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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Author: 손발 땀쟁이
고홍근은 하늘이 핑계 하나는 기막히게 찾아낸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고홍근은 딱 한마디만 했다.

“그럼 로즈가 주예라는 건 알고 있었니?”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실망스러운 눈길을 보낸 뒤, 고홍근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집사에게 차를 준비시키고 떠나 버렸다.

멍하니 남은 건 하늘뿐이었다.

하늘은 벼락이라도 정수리에 맞은 기분이었다.

같은 시각 방송 현장에서도 거센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사회자가 로즈의 서명까지 베낀 것이냐고 추궁하자, 주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나온다는 ‘정체를 밝히지 않은 그분’이 로즈 선생님이잖아요. 직접 연결해서 물어보시면 되지 않나요?”

PD는 주예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직원에게 로즈와 다시 연결해 보라고 지시했다.

바로 그때 주예가 양해를 구한 뒤 사람들 앞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통화 화면의 스피커 버튼도 눌렀다.

때마침 대형 화면에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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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73화

    임신해서 그런지 몸이 유난히 예민했다.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주예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주예는 정재의 품에 파고들면서 한껏 기대고 있었다. 자세가 약간 불편한 듯해서 조금 움직이자, 정재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다쳤어?”주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디 다쳤는데? 보여줘.”“안 다쳤어.”정재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가만히 앉아 있어. 움직이지 말고.”“응.”주예가 얌전히 멈췄다.“어? 고 회장님 댁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누가 그 집으로 간다고 그랬어?”정재가 되물었다.“나랑 하룻밤 지내면 단서 알아봐 주기로 했잖아. 벌써 잊었어?”‘누가 그쪽이랑 그런 약속을 했는데?’주예가 눈을 굴렸다. 그래도 반박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빨리 정재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고개를 숙인 채 얌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정재의 마음이 더 부드러워졌다.검은 벤틀리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에 머물던 아파트였다.차 문이 열리자, 정재는 주예의 손을 잡고서 성큼성큼 걸었다.엘리베이터가 18층으로 올라갈수록 주예의 심장이 점점 빨라졌다.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정재는 주예를 1801호로 데려갔다. 바로 정재의 집이었다.집에 들어가자마자 정재가 주예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겉옷이 벗겨지자 안에 입은 얇은 끈 민소매가 드러났다.“이, 이렇게 바로? 샤워... 안 해?”주예는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말이 자꾸 꼬였다.차에서 정재가 같이 하룻밤 자자고 했던 말을 잊지 않았다.“머릿속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거야?”정재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주예를 봤다.“임주예, 좀 순수해지면 안 돼?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아?”그러면서 구급함을 가져왔다.“어디 다쳤는지 보자.”정재는 면봉에 소독약을 묻혀서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고 약을 새로 발랐다.하얀 피부에 면봉이 스쳤다.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피부에는 금방 붉은 흔적이 생겼다.정재는 남몰래 숨을 들이마셨다.‘너무 예민하네. 그날도 이랬을까?’지난번에는 서둘러 떠나느라 주예의 몸에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72화

    주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재가 이렇게 대놓고 짓궂은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주예가 부끄러움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목소리 좀 낮춰. 차 안에 다른 사람도 있잖아.”운전하던 진석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재빨리 오디오 볼륨을 높였다. 낮고 거칠게 갈라지는 남자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 자리는 차 안이 아니라 차 밑인가 봐...”주예는 말문이 막혔다.정재도 아무 말이 없었다.진석마저 조용해졌다.어차피 분위기는 깨졌다. 진석은 결국 한마디를 더 보탤 수밖에 없었다.“두 분, 안전벨트 매 주세요.”달리는 차 안에서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위험했다.주예는 바로 정재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정재가 멀리 가는 건 허락하지 않아서 바로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허벅지가 빈틈없이 맞닿았다.잠시 조용히 있던 주예가 사뭇 진지하게 해명했다.“한진후도 그냥 하룻밤 지내라는 거였어. 침대는 따로 쓰는 거지, 같이 자는 게 아니라고.”“나도 침대는 따로 쓰자는 말이었는데? 너는 무슨 생각을 한 거야?”정재가 웃는 듯 마는 듯 주예를 바라봤다.주예는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당신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릴 줄 알았으면 한진후 말대로 남을걸!”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정재의 검은 눈이 대번에 착 가라앉았다. 주예를 감싼 왼손이 등을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너 많이 컸다? 이혼한 거 후회해? 다시 만나고 싶어?”주예가 대답하기도 전에 손끝이 도드라진 견갑골에 닿았다. 정재가 미간을 찌푸렸다.“살 빠졌네. 검진은 받았어? 결과는?”“괜찮아. 큰 문제는 없어.”주예는 눈길을 피했다. 뭔가 감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재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검은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주예의 말을 전부 다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차 안이 조용해졌다. 진석이 룸미러를 확인하면서 때맞춰 말했다.“회장님, 주예 씨. 납치한 사람들에 대해 단서를 조금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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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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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69화

    “난 원래 여자한테 손대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너는 정말, 번번이 선을 넘네.”진후가 위에서 규나를 내려다봤다.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규나의 뺨이 금세 높게 부풀어 올랐다.눈빛에는 독한 원망이 스쳤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는 눈물에 젖은 서러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오빠, 그날 밤 오빠가 나를 안고 안 놔줬잖아.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소용이 없었어. 그러니 나를 책임져야지.”예전에는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했다. 눈물을 흘리고 억울한 기색만 보이면 진후는 뭐든 들어줬다.“어떻게 된 일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진후는 그 수법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목소리는 싸늘했다.“말했지. 나를 속인 사람은 좋게 안 끝난다고.”규나는 그 말투에 몸을 떨면서 서둘러 말을 이었다.“그래도 나 오빠 아이를 가졌잖아. 아이를 봐서라도...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진후가 몸을 숙였다. 눈빛은 끝도 없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규나를 말없이 바라보다 이윽고 천천히 웃었다.“내 아이인지부터 확실하지 않아. 설령 맞는다고 해도, 그걸로 날 협박할 수 있을 것 같아? 너한테는 내 아이를 낳을 자격 없어.”말에 담긴 뜻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한 달 됐다고? 아직 형태도 제대로 안 잡혔겠네. 지우기 딱 좋잖아?”규나는 진후의 목소리에 겁을 먹고 떨었다. 자신의 아이조차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규나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어머니는 이 아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진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손짓해서 경호원에게 이 성가신 여자를 치우라고 하려던 때였다.규나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안 돼, 오빠도 후회할 거야!”진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협박까지 하자 분노가 더 거칠어졌다. 몸을 숙여 규나의 팔을 잡고서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듯한 손길 같았다. 팔을 틀어쥔 손에는 그대로 으스러뜨릴 듯이 잔뜩 힘이 들어갔다.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68화

    진후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응?’주예는 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무슨 밤?”‘오늘 하는 말은 하나같이 이상하네. 너무 크게 다쳐서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주예의 반응을 본진후는 자신의 짐작이 거의 맞다고 생각했다.주예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주예에게 들켜서는 안 되니까. 다른 사람을 주예로 착각해서 잠자리를 가졌고, 아이까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 주예가 알게 되면, 둘 사이에는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골이 생길 것만 같았다. 주예에게 되돌아갈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진후는 서둘러 표정을 추스르고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지어냈다.“언젠가 밤에 사무실 근처에서 여자 하나를 봤어. 너인 줄 알았지.”주예는 진후가 둘러댄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더 묻기 귀찮았다. 진후의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기에.진후가 문 쪽으로 물러났지만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너는 좀 쉬어. 나 잠깐 나갔다 올게.”잠시 말을 끊은 진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오빠가 오면 가고 싶을 때 같이 가. 그래도 여긴 언제든 네 집이야.”주예가 속이 뒤집혀서 헛구역질하는 걸 본 뒤로 진후는 강제로 붙들어 둘 생각을 버렸다. 반응이 그토록 심할 줄은 몰랐다. 주예를 조금이라도 더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친부모 얘기는 네가 생각해 보고 나한테 오면, 그때 제대로 설명해 줄게.”진후가 힘없이 쓴웃음을 지었다.“너무 원망하지 마. 요즘 뭘 해도 네가 다 거절하니까, 나도... 널 붙잡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남자의 눈에는 슬픔이 배어 있었다. 정말 다른 선택은 없었던 듯했다.주예는 조용히 진후를 봤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심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저런 애틋함은 진후의 인생에서 늘 아주 작은 몇 %만 차지했다. 진후에게는 언제나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아무 일도 없을 때는 주예에게 다정하게 굴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이 생기면 양보해야 하는 사람은 늘 주예였다.‘오늘은 내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화

    장례식장은 온기가 완전히 걷힌 듯 차가웠다.빈소에는 정적만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영정 사진 앞에는 하얀 국화들만 가득 놓여 있었다.임주예는 아버지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무릎은 이미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손바닥 안을 파고들 정도로 손가락을 세게 쥐고 있었다.'지금 손을 놓아 버리면, 나까지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아.'옆에서는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한 대표는 어디 갔대? 아직도 안 왔어?""아직도 몰라? 공항에 마중 나갔다더라. 기사도 떴잖아.""공항?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5화

    “사모님?”여주댁이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아직 안 주무셨어요?”“응...”주예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잔뜩 잠겨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겨우 숨 섞인 소리만 흘러나왔다.여주댁은 급히 안으로 들어와 주예의 이마에 손을 대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열이 너무 심하잖아요.”“비를 좀 맞아서 그런가 봐요.”주예는 힘겹게 웃어 보였다.“약은 먹었어요.”“이렇게 있으면 안 되죠.”여주댁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이대로 열이 더 오르면 큰일 나요.”여주댁은 곧장 핸드폰을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6화

    진후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마치 어디까지나 주예를 배려하는 사람처럼 들렸다.하지만 주예는 진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말들은 결국 진후 자신이 품고 있는 보잘것없는 죄책감을 덜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진후는 주예가 늘 그랬듯 알아서 사양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래.” 주예가 받아들였다.“응? 뭐라고 했어?” 진후가 멈칫했다.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좋다고. 이제 몸도 거의 다 나았고, 당신 친구들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주예는 가볍게 웃었다.‘어차피 앞으로는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다음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4화

    주예는 가슴이 답답하게 막혀 왔다.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진후의 SNS 계정을 다시 열었다.화면이 넘어가자 진후가 기록해 둔 일정들이 줄줄이 떠올랐다.[규나 건강검진][규나 항공권, 호텔 예약][규나 생일][규나...]주예와 관련된 기록은 맨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하나 나왔다. 3년 전,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주예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손끝이 조금씩 식어 갔다.‘정말 끝까지 이랬네.’주예는 올라오려는 감정을 꾹 눌러 삼킨 채 다른 폴더를 열고 나서, 진후가 최근에 사들인 부동산, 주식 거래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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