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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화 통과하지 못한 재심사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9 17:00:31

‘제이아우라와 CB의 '검은 태양' 컬렉션 긴밀 협업 체결.’

대대적인 언론 발표와 함께 끝없이 폭락을 거듭하던 CB 그룹의 주가가 단숨에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지수와 도진의 전격적인 협업을 ‘두 신흥 거인의 극적인 결합’이자 최고의 호재라 부르며 환호했다.

CB 그룹 본사 대표이사실. 도진은 모니터 화면에 가득 찬 붉은색 주가 상승 그래픽을 내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눌러 오던 답답함이 일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거봐, 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빨리 이 미친 난국을 해결할 수 있었겠어.”

도진은 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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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제190화 판을 삼키는 자

    300억 원. CB 뷰티의 부도를 막고 그룹 전체로 번질 연쇄 파산을 저지하기 위해 당장 피처럼 필요한 현금이었다.도진은 평생 차려본 적 없는 납작한 태도로 시중 금융권과 대형 사모펀드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미 A은행을 시작으로 ‘신용 불량’ 낙인이 찍혀버린 CB 뷰티에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룹 본사의 유보금이라도 끌어다 쓰려 했으나, "뷰티의 무모한 확장이 낳은 자업자득에 본사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이사회의 서늘한 반발에 막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만기 상환일이 한 달 남짓 남았던 시점에서 금융권을 전전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지 어느덧 삼 주. 벼랑 끝에 몰린 채 밤을 새운 도진의 눈은 핏발이 서다 못해 검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시시각각 죄어오는 상환 시한에 숨이 막혀갈 때쯤, 대표이사실의 묵직한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박진우, 이지수, 그리고…… 얼마 전까지 자신의 충직한 수석비서였던 최태준이었다.“……너희가 여기 왜 있어? 최태준, 네가 감히 여길……!”도진이 쉰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태준을 노려보았다. 진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 한 권을 도진의 유리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툭, 하고 둔탁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트렸다.“강도진 대표, 피를 말리며 죽어가는 중인 것 같아 구원투수로 친히 와줬는데 표정이 왜 그러나?”도진이 경계심 가득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펼쳐 들었다.[CB 뷰티 지분 매각 및 사업권 양도 계약서]“CB 뷰티가 안고 있는 단기 대출 채무 300억 원을 제이아우라와 RV가 전액 인수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CB 뷰티의 지분 80%와 브랜드 소유권을 넘겨받는 조건이

  • 가장 잔인한 축복    189화 통과하지 못한 재심사

    ‘제이아우라와 CB의 '검은 태양' 컬렉션 긴밀 협업 체결.’대대적인 언론 발표와 함께 끝없이 폭락을 거듭하던 CB 그룹의 주가가 단숨에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지수와 도진의 전격적인 협업을 ‘두 신흥 거인의 극적인 결합’이자 최고의 호재라 부르며 환호했다.CB 그룹 본사 대표이사실. 도진은 모니터 화면에 가득 찬 붉은색 주가 상승 그래픽을 내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눌러 오던 답답함이 일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거봐, 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빨리 이 미친 난국을 해결할 수 있었겠어.”도진은 턱을 바짝 쳐들며 특유의 자만 어린 미소를 되찾았다. 비록 지수에게 7 대 3이라는 비참할 정도로 불리한 수익 배분율을 내주긴 했지만, 어차피 위태롭던 자신의 대표 자리를 완벽히 보전하지 않았는가. VVIP들의 불안 요소마저 단번에 잠재우며 CB라는 브랜드의 명줄을 연장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한 경주라고 생각했다. 지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찜찜함쯤은 당장 얻어낸 과실 뒤로 손쉽게 묻어버릴 수 있었다.그때, 정지상 실장이 굳어버린 표정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시중은행 세 곳에서 통보서가 도착했습니다. CB 뷰티의 300억 단기 대출 건에 대한 ‘만기 연장 재심사 결과’입니다.”도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

  • 가장 잔인한 축복   188화 판의 주인 (2)

    철저하게 도진을 거부하던 ‘더 문(The Moon)’의 상층부가 지수의 초대를 받은 지금, 드디어 그를 받아주었다. 보안 요원의 엄중하고 절제된 안내를 받아 들어선 ‘DARK MOON’의 전경은 도진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외부의 화려한 쇼룸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세공 설비와 적막함마저 감도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 접견실로 가는 길목에 전시된 'Z'의 작품들과 눈에 익은 몇몇 습작들이 도진을 반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목의 차가운 유리 벽 너머, 진우 및 직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도진의 눈에 들어왔다.바로 얼마 전까지 CB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던 수석비서, 태준이었다.계속되는 도진의 오만과 실망스러운 행보에 끝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던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태준은 도진의 곁을 떠나기 전의 지치고 우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우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한층 안정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도진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의 모습에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태준이 계속 내 곁을 지켰다면... 한수혁이 파고들 틈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가 CB에 들어올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리라.’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도진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지수의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혼, 안젤라이트 선택, ‘새로운 태양’으로 하이엔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결국 ‘검은 태양’을 선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항상 자신의 곁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주던 태준의 모습이 겹쳐지며, 가슴 밑바닥에서 깊은 허탈함과 솟구치는 울화가 기괴하게 엉켜 올라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린 지수 옆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도

  • 가장 잔인한 축복   187화 판의 주인(1)

    한참의 오열 끝에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간 ‘더 문(The Moon)’은 도진을 환영하지 않았다.고객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선 도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1, 2층의 일반 쇼룸이 전부였다. 매장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지수가 머무는 상층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찾을 수 없었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보안 기밀이라며 정중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이곳의 모든 공기와 인테리어조차 자신을 거부하는 듯했다.같은 시각, 보안실. 지수는 도진의 차량이 입차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모니터를 통해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구김이 가득한 양복, 며칠째 정리하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비서 한 명 동행하지 않은 그의 처량한 몰골은, 마치 3년 전 CB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불러올까요?”옆에 서 있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수는 보안 요원들에게 제 할 일을 하라는 듯 가볍게 손짓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니. 우리의 달은 예의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가장 싫어하거든요.”지수는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도진은 영업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텅 빈 쇼룸 주위를 맴돌다 쫓겨나듯 사라졌다.“CB 측에서 세공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다음 날 아침,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지수의 귓가에 민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던하게 응수했다.“그렇겠지. 이제 CB 내부의 세공사들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었고... 스승님은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CB 일을 받아주실 리가 없으니까.”“그렇다면 이번 ‘검은태양’ 컬렉션에서 C

  • 가장 잔인한 축복   186화 추락(2)

    기자들의 미친 듯한 취재 세례와 카메라 플래시를 피해 도진은 수혁의 멱살을 잡다시피 끌고 컨벤션 홀 지하 주차장으로 도망쳤다.차에 올라타자마자 도진은 이성을 잃고 옆자리의 수혁에게 주먹을 날렸다. 핏발 선 눈과 상처 난 주먹, 그리고 피범벅이 된 수혁의 얼굴은 도진이 느낀 수치심의 크기를 대변하고 있었다.도진은 짓이겨진 수혁을 질질 끌다시피 하여 수진이 머물고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그 시각, 집에서 TV를 켜지 않은 채 도진이 가져올 승전보와 지수의 매장 소식을 기대하며 행복한 상상에 잠겨 있던 수진은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환하게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도진 씨! 어떻게 됐어요? 이지수 그 기집애..."하지만 수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들어선 도진의 처참하게 헝클어진 옷차림, 너클이라도 맞은 듯 퉁퉁 부어오른 수혁의 얼굴, 그리고 도진의 피투성이가 된 손마디를 본 순간, 수진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을 쳤다."도, 도진 씨...? 수혁오빠, 이게 무슨..."도진은 뒷걸음질 치는 수진을 향해 순식간에 다가가 그녀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뼈가 부러질 듯한 악력에 수진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아악! 도진 씨, 왜 이러는..."도진이 수진의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가 낮은 짐승의 훔침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너랑 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8개월 만에 나와 아직도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어. 그런데 넌 여기서 이지수가 망하는 꼴이나 볼 생각에 환장해 있었나 보지?""도, 도진 씨... 난 그냥 도진 씨를 위해서...!""입 닫아."도진은 변명하려는 수진의 말을 짓밟으며 그녀를 거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자, 도진은 핏빛 어린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수진과 구석에서 벌벌 떠

  • 가장 잔인한 축복   185화 추락(1)

    도진은 감정위원의 판정서를 보는 순간 머리가 하해지며 패닉상태에 파져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아스테리아는 가짜 감정서로 업계에서 신뢰도를 잃고 자신에게 블랙다이아몬드를 납품해야 했으며 제이아우라는 자신의 완벽한 세공을 탓하며 거래를 막는 악의적 기업이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한다. 도진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이, 이게 아니야... 뭔가 착오가..."도진의 입술이 경련하듯 떨렸다.눈앞이 하얗게 질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그를 향해 돌아오는 것은 세계보석협회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의 차디찬 멸시와 실망 어린 시선뿐이었다.도진은 핏발 선 눈으로주위를 둘러보며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았다. 그의 눈에 제 뒤에 서서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한수혁이 눈에 들어왔다. . "그래 이 모든건 니가 벌린일이지?" 도진은 한수혁 대리의 덜미를 낚아채듯 틀어쥐었다. "한수혁! 네가 올린 보고서엔 전부 이상 없다고 적혀 있었잖아! 네가 원석 문제없다고 장담했잖아!""대, 대표님! 저, 저도 세공업체에서 준 대로 전달만 했을 뿐입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한수혁이 흙빛이 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려 하자, 지현의 신호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보안요원들이 한수혁의 퇴로를 막아서며 그를 기자들 앞으로 밀어 넣었다.사방에서 죄어오는 압박감과 형사 처벌의 공포를 견디지 못한 한수혁이 결국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르듯 실토했다."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한수진 씨가... 한수진 씨가 CB 기획실로 들어오게 해줄 테니 이지수를 매장시킬 보고서를 올리라고 시켰단 말입니다! 자금 지원도 전부 그쪽에서 나왔어요!"자신이 아이를 낳아준 한수진, 그리고 그녀가 직접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한수혁 대리가 처음부터 자신을 이용하고 공작을 펼쳤다는 사

  • 가장 잔인한 축복   15화 원하지 않는 아이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 가장 잔인한 축복   3화 안녕 나의 8년의 시간 3

    도진은 아침 6시가 넘어서야 옷을 갈아입기 우해 집에 들어왔다.주방에서는 가정부가 무미건조한 소리를 내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수가 현관까지 뛰어나와 "여보 왔어?"라며 겉옷을 받아 들었을 시간이었다. 밤새 고생했다며 미리 따뜻한 물을 받아둔 욕조로 그를 안내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달랐다. 거실은 적막했고 욕조는 차갑게 비어 있었다." 이 사람, 어디 갔어요?" 도진의 물음에 가정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사모님은 주무시는지 방에서 안 나오시네요."그말을

  • 가장 잔인한 축복   2화 안녕 나의 8년의 시간 2

    지수는 도전에게 연락하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119를 불렀다. 하지만 출산이 임막한 임산부처럼 부푼 배때문에 혼자서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였다. 지수는 필사적으로 옆방에 잠든 가정부를 불렀다."아줌마 아줌마...! 하아, 남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문트에 타고 넘고오는 가정부의 코고는 소리뿐이었다. 이것이 이 집에서 지수의 위치였다. 남편의 무관심 속에 고용인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철저한 그림자 같은 아내.지수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K국에 있는 부모님이나 오빠에

  • 가장 잔인한 축복   1화 안년 나의 8년의 시간 1

    평번한 여대생이었던 '이지수'의 세상은 '강도진'은 만나고 완전히 변했다.언제나 부모님과 오빠의 과잉보호 속에 기사님이 태워 주시는 차와 가정부의 가사 관리 속에만있던 지수에서 생애 처음으로 모든일은 스스로 하는 생활은 힘들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큰차가 아닌 작은차에 적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도 만날겸 지수가 타고다니는 경차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그곳에서 지수는 스물둘의 강도진을 만났다. 도진은 185의 훤칠한 키에 다부진 어깨, 오똑한 콧날에 강아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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