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ilen

82화 실력의 의심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6.05.2026 17:00:14

CB 그룹 디자인 1팀 회의실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공모전 우승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한수진에게, 실무 디자이너들이 기성 판매용으로 기획한 ‘새로운 태양’ 파인 주얼리 라인업 시안들을 보고하는 첫 자리였다. 회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이들은 과거 진짜 천재 ‘Z’와 호흡을 맞추며 눈이 머리끝까지 높아진 베테랑들이었다. 수진은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첫 단추를 멋지게 끼우고 싶었다.

“디렉터님, 이번 ‘새로운 태양’ 파인 라인의 기획 시안입니다.”

디자인 1팀 팀장이 화면에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으로 변형해 기획한 시안들을 띄웠다. 도안들을 꼼꼼히 살피던 수진이 나름대로 안목을 보여주기 위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Lies dieses Buch weiterhin kostenlos
Code scannen, um die App herunterzuladen
Gesperrtes Kapitel

Aktuellstes Kapitel

  • 가장 잔인한 축복   192화 잔혹한 피

    CB 뷰티를 완벽하게 빼앗기고 그룹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 강도진에게, 세상은 온통 차가운 잿빛이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패배감과 치욕이 사방에서 그를 목 졸랐다. 하지만 그 참담한 지옥 속에서도, 매일 밤 그를 버티게 하는 단 하나의 온기 어린 구원처가 있었다.병원 인큐베이터의 차가운 유리를 견디고 드디어 신생아실로 옮겨진, 수진이 낳은 그의 아들이었다.처음 '정자 운동성 저하'라는 진단서를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제 아이일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핏덩이 같은 얼굴에 온기가 도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가슴엔 미련하도록 깊은 정이 뿌리를 내렸다.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애틋한데 제 핏줄이 아닐 리 없다는, 처절하고도 어리석은 확신이었다.유리창 너머로 조그마한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바라볼 때만큼은, 도진은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잊을 수 있었다.“……아빠가 미안하다. 네가 세상에 나올 때는 훨씬 더 근사하고 당당한 모습이 되어 있으려고 했는데.”도진은 정성스레 준비한 배냇저고리와 앙증맞은 모자를 품에 안은 채, 신생아실 유리창에 가만히 이마를 대었다. 차가운 유리 너머의 아이를 향한 그의 눈빛에는 핏발 선 욕망 대신, 지독할 정도로 애절하고 묵직한 부성애가 서려 있었다.수진과의 관계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껍데기였을지언정, 이 아이만큼은 도진에게 무너진 인생을 재건해 줄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피붙이였다. 지수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언젠가 이 아이에게 되찾아주겠

  • 가장 잔인한 축복   191화 달콤한 휴식

    CB 뷰티의 인수 계약이 완료된 다음 날 아침.제이아우라 사옥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CB 그룹의 핵심 알짜 신사업을 완벽하게 품에 안았다는 기사가 경제지 메인을 장식하면서, 제이아우라의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를 쳤고 회사 로비는 직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대표님! CB 뷰티 핵심 연구진과 실무진 승계 절차,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다들 CB 본사의 꼰대 임원들한테 시달리다가 우리 회사로 넘어온다니까 만세를 부르던데요?”팀원들이 들뜬 얼굴로 보고서를 내밀자, 지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았어요, 다들. 오늘 저녁은 법인카드 한도 없이 회식하니까 마음껏 즐겨요.”사무실을 뒤흔드는 직원들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지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한편, 같은 시각 CB 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TV 화면에서는 연신 앵커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CB 그룹, 뷰티 사업부 파격 매각…… 사실상 실패 인정][강도진 대표의 무모한 사업 확장, 100억 채무와 승계 비용 본사에 안기며 이사회 반발 극에 달해]뉴스 자막 옆으로는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비틀거리며 도망치듯 들어가는 도진의 처량한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도진이 커다란 야망으로 시작한 사업을 결국 지수의 손에 쥐어주고, 100억 대의 채무와 승계 정산금만 본사에 떠안긴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이사회의 차가운 해임 건의안과 주주들의 거센 비난뿐이었다.껍데기뿐인 왕좌에 앉아 술병을 거머쥔 도진의 몰락은, 이제 완전히 지수의 관심 밖이었다.저녁 무렵, 지수는 진우의 차를 타고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거창한 파티 대신, 두 사람만의 소소하고 따뜻한 저녁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테이블

  • 가장 잔인한 축복   제190화 판을 삼키는 자

    300억 원. CB 뷰티의 부도를 막고 그룹 전체로 번질 연쇄 파산을 저지하기 위해 당장 피처럼 필요한 현금이었다.도진은 평생 차려본 적 없는 납작한 태도로 시중 금융권과 대형 사모펀드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미 A은행을 시작으로 ‘신용 불량’ 낙인이 찍혀버린 CB 뷰티에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룹 본사의 유보금이라도 끌어다 쓰려 했으나, "뷰티의 무모한 확장이 낳은 자업자득에 본사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이사회의 서늘한 반발에 막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만기 상환일이 한 달 남짓 남았던 시점에서 금융권을 전전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지 어느덧 삼 주. 벼랑 끝에 몰린 채 밤을 새운 도진의 눈은 핏발이 서다 못해 검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시시각각 죄어오는 상환 시한에 숨이 막혀갈 때쯤, 대표이사실의 묵직한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박진우, 이지수, 그리고…… 얼마 전까지 자신의 충직한 수석비서였던 최태준이었다.“……너희가 여기 왜 있어? 최태준, 네가 감히 여길……!”도진이 쉰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태준을 노려보았다. 진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 한 권을 도진의 유리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툭, 하고 둔탁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트렸다.“강도진 대표, 피를 말리며 죽어가는 중인 것 같아 구원투수로 친히 와줬는데 표정이 왜 그러나?”도진이 경계심 가득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펼쳐 들었다.[CB 뷰티 지분 매각 및 사업권 양도 계약서]“CB 뷰티가 안고 있는 단기 대출 채무 300억 원을 제이아우라와 RV가 전액 인수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CB 뷰티의 지분 80%와 브랜드 소유권을 넘겨받는 조건이

  • 가장 잔인한 축복    189화 통과하지 못한 재심사

    ‘제이아우라와 CB의 '검은 태양' 컬렉션 긴밀 협업 체결.’대대적인 언론 발표와 함께 끝없이 폭락을 거듭하던 CB 그룹의 주가가 단숨에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지수와 도진의 전격적인 협업을 ‘두 신흥 거인의 극적인 결합’이자 최고의 호재라 부르며 환호했다.CB 그룹 본사 대표이사실. 도진은 모니터 화면에 가득 찬 붉은색 주가 상승 그래픽을 내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눌러 오던 답답함이 일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거봐, 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빨리 이 미친 난국을 해결할 수 있었겠어.”도진은 턱을 바짝 쳐들며 특유의 자만 어린 미소를 되찾았다. 비록 지수에게 7 대 3이라는 비참할 정도로 불리한 수익 배분율을 내주긴 했지만, 어차피 위태롭던 자신의 대표 자리를 완벽히 보전하지 않았는가. VVIP들의 불안 요소마저 단번에 잠재우며 CB라는 브랜드의 명줄을 연장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한 경주라고 생각했다. 지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찜찜함쯤은 당장 얻어낸 과실 뒤로 손쉽게 묻어버릴 수 있었다.그때, 정지상 실장이 굳어버린 표정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시중은행 세 곳에서 통보서가 도착했습니다. CB 뷰티의 300억 단기 대출 건에 대한 ‘만기 연장 재심사 결과’입니다.”도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

  • 가장 잔인한 축복   188화 판의 주인 (2)

    철저하게 도진을 거부하던 ‘더 문(The Moon)’의 상층부가 지수의 초대를 받은 지금, 드디어 그를 받아주었다. 보안 요원의 엄중하고 절제된 안내를 받아 들어선 ‘DARK MOON’의 전경은 도진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외부의 화려한 쇼룸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세공 설비와 적막함마저 감도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 접견실로 가는 길목에 전시된 'Z'의 작품들과 눈에 익은 몇몇 습작들이 도진을 반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목의 차가운 유리 벽 너머, 진우 및 직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도진의 눈에 들어왔다.바로 얼마 전까지 CB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던 수석비서, 태준이었다.계속되는 도진의 오만과 실망스러운 행보에 끝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던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태준은 도진의 곁을 떠나기 전의 지치고 우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우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한층 안정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도진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의 모습에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태준이 계속 내 곁을 지켰다면... 한수혁이 파고들 틈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가 CB에 들어올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리라.’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도진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지수의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혼, 안젤라이트 선택, ‘새로운 태양’으로 하이엔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결국 ‘검은 태양’을 선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항상 자신의 곁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주던 태준의 모습이 겹쳐지며, 가슴 밑바닥에서 깊은 허탈함과 솟구치는 울화가 기괴하게 엉켜 올라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린 지수 옆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도

  • 가장 잔인한 축복   187화 판의 주인(1)

    한참의 오열 끝에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간 ‘더 문(The Moon)’은 도진을 환영하지 않았다.고객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선 도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1, 2층의 일반 쇼룸이 전부였다. 매장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지수가 머무는 상층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찾을 수 없었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보안 기밀이라며 정중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이곳의 모든 공기와 인테리어조차 자신을 거부하는 듯했다.같은 시각, 보안실. 지수는 도진의 차량이 입차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모니터를 통해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구김이 가득한 양복, 며칠째 정리하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비서 한 명 동행하지 않은 그의 처량한 몰골은, 마치 3년 전 CB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불러올까요?”옆에 서 있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수는 보안 요원들에게 제 할 일을 하라는 듯 가볍게 손짓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니. 우리의 달은 예의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가장 싫어하거든요.”지수는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도진은 영업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텅 빈 쇼룸 주위를 맴돌다 쫓겨나듯 사라졌다.“CB 측에서 세공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다음 날 아침,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지수의 귓가에 민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던하게 응수했다.“그렇겠지. 이제 CB 내부의 세공사들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었고... 스승님은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CB 일을 받아주실 리가 없으니까.”“그렇다면 이번 ‘검은태양’ 컬렉션에서 C

  • 가장 잔인한 축복   15화 원하지 않는 아이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 가장 잔인한 축복   14화 너도 그 곳에 있구나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 가장 잔인한 축복   13화 희망은 실망으로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 가장 잔인한 축복   12화 D-5

    아침에 일어난 지수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몇일 집에 잘 들어오던 도진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다.생리가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익숙한 배의 묵직한 불편감에 불안감이 든 지수는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편하게 강도진을 떠나기 위해 이번에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양가적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잠시 후 오랫만에 슬비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던 중 가정부의 통화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가출하신 것 같아요. 집에 안들어 오시네요. 아마 작은

Weitere Kapitel
Entdecke und lies gute Romane kostenlos
Kostenloser Zugriff auf zahlreiche Romane in der GoodNovel-App. Lade deine Lieblingsbücher herunter und lies jederzeit und überall.
Bücher in der App kostenlos lesen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