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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비서
겉과 속이 다른 비서
Author: 끝없는 한빛

제1화

Author: 끝없는 한빛
“이런 농염한 옷차림으로 비서 일을 하겠다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유준서는 대범한 자세로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 아무렇게 걸쳐 놓은 팔 주위로는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위험하고도 그윽한 눈빛으로 정다름을 쳐다봤다.

“그 풍만한 몸매로 하겠다는 건가?”

유준서는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모욕적인 말을 내뱉으며 눈앞에 서 있는 신입 비서를 공격했다.

그는 정다름이 개인 비서로 남아 늘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순간 확신으로 가득 찼던 유준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가 열었던 문을 거칠게 눌러 닫으며 문 위로 몰아붙였다.

“어디 가려고?”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가득했다.

정다름은 고개를 돌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유준서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지난번처럼 기어올라봐! 설마 H시로 보냈다고 원망이라도 하는 거야?”

그의 질문에도 정다름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준서는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집어삼킬 것 같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고집스럽고도 차가운 태도에 유준서는 조바심이 났다.

“도대체 언제 올 거야?”

유준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굶주린 눈빛은 그녀의 붉은 입술에 멈췄다. 그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보름이나 지났어. 네가 돌아와서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그때 나한테 대들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할게.”

말이 끝나는 순간 정다름은 갑자기 힘껏 그를 밀쳐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마터면 그녀를 놓칠 뻔했던 유준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문 위에 고정했다.

날카롭고도 혼란스러운 그의 눈빛은 붉은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더욱 거세진 저항 속에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살점을 탐하는 두 마리의 짐승처럼 격렬하게 뒤엉켰고, 유준서는 본인의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에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는 그녀의 뺨에 얼굴을 갖다 댔다. 본능을 억누르는 듯한 그윽하고도 가쁜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그냥 터뜨려버릴까? 그러면 넌 아파서 날 쳐다보겠지. 나에게 울며 용서를 구할 거고, 가여운 모습으로 사랑을 애원하고 놓아달라고 빌 거야.”

협박과 유혹에도 정다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준서는 모질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뜨거워진 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온몸이 불에 타는 것처럼 절박하고 다급했다. 이렇게 여자를 갈망한 적은 없었다. 그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대표님?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왜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거야?”

흐릿하게 들려오는 김태진의 목소리에 유준서는 눈을 번쩍 떴다.

“내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어? 나가!”

그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근육이 붙은 단단한 두 팔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을 감싸듯 품 안의 물건을 무의식적으로 껴안았다.

고열 때문에 계속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대표를 보던 김태진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열이 심하게 나서 해열제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순간 정신을 차린 유준서는 품 안의 이불을 멍하니 쳐다봤다.

정다름, 그 망할 여자가 아니었다!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우울하고도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런 우스운 꿈을 꾼 유준서 본인이었다!

꿈에서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하다 못해 그녀에게 키스까지 해?

순간 온몸이 뻣뻣해지고 머릿속의 끈 하나가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오던 유준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태진이 재빠르게 부축했지만, 유준서는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

유준서는 화장실로 달려가 병적인 메스꺼움에 구역질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게워 내지 못하고 계속 올라오는 위산이 목구멍을 자극하며 구토감을 유발했다.

지옥 같은 악순환이었다.

유준서는 꿈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정다름과 진짜 키스를 한 것처럼 꿈속의 그 촉감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 여자랑 키스를 해?

상대가 여자라면 이건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 장면을 지우고 싶어 몸부림치던 순간, 또 다른 끔찍한 장면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구더기처럼 스멀스멀 떠올랐다.

부드럽고도 불결했던 육체적 교감, 그 일을 시작한 더러운 입술, 더러운 강제적인 입맞춤.

재앙과도 같은 장면들은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우웩!”

역겨운 촉감과 기억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칫솔을 들고 미친 듯이 입술, 이빨, 혀를 닦아냈다.

더러워!

아무리 닦아도 더러워!

너무 더럽다고!

유준서의 모습에 김태진은 머리가 저릿해졌지만, 감히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다.

대표님의 상태가 왜 갑자기 심각해진 거지?

김태진은 빠르게 문 뒤로 숨어 정다름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 비서, 어디쯤이에요? 빨리 와줘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표님이 또 미친 듯이 양치질하고 있어요. 그대로 뒀다간 또 상처 날 것 같아요!」

문자 발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깥에서 다급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김태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검고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정다름이 다급히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포동포동한 편이었지만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였다. 뚱뚱한 몸매 때문에 늘 주눅이 들어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으로 위풍당당한 걸음걸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목구비는 진한 편이고 포동포동한 얼굴에는 두 턱이 선명했지만, 그녀가 사람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차갑고도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였다.

지금 모습에서 조금만 더 살을 뺀다면 따라올 자가 없는 미인의 모습일 것이다.

정다름은 팔꿈치에 작은 약상자를 끼고 걸으면서 의료용 장갑을 꼈다. 김태진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미친 듯이 양치질하던 유준서의 콧속으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그때 누군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손에 들린 피 묻은 칫솔을 낚아챘다.

유준서는 벌게진 두 눈으로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여자를 쳐다봤다. 이곳에 있을 리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여자였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방금 꿈속에서 그녀에게 돌아와달라고 애원하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처럼 차가웠다.

아직 꿈꾸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달라.

꿈속이라고 해도 절대 돌아와달라고 애원하지 않을 거야!

“대표님, 고개를 돌려주세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차갑고 피곤한 기운이 배어있었다. 정다름은 가볍고도 단호한 손길로 그의 얼굴을 돌리더니 휴지를 꺼내 그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녀는 피범벅이 된 그의 입술만 응시했다. 새하얀 장갑은 어느새 빨갛게 물들었다.

유준서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장갑에서 그녀의 얼굴로 옮겨졌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향기, 그녀의 온기가 가까이서 느껴졌다.

진짜 그녀가 돌아왔다.

꿈속의 그녀, 꿈속에서 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었다.

유준서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결같이 차갑고도 도발적인 말을 내뱉었다.

“정 비서, 돌아왔네? H시에 있는 본가에서 평생 눌러 붙어살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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