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혜주는 나중에 들고 오라고 했지만 이레는 미안한 마음에 얼른 들고 오고 싶어했다.
“그래!그럼 지금 다녀와!천천히 다녀와 이레야!”
“응!”
이레는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다시 엘레베이터로 가서 지하 2층을 눌렀다.
“지하 2층입니다.”
“아씨 ,하필 왔다갔다…혜주한테 미안하게.”
넓은 주차장을 걷다가 순간 방향 감각을 잃어 ‘H’가 적혀있는 기둥까지
와버렸다.
“헉!어떡하지…도대체 ‘D’가 어딨는거야?”
그때 왼쪽 대각선 쪽 엘레베이터가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 컵을 양쪽에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이레와 마주칠 기세였다.
바로 남편 유강우였다.
여자의 촉은 때로는 섬뜩할 만큼 예리했다.
순수하고 따뜻하던 이레조차, 이 순간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을 직감했다.곧 바로 왼쪽에 붙어있는 ‘H’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강우는 한쪽에 컵두개를 들고 한쪽으로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자기야!나 그쪽으로 가고 있거든?자기 카페 모카 마시고 싶다고 했지?”
자기야.
이번엔 분명했다.
이레 본인이 의심했던것이 확인사살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차체에 몸을 붙였다. 발소리를 죽였다.
자세를 낮추고 쭈그리고 앉아서 그의 동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강우는 눈치채지 못했다.
최대한 그의 뒤로 지나치는 자동차들에 몸을 붙여 강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따라 붙기 시작했다.
갑자기 강우가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이레의 몸도 더 날렵하게 변해 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강우는 ‘C’로 향하고 있었다.
이레가 주차해둔 곳 보다 입구에서 가까웠다.
이레는 일직선의 동선으로 강우를 계속해서 따라잡았고 강우는 그걸 모른채
자신의 차에 타기 직전 누군가에게 반대편 창문으로 컵을 건네줬다.
강우가 창문 안으로 손을 뻗어 그 사람의 벨트를 매주는것 같았다.
이레의 손과 등에서는 식은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허어억…헉헉헉… .”
숨을 쉬는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꼭 확인해야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강우가 운전석으로 들어간 뒤…둘의 딥키스가 이뤄졌다.
이레의 벌려진 입 속에서 가득 고인 따뜻한 침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아득했다. 그래도, 봐야 했다.
그래, 정체를 밝혀.
넌 누구야!
이레는 상대를 확인한 순간 마치 오래 뿌리 잡고 살던 나무에 큰 벼락이
두, 세개 떨어진듯 미친듯한 배신감이 뒷통수에 내리 꽂고 말았다.
바로 그 상대는…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안녕하세요!이레씨,이렇게 처음 뵙게 되네요.”
“아…네!저는 처음 뵙는데…저희 남편 측 하객이세요?”
라이트 브라운 색의 고운 머릿결에 178cm 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인상의
아이돌 같은 미남 형이었다.
“네…저는 이혜성이라고 합니다.만나서 반가워요.”
이레는 주차된 차들 사이의 후미 쪽에 몸을 숨기고 나서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허헙…허허어억…크으으윽… .”
이레 본인이 울고 있을때 남편의 차가 자신의 앞에서 지나갔다.
이레가 쭈그려 앉아 있는 곳은 더러운 물이 고인 곳이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털썩 주저 앉아서 신명나게 울기 시작했다.
남편의 배신.
남편의 이중성.
남편은 양성애자… .
그리고 짓밟혀진 이레의 자존감과 자존심.
그에게 이레 본인의 몸을 내주었으니 자신은 더렵혀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몸을 긁기 시작했다.
옷을 입은채로 긁긴 했지만 손톱이 천을 헤집었다. 옷감 너머로 살이 화끈거렸다.
이레의 울음은 마치 매귀의 울음소리처럼 찢어지는 비명으로 들려왔다.
이레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다간 자신이 제 명이 죽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무섭게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머리와 옷을 매만진뒤 조용히 차로 가서
뒷문을 연뒤 친구의 생일선물을 꺼내고 다시 엘레베이터로 갔다.
거울을 보니 이미 나의 얼굴 상태는 눈물 범벅으로 친구들의 의심을 살것이 뻔했다.
“18층입니다.”
다시 연기를 해야된다.
이레는 속으로 되풀이하며 다짐을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어서 당장 이 빌딩을 벗어나야만 했다.
자신의 몸속에서 신호를 주는것 같았다.
이레는 친구들이 있는 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역시나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
하지만 이레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혜주가 놀라 자리에서 나와 이레의 엉덩이에 묻은 더러운 먼지들을 털며 물었다.
“한이레!너 왜그래? 무슨 일 있어?”
하지만 이레의 머릿속은 온통 그 딥키스한 장면과 벨트를 매주던 장면 뿐이었다.
텅 빈 눈동자로 이레는 힘겹게 대답했다.
“미안한데…나…먼저 갈께…아까…어떤 차가…나한테 부딪혀서…
이거…네 선물… .”
그리고 가방을 챙기고 나가려는 이레.
혜주는 뛰어나와 이레를 끝까지 챙기려 한다.
“그래서!그 새끼 잡았어?아니 뭐 어떻게 했길래?
그리고 너 지금 얼굴 너무 창백해…내가 데려다 줘?”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물끄러미 혜주의 얼굴을 쳐다보는 이레.
이레는 울먹거리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가…내가…나중에…말해줄께…나 좀…보내 줘… .”
혜주는 이레의 낌새가 너무 이상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따라야만 했다.
“그래…집 도착하면 무조건 연락해?알았지?”
하지만 이레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
휘익휘익-!
빵빵빵!!
와이퍼가 미친 속도로 왔다갔다하며 신호를 받고 있는 이레의 차.
그때 뒤에서 귀가 찢어질듯한 소리로 클락션을 울려대는 운전자들.
뒤에 차는 이레의 옆으로 와서 창문을 열어 욕설을 해대기 시작한다.
“야!이 미친x 아! 너 돌았어?잠은 집에 가서 자라고!”
운전대에 머리를 묻고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이레는 욕설을 하는
운전사를 보고도 뭐라하지 않고 그냥 미안하다고 말한다.
“죄송…합니다… .”
그리고 쌩하니 달려가버리는 차들.
겨우 몸을 이끌어 단지 앞까지는 왔지만 정신이 버티질 못했다.
이레는 한계에 부딪힌것이었다.
“…아…심장이…너무 아파…윽… .”
이레의 심장 쪽에 고통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극렬한 충격이라 심장과 맥이 폭주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너무 빠르게 돌아 이레의 숨이 계속해서 헐떡였다.
“허어…억… .”
하지만 정신을 절대 놓지 않고 신호를 받아 좌회전 뒤 단지로 들어서는 이레.
그리고 카드키를 경비에게 보여줘야하는데 손이 닿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카드키를 건네주려 하는데… .
“우우우욱!”
멀건 토를 미친듯이 뱉어내는 이레.
바닥에 쏟아내니 더 이상 몸도 힘을 쓰지 못하고 땅 아래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몸을 힘겹게 돌려 맑은 하늘을 쳐다보는 이레.
난 죽어가는구나… .
아… 이제 끝이구나. 이상하게도, 그게 더 편했다.
차라리 강우 씨한테 들키지 않는게 나았어.
다행이야.
나 혼자 목격해서.
그리고 잠이 들어가는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봐요!정신차려요!이게 무슨일이야!”
이레는 가늘게 뜬 눈으로 마지막 힘을 짜냈다.
싸가지 없던 3403호 여자가, 이번엔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이봐요! 33층! 정신 차려요!”
불쌍한 이레 ㅜㅜㅜ
3일 뒤 연후는 연락이 되지 않는 이레를 향해 분노가 살짝 일어났지만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동시에 고민도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무슨 일 있는건가…?”연후는 마지막 보고서를 끝으로 결재를 한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챙기고바깥으로 나왔다.그리고 주차장에 가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뒤로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죽은 뒤에도 난 널 지켜볼꺼야.’연후는 바로 감이 와버렸다.역시나 이레는 연후가 스스로 광기를 드러내어 무섭다고 판단한것이다.연후 또한 동시에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무섭다 이거지,좋아 무서운게 뭔지 보여주겠어.”그는 악셀을 밟으며 앞의 차들을 모조리 비켜나가기 시작했다.그의 내면 속에는 알 수 없는 파멸과 쾌감이 자라나고 있었다.1시간 뒤 이레의 집이레는 오랜만에 집안에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틀며 거실에서 여유있게과일을 먹으며 빨래를 개고 있었다.“흐흠흠…!”그때 진동이 울리는 폰.폰을 확인하니 깜짝놀랄만한 소식이 와 있었다.바로 윗집 지수였다.“어!언니네?”이레의 동공은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었다.지수의 메시지는 이랬다.‘이레야,나 몸이 진짜 너무 아픈데…지금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혹시 지금 와줄 수 있어?’이레는 벌떡 일어나 혼잣말로 대답했다.“네네!그래야죠 언니!바로 갈께!”이레는 이전에 자신을 죽까지 먹여가며 돌바준 전적이 있기에 이번에확실히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그래서 폰을 들고 바로 윗층으로 달려갔다.다행히 지수가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지수의 모습은 아주 멀쩡해보였다.“어?이레야!너 뭔일이야?”이레는 얼떨떨함에 어이가 없어 그녀에게 말했다.“아니…언니 아픈것같아서… .”하지만 지수의 표정도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엥?뭔 소리여?나 괜찮아!이것 봐!”그녀의 말대로 지수의 몸은 멀쩡해보였다.순간 동시에 드는 속았다는 기분과 함께 저 멀리 복도 끝에 보이는
강우는 밤10시가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 이레를 기다리다 불만이 폭발했다.“뭐하는 짓이야…?친구 만나러 갔다오는건가?”그때 도어락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이레.강우는 복도 끝에서 그녀에게 소리친다.“야!너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내가 준비한 옷은 어딨어?보니깐 방에는 안보이던데?”하지만 이레는 그를 무시하고 안방 으로 들어가버린다.씩씩거리며 이레를 따라 들어가는 강우.“내 말이 뭣같애?!애완견 마냥 그냥 집에 있으라고!”강우는 옆에 있는 벽을 주먹으로 쎄게 내리친다.이레는 그것을 노려보다 갑자기 주방에 가서는 무언가를 들고온다.강우는 시선을 따라가보니 이레가 큰 가위를 들고와서는 무언가를 하려는것을 본다.“뭐…뭐하는 거야?”이레는 강우가 선물한 다크 그레이 빛 망사 원피스를 그의 얼굴 앞에서 가위로마음껏 잘라버린다.그리고 남은 천은 손으로 쫘악 찢어 강우에게 있는 힘껏 던져버린다.“여깄어.네 선물.잘 입었어.”강우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이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대로 침대 틀 쪽으로 몸을 내던졌다.이레는 옆구리와 골반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어…어억… .”“감히 네가 내 선물에 흠집을 내?이게 얼마짜리인줄 알아?”강우는 팔을 뻗어 이레의 머리카락을 휘어 잡으려 할때 , 이레의 반격이 시작되었다.이레는 힘겹게 손을 뻗어 강우의 종아리를 붙잡았다.그녀는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그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갑작스러운 반동에 강우의 몸이 휘청였고, 중심을 잃은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리고 이레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문 옆쪽에 있던 빨래 통 바구니를 들어강우의 상반신 가슴 위로 점프를 했다.그의 몸에 앉은 뒤 바구니로 미친듯이 얼굴을 공격했다.“아아악!”“이 씹xx야!!개xx야!!”이레의 입이 험악해지기 시작하며 그녀가 생애 한번도 써보지 않은 욕들을갈기며 강우를 향한 반란이 시작되었다.이레는 사정없이 바구니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긴 뒤 강우의 목을 미친듯이조르기 시작했다
트라이던트 그룹 본사 전무이사실벌써 어둑해진 저녁 하늘은 깜깜한채로 어느것 하나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않을정도였다.연후는 퇴근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회의 때문에 짜증이 나있던 상태였다.그는 급하게 결재서류들을 넘겨 받고 꼼꼼히 확인 한 뒤 싸인 하고 있었다.황비서는 마지막으로 보고할 협력사 파일을 전달 한 뒤 연후에게 말했다.“마지막 레포트 입니다.더 확인 하실 서류 있으십니까?비서실에 체크하라고 지시 해놓겠습니다.”“황 비서님!”황비서는 당황하여 그에게 대답했다.“네…?”연후는 볼펜 끝으로 짧은 박자를 두드리며, 다리 한쪽을 참을 수 없을 만큼 떨고 있었다.“그만 하죠…나 급한 일이 있어서…가야 할데가 있어요.”연후의 다급하고 위급해 보이는 격앙된 목소리는 황비서가 일찍이 들어본적없는 음성이었다.하지만 상사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던 그는 얌전히 대답했다.“그러시군요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그래요!황 비서도 급한 일 많을 텐데 , 얼른 나가봐요.”연후는 손짓으로 그를 쫓아내버린다.황비서는 당황스러움도 잠깐, 그의 손짓에 따라 이사실을 나갔다.연후는 눈을 번쩍 들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테이블을 정리하고, 코트를 집어 들며, 불이 꺼진 이사실을 서둘러 빠져나왔다.그는 최대한 빠른 움직임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 운전석으로 향한다.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와 메리세엄드 호텔로 향했다.40분이 지나고 호텔에 도착한 뒤 키를 발렛요원에게 넘겨주었다.“감사합니다.”연후는 갈증이 나는지 계속해서 목쪽의 넥타이를 만지작 거렸다.오래만에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라 상상만해도 너무 즐거웠다.“하아… .”연후는 데스크로 가서 키를 받은 뒤 엘레베이터 안에서 38층을 눌렀다.그저 우두커니 서서 엘레베이터가 멈추길 만을 기다렸다.“38층 입니다.”그는 벽쪽을 바라보며 호실을 가르키는 쪽으로 향했다.‘3825호’드디어 문 앞에 선 연후는 살짝 땀이 나지만 떨리는 손으로 카드키를 댔다.그리고 문
이레의 엄마는 이레의 행동에 대해 의문점을 가졌다.행복해야 할 신혼 초기에 왜 다른 남자와 포옹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고강우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 되었는지 묻고 싶었다.그녀는 답답해 가슴을 손으로 두드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시간은 벌써 새벽 6시.밤을 꼬박 새다시피 이레의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었다.그녀는 조심히 일어나 이레의 방으로 향했다.문을 살그머니 열어 그녀가 있는 침대 가까이 향했다.그런데 이레가 악몽이라도 꾸는건지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심지어 이마에 식은 땀도 맺혀 있어 걱정이 되었다.이레의 엄마는 조심스레 그녀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언제 이렇게 만져봤을까?“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괜찮은거야?”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아침 9시 , 이레의 엄마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아침 식사를 준비했다.간단하게 토스트와 과일을 준비한 그녀는 이레를 불러냈다.“이레야!나와 밥 먹자.”“오!오늘은 밥 아니네?맛있겠다.”이레는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않았는지 살짝 찌뿌둥한 느낌으로 식사를하기 시작했다.반면 이레의엄마는 제대로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어느정도 먹은것을 소화하고 난 뒤 이레는 거실로 가기 위해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뜻밖의 말을 던지는 그녀의 엄마.“난…네가 항상 현명했으면 좋겠어.”이레는 갑작스러운 조언을 하는 엄마에게 말했다.“현명해지라니?”그녀의 엄마가 다가와 이레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누구나…유혹은 있을 수 있어.하지만 남편이 둘이 될 수 는 없다.”그제서야 이레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녀의 의중을 간파해버렸다.“어…엄마…혹시… .”그녀의 엄마는 바로 몸을 돌려 식탁에 있는 빈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한다.“알아들었으면 됐어.”들켜버렸다.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대상에게 모든 것을 들켜버렸다.이레는 그 순간 그동안 힘들어서 꾸욱 눌러왔던 감정들이 뜨거운 홍수처럼 폭발하기시작했다.눈물이 눈가에 커다랗게 맺히며,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이름을 내뱉었다.“엄마…내가
연후는 홱 돌아서서 단지를 나가버리며 주차된 곳까지 걸어가다 들고 있던케이크와 꽃다발을 도로에 집어던지고 말았다.하얀 상자가 도로 위를 굴렀다.그 안엔 케이크와, 그가 품었던 모든 온기가 섞여 있었다.연후는 차 운전석으로 돌아와 앉은 뒤 손바닥으로 운전대를 쎄게 쳐버린다.연후는 뱃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분노를 눌러 담은 목소리로, 낮게 혼잣말을 했다.“남편 싫다며…나만 본다며…왜 그렇게 다정히 있는건데…한이레.”그는 잠시 침묵하며 눈을 감았다.“…아니, 난 그냥 무서웠던 거야.혹시 내가 놓치면, 다시는 못 볼까봐.”그는 차 안에서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창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낯설었다.분노였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그 어떤 감정으로도 이레를 완전히 놓을 자신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그대로 기다렸다.마지막으로, 그녀가 자신을 선택하길 바랐다.이레는 쎄차게 강우를 밀며 소리친다.“그만 좀 하라고!!”“당장 떠나!사람 신경 거슬리게 하지말고!”풀려버린 팔을 양쪽으로 벌린 채 서있던 강우는 재밌다는 듯이 또 한번크게 웃어버리고 만다.“알았어, 알았어, 여왕님.나 집에 가있을께.대신 봐주는건 딱 2일이야.그 안으로 집으로 들어와.쪽팔리게 하지말고.”강우는 저 멀리 단지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팔을 들어올리고는 한번 흔들고는나가버렸다.이레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진짜 한대 패고 싶네,숨쉬는 것도 아까운 자식.”그녀는 한껏 격앙된 채로 집에 다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그리고 옷을 갈아 입고 침대 옆 무드등을 살짝 켠 뒤 누워버렸다.“하 정말 피곤하다… .”한참을 있었을까.1시간이 지나면서 이레는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때순간 연후가 왜 오지 않은걸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 있나… .”그리고 잠시 뒤 톡 하나가 그녀에게 도착했다.‘그 자식이랑 있으니깐 행복했어?아주 품에 안긴게 가관이더라.볼만 했어.’벌떡 일어난 이레는 이게 무슨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아무래도 아까 강우와 만난
“여권하고 탑승권 보여주시겠어요?”연후는 저녁 6시30분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이쪽으로 통과하시면 됩니다.”“좋은 비행 되세요.”연후는 서류가방을 가볍게 하나 들고 퍼스트클래스 구간으로 들어섰다.그는 도착하자마자 꽃다발과 함께 케이크를 들고 이레가 있는 본가로향하려고 했다.그는 비행기가 출발 하기 직전 톡 하나를 이레에게 보냈다.‘조금만 기다려 밤10시 정도면 네 집에 도착 할것 같아.’‘설렜으면 좋겠어.’그때 답장이 오는 것을 보고 빠르게 확인하는 연후.‘고마워.얼른 와줘.우리 집은 2215호야.’톡을 확인하자마자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살며시 감는 연후.동시에 뭔가 모를 시원함 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비밀 연애처럼 짜릿했다.대학 때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이레와의 데이트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조금의 시간이라도 빌려서 이레와 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장 000입니다.본 항공기는 잠시 후 이륙할 예정입니다.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목적지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며,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하늘 위에서는, 모든 게 단순해진다.오직 그녀만 생각하면 됐다.그리고 비행기가 움직이며 이륙하는 순간 , 연후의 심장박동과 열망이 높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3시간 후 ,회기동 000아파트 이레의 본가늦은 식사를 마친 뒤 이레의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고 이레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뭐 볼거 없나… .”채널을 돌리고 있던 이레는 조금 있으면 도착할 연후를 맞이하기 위해 미리 거실에나와있던것이었다.의상은 그와 동네 근처를 산책하기 위해 입은 긴 연핑크 원피스를 입고 조신하게앉아 있었다.하지만 톡으로 보낸 내용 뿐이었지 정말 그가 여기까지 올까? 라는 의문이 동시에들기도 했다.그리고 문의 벨소리가 울렸다.불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이레는 소파에서 빠르게 일어나 문의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