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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作者: 서늘한 바람결
나는 몸을 뒤척여 김주현의 손길을 피했다.

“당신 오늘 밤은 황소유랑 같이 있는 줄 알았어.”

“아직 학생이라며. 당신 없으면 안 된다면서.”

그 말이 떨어지자 침실 불이 켜졌다.

눈이 부셔서 나는 눈을 찡그렸다.

김주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너 꼭 그렇게 비꼬아서 말해야겠어?”

“내가 몇 번이나 설명했잖아. 난 소유를 그냥 동생으로 생각해. 나랑 소유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말 대신 휴대폰을 꺼내 김주현에게 황소유의 SNS를 보여주었다.

사진 속 장소는 원래 우리가 양가 상견례를 하기로 했던 바로 그 식당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김주현의 부모님과 황소유의 부모님이 함께 앉아 있었다.

마치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사진 속에서 김주현은 고개를 숙여 황소유에게 새우를 까주고 있었고, 황소유는 손을 내밀어 김주현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맞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양가 부모님 상견례. 오랫동안 나를 후원해 준 오빠가 곧 내 남편이 된대요!]

나는 휴대폰을 든 채 김주현을 똑바로 보았다.

“참 잘도 갖다 썼네. 내가 일주일 내내 찾아보고 고른 식당이었는데, 순식간에 두 사람 상견례 자리가 돼버렸네.”

김주현의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소유가 이런 글 올린 줄 몰랐어. 당장 전화해서 지우라고 할게.”

“그리고 소유는 아마 우리가 혼처 얘기한다는 말 듣고 그냥 장난으로 올렸을 수도 있어. 그냥 호기심에 해본 소리라고.”

“아직 어린애잖아. 뭘 알겠어? 그래도 네가 언니잖아.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데, 왜 매번 그렇게 사소한 일까지 따지고 들어?”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23살이 무슨 어린애야? 그럴 거면 그냥 갓난아기라고 하지 그래.”

김주현은 성가신 듯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곧 결혼하는데,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나 오늘 밤 서재에서 잘게. 네가 언제쯤 정신 차리고 그만하면 그때 돌아올게.”

방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놀라 깨신 부모님이, 허둥지둥 달려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얼른 들어가 쉬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다.

...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고, 역시 부모님은 이미 거실에서 밥을 차려 놓고 계셨다.

식탁 위에는 고향에서 가져오신 생강 절임이 놓여 있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반찬이었다.

김주현이 서재에서 나오더니 표정이 몹시 안 좋았다.

부모님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반갑게 김주현을 불러 식사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김주현은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두 분이 여기 왜 계신 거예요?”

김주현의 시선이 식탁 위 생강 절임을 스치더니, 역겹다는 듯 코를 막았다.

“그리고 이게 다 뭐예요? 무슨 역한 냄새가 이렇게 많이 나요? 여기는 J시예요. 시골이 아니라고요.”

“제발 기본적인 예의는 좀 지켜 주세요.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왜 J시까지 가져오세요?”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리셨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시는 눈치였다.

엄마는 허둥지둥 반찬을 치우며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 미안하다. 지윤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거라서... 그냥 조금 가져온 건데. 내가 생각을 못 했네.”

“금방 치울게. 그러니까 화내지 마...”

허둥대는 와중에 식탁 위의 그릇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어머니는 몸을 움츠리며 김주현의 눈치를 살피셨고, 어디부터 수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으셨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굽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조각을 주우려 하셨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을에서 살 때만 해도 부모님의 허리는 늘 꼿꼿했다.

누군가 내가 출세했다고 칭찬이라도 하면, 한껏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면서도 입으로는 겸손하게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시던 분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김주현과 사귀기 시작한 뒤로, 두 분은 늘 이렇게 눈치를 보셨다.

내가 돈을 보내 드려도 선뜻 받지 않으셨다.

“그 돈은 네가 가지고 있어. 주현이 부모님께 뭐라도 사 드려야지. 우리 때문에 네가 괜히 눈치 보면 안 되잖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갈 때도 내가 뭘 사 가겠다고 하면 한사코 말리셨다.

그런데 돌아오는 날이면 오히려 고향 특산물을 한가득 챙겨 주셨다.

“주현의 부모님께 드려.”

양가 부모님이 약속해 놓고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은 화 한 번 내지 않으셨다.

그저 내가 나중에 결혼해서 혹시라도 힘들까 봐, 그게 걱정된다는 말만 하셨다.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 다가가 두 분의 손을 막아섰다.

목소리가 울먹임 때문에 조금 떨렸다.

“두 분은 먼저 식사하세요. 여긴 제가 치울게요.”

“그리고 생강 절임 치우지 마세요. 저는 먹을래요.”

두 분이 또 일어나려 하자 나는 두 분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됐어요. 두 분은 그냥 드세요.”

김주현은 몸을 돌려 나를 보더니 잠시 당황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나 비염 있어서 자극적인 냄새 못 맡는 거 알잖아.”

나는 김주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바닥의 깨진 조각들을 치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김주현은 내 뒤를 따라오며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나는 전부 못 들은 척했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원래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관광지라도 구경시켜 드리려 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큰 문제가 생겨서 급하게 해결해야 했다.

김주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회사 일부터 봐. 오늘은 나도 별일 없으니까 내가 부모님 모시고 구경시켜 드릴게.”

나는 고개를 돌려 김주현을 쳐다봤다.

김주현은 어색한 듯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까는 내가 너무 심했어. 어젯밤 일 때문에 감정이 남아서 그랬나 봐.”

“우리 결혼하면 네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잖아. 걱정 마, 내가 정말 잘 모실 테니까.”

사흘 뒤면 부모님도 나와 함께 내려갈 예정이었고, J시까지 오셔서 아무것도 못 보고 가실 수는 없기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트 일을 겨우 마무리하고 나니 어느새 밤이 깊어 있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관광은 재미있으셨는지 여쭤보려던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어머니의 울먹임이었다.

[딸, 빨리 병원으로 와봐. 네 아버지가 다쳐서 정신을 잃으셨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일어난 탓에 눈앞이 핑 돌았고,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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