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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유진의 사정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4.05.2026 17:00:58

수진은 퀵으로 배달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서류 봉투를 거칠게 뜯었다.

윤유진의 뒷조사 결과였다. 하얀 종이 위를 빽빽하게 메운 문자들을 읽어 내려가는 수진의 눈동자가 흥미로운 빛을 띠며 점점 크게 번뜩였다.

윤유진. 지방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당시에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CB의 모회사에서 강도진의 아버지 강수한 회장의 비서로 비참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여자. 유순하고 귀염성 있는 미모를 가졌던 유진에게 더러운 검은 손길을 뻗은 것은 다름 아닌 강수한이었다. 회식을 빙자해 억지로 술을 먹이고 저지른 성폭행, 그리고 그 끔찍한 비극의 대가로 세상에 태어난 원치 않는 핏줄이 바로 유진의 딸 가온이었다.

가온은 현재 신경모세포종으로 수진과 도진이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러 다니는 바로 그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에서 하루하루 숨을 헐떡이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었다. 유진이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제 딸의 목숨을 담보로 핏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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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 그룹 자체 세공 총괄 팀과,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유명 외주 세공소 세 곳으로 긴급히 보냈던 남미 에메랄드 원석의 교차 검증 결과와 가공 완료 실물이 드디어 하나씩 본사 대표이사 집무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A 바이어 측이 보내온 20% 수율 보고서를 보며 '그쪽 세공사들의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원석 컷팅 레이아웃을 잘못 잡은 탓'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강도진의 마지막 희망은, 며칠에 걸쳐 쏟아져 들어온 감정서들과 실물 보석 상자 앞에서 사정없이 짓밟히고 말았다.도진은 핏발 선 눈으로 마른 침을 삼키며,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감정 보고서들을 하나씩 들춰보았다.[CB 내부 세공 총괄팀 1차 감정서: 원석 내부 미세 균열(Fissures) 및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던 내포물 분포 심각. 보석급 컷팅 진행 시 최종 수율 19.4% 판정.][해외 전문 세공소 B사 감정서: 에메랄드 원석 특유의 결정 결함으로 인한 가공 손실 극대화. 예상 수율 20.1% 수준.][국내 대표 보석가공소 C사 감정서: 평균 수율 18.7%. 세공 공정비 및 위험 부담 감안 시 상업적 가치 대폭 하락.]어느 세공소를 거쳐도 결과는 잔인할 정도로 일관되었다. 한결같이 20% 내외라는 처참한 수치만이 붉은 날인과 함께 감정서 하단에 박혀

  • 가장 잔인한 축복   315화 판을 거머쥔 손

    시크릿룸을 채운 묵직한 중압감과 정적 속에서, 이지수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전면 유리창 쪽에서 걸어 나와 마호가니 테이블 상석에 우아하게 앉았다.채권자들 역시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맞은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록 전파 차단과 갤러리 같은 인테리어에 잠시 위축되긴 했으나, 그들은 금융계의 뼈굵은 거물들이었다.외부에 비친 CB 그룹은 찰스의 폭로와 여론 악화로 리스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불안하긴 하지만, 여전히 남미 에메랄드 광산이라는 대형 호재를 쥐고 있는 거대 기업이었다. 아직 도진의 개인 자산이 바닥나 회사 비상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내부 파산 위기까지는 알지 못했기에, 채권자들은 자신들이 CB의 목줄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완벽한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믿으며 기고만장한 태도로 일제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이지수 대표. 직설적으로 말하겠소. 우리가 오늘 여기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CB 그룹의 채권을 넘겨 달라는 해외 투자자들의 연락이 쇄도했소.""맞습니다. CB 그룹이 아무리 흔들린다 한들 남미 에메랄드 광산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쥐고 있는 기업이오. 거래를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우리 채권단에게 있다는 뜻입니다."거만한 목소리들이 방 안을 울렸지만, 지수는 그들의 말에 단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지수는 그저 다기(茶器)를 집어 들고, 평소 즐기는 어린 찻잎으로 떫은맛이 적고 우아한 향이 일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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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313화 벼랑 끝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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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국 중앙지방법원에서 직접 판결문을 확인하고 돌아온 제이아우라 대표실에는 정적과 함께 승자의 서늘한 여유가 감돌고 있었다.이지수는 앤티크 프레임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판결문 원본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법정에서 강도진의 핏기 없는 얼굴과 이를 악물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지만, 지수의 표정에는 격정적인 환희 대신 당연한 이치를 확인했을 때의 담담함만이 서려 있었다."당연한 결과입니다."지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소파 건너편에 앉아 있던 박성재 변호사와 법무팀 팀원들이 감격 어린 얼굴로 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 당연한 결과를 법정에서 깔끔하게 입증해 주신 건 박성재 변호사님과 법무팀 여러분이죠. 그동안 CB의 치졸한 법적 공작을 막아내느라 다들 정말 애쓰셨습니다."지수는 책상 위 서류함에서 사전에 준비해 둔 봉투들을 꺼내 법무팀원들에게 일일이 건넸다. 그 안에는 당초 약속했던 성과금보다 훨씬 넉넉한 액수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7화 D-9

    전날 시어머니에게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지수는 K국에 있는 오빠 이지현에게 연락을 했다. " 오빠~ 잘 지내? 너무 오랫만에 연락했지? 실은 나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 지금 K국은 아침 6시였다. 지현은 시차도 잊은 채 걸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우리 공주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 줘야지. 무슨 일인데. 말만해. 오빠가 다 처리해 줄께."여전히 자신을 아껴주는 오빠의 음성이 지수는 목이 메었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 " 오빠 나 아이가 생기면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기

  • 가장 잔인한 축복   6화 D-10

    3일간 안정을 취한 지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거울 앞에 선 지수의 차림새는 단조로웠다. 연한 하슬색 원피스에 검은색 C사의 핸드백이 전부였다. 초췌해진 얼굴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ㅇ낳았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여전희 볼록하게 남아있는 복부는 지수를 실제보다 훨씬 지쳐보이게 했다.누가 이모습을 보고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라 할까. K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던 지수는 이제 A국의 가정부보다 못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지수는 거울 속 낯선 여자를 뒤로 한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집을 나섰다.그녀의 차는 도진이 3년전 결혼 기념으로 사준

  • 가장 잔인한 축복   5화 D-14

    7일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영양제로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지수는 배아 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도진에게서는 단 한통의 연락도 없었다.지숙 역시 먼저 손을 내밀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적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거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지수의 귓가에 가정부의 은밀한 전화 통화 소리가 드려왔다."네 사모님 진짜라니까요. 그 여자가 일주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분명 다른 남자가 생긴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사장님은 방치할수는 없는 거죠 . 네 ,맞아요 제가 어떻게 사모님께 거짓말을 할

  • 가장 잔인한 축복   4화 안녕 나의 8년의 시간 4

    도진과 전화를 마친 지수는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휴대폰을 조작했다. 익숙한 번호가 아닌, 철저히 숨겨두었던 가른 번호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실장인 혹시 오늘 CB 그룹과 투자 회의가 잡혀 있나요? "라고 물었다. " 네 사장님. 오늘 오후에 미팅이예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변동사랑이 있으신가요?지수의 입가에 서늘안 미소가 번졌다. 도진이 그토록 화를 내며 중요하도고 외쳤던 미팅은 역시나 지수의 RV인벤스먼트와의 미팅이었다. " 네 변동 사항이 있습니다. 미팅은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대신 계약서에 싸인은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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