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진우의 사무실은 강이현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아니, 활기라기보다는 폭풍 전야의 에너지가 감돌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보스, 여기는 보스가 있기에는 조금 작지 않아? 뭐, 그래서 더 새롭기는 하지만.”
빈정거리며 사무실을 구경하던 이현은, 마치 정해진 운명인 듯 8개의 모니터가 곡면으로 배치된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의자 뒤에는 그가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의 에너지 드링크와 간식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어도 진우는 이현의 사소한 취향조차 잊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진우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자, 그가 가진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데?” “전부 모이면 그때 설명해
수진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위층 휴게실로 향하는 지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파티장의 소음이 멀어지고 정적이 감도는 복도 끝, 지수는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켜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수진은 샴페인 대신 노란 사과 주스가 담긴 잔을 쥔 채, 보석이 박힌 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성큼성큼 다가갔다."이지수 씨, 즐거워 보이시네요. 사모님들 비위 맞추는 솜씨가 아주 보통이 아니던데요?"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지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수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수진을 담아냈다. 그 무심한 시선이 수진의 열등감을 더 날카롭게 자극했다."비위를 맞춘 게 아니라 안목을 나눈 겁니다." "안목? 웃기지 마. 네가 가진 그 모든 게 다 도진 씨 덕분인 거 잊었어? 자기 새끼가 없어 남의 새끼 뺏으려는 주제에 잘난 척하지 마."수진은 한 발짝 더 다가가 지수를 몰아세웠다. 그녀는 일부러 비어 있는 왼손으로 자신의 배를 소중하게 감싸 쥐며, 지수의 가장 아픈 구석을 잔인하게 헤집었다. 하지만 지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수진의 위아래를 훑었다."역겨운 건 내가 아니라, 남의 자리를 가로채고도 불안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당신이죠. 당신이 입은 그 화려한 드레스가 오늘따라 참 무거워 보이네." "뭐…?" "도진 씨는 오늘 알았을 거야. 당신이 아무리 치장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 천박함을. 그래서 당신이 아닌 나를 본 거고."지수의 말이 비수처럼 수진의 심장에 꽂혔다. 분노로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수진은 지수를 밀칠 듯 손을 뻗었지만, 지수는 가볍게 그 손을 피해 계단 위로 한 걸음 올라갔다."그만해. 여기서 더 추해지면 나도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까."지수가 등을 돌려 가려는 찰나, 수진은 제어할 수 없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수의 어깨를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급하게 몸을 틀던 수진의 높은 굽이
시향회 후, 본격적인 친목의 시간이 다가왔다. 파티장 내부에는 '러빙유'의 잔향과 최고급 샴페인의 기포가 뒤섞여 기묘하고도 화려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민수의 팔짱을 낀 채 도진을 흘깃거리던 수진은 서운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도진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물급 인사들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사업적 환담을 나누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결국 참다못한 수진이 샴페인 잔을 든 채 도진에게 다가갔다. 도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수진은 오히려 턱을 치켜세웠다. 저 멀리서 다른 부인들과 우아하게 대화를 나누는 지수의 시선을 의식한 탓이었다. 수진은 보란 듯이 도진의 곁으로 파고들어 그의 손에 샴페인 잔을 쥐여주었다."강 대표님, 오늘 시향 정말 좋았어요. 도진 씨의 감각은 역시 최고예요. 사실… 다음 제품은 저도 조향사로 참여하고 싶네요."도진은 곁에 있던 파트너의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파트너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조향사였습니까? 제가 이 분야 인맥이 좁아서 몰랐군요." "디자이너가 본업이긴 하지만 조향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도진 씨 곁에서 돕고 싶은 마음이 커서요."수진이 도진의 팔뚝을 은근하게 쓸며 대화를 독점하려던 찰나, 여성치고는 낮으나 또렷한 발음과 부드러운 음색의 목소리가 흐름을 끊었다. "강 사장님, 오늘 시향회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화려한 드레스 일색인 파티장에서 홀로 은은한 광택이 도는 올 화이트 실크 수트를 입은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날카롭게 재단된 실루엣은 냉철한 카리스마를 극대화했고, 소매 끝으로 살짝 드러난 골드 스퀘어 워치는 묵직한 자본의 위엄을 과시했다."싱가포르에서 '블루오션'이라는 투자사를 운영하는 사라 첸입니다."사라는 자신의 블루 티타늄 명함을 꺼내 도진에게 내밀었다. 레이저로 각인된 푸른 금속 명함
‘러빙유’ 시향회 전날, 수진의 거실에는 리버파크에서 공수해 온 ‘밤바다’ 드레스가 위용을 자랑하며 걸려 있었다. 드레스를 확인하러 온 도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우리 옷이 아닌 건 아쉽지만, 이제 이 정도는 알아서 잘 준비하네. 내가 따로 챙길 필요가 없겠어.”그의 말투에는 자신의 안목을 닮아가는 수진에 대한 기특함과, CB의 옷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미묘한 불쾌감이 공존했다. 수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진의 허영심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필요 없다니 무슨 말이야. 전부 도진 씨가 가르쳐 준 것들이잖아. 그리고 나도 디자이너야. 설마 내게 드레스 보는 안목이 없겠어? 그리고 CB의 드레스는…… 평소에 당신이 직접 골라서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세상에서 제일 예쁘니까.”도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수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수진은 그의 품에 안겨 달콤하게 미소 지었지만, 도진의 어깨 너머를 응시하는 눈빛만은 얼음처럼 차갑게 빛났다.시향회 당일. 수진은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듯 자신을 가꿨다. 오늘 시향회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어야 했다. 시간 맞춰 도착한 민수는 다이아몬드 세트와 밤바다 드레스로 무장한 수진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오늘 너무 힘준 거 아냐? 누가 봐도 주인공은 너겠어.”민수는 짙은 밤색 벨벳 재킷에 타이를 매지 않은 여유로운 차림으로 수진을 에스코트했다. 파티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진은 승리를 확신했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던 지수가 먼저 수진을 발견하고 도진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카키 그레이 드레스를 입은 지수의 수수한 모습에 수진은 더욱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지수의 손짓에 고개를 돌린 도진의 안면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도진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수진의 팔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 척하며 그녀를 전시장 구석의 어두운 복도로 끌고 갔다.
서재의 공기는 무겁고도 달콤했다. 도진은 일주일 뒤로 다가온 신상 향수 ‘러빙유’ 시향회 준비를 위해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그때, 소리 없이 다가온 수진이 얇은 슬립 차림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훅 끼어드는 진한 장미 향에 도진의 펜 끝이 멈췄다."이 파티, 나도 가면 안 돼? 당신이 만든 작품, 나도 제일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도진은 고개를 돌려 수진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정한 손길이었지만, 이어진 목소리는 비즈니스만큼이나 냉정했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임원들부터 거래처까지 전부 지수가 내 부인인 걸 알아. 너를 데려가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망신당하고 싶지는 않아."수진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물러나려는 찰나, 도진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제 무릎 위에 앉혔다."대신 파티 끝나고 열리는 경매, '블레싱 나이트'에 가자."도진이 건넨 것은 블랙과 골드가 조화된 우아한 초대장과 한도 없는 카드 한 장이었다."이번 드레스 코드는 '미드나잇 블루 앤 실버(Midnight Blue & Silver)'야. 잊지 마."수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평생 손에 쥐어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최상류층의 전유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서운함은 카드 한 장에 눈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문을 닫고 나오는 수진의 눈빛은 이내 독기로 번뜩였다. 도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아이까지 가진 건 자신인데, 공식적인 옆자리는 언제나 지수의 것이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 수진은 곧장 도진의 친구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수야, 파티에 나 좀 데려가 줘. 앞으로 도진 씨랑 그런 자리 자주 다닐 것 같아서 미리 익혀두려고." "너를? 도진이 아내는 지수 제수씨잖아. 나 도진이한테 뒤지게 혼나는 거 아냐? ...뭐, 네가 책임진다면야. 나도 혼자 가기 심심하던 차였어."
진우의 사무실은 강이현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아니, 활기라기보다는 폭풍 전야의 에너지가 감돌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보스, 여기는 보스가 있기에는 조금 작지 않아? 뭐, 그래서 더 새롭기는 하지만.”빈정거리며 사무실을 구경하던 이현은, 마치 정해진 운명인 듯 8개의 모니터가 곡면으로 배치된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의자 뒤에는 그가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의 에너지 드링크와 간식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어도 진우는 이현의 사소한 취향조차 잊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진우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자, 그가 가진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였다.“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데?” “전부 모이면 그때 설명해 주지.”진우의 미소는 짧고도 서늘했다. 그 뒤로 일주일 간격으로 팀원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자금 동원의 대가 사라 첸, 법률계의 독사 박성재, 그리고 그림자 같은 정보원 김철수까지. 마침내 진우의 드림팀이 완성되었다.[소개해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뵙죠.]지수는 진우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거울 앞에 섰다. 하루 종일 리버파크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을 예정이었지만, 진우의 호출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활동적인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그리고 어제 직접 세공한 백금 은사 링 귀걸이를 한 지수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생기 넘쳤다. 도진의 아내로 박제되어 있을 때의 무색무취한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날 것의 아름다움이었다.지수가 사무실 문을
도진의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담백했다. 아니, 그것은 정리라기보다 ‘삭제’에 가까웠다. 지수는 거대한 드레스룸에 가득 찬 명품 백들과 화려한 가구들을 무미건조하게 훑어보았지만, 챙겨갈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진의 손길이나 흔적이 조금이라도 묻은 것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3년이라는 세월 중 지수가 챙긴 것이라곤 원석과 비즈가 잠든 보석함 세 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담긴 포트폴리오와 노트북, 드로잉 패드가 전부였다.작은 가방 하나만을 든 채 지수가 도착한 곳은 고급 주택 단지의 정점이라 불리는 ‘리버파크’였다. 이곳은 단순히 비싼 집이 아니었다. 부와 명예를 넘어, 진짜 자격을 가진 자만이 허락받는 일종의 훈장과 같은 성역이었다. 도진이 소유한 '포레스트'가 과시를 위한 성벽이었다면, 이곳은 지수에게 있어 완전한 해방을 뜻하는 요새였다.지수는 두 채의 집을 하나로 합친 독특한 구조를 선택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벽히 분리된 두 공간은 지수의 새로운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 먼저 거주 공간은 대리석과 가죽으로 점철되었던 도진의 차가운 집과는 달리, 스칸디나비아 스타일과 휘게 인테리어가 따사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거실의 통창을 열자 푸른 사파이어를 닮은 청하강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공간에는 지수가 가장 아끼는 포근한 코튼 향과 우아한 동백꽃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도진의 옷깃에서 나던 비릿한 장미 향이 아닌, 오직 지수 자신만을 위한 고결하고 깨끗한 향취였다.반대편 문을 열고 들어선 작업실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차분한 우드 앤 화이트 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