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가장 잔인한 축복 / 아빠 강도진만 필요해

Share

아빠 강도진만 필요해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3 12:07:59

지수는 사무실 문 앞에서도 도진과 수진의 적나라한 대화를 듣고 있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수진은 기다렸다는 듯 도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지수를 반히 쳐다봤다. 도진은 그런 수진을 보며 한 번 씩 웃고는, 손으로 수진의 허리를 쓸며 차갑게 지수를 쳐다봤다

" 왜 왔어? 여기가 니가 오고 싶으면 오는 놀이터야?"

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진이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지수는 도진의 물음에 대답대신 들고 온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툭 던져두고 차갑게 돌아서려했다. 그런 지수의 무심함에 오히려 도진이 당황했다. 당연히 질투하고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지수는 벌레를 본듯 무표정이었다. 알 수 불안감에 도진은 수진을 자신의 의자에 앉히고는 지수에게 다가가 손묵을 거칠게 낚아챘다.

"저건 뭐야?"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이 가져 오라며, 아 당신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가져오라고 했겠지"

지수의 말에 도진은 '나 보고싶으니 거짓말까지 하면서 온거야?'하는 생각에 그럼그렇지 하는 비웃음을 지으며 지수에게 말했다. 

"거짓말할 필요 없어. 그렇게 내 관심이 필요하다면 애라도 데려오던가. 혹시 알아 그럼 내가 다시 예전처럼 이뻐해줄지"

도진의 비열한 말에 지수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지수는 도진과 수진을 차례로 본뒤 손목을 뿌리치며 사무실을 나왔다. 도진은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고 나가는 지수의 뒷모습에 짜증과 불쾌감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야 그럼 아이가 생기면 다시 저 여자한테 돌아가겠다는거야?'수진의 눈빛은 도진에 대한 원망과 지수에 대한 질투로 깊어졌다.

"도진아 지수씨가 내가 여기 있어서 화가 났나봐. 내가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께." 말을 마친 수진은 급하게 지수를 따라 사무실을 나왔다.

조용한 복도에 지수의 발걸음 소리 뒤로 또각거리는 수진의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 잠깐 이야기 좀 해요" 지수를 부르는 하이톤의 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회색의 몸매를 드러내지 않으 원피스에 가볍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지수와 화려한 붉은색 원피에 굵은 웨이브의 긴머리를 한 수진이 마주한 모습을 본 직원들은 수근거리며 초라해 보이는 사모님 지수와 당당한 수진을 비교했다. 수진은 그 시선을 즐기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지만 지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난 할 말 없어. 강도진? 가지고 싶으면 너 가져 나는 강도진의 정자만 필요할 뿐이니까."

생각지도 못한 지수의 말에 수진은 넋이 나갔다. 강도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닐거라 생각했던 지수의 자신감에 수진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도진의 사무실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지수는 카페에서 케모마일을 마시며 조금전 일을 생각했다. 

도진과 보란듯이 애정을 표현하던 수진, 그리고 끈적끈적한 사무실의 공기. 지수에 대한 배려 없던 도진의 모습. 지수의 마음에서 '남자 강도진'은 증발해 버렸다. 

남은 것은 생길지도 모를 아이의 생물학적  부친이라는 껍데기뿐.

밖을 지나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지수의 입꼬리가 힘없이 올라갔다.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아이오아 함께할 새로운 시작은 희망이었으나, 그 시작을 위해 죽은 도진의 그림자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은 절망이었다.

그렇게 희망과 절망이 뒤썩인 기모한 열망이 지수의 내면을 다시금 잠식해 갔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가장 잔인한 축복   거대한 성벽

    새벽 어스름이 진우를 비추었다. 전날 집에 돌아온 이후 아이들이 사라진 텅 빈 방, 진우는 바닥에 떨어진 현수의 작은 양말 한 짝을 손에 쥔 모습 그대로였다. 밤새 석상처럼 굳어 있던 그의 정신을 깨운 것은 무심하게 울려 대는 아이들의 등원 시간 알람 소리였다.진우는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세수도 하지 못한 채 헝클어진 머리로 아이들이 다니는 ‘햇살 유치원’으로 달렸다. 지금 당장 아이들을 확인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현수 아버지, 어머나! 현수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갑자기 퇴소 처리가 돼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현수랑 현지 너무 보고 싶네요.”아이들이 있을 곳이라 믿었던 유치원에는 공허한 안부만이 남아 있었다. 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수진의 친정에 전화를 걸었다.“장모님, 저 박 서방입니다. 건강하시죠?” “박 서방, 웬일이야? 이번 주 주말에 수진이랑 애들 데리고 와. 우리 강아지들 보고 싶네.”장모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곳에도 아이들은 없었다. 진우의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세상 천지 그 어디에도 아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그 시각, 수진은 아이들을 연간 교육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로열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도진이 선물해 준 ‘포스트 빌리지’ 6동. 그곳은 수진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발바닥에 닿는 대리석의 차가운 감촉, 최고급 수입 가구로 채워진 거실, 그리고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욕실까지. 수진만을 위한 완벽한 안식처였다.쇼핑 중이던 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우였다. 차단하고 싶었지만, 이혼 서류를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수진은 짜증 섞인 문자를 남겼다.[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 네 목소리 듣는 것도 소름 끼쳐.] [만나자. 이혼 문제

  • 가장 잔인한 축복   거짓이길 바랐던 진실

    이른 아침, 슬비는 지수의 연락을 받았다. [나 박진우 씨를 만나고 싶어.]그날 오후, 지수와 진우는 A시의 정막한 레스토랑 ‘가람’에서 마주 앉았다.“반갑습니다. RV의 최대 주주 이지수라고 합니다.”진우는 지수의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에 멈칫하다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숙였다. “박진우라고 합니다. 주주님이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저 또한 월가의 '미더스의 손'이자, M&A 업계의 ‘사신’이 이렇게 숨죽이며 지내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지수의 서늘한 인사에 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주위를 경계하는 맹수의 눈빛. 그는 지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낮게 읊조렸다.“……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군요.” “뭐, 숨길 것도 없지요. 슬비가 조사한 자료를 기억할 뿐이에요.”진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투자자로서의 명성은 몰라도, 기업 사냥꾼으로서의 과거는 그가 가장 지우고 싶은 낙인이었다. 숫자로만 보았던 데이터 뒤에 ‘사람의 삶’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자신의 판단으로 해고당한 직원의 분신자살 기사를 본 뒤였다.‘내가 하는 일이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인가.’그 자책 끝에 화려한 월가를 떠나 평범한 은행원으로 숨어들었지만, 결국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진우씨가 다시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되어 있는지 궁금해서요.”지수의 직설적인 질문에 진우는 말을 잃었다.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기야하나 고민은 했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요구는 예상치 못했다. 머뭇거리는 진우를 보며 지수가 다시 쐐기를 박았다.“진우 씨는 당신의 와이프를 얼마나 믿나요?”몇일 전 이혼을 이야기하던 수진의 모습이 떠올라 진우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저는 제 아내를 믿습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Z

    박진우가 무너져가는 가정을 붙잡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수는 빼앗긴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Z의 복귀를 알릴 무대가 필요해요."비서가 숨을 들이마시며 기쁨에 젖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지수의 예전 활동명인 ‘Z’. 그 이름이 말하는 순간 지수의 눈빛에 서늘한 생기가 돌았다."여왕의 귀환이군요. 마침 한 달 뒤에 열리는 프라이빗 주얼리 쇼 'The Origin'에서 Z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이 있습니다. 업계 거물들만 모이는 자리라 복귀 무대로는 최적입니다.""한 달 뒤라… 딱 좋군요."지수는 책상 위에 놓인 노란 장미를 응시했다. 싱싱하다며 큰소리치던 도진의 호언장담과 달랐다. 시들어가는 꽃잎의 끝동은 이미 말라붙어 추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지수는 연필을 들어 거침없이 스케치북 위에 선을 그어나갔다.그녀가 선택한 메인 스톤은 5캐럿의 선명한 옐로 다이아몬드였다. 지수는 그 노란 보석을 중심에 두고, 마치 꽃잎이 비명을 지르며 벌어지는 듯한 기괴하고도 화려한 형상을 그려 넣었다. 통의 주얼리가 추구하는 대칭의 안정감 따위는 철저히 배제된, 파괴적인 비대칭의 미학이었다."여기에… 안개꽃을 더해야겠어."안개꽃은 수백 개의 멜리 다이아몬드(Melée Diamond)로 표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평범하지 않았다. 노란 장미를 감싸 안으며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 아니라, 마치 안개꽃이 장미의 생명력을 빨아먹으며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듯한 위태로운 구도였다.세밀한 마이크로 파베 세팅 기법을 사용하여 금속의 질감은 지우고, 오직 다이아몬드의 파편 같은 광채만이 장미를 짓누르게 설계했다. 특히 장미의 줄기는 블랙 로듐(Black Rhodium)으로 도금하여, 화려한 꽃잎과 대비되는 서늘하고 어두운 상처를 형상화했다. 작품의 이름은 ‘이별’. 그것은 단순한 작별이 아니

  • 가장 잔인한 축복   The king returns to his throne.

    조립을 마친 진우는 현수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 서둘러 집을 나섰다. 수진과의 대면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지만, 여전히 그는 이 집의 그림자가 되어서라도 가정을 지탱하려 애썼다. 자신이 깎아 먹은 자존심의 조각들이 이 집의 평화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는 얼마든지 더 낮아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거실 한복판에 완벽하게 조립된 전동차를 보고 흠칫 놀랐다. 진우가 다녀간 것이 분명했다. 수진은 조립된 나사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진우의 지독한 성실함이 오히려 징그럽게 느껴졌다.“이렇게까지 해서 붙잡고 싶나? 구질구질하게.”수진은 이 집에 자신의 흔적 하나 남겨두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열어보지 않았던 낡은 수납장을 열었다. 미련을 도려내는 작업은 빠를수록 좋았다. 수납장 구석, 먼지가 켜켜이 쌓인 낡은 가죽 사진첩 하나가 손에 잡혔다.사진첩을 펼치자 앞부분은 두 사람이 함께한 순간들의 사진이었다.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있는 진우를 보며 찰나의 그리움이 스쳤지만, 수진은 이내 독하게 사진들을 한 장씩 찢어버리기 시작했다.찌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과거의 파편들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러다 중간을 넘기자, 전혀 다른 세계의 풍경이 펼쳐졌다. 사진 속 배경은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 월스트리트였다.수진의 눈이 커졌다. 사진 속 남자는 지금의 구질구질한 박진우가 아니었다. 완벽하게 테일러링 된 슈트를 입고, 세계적인 투자 은행의 로고가 박힌 빌딩 앞에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진우였다.“……이게 뭐야? 왜 박진우가 뉴욕에 있어?”사진첩에서 사진을 꺼내는 순간, 메일 주소만 적힌 순백의 명함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명함을 집어 든 수진은 뒷면에 적힌 메모에 시선이 멈췄다.[The king returns to his throne. (왕이 왕좌로 돌아간다.)]수진의 머릿속이 어지러웠

  • 가장 잔인한 축복   전동 자동차

    진우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는 모습은 수진이 7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지방 출장을 가서 자정이 넘는 시간이라 해도 진우는 반드시 집에 돌아왔다. 제 감정보다는 수진과 아이들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늘 제자리에 서 있던 남자였다.하지만 수진은 그런 진우의 낯선 모습이 오히려 반가웠다. 자신을 희생하며 성인군자처럼 굴던 진우의 모습은, 타인의 눈에는 부러운 남편일지 몰라도 수진에게는 '너도 나처럼 희생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진은 진우의 부재를 '일탈'이 아닌 '항복'으로 여겼다.다음 날 아침, 수진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머리맡에 앉아 자신을 깨우는 엄마를 보며 현수가 환하게 웃었다.“엄마! 아침부터 엄마를 보니 오늘은 분명 아주 많이 행복한 하루가 될 거예요.”사랑스러운 아들을 끌어안으며 정수리에 입을 맞추는 수진은 그 순간만큼은 자애로운 엄마였다. 하지만 현수가 품에서 빠져나와 당연하다는 듯 아빠를 찾자, 공기는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아빠는 안 계셔. 오늘은 엄마가 씻겨주고 유치원도 데려다줄 거야.”“……엄마가요?”현수의 눈에 찰나의 당혹감이 스쳤다. 수진이 조심스레 현수의 옷을 벗기려 하자, 아이는 어색한 듯 몸을 움츠렸다.“엄마, 노래는요? 아빠는 항상 노래 불러주면서 씻겨 줬어요. 그리고…… 물이 조금 차가워요.”

  • 가장 잔인한 축복   안식처가 아닌 감옥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축하합니다.”라는 의사의 음성. 도진의 보호를 받으며 들어섰던 명품관의 서늘하고 고급스러운 공기.서너 개의 화려한 쇼핑백을 팔목에 걸친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진은 복도식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코 끝에 스며드는 눅눅한 습기 냄새와 오래된 페인트 향. 그것은 방금까지 도진의 마세라티 조수석에서 느꼈던 우아한 우디 향과 안락함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것이었다. 팔에 걸린 쇼핑백이 아니었다면, 낮 동안 누린 그 모든 것이 허상이며 이곳이 네가 있어야 할 비루한 현실이라며 날카롭게 일깨우는 듯했다.흥얼거리던 콧노래는 어느새 짧은 욕설로 바뀌었고, 기쁨의 미소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찡그림으로 변했다. 수진에게 이 낡은 아파트는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닌, 탈출해야 할 감옥이었다.“현수야, 현지야! 엄마 왔어!”수진은 좁은 현관에 어지럽게 널린 아이들의 신발을 발로 치우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들고 있던 화려한 쇼핑백들은 거실 한복판에 툭 던져졌다.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일어섰다.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채 식탁에 앉아 있던 진우였다.“이제 왔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그의 앞에는 식어버린 국 한 그릇과 정갈하게 깎아놓았지만 이미 갈변해버린 사과 몇 조각이 놓여 있었다. 수진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면서도, 진우는 퇴근 후 내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왜 불도 안 켜고 있어? 사람 놀라게.”“현수는 방금 잠들었어. 너 기다리다가…… 아빠가 사준 장남감은 싫다면서 울다가 겨우 달래서 재웠어.”진우의 시선이 수진의 목에 걸린, 처음 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머물렀다. 화를 참듯 주먹을 꽉 쥔 진우의 눈에 거실 벽면의 낡은 액자가 들어왔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