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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실력의 의심

مؤلف: 릴리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5-26 17:00:14

CB 그룹 디자인 1팀 회의실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공모전 우승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한수진에게, 실무 디자이너들이 기성 판매용으로 기획한 ‘새로운 태양’ 파인 주얼리 라인업 시안들을 보고하는 첫 자리였다. 회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이들은 과거 진짜 천재 ‘Z’와 호흡을 맞추며 눈이 머리끝까지 높아진 베테랑들이었다. 수진은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첫 단추를 멋지게 끼우고 싶었다.

“디렉터님, 이번 ‘새로운 태양’ 파인 라인의 기획 시안입니다.”

디자인 1팀 팀장이 화면에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으로 변형해 기획한 시안들을 띄웠다. 도안들을 꼼꼼히 살피던 수진이 나름대로 안목을 보여주기 위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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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85화 은밀한 소문

    며칠 뒤, 지수는 다시 오 사모와의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장 여사의 저택 안, 오 사모는 지난번보다 한층 더 핼쑥해진 얼굴로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지수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 사모는 체면도 잊은 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수 씨……! 어떻게 되었나? 그 갤러리 놈들 꼬리는 잡은 건가?”지수는 아무런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가죽 가방에서 깔끔하게 밀봉된 흰색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안에는 정식 자산 수탁 증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투자 수익 내역서가 들어있었다. 오 사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역서를 펼쳤다. 그리고 맨 아랫줄에 선명하게 찍힌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사색이 되어 있던 그녀의 두 눈이 터질 것처럼 확장되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자릿수인가? 지수 씨, 액수가 잘못 적힌 것 같은데……?”오 사모가 헛숨을 들이켜며 물었다. 수탁 증서에 찍힌 금액은 그녀가 사기당했던 20억 원이 아니었다.[최종 회수 및 운용 자산: 5,000,000,000원 (금 오십억 원)]“잘못 보신 게 아닙니다, 사모님.”지수가 우아하게 의자에 앉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사기단 일당은 오늘 오전, 또 다른 밀항 건과 금융사기 혐의로 해경과 검찰에 의해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사교계에는 사모님의 성함은 물론, 털끝만 한 소문도 나가지 않게 깔끔하게 입을 막아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 그런데 이 50억은 대체 어디서 난 돈이란 말인가?”오 사모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내역서를 움켜잡았다.“놈들이 다른 유령 법인을 통해 은닉해 둔 무기명 채권과 세탁 자산이 있었습니다. 제 투자 파트너가 그 흐름을 아주 영리하게 역이용해 숏(공매도)을 걸어 자산을 흡수했고, 일주일 동안

  • 가장 잔인한 축복   84화 월가식 복수법

    그의 머릿속에 스타게이트의 현 사장으로 알려진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교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재미교포 출신의 사업가, 사라 킴.‘사라 킴…… 그 여자가 대체 어디서 이런 막대한 자금을 끌어와 업계를 평정했단 말인가.’배후에 진우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도진은 오직 사라 킴이라는 화려한 페르소나만을 떠올리며 이빨을 갈았다. 하지만 이번 론칭 쇼는 CB 그룹의 미래가 걸린 판이었다. 여기서 일정이 틀어지거나 모델들의 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들과 이사회에 도진의 무능함을 광고하는 꼴이 된다.결국 기 싸움을 벌일 시간조차 없었다. 도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지시했다.“……스타게이트 사라 킴 사장실에 연락해서 약속 잡아. 내가 직접 움직이지.”도진은 제 발로 진우와 사라가 쳐놓은 거미줄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리버파크 지수의 안식처.탁자 위에는 스타게이트의 세 개 에이전시 최종 합병 보고서와 함께 이혜진, 도진경의 전속 계약서가 올려져 있었다. 지수는 따뜻한 홍차를 잔에 따르며 맞은편에 앉은 진우와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는 붉은 입술을 쏘옥 내밀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지수 언니, 방금 강도진 비서실에서 연락 왔어. 당장 만나고 싶대. 완전히 똥줄이 탄 모양이야.”사라의 경쾌한 목소리에 진우가 나직하게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이혜진 씨와 도진경 씨 카드가 제대로 먹혔네요. 강도진은 스타게이트의 진짜 소유주가 저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 하고, 오직 사라 씨만 보고 매달릴 겁니다.”“지수 씨, 정말 대단해요.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대형 에이전시 세 곳을 이 짧은 시간 내에 동시에 흡수해 버리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지수의 진심 어린 감탄에 진우가 지수를 똑바로 응시하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83화 스타게이트

    자신의 무지를 완벽하게 가려주고, 저 잘난 체하는 디자이너들의 질문을 대신 받아쳐 줄 진짜 대필 작가. 유진을 당장 제 발밑에 묶어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정말 매정하네, 유진 씨. 애가 병실에서 저렇게 꺼져가고 있는데 자존심이 밥 먹여 줘?”늦은 밤, 가온이 입원해 있는 대학병원 VIP 병실 안. 수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울어 지친 유진의 눈앞에 거액의 수술비 보증 수표와 비밀 계약서를 들이밀었다.숨이 가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딸 가온을 바라보는 유진의 가슴은 이미 난도질당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진은 그런 유진의 모성애를 가장 잔인한 도구로 삼아 숨통을 죄었다.“가온이 병원비랑 앞으로 들어갈 수술비, 내가 전부 책임져 줄게. 대신 유진 씨는 당장 오늘부터 내 개인 어시스턴트로 들어와. 디자인실 직원들이 묻는 기술적 질문들, 그리고 파인 주얼리 대량 가공 수치 조정까지 조용히 밑바닥에서 나 대신 처리해 주는 거야. 알겠지?”딸의 목숨값을 들고 흔드는 수진의 악랄한 협박에 유진은 무너져 내렸다. 평생을 지켜온 예인으로서의 긍지보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자식을 살리는 것이 먼저였다. 유진은 피눈물을 흘리며 서명란에 덜덜 떨리는 펜을 대고 자신의 영혼을 넘겼다.수진은 유진이 서명한 계약서를 품에 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병원을 나섰다. 한편, 병실에서는 유진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가득했다.내부의 치명적인 균열을 악랄하게 메운 수진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제, CB 그룹의 꼭대기 층에서는 수진이 미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스타게이트가…… 기어이 사고를 쳤군.”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강도진의 미간이 거칠게 좁혀졌다.도진이 귀찮은 짐덩어리처럼 여겨 처분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모델 에이전시, 스타게이트. 그저 그런 삼류 에이전시로 소멸할 줄 알았던 그 작은 회사가 최근 사교계와

  • 가장 잔인한 축복   82화 실력의 의심

    CB 그룹 디자인 1팀 회의실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공모전 우승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한수진에게, 실무 디자이너들이 기성 판매용으로 기획한 ‘새로운 태양’ 파인 주얼리 라인업 시안들을 보고하는 첫 자리였다. 회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이들은 과거 진짜 천재 ‘Z’와 호흡을 맞추며 눈이 머리끝까지 높아진 베테랑들이었다. 수진은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첫 단추를 멋지게 끼우고 싶었다.“디렉터님, 이번 ‘새로운 태양’ 파인 라인의 기획 시안입니다.”디자인 1팀 팀장이 화면에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으로 변형해 기획한 시안들을 띄웠다. 도안들을 꼼꼼히 살피던 수진이 나름대로 안목을 보여주기 위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전체적인 무드는 좋은데, 실무진 관점에만 갇혀서 기성 라인의 본질을 놓친 부분이 보이네요.”수진은 턱을 살짝 괴고 화면 속 ‘프로미넌스 드롭 이어링’ 도안을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이 귀걸이요. 상단 태양 불꽃을 감싸는 백금 가시 프레임이 너무 거칠고 두꺼워요. 게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드롭 체인의 휨 각도가 비대칭이라 얼핏 보면 불량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기성 라인은 대중적인 안정감과 착용감이 우선이에요. 침의 백금 프레임 두께를 조금 더 줄이고, 체인 각도도 깔끔한 대칭형으로 다듬는 게 어떨까요?”그럴듯한 지적이라 생각한 수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옆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에메랄드 컷으로 화려하게 세공된 ‘솔라 이클립스 펜던트’ 시안이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81화: 균열의 시작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태양’의 정식 론칭을 앞두고, 강도진과 한수진은 극도의 흥분 속에서 원석 1차 열처리 공정 시찰에 나섰다. 가공 장비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돌아가는 루체른 측의 핵심 공정 라인이었다.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두 사람의 눈앞에서, 가공을 마친 안젤라이트 원석 몇 점을 꺼내는 순간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얇은 균열들이 조명 아래서 푸르스름하게 떠올랐다. 원석의 열팽창률 문제로 내부 미세 균열이 발생한 것이었다.균열이 보이는 순간 만족으로 가득했던 도진의 얼굴에 팽팽한 균열이 생겼다."이 균열은 뭐죠? 분명 계약할 당시 이 부분은 완벽하게 해결해야만 납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명시한 것 같은데요!"도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낮게 가라앉았다. 옆에서 공정을 설명해 주던 루체른의 기술 책임자가 도진의 손에 든 '안젤라이트'를 빼앗듯 가져갔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완벽하게 해결했지만 수만 분의 일로 발생하는 변수까지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필이면 대표님이 오신 자리에서 이런 일이 생겼군요. 계약 이후 처음 생긴 균열입니다.”루체른의 기술 책임자가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도진에게 설명했다."확률적으로 완벽한 균열 방지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납품하는 제품에는 이런 문제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드립니다."도진 역시 가공 과정에서 열팽창률에 따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테리아와 거래하며 최고 등급의 원석만을 공급받아 온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원석 문제로 사고가 터진 적이 없었다. 그 철옹성 같던 무사고의 기록이 도진의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들었다. 지난 3년의 경험은 원석 유통이란 그리 복잡할 것 없는 영역이라는 오만을 심어주었고, 새로 손을 잡은 루체른 역시 아스테리아처럼 당연히 완벽한 원석만을 납품할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

  • 가장 잔인한 축복   80화 '새로운 태양' 공모전

    CB 그룹의 신규 브랜드 '새로운 태양' 메인 컬렉션 공모전의 최종 심사 날. 본사 대회의실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고, 장내를 가득 채운 국내외 주얼리 학계의 권위자들과 명품 브랜드 디렉터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출품작들을 훑었다. 비슷비슷한 화려함에 지쳐가던 심사위원단의 눈동자가 일순간 멈춘 것은, 수진이 제출한 안젤라이트 '빛의 정원' 세트가 베일을 벗은 순간이었다.“……경탄스럽군요.”심사위원장의 나직한 한마디에 도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수진이 직접 그렸다는 귀걸이와 팔찌를 지나, 가슴 중앙을 유려하게 흐르는 메인 목걸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현대 주얼리 공학의 한계를 시험하듯, 백금 거울 프레임 안에서 수천 번 굴절되며 새벽빛을 뿜어내는 안젤라이트의 광채는 장내를 완전히 압도했다.“이 비대칭 덩굴의 흐름과 굴절률 계산은 그야말로 천재적입니다. 한수진 디자이너, 이번 공모전의 우승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겠군요.”수진은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서 단상 위로 올라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도진은 터져 나오는 환희를 감추지 못한 채 수진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수진의 우승으로 CB의 주가는 요동칠 것이며, 자신이 선택한 가치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완벽한 순간이었다.수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트로피를 쥔 수진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극찬한 그 압도적인 목걸이의 선은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었다. 박수 소리가 커질수록, 제 목을 죄어오는 가짜 왕관의 무게가 서늘하게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같은 시각, 고즈넉한 전통 한복 공방의 안방.은은한 향묵 내음이 감도는 이곳에 전통 복식의 최고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여사의 의뢰에 지수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한복 2차 가공’ 단계였다. 한복의 격조를 최종 완성하기 위해 대삼작노리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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