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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였던 당신에게
개였던 당신에게
Penulis: 필루사

제 1 화

Penulis: 필루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09 21:26:51

쏟아지는 폭우가 시야를 날카롭게 긋고 지나갔다.

채은성은 비에 젖어 이마에 질척하게 들러붙은 머리칼 사이로, 거대한 철제 대문에 덕지덕지 붙은 붉은 압류 딱지들을 멍하니 응시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이라 불렸던 공간. 대한민국 재계 정점에 서 있던 태성그룹의 권력을 상징하던 그 저택은, 이제 사지가 잘린 채 부패해가는 거대한 짐승의 사체처럼 보였다.

한때 그 위에서 오만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던 도련님의 영광은, 진흙탕을 뒹구는 오물보다도 가벼워져 있었다.

"하... 하하."

마른 기침과 함께 바스라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빗물에 흠뻑 젖은 얇은 실크 셔츠는 은성의 마르고 단단한 상체에 노골적으로 달라붙어, 유려한 육체의 윤곽을 적나라하게 훑어 내리고 있었다. 투명해진 천 위로 앙상하게 솟은 쇄골과 추위에 발딱 선 가슴의 돌기마저 숨김없이 드러났다.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길바닥의 냉기에 은성의 몸이 달달 떨렸다. 젖은 옷감이 민감한 피부를 스칠 때마다 예리한 소름이 돋았다. 평생 온실 속에서만 길러진 그에게는 생전 처음 맛보는, 뼈가 시리도록 비참하고도 자극적인 감각이었다.

'은성아.' 부드럽게 아양을 떨며 그 뽀얀 손을 만져대던 친척들도, 은성의 카드로 결제되던 최고급 파티룸에서 그의 발등을 핥을 듯 굴던 이들도 귀신같이 자취를 감췄다. 돈과 권력이라는 화려한 수의가 벗겨진 채은성은, 철저하게 발가벗겨진 채 눅눅한 어둠 속에 고립되었다.

추위와 절망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던 그때, 거센 빗소리를 뚫고 짐승의 그르렁거림 같은 낮은 엔진음이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쏘아진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은성의 처연한 실루엣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핥아 올렸다. 눈부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그의 앞에, 빗물을 매끄럽게 튕겨내는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고, 빗방울 하나 묻지 않은 수제 구두가 아스팔트를 디뎠다. 단정한 블랙 수트 차림에 검은 우산을 받쳐 든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은성의 호흡을 조여오는 저 특유의 걸음걸이.

과거 은성의 완벽한 그림자이자, 은성의 발아래서 묵묵히 머리를 조아리며 온갖 멸시와 폭언을 견뎌내던 수행비서. 그리고, 태성그룹의 숨통을 끊어놓고 이 모든 파멸을 치밀하게 설계한 포식자.

윤석호였다.

"...석호?"

은성의 파랗게 질린 입술이 달달 떨렸다. 반가움은 단 한 줌도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포식자를 마주한 초식동물의 생존 본능이 경고하는, 피부를 찌르는 듯한 짙은 공포였다.

석호는 아무 말 없이 걸어와 은성의 머리 위로 커다란 우산을 기울여주었다. 쏟아지던 비가 멎은 자리로 석호의 몸에서 풍기는 묵직한 우드 향과 짙은 체취가 은성의 코끝을 파고들었다. 산소가 차단된 것처럼 숨이 막히는, 농염하면서도 서늘한 압박감이었다.

석호는 예전처럼, 은성이 지시를 내릴 때마다 하던 그 각도 그대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예전과 완벽하게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끈적한 열기는 달랐다. 자신을 개처럼 부리던 오만한 주인을 기어이 제 발밑의 진흙탕 속에 꿇렸다는, 지독한 가학적 쾌감.

석호는 가죽 장갑을 천천히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빗물에 젖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은 은성의 뺨을 커다란 맨손으로 콱, 감싸 쥐었다. 얼어붙은 피부에 석호의 델 듯이 뜨거운 체온이 훅 끼쳐오자, 은성은 화상을 입은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흐릿한 신음을 냈다.

"읏...!"

"꼴이 말이 아니시네요. 그 귀하게 자란 몸뚱이가 길바닥에서 썩게 생기셨으니."

석호의 시선이 비에 젖어 속살이 훤히 투과되는 은성의 셔츠 앞섶과, 벌벌 떨리는 붉은 입술을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그 눈빛에는 예전의 맹목적인 순종 대신, 당장이라도 눈앞의 가녀린 살덩이를 씹어 삼킬 듯한 굶주린 탐욕이 번들거렸다.

"개처럼 빌어봐, 은성아. 그럼 내가 너 하나 정도는 거둬줄 테니까."

쏟아지는 폭우 속, 서늘하게 뒤집힌 반말이 은성의 고막을 때렸다. 비에 젖은 은성의 뒷덜미를 석호의 커다란 손이 거칠게 낚아채는 순간, 은성은 깨달았다.

이 남자의 손에 잡힌 순간, 자신의 세계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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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였던 당신에게   제 5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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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였던 당신에게   제 5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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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였던 당신에게   제 5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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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 게 아주 많은 곳이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요.]은성은 서늘한 눈빛으로 화면을 내려다보다, 이내 느릿하게 자판을 두드렸다.[좋습니다. 마음껏 물어뜯어 보시죠. 단, 저와의 관계가 노출되는 건 안됩니다.]은성은 소름 돋는 긴장감을 내리누르며 석호의 폰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석호의 곁으로 기어 가 그의 넓은 품에 안겼다. 반격을 위해 은성은 석호의 눈과 귀를 더욱 완벽하게 가려야만 했다.아침 햇살이 밝아왔다.잠에서 깬 석호는 제 품에 웅크린 은성을 내려다보았다. 완전한 포만감과 지배욕. 제 발밑의 오만한 도련님이 완벽히 굴복했다는 아찔한 착각이었다.은성은 열기에 들뜬 뺨을 비비적거렸다. 잔뜩 쉰 목소리가 달콤한 애원을 속삭였다."주인님... 답답해요. 이 넓은 집에 혼자 홈캠 불빛만 보는 거."".......""나도 주인님이 보고 싶어. 일하실 때도, 내가 주인님 거라는 걸 느끼게 해 줘요."자유를 달라는 애원이 아니었다. 스스로 족쇄를 채우며 가두어 달라는 구속의 요구.석호는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며칠간 시들어가는 꽃처럼 구는 은성의 처절한 연기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처절한 외면으로 덮어두려 했던 석호 본인의 지독한 집착이 사랑으로 합리화되던 아침. 석호는 은성의 머리맡에 얇은 태블릿 하나를 던졌다."욕심이 과해. 주는 거나 얌전히 받아먹어."며칠 뒤, 오후 2시.은성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태블릿을 내려다보았다. 인터넷과 앱 설치가 모두 차단된 완벽한 전자 족쇄. 오직 윤석호와 연결된 영상 통화 앱만 깔려 있었다.띠리링-.정적을 깨고 화면이 밝아졌다. 화면 속 석호는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렌즈 너머, 반라의 은성을 노골적으로 핥아내리고 있었다."가운 벌려."석호가 나른하게 명령했다."자... 내가 쥐여준 태블릿의 가치를 증명해 봐. 네 손으로 직접."은성은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짓이기면서도, 이내 가늘게 뜬 젖은 눈으로 태블릿의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붉게 달아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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