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지현은 비서 슬비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다거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 봉토 안에는 동생 지수의 처절한 결혼 생활과 강도진의 외도 증거들이 빠곡히 담겨 있었다.
"하, 이지수,, 이딴 남자 때문에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던 거야?" 지현은 화가나고 속상한듯 서류를 구기며 슬비를 봤다.
"박비서님은 지수의 친구이기도 하니 당분간 A국에서 가서 지수 옆에 있어 주실수 있다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이라기 보다는 지수 오빠로서의 부탁입니다. 아 그리고 지수가 부탁한 사람은 이 이사람이 좋겠군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조용한 대답과 함께 한 사람의 이력이 담긴 종이를 받아들고 슬비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대표님 저도 지수 친구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지수 옆에서 잘 챙기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남기고 슬비는 결연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선 뒤 A국으로 갈 준비를 했다.
같은 시간 수진의 집에서 한 남자가 주방에서 정신없이 토스트와 우유를 준비했다. 그는 아이들이 잠든 작은 방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 현수야, 현지야 유치원갈 준비하자" 사랑스럽게 자고 있는 아이들 뺨에 키스하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눈도 뜨지 못하는 아들 현수와 현지를 잠에서 깰수 있게 조용히 달래며 안아들고 욕실로 가 씻기고 옷을 입히는 진우의 손길은 능숙했다, 아이들을 챙겨 식탁에 앉히자, 현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 아빠 엄마는요? 엄마는 왜 맨날 집에 없어요? 나 엄마 보고 싶어요."
진우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으나, 아이가 보고 있다는 사실에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즘 엄마 일이 많아서 바쁘데 오늘 아침에 통화했어. 지금 출장 중이고 곧 돌아온다고 했어. 그리고 너희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전해달래."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진우를 거짓말을 하며 아이들을 차에 태워 등원 시킨 뒤, 자신의 근무지은 HN은행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수진에게 메세지를 남렸다. ' 애들이 보고싶어해. 이젠 집에 들어올때 되지 았았어?'
수진은 메세지를 힐끔보고 일주일만에 돌아온 집에는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이 어질러진 작은 거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 거지같아. 이러니 내가 집에 오기 싫지"
수진은 신경질적으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통 닫아버렸다. 아이들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보다 도진이 주는 화려한 일탈이 더 달콤했기에, 그녀는 애써 모성애를 외면하며 방 안으로 자신을 가두었다.
비슷하 시각, 도진 역시 일주일간의 외박을 마치고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섰다. 이미 그의 외박에 익숙해진 지수는 묵묵히 자신만을 위한 1인분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여보 미안해. 요즘 RV랑 투자계약 마무리 조절 중이라 바빠서 집에 들어오지 못했어. 화난거 아니지?"
도진이 지수의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으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지수는 대답 대신 그의 팔을 차갑게 뿌리쳤다. 지난 일주일간 하수진의 SNS에 지난 일주일의 둘만의 밀월을 자랑하는 피드가 매일 올라왔다.
도진이 수진과의 8년의 공백을 메운다며 쏟아부은 금액은 무려 50억원, 지수에게 8년 동안 쓴 돈의 두 배가 넘는 액수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동안 지수가 받았던 선물들조차 도진의 지심이 아닌 그의 비서 한실장의 업무 리스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었다.
"지수야 내 밥은 어디 있어? 나도 배고파. "
" 없어. 당신이 언제온다고 나한테 연락한 통 없었잖아"
지수의 말에 도진은 자신이 지수의 연락처를 차단했었고 그 이후 단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수는 자신을 위해 준비한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 무슨 말을 그렇게 차갑게 해? 나 밖에서 고생하고 온거 알면서 "
"고생? 그래 고생했어. 50억 쓴다고 많이 힘들었겠네."
도진은 자신의 무관심을 짜증으로 승화하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지만 지수의 낮은 읊조림에 도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무슨 소리야 50억은 RV투자금액이야. 연락 못해서 미안해. 다음엔 내것도 부탁해" 도진은 옷을 갈아입기위해 주방을 나갔다.
지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랑만 가득했던 연애 5년의 시절과 아이를 갖기위해 몸과 마음이 죽어가던 3년의 결혼생활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우리에게 아이가 없다면 다음도 없어.'
CB 그룹 대표실의 공기는 무겁다 못해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강도진은 초조한 듯 집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손톱을 깨물었다. A국 물류센터 오보 사태는 해명 방송으로 수습했다고 생각했지만, 금융 시장의 서늘한 기류는 여전했다.바로 그때, 정지상 실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또 뭐야! 이번엔 무슨 일이야!”도진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정지상은 손에 쥔 서류를 달달 떨며 말을 이었다.“CB 뷰티의 단기 대출 만기건으로 시중은행 세 곳에서 일제히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최근 불거진 그룹 신용도 리스크와 해외 사업성 재평가를 이유로…… 이번 만기 연장(롤오버)을 원안대로 진행할 수 없답니다.”“뭐? 연장이 안 된다고? 300억을 당장 상환하라는 소리야?!”“아, 아닙니다! 당장 거부는 아니고……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한 전면 재심사’를 통보해 왔습니다. 관련 재무 서류 전체 재제출 및 담보 비율 조정, 그리고 신용도 보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재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부 원금 조기 상환까지 고려하겠다고……”“재심사? 미친놈들 아니야?! 평소처럼 서류 하나로 롤오버 해주던 것들이 이제 와서 무슨 재심사야!”도진이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다행히 당장 300억을 토해내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금융권이 CB의 목줄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경고였다. 재심사라는 명목으로 금융권이 자금을 묶어버리면, CB 뷰티는 물론 본사의 현금 흐름까지 피가 말라붙을 게 뻔했다.하지만 도진의 비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현의 선물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도진의 목줄을 다시 한번 옥죄었다.‘검은 태양’을 선주문했던 큰손들 역시, 처음에는 아스테리아의 블랙 다이아몬드 채굴 소식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소식에 '혹시 이번에 내 제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번져나갔다.그리고 그들 나름의 정보망으로 뜬소문인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CB의 VVIP 전담팀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으나, 곧 납품이 시작된다니 다음 예약은 언제 가능하냐는 타진으로 퍼져나갔다.그 은밀한 소문들은 RV의 본거지, ‘더 문’의 ‘맨 케이브(Man Cave)’ 내부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테일러는 맞춤 정장을 위해 VVIP 고객의 치수를 재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정말 아스테리아에서 블랙 다이아몬드가 채굴되었다더군요. 전 저희 대표님의 ‘요람’을 보기 전까지 그런 보석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그러게 말이야. 내가 선주문을 제때 못 한 게 한이네.”“CB에서 곧 납품받게 되면 내년도 주문도 조만간 받지 않을까요?”“그렇겠지? 그렇다면 이번엔 꼭 주문해 봐야겠어.”“하하, 대표님, 미리 주문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또 들리는 말에는 아스테리아에서 제품 납품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에이, 설마 아니겠지요?”테일러의 슬쩍 던진 한마디에 고객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테일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통화 중인 고객의
'검은태양'의 첫 선주문이 들어간 지 어느덧 3개월.오션블루와의 약속된 납품 기일은 이미 턱밑까지 차올랐으나, CB 그룹의 생산 공장에서는 이지수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단 한 피스의 완성품도 나오지 못했다. 수석 세공사 채준영을 비롯한 세공팀 전체가 밤을 새우며 매달렸지만, 기술력의 한계는 명확했다.그리고 마침내, 결단의 날이 찾아왔다.사라 킴은 박성재를 통해 오션블루의 공식 입장을 전격 통보해 왔다. 계약 불이행에 따른 페널티로, CB 그룹 소유 물류센터의 '무료 이용권'을 오션블루 측에 넘기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정보가 흘러나갔는지, 언론과 증권가 찌라시에서는 이 문제를 악의적으로 과장하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속보: 오션블루, CB 그룹과의 계약 파기 전격 선언…… A국 핵심 물류센터 소유권 전격 박탈?]뉴스 자막과 찌라시가 자극적으로 도배되는 순간, CB 그룹 전체가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계약서 조항대로 기한 내 품질을 맞추지 못해 단순한 '물류센터 이용권'만 넘어가는 것뿐이었으나, 자극적인 소문을 접한 대중과 투자자들의 눈에는 CB 그룹이 물류센터라는 거대한 자산의 '소유권' 자체를 오션블루에 빼앗긴 것으로 보이기 딱 좋았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A국 물류센터 소유권을 박탈당했다는 악성 찌라시가 퍼지자마자, 거래처와 각 매장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이 전량 매도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이사회에서도 당장 공식 해명과 진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비서실로 밀려드는 낭패한 보고들에 도진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한수혁의 말대로 수공예적 결함을 은폐하고 무작정 납품해 버리기에도 이미 늦은 결정이 되어버렸다. 도진이 자신의 뛰어난 사업 능력이라 믿고 쌓아 올렸던 모든
k국 수도 중심가에 위치한 최상급 쇼핑몰 내 플래그십 스토어 연회장.제이아우라와 호프(HOPE)의 팝업스토어 오프닝 현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셀럽들과 해외 명품 바이어들, 그리고 수많은 취재진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A국에서의 폭발적인 성공과 온라인상의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정식 초대되어 성사된 행사였다.팝업스토어의 테마는 A국과 동일하게 기획되었으며, 젊은 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시그니처 타투 서비스까지 그대로 적용되었다. 거기에 더해 과거 CB 그룹 대표의 아내이자 ‘숨겨진 조력자’로만 알려졌던 이지수의 K국 공식 진출 소식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체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었다.기자단 앞으로 지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이지수 대표님! 이번 컬렉션은 평소 디자이너 Z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데, 특별한 의도가 있으셨나요?”“이제 디자이너 Z라는 이름으로는 활동하지 않는 건가요?”“CB 그룹 강도진 대표와 한때 부부 사이였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입니까?”쏟아지는 무례하고 집요한 질문 속에서도, 단아하면서도 완벽한 핏의 슈트를 차려입은 지수의 눈빛에는 흔들림이나 주저함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상 위로 차분하게 걸어 올라간 지수가 마이크 앞에 서자, 어수선하던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제 사생활에 대한 질의응답은 진행하지 않겠습니다.”지수의 나직하지만 단호한 일침에 기자들이 침을 삼켰다. 지수는 좌중을 둘러본 뒤 우아한 손짓으로 곁에 서 있던 인물을 가리켰다.“그리고 이번 HOPE 컬렉션은 여기 계신 제이아우라의 수석 디자이너, 윤유진 님의 작품들입니다. 우리는 이번 작품에 ‘자유’라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담아냈습니다.
작업실 안은 묵직한 정적과 정교한 세공 도구들의 나직한 마찰음만이 흘러가고 있었다.지수는 고급스러운 광택이 흐르는 최고급 실크 드레스 스커트 자락을 넓게 펼쳐놓은 채, 섬세하게 꼬인 차분한 빛깔의 은사(銀絲) 실을 바늘에 걸었다. 오빠 지현과 결혼할 하나뿐인 친구 슬비를 위해 드레스의 하이라이트를 직접 작업하는 순간이었다.드레스는 상체에서부터 유려하게 흘러내려 스커트 아랫단까지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 웅장하고 우아한 실루엣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수는 지나친 보석의 남발로 시선이 피로해지지 않도록, 스커트 아랫단에 슬비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 문양을 은사로 은은하고 품격 있게 수놓아 나갔다.차분한 은빛 장미 자수가 스커트 자락을 따라 고풍스럽게 피어났다. 그리고 그 자수 사이, 장미 꽃잎 끝에 이슬이 맺힌 듯한 몇몇 포인트 지점에만 0.05캐럿짜리 최상급 멜리 다이아몬드를 과하지 않게 절제하며 살짝 물리듯 박아 넣었다.조명을 받을 때마다 과한 눈부심 대신, 실크와 은사 자수의 고급스러운 결을 타고 은은한 기품이 흘러넘쳤다.“……대표님, 자수 레이스의 결을 따라 은사와 보석의 균형을 잡으신 감각이 정말 대단합니다. 보석만 가득했을 때보다 훨씬 단정하고 우아해요.”엘리제 브랜드의 수석 드레스 디자이너가 탄복하며 바라보자, 지수는 바늘을 멈추지 않은 채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슬비가 입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니까요. 디테일이 너무 과하면 사람보다 옷이 먼저 보여요. 슬비가 가장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도록, 절제된 화려함을 담고 싶었어요.”지수의 손끝이 지날 때마다 실크 드레스는 단순한 옷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으로 거듭나고 있었다.드레스 작업을 끝낸 지수는 곧바로 보석 세공대로 자리를 옮겼다. 눈에 루페(확대경)를 고정한 지수의 손에 들
지수는 정지상 팀장의 연락을 받은 뒤,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나중에는 아예 비서실 선에서 처리하도록 넘겨 버렸다. 하나뿐인 오빠 지현과 친한 친구 슬비의 결혼식 준비에 하이엔드 브랜드 ‘다크문’의 VVIP 의뢰까지 폭주하던 터라, 도진에게까지 신경을 쓸 시간적·감정적 여력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대표님, 이지수 대표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브랜드 런칭 및 해외 일정으로 스케줄이 빽빽하여 강 대표님을 따로 만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합니다.”정지상 팀장의 보고에 강도진은 실소했다. 만나주지 않겠다? 감히 이지수가 자신을 거부해?“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시간을 빼라고 해! 내가 검은태양 납품 건 때문에 직접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나!”“이미 제이아우라 법무팀과 비서실을 통해 전달했습니다만, 공적인 서면 인터뷰 외의 개인적 면담은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단호합니다.”도진은 짓씹듯 욕설을 내뱉었다. 지수는 이제 도진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까마득한 높이에 서 있었다. 분통이 터졌지만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오션블루와의 계약에는 CB 그룹의 향후 사운이 걸린 국내 물류사용권이 담보로 걸려 있었다. 납기 일자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결국 도진은 CB의 수석 세공사이자 디자이너인 채준영을 급히 호출했다. 도진은 준영에게 지수가 요구한 '검은태양'의 디자인 세공 수정안을 내밀었다.“준영 씨, 이 요구사항대로 세공을 완성해서 기한 내에 물량을 맞출 수 있겠습니까?”서류를 훑어보던 준영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시안 속 디테일은 인간의 손기술이라기보다 예술의 영역에 가까웠다. 한참을 서류만 노려보던 준영이 마침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불가능합니
7일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영양제로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지수는 배아 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도진에게서는 단 한통의 연락도 없었다.지숙 역시 먼저 손을 내밀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적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거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지수의 귓가에 가정부의 은밀한 전화 통화 소리가 드려왔다."네 사모님 진짜라니까요. 그 여자가 일주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분명 다른 남자가 생긴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사장님은 방치할수는 없는 거죠 . 네 ,맞아요 제가 어떻게 사모님께 거짓말을 할
도진과 전화를 마친 지수는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휴대폰을 조작했다. 익숙한 번호가 아닌, 철저히 숨겨두었던 가른 번호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실장인 혹시 오늘 CB 그룹과 투자 회의가 잡혀 있나요? "라고 물었다. " 네 사장님. 오늘 오후에 미팅이예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변동사랑이 있으신가요?지수의 입가에 서늘안 미소가 번졌다. 도진이 그토록 화를 내며 중요하도고 외쳤던 미팅은 역시나 지수의 RV인벤스먼트와의 미팅이었다. " 네 변동 사항이 있습니다. 미팅은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대신 계약서에 싸인은 하지말고
도진은 아침 6시가 넘어서야 옷을 갈아입기 우해 집에 들어왔다.주방에서는 가정부가 무미건조한 소리를 내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수가 현관까지 뛰어나와 "여보 왔어?"라며 겉옷을 받아 들었을 시간이었다. 밤새 고생했다며 미리 따뜻한 물을 받아둔 욕조로 그를 안내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달랐다. 거실은 적막했고 욕조는 차갑게 비어 있었다." 이 사람, 어디 갔어요?" 도진의 물음에 가정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사모님은 주무시는지 방에서 안 나오시네요."그말을
지수는 도전에게 연락하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119를 불렀다. 하지만 출산이 임막한 임산부처럼 부푼 배때문에 혼자서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였다. 지수는 필사적으로 옆방에 잠든 가정부를 불렀다."아줌마 아줌마...! 하아, 남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문트에 타고 넘고오는 가정부의 코고는 소리뿐이었다. 이것이 이 집에서 지수의 위치였다. 남편의 무관심 속에 고용인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철저한 그림자 같은 아내.지수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K국에 있는 부모님이나 오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