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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리고 마침 안에서 나오던 강찬수와 마주쳤다.

“아이고, 우리 딸이 또 엄마 만나러 왔나 보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강하리가 이를 악물었는데도 강찬수는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몇 번을 말해. 나는 돈을 원한다고.”

“당신 조만간 죗값을 치르게 될 거예요.”

“너희 모녀를 만난 게 내 죗값을 치르는 거야.”

말을 마친 강찬수는 강하리를 팍 밀치고 멀어져갔다. 제자리에 얼어붙은 그녀는 분노에 잠겨서 손을 벌벌 떨었다. 하필이면 이때 배가 아프기 시작해서 그녀는 곧바로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갑자기 흥분해서 그럴 거야. 어디 조용한 데 앉아서 기분을 진정시켜. 그래도 계속 아프면 병원에 한 번 와봐.”

전화를 끊고 난 강하리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라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켜 보려고 말이다.

다행히 손연지의 말대로 하자 통증은 금방 가셨다. 배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확신이 생긴 다음에야 그녀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강하리는 입원 병동 안으로 들어가서 정서원을 살폈다. 그리고 간병인에게 부탁을 하고 또 했다.

“만약 강찬수가 다시 오면 꼭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간병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

병원에서 떠난 다음 강하리는 다시 회사에 돌아갔다. 사직서는 책상 위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딱히 낼 기분이 아니었다. 사직서를 서랍 안에 넣은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같은 시각, 강하리가 전화 온 것을 발견한 구승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강 부장? 나한텐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저... 혹시 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구승훈의 사무실에 앉아 있던 구승재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역시 그는 사람을 잡아두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천하의 강하리가 돈을 빌려달라면서 전화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구승재는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나서 대답했다.

“미안한데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강 부장 일 때문에 형이 내 카드를 정지해 버렸거든요. 나도 동네방네 얹혀사는 중이에요.”

강하리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잠깐 침묵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강 부장, 그냥 며칠 쉬고 돌아오면 안 돼요? 형도 분명히 용서해 줄 거예요.”

“아니에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전화를 끊은 구승재는 또다시 구승훈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말없이 조용히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형, 강 부장이 그 남자한테 당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구승훈은 고개를 들더니 심드렁한 말투로 되물었다.

“왜, 걱정돼?”

구승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구승훈의 일에 끼어들 담은 죽을 때까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 부장이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할까 봐 그러지. 어찌 됐든 강 부장은 형 사람이잖아.”

“하늘에서 떡이 떨어져도 먹을 줄 모르는 여자는 버리면 그만이야.”

구승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래서 구승재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형도 참 답답하지. 강 부장을 좋아하면 잘해줘야 할 거 아니야. 같이 있으려고 괴롭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

구승재와 전화를 끊은 다음 강하리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녀의 주변에는 돈을 빌릴 만한 사람이, 그것도 2억 원이나 빌려줄 사람이 없었다. 구승훈의 친구 중에서도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구승재뿐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할지, 강하리는 너무나도 막막했다. 아직 안현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바라는 바가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강하리는 자리에 앉아서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한숨을 쉬지 않으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안예서가 서류를 가지고 다가왔다.

“신제품 기획서 최종 버전이에요. 대표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신비 말로는 보스 아직 사직 안 했다면서요? 결재도 보스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이리 줘, 내가 받으러 갈게.”

안예서는 서류를 내려놓고 멀어져갔다. 강하리는 기획서를 한 번 살펴보고 나서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대표이사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래도 강하리는 문 앞에 멈춰 서서 두 번 노크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말이 들린 다음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강하리가 온 것을 보고 구승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사직서를 내지 않은 거야?”

강하리는 입을 앙다물고 대답했다.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요. 내일 당장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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