뼈저린 아픔이었을 줄이야.고영훈은 반지를 꽉 움켜쥐어 손바닥 안에 구겨 넣었다.그때 송서윤은 분명 지금의 고영훈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자신이 그녀에게 이토록 깊은 상처를 주었다니.고영훈은 정말로 후회했다.처음부터 허연수를 가두어 버렸어야 했다.“여진아.” 고영훈이 입을 열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그는 양복 주머니에서 선물 상자를 꺼냈다. “선물이야. 매일매일 행복하길 바랄게.”그가 무심코 준비한 이 선물이 심여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고영훈은 알지 못했다.심여진은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분홍색 크리스털 팔찌가 들어 있었다.순간 심여진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방금 송서윤이 선물해 준 똑같은 분홍색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두 개의 똑같은 크리스털 팔찌가 심여진의 마음을 흔들었다.멀어지는 고영훈의 슬픈 뒷모습을 보며 심여진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함께 산 것일까, 같은 가게에서 산 것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쌓인 깊은 정이 만든 일치함일까. 어쩌면 이토록 똑같은 선물을 샀단 말인가....이정희는 송서윤을 아끼는 심건모의 모습을 보니 숨이 막혀 왔다.“당시에 윤영이와 건모의 혼사를 허락했던 건 이민호가 제 할아버지와 같은 지독한 방식으로 결국 윤영이를 팔아넘길까 봐 걱정돼서였어.”“또한 이씨 가문 어르신이 아버님의 목숨을 구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기도 했고 우리가 옛날 혜정에게 저지른 실수를 보상하기 위함이기도 했어.”“그런데 이제 혜정이의 딸이 우리 앞에 와 있고 건모와 결혼을 했어.”“하지만 내 손으로 혼사를 망쳐버렸으니...”이정희의 마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이혜정의 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밀려왔다.하지만 송서윤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점과 이혜정이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아이를 갖지 않는다 해도 서윤이가 혜정이의 뒤를 밟게 될까 봐 너무...” 이정희가 목이 메어 물었다. “
동건우는 고영훈과 제이크의 대화를 듣지 못했지만 떠보듯 물었다. “무슨 비밀 회동이라도 했나요? 혹시 케이시라는 사람 알아요?”그 순간, 고영훈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심건모는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표정 또한 심건모에 의해 가려졌다.하여 동건우는 송서윤의 반응을 볼 수 없었다.심건모는 고영훈을 쳐다보았다. 고영훈은 송서윤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서윤이가 하준이를 보고 싶어 해서 나랑 같이 학교에 아이를 보러 갔던 겁니다.”고영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그가 송서윤의 정체를 발설할 리 없었다.고영훈의 시선이 동건우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당시 주변에 제삼자가 없었음을 확신했다.동건우가 그 말을 들었을 리 없다.동건우는 지금 그들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동건우는 왜 그들을 떠보는 걸까!이유는 단 하나, 그는 케이시를 찾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동건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왜 고 대표님 별장에 나타난 거죠? 수작 부려서 형수님을 협박한 거 아니에요?”“형수님은 아침에 입찰장에서 나갈 때만 해도 왼손에 반지가 없었는데 방금 들어올 때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더라고요.”동건우가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반지 옆면엔 GS 라고 새겨져 있던데. 고 대표님처럼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동건우는 비웃으며 말했다.고영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송서윤을 바라보았다.송서윤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녀가 인정해 주길 기대했다.예를 들면 심건모와의 결혼은 가짜라거나, 심건모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고영훈뿐이라는 그런 말들.한때 고영훈은 송서윤에게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를 만지고 보호하려는 것조차 허황한 꿈이 되어버렸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바보 같이 아내를 잃어버리다니...’심여진이 송서윤의 손을 붙잡으며 경악했다. “언니랑 영훈 오빠 예전 결혼반지잖아요!”이 비명 섞인 외침은 송서윤과 고영훈의 관계가 깨끗하지 않음
그 순간, 고영훈이 송서윤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차가운 시선으로 동건우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동건우의 주먹은 고영훈이 아닌 이민호의 얼굴로 날아갔고 이민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어!” 동건우가 히스테릭하게 고함을 지르며 이민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동건우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상태였다.“무슨 짓을 했냐고!”이민호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너 왜 이래! 서윤이를 동생으로 안 본다며...”“묻잖아. 무슨 짓을 했냐고!” 동건우의 주먹이 쉴 새 없이 이민호의 얼굴을 강타했다.서지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그만하라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달려들었고 심경욱이 급히 그를 떼어놓으려 했다. “멈춰!”하지만 동건우의 기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사나웠다.이민호는 동건우가 왜 이러는지 영문도 모른 채 빌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제발 그만해!”동건우는 그제야 손을 놓았고 바닥에 쓰러져있던 이민호는 서지원과 심경욱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내 동생 근처에 얼씬거리지 마.”이민호는 동건우의 기세에 눌려 서지원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동건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서윤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연회에 초대하실 수 있습니까?”그의 시선은 곧바로 고영훈에게 꽂혔다. “서윤이의 전남편까지?”사람들은 그제야 고영훈이 송서윤을 제 등 뒤에 숨기고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결혼식 총격 사건의 용의자 아닙니까? 사건 피해자인 건모와 서윤이가 고영훈과 접촉하게 두다니요.” 동건우의 말에는 비난이 가득 섞여 있었다.“...” 이정희와 심경욱은 난처한 듯 심여진을 바라보았다.심여진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생일 파티에 온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진심으로 그녀를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고 대표님, 생일 파티는 끝났습니다.”
송서윤은 고영훈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녀가 창가에 앉아 있을 때 고영훈이 말을 걸어왔다.“꼬마야, 창가에 앉아 있으면 위험해.”송서윤이 내려오려 하지 않자 고영훈은 다가와 그녀 곁에 앉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창밖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했다.겁에 질린 송서윤이 몸을 움츠리며 그의 목을 껴안자 고영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번에도 이러면 진짜 던져버린다.”고영훈은 그렇게 송서윤의 인생에 나타났다. 송서윤을 겁주어 울리고는 주희영에게 혼이 나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달래주어야 했던 사람.그 후로 고영훈은 매일 송서윤을 찾아와 웃게 해주었다.그때 고영훈도 환자복 차림이었다.그는 일 년 내내 병원에 살다시피 했다.송서윤이 퇴원할 때가 되어서야 그도 퇴원했다.송서윤은 고영훈이 아무런 증상도 없었기에 무슨 병을 앓았는지 알지 못했다.고영훈은 그녀를 만난 뒤 병이 다 나았다고 했다.송서윤이 바로 고영훈의 약이었다.송서윤은 심여진에게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넬 뿐이었다.두 사람이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이민호가 송서윤을 가로막아 섰다.이정희와 심경욱이 보는 앞이었다.“심 국장님과 서윤이 결혼식은 언제 다시 올리나요? 서윤이 혼수를 준비해 줘야 해서요.”“혼수라니요?”이정희가 물었다.“서윤이는 제 고모님의 딸이자 제 사촌 여동생입니다. 고모님이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오빠인 제가 혼수를 준비해야죠.” 이민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이정희와 심경욱은 경악하며 송서윤을 바라보았다. “서윤아, 네 어머니 성함이...”“이혜정입니다.” 송서윤이 답했다.두 사람의 머릿속에 차마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휘몰아쳤다.“아버님, 어머님. 제 어머니를 아시나요?”두 사람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송서윤이 물었다.“알고말고.” 이정희가 송서윤의 손을 잡았다. “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가까운 사이였단다. 네 어머니는 우리보다 몇 살 어렸고 함께 자라왔어.”“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