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문이 열리는 순간, 한수진을 맞이한 것은 기대를 품었던 다정한 연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만함과 탐욕으로 가득 찬, 냉혹하기 짝이 없는 비즈니스맨의 얼굴이었다.
강도진은 그녀가 들어왔음에도 변변한 인사 한마디 생략한 채, 탁자 위로 두꺼운 브로셔를 거칠게 밀어 던졌다. 툭, 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며 수진의 앞에 멈춰 선 종이 위로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보였다.
"성운 재단 자선 경매에 곧 출품될 블랙 다이아몬드야. 내일 경매가 끝나는 즉시, 이걸 메인으로 한 프리미엄 라인의 런칭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할 거니까 디자인팀은 지금부터 밤샘 대기해."
자신의 화려한 복귀 무대와 기업 이미지 쇄신만을 꿈꾸며, 수진을 철저히 부려 먹기 좋은 ‘도구’로만 바라보는 도진의 일방적인 명령조 대사였다. 하지만 그 눈빛에 감춰진 서늘함과 이용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 채, 수진은 그저 도진이 다시 자신을 불러주었고, 그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한수진은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긴장감과 기대를 안고 자신의 완성된 디자인 패드를 강도진에게 보여주었다.패드 화면을 넘겨보던 도진의 눈이 서서히 번쩍이기 시작했다. 과거 처음 '새로운 태양' 디자인을 마주했을 때 뇌리를 스쳤던 그 압도적인 전율감이, 전신을 타고 다시금 짜릿하게 몰아쳤다. 중앙의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를 옭아맨 거친 가시 줄기와 사방으로 터지는 광채의 조화는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했다.중앙의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수천 개의 투명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기하학적으로 층층이 쌓여 거대한 건축물처럼 뻗어 나가는 구조는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했다. 빛을 집어삼키는 블랙 다이아몬드의 심연과, 그를 정교하게 지배하는 기하학적 층위의 대비.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신구를 넘어,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는 차가운 권력의 상징이었다."그래, 이거야! 사교계를 완전히 집어삼킬 우리 CB의 위엄에 딱 맞아!"도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광분했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광기로 일그러질 정도였다. 수진을 향한 극찬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아이의 정체에 대해 품었던 깊은 불신과 수진을 향한 싸늘한 의혹마저, 이 압도적인 기하학적 도안 앞에서는 눈 녹듯 허물어졌다. 재능이 곧 권력인 주얼리 시장에서 이 디자인은 주사위를 다시 던지게 할 치트키나 다름없었다."역시 수진아, 너는 내 보물이었어. 내가 잠시 눈이 멀어 네 가치를 몰라봤군."오랜만에 마주하는 도진의 따스하고 끈적한 눈빛. 그 눈빛을 받는 순간 수진은 전신을 옥죄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드디어 이 집의 안주인 자리를, 도진의 옆자리를 지켜냈다는 승리감이 밀려왔다."이 작품이 사교계에 정식으로 선보인다면 우린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 거야. 아니, 이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지. 참, 지난번에 H사의 그 한정판 핸드백 가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벌써 사람 시
지수의 리버파크 작업실. 탁자 위에는 지현이 덤이라며 던져주고 간 50캐럿짜리 블랙 다이아몬드가 놓여 있었다.지수는 가만히 그 보석을 응시했다. 강도진은 이 시커먼 보석에서 탐욕을 보았고, 사교계의 가짜 왕관을 만들려 피를 말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수의 눈에 비친 블랙 다이아몬드에는 탐욕도, 위선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깊고 포근한 밤하늘일 뿐이었다.지수는 연필을 쥐고 거침없이 곡선을 그려나갔다.과거 'Z'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던 ‘이별’은 파괴적이고 기괴했다. 5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를 잠식하던 수백 개의 멜리 다이아몬드와 블랙 로듐으로 도금된 상처 가득한 줄기. 그것이 지수가 강도진이라는 지옥을 통과해 오며 남긴 잔인한 도록이었다면, 지금 종이 위에 피어나는 선들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여기는…… 가장 포근한 품이 될 거야."화이트 골드로 정교하게 엮인 부드러운 요람의 형상. 그 한가운데에 50캐럿의 블랙 다이아몬드를 심장처럼 얹었다. 그리고 ‘이별’에서 장미의 생명력을 빨아먹듯 짓누르던 수백 개의 멜리 다이아몬드(Melée Diamond)를, 이번에는 블랙 다이아몬드 주변으로 넓고 다정하게 흩뿌렸다.그것은 잠식이나 비명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조용히 수놓는, 아이의 잠자리를 지켜주는 포근한 은하수였다.작품의 이름은 ‘요람’.‘이별’을 통해 잔인하게 과거를 털어낸 지수가, 이제는 그 어둠마저 삼켜버릴 만큼 거대하고 단단한 사랑으로 자신과 소중한 것들을 품어 안겠다는 구원의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지수의 새로운 요람인 'The Moon'의 완벽한 상징들이 되어줄 것이다.지수가 구원의 선언을 그려가고 있던 그 시각, K국의 또 다른 공간은 진흙탕 같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 이걸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한수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스케치북을
성운재단 자선 경매가 끝난 다음 날 아침, CB 본사 대표이사 집무실.집무실 벽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송출된 경제 뉴스가 한창 흘러나오고 있었다.[앵커: 어젯밤 열린 성운재단 자선 경매에서 최고 화제작이었던 50캐럿 천연 블랙 다이아몬드가 15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자는 다름 아닌 CB그룹의 강도진 대표로…….]화면 속에는 ‘CB그룹, 사교계의 명가 아스테리아의 블랙 다이아몬드 품다’, ‘강도진 대표, 150억 자선 베팅으로 기업 이미지 전세 역전’ 같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헤드라인이 쉴 새 없이 교차하고 있었다. 최근 베이비샤워 스캔들로 도배되었던 자극적인 찌라시들이 단 하룻밤 만에 대기업 수장의 통 큰 기부와 럭셔리 마케팅 기사로 완전히 덮인 것이다.도진은 그 뉴스를 바라보며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깊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 그의 눈엔 다시 세상이 제 발밑에 놓인 듯한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방 한가운데 놓인 최고급 대리석 탁자 위, 장식장 가장 중심부에는 뉴스 속 주인공인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영롱하면서도 기묘한 빛을 뿜어내며 안착해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한동안 도진의 싸늘한 냉대 속에서 피가 마르다 간신히 기회를 잡은 디자인팀장, 한수진이 바짝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수진은 도진의 눈치를 살피며 가져온 패드를 조심스럽게 밀어놓았다."이 50캐럿 원석은 절대로 쪼개거나 흠집 내지 마.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니까. 이건 우리 CB의 최상위 명품 브랜드가 될 '로열 블랙' 라인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 목걸이로만 세팅한다."도진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오만하게 지시했다. 수진이 서둘러 패드에 받아적으며 의아한 듯 물었다."그럼 프리미엄 라인의 다른 제품들은 어떻게 구성하나요? 마스터피스 하나만으로는 브랜드를 전개하기에 한계가 있을 텐데요." "어젯밤 경매가
문이 열리는 순간, 한수진을 맞이한 것은 기대를 품었던 다정한 연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만함과 탐욕으로 가득 찬, 냉혹하기 짝이 없는 비즈니스맨의 얼굴이었다.강도진은 그녀가 들어왔음에도 변변한 인사 한마디 생략한 채, 탁자 위로 두꺼운 브로셔를 거칠게 밀어 던졌다. 툭, 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며 수진의 앞에 멈춰 선 종이 위로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보였다."성운 재단 자선 경매에 곧 출품될 블랙 다이아몬드야. 내일 경매가 끝나는 즉시, 이걸 메인으로 한 프리미엄 라인의 런칭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할 거니까 디자인팀은 지금부터 밤샘 대기해."자신의 화려한 복귀 무대와 기업 이미지 쇄신만을 꿈꾸며, 수진을 철저히 부려 먹기 좋은 ‘도구’로만 바라보는 도진의 일방적인 명령조 대사였다. 하지만 그 눈빛에 감춰진 서늘함과 이용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 채, 수진은 그저 도진이 다시 자신을 불러주었고, 그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눈이 멀어 있었다.어떻게든 도진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자신을 다시 찾아준 도진을 위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그를 만족시켜야만 이 불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강박이 그녀를 지배했다.도진은 수진이 방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의 시선은 수진의 얼굴을 지나, 그녀의 원피스 위로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배로 향했다. 순간 도진의 미간이 좁아지며 거친 분노가 일었지만, 그는 간신히 이빨을 악물며 분노를 삼켜냈다."너도 내일 경매에 참석해야 하니까 미리 준비해 두고." "네……? 저도요?" "약혼식까지 대대적으로 치른 마당에, 내가 너를 내버려 두고 이런 공식 행사에 혼자 참석한다면 사교계가 우리를 가만두겠어? 또 다른 추문이 돌기 전에 완벽한 파트너처럼 보여야 해."차가운 다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진
화려한 조명이 꺼진 늦은 밤, K국 오닉스 본사 최상층 대표실.적막이 내려앉은 공간 속에서 슬비는 탁자 위에 놓인 책자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운 재단 자선 경매의 최고 기밀 브로셔. 그 두꺼운 종이 재질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기묘한 광채를 내뿜는 50캐럿짜리 ‘블랙 다이아몬드’였다.그것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다. 오만함에 눈이 먼 강도진을 단숨에 파멸의 늪으로 끌어당길, 가장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미끼였다.지현의 비서로 오랜 시간 그의 가장 가까운 곁을 지켜온 슬비였다. 그렇기에 지현이 일 처리 하나만큼은 칼날처럼 정확하고 유능한 남자라는 사실은 이미 그녀에게 숨 쉬듯 당연한 일상이었다. 빈틈없고 완벽한 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짝사랑하며 혼자 가슴앓이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서류를 한 장씩 넘기는 지현의 손길은 평소와 다름없이 냉철하고 거침없었다."성운 재단 쪽에 밑작업은 이미 완벽하게 끝났어. 제이아우라는 이 판에서 완전히 배제했으니, 강도진 그 인간도 아무런 의심 없이 덥석 물 거야. 오직 나와 진우 씨, 그리고 아스테리아의 이름으로만 움직인다."비서로서 그의 곁에서 묵묵히 서포트하던 슬비는, 문득 가슴속에 맴돌던 의문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대표님, 이 정도 크기와 퀄리티의 블랙 다이아몬드는 구하기 정말 어려우셨을 텐데…… 혹시 지수가 예전에 흘리듯 한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 거예요?"그 질문에 서류를 보던 지현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지현의 서늘했던 눈빛이 봄눈 녹듯 부드럽게 풀렸다. 냉혹한 비즈니스맨의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오직 동생 지수만을 생각하며 짓는 무조건적이고 다정한 미소였다."당연하지. 우리 지수가 지나가면서 예쁘다고 한마디 했던 건데, 오빠가 되어선 당연히 기억해야지. 그리고 애초에 그 아이가 원하는 보석을 마음껏 구해주기 위해 만든
강도진이 눈앞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CB 그룹의 명예를 시장 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지는 동안, 박진우의 움직임은 지독할 정도로 고요하고 신속했다."대표님, 예상대로 강 대표가 대대적인 할인전을 감행했습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끌 현금은 돌기 시작했겠지만, 시장의 신뢰는 완전히 바닥을 쳤습니다. 백화점 매장 철수설까지 돌면서 오늘만 주가가 또 8% 추가 하락했습니다."진우는 비서가 올린 주가 그래프를 보며 낮게 읊조리듯 실소를 터뜨렸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거대한 짐승을 숨죽여 기다리던 하이에나의 잔인한 미소였다."멍청한 새끼. 제 손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군."보석 브랜드의 생명은 고결함과 희소성이다. 한 번 싸구려 이미지로 낙인찍힌 브랜드는 정재계 VIP들의 폐쇄적인 사교계에서 두 번 다시 살아남을 수 없다. 강도진은 당장의 퇴출과 부도를 면하기 위해, 가문의 미래를 통째로 팔아치운 꼴이었다.진우가 서늘하게 명령했다."돌아다니는 CB의 유통 주식, 그리고 사외이사들이 겁을 먹고 던지는 투매 물량까지 단 한 주도 남기지 말고 긁어모아. 강도진이 제 발밑의 땅이 꺼지는 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내 허락 없이는 숨도 못 쉬는 상태여야 하니까.""네, 알겠습니다."진우는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한수진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바라보던 도진의 화려한 성은, 이미 밑바닥부터 진우의 거대한 자금력에 잠식당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A국 패션계와 상류층의 시선은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CB의 처참한 타락을 비웃듯, 제이아우라는 보석 시장의 완벽한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무서운 기세로 비상하고 있었다.지수가 선택한 전략은 철저한 '투트랙(Two-Track)'이었다.디자이너 유진의 독창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hope’ 라인이 합리적인 가격과
서재의 공기는 무겁고도 달콤했다. 도진은 일주일 뒤로 다가온 신상 향수 ‘러빙유’ 시향회 준비를 위해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그때, 소리 없이 다가온 수진이 얇은 슬립 차림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훅 끼어드는 진한 장미 향에 도진의 펜 끝이 멈췄다."이 파티, 나도 가면 안 돼? 당신이 만든 작품, 나도 제일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도진은 고개를 돌려 수진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정한 손길이었지만, 이어진 목소리는 비즈니스만큼이나 냉정했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임
진우의 사무실은 강이현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아니, 활기라기보다는 폭풍 전야의 에너지가 감돌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보스, 여기는 보스가 있기에는 조금 작지 않아? 뭐, 그래서 더 새롭기는 하지만.”빈정거리며 사무실을 구경하던 이현은, 마치 정해진 운명인 듯 8개의 모니터가 곡면으로 배치된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의자 뒤에는 그가
도진의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담백했다. 아니, 그것은 정리라기보다 ‘삭제’에 가까웠다. 지수는 거대한 드레스룸에 가득 찬 명품 백들과 화려한 가구들을 무미건조하게 훑어보았지만, 챙겨갈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진의 손길이나 흔적이 조금이라도 묻은 것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3년이라는 세월 중 지수가 챙긴 것이라곤 원석과 비즈가 잠든 보석함 세 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담긴 포트폴리오와 노트북,
고급 주택 단지 ‘포레스트’의 입주민 전용 앱은 며칠째 특정 게시글로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시작은 ‘포레스트 맘’이라는 닉네임이 올린 사진과 영상이었다.[이런 게 텃세인가요? 우아한 겉모습에 속았네요.] (첨부 이미지: 찰과상과 피멍이 든 아이의 무릎과 손 사진) “단지 내에서 애가 다쳤는데 사과 한마디 없네요. 유명한 분이라길래 인품도 남다를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잘못하면 사과할 줄 아는데, 어른이 참...”댓글창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ㄴ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