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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유산 뒤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

Author: 라이사
셀렌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디리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디리안의 체면을 짓밟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의사는 붕대를 감던 손을 멈췄고, 하인들은 숨을 삼켰으며, 심지어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긴장 속에 멎은 듯했다.

디리안은 눈을 번뜩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늘 차갑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한동안 말이 막혀 있던 그가 되물었다.

"당신… 뭐라고?"

질문은 곧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셀렌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디리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해, 우리."

그 말은 따귀처럼 날카롭게 울렸다. 모두가 충격에 잠겼다. 디리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셀렌을 보았다. 평생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이렇게 잔인하고 단호하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는 차갑게 웃었다.

"웃기지 마, 셀렌. 그런 농담 재미없어."

하지만 셀렌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죽음과도 같았던 지난 2년의 삶이 만들어낸 해방감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디리안의 무심한 눈, 이 집안에 퍼질 소문,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무너뜨릴 여자의 존재까지, 모두 이미 한 번 겪어본 일이었다. 이제는 가만히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유산의 여파로 몸은 약했지만, 셀렌은 허리를 곧게 폈다.

의사가 조심스레 말했다.

"부인, 조심하셔야 합니다. 막 유산하셨잖아요."

셀렌은 차가운 시선을 의사에게 보냈다. 언제나 자신을 향했던 ‘문제 있는 자궁’이라는 비난에 대비한 듯했다.

"알아요."

그녀는 건조하게 답했다. 그리고 디리안을 향해 또렷하게 말했다.

"당신에게 아이도 못 낳아주는 아내라면, 붙잡을 이유도 없겠지. 이혼해, 지금 당장."

디리안의 눈이 굳어졌다. 순간 스친 감정은 죄책감인지 짜증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 조롱으로 그 감정을 덮었다.

"문제가 있는 건 자궁만이 아니라 네 머리도 포함이겠지."

그 말은 칼처럼 날카롭게 꽂혔다. 몇몇 하인이 입을 틀어막고 숨을 삼켰다. 셀렌에게 모욕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상처는 여전히 쓰라렸다.

"제대로 진찰해."

디리안은 의사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그리고 격리시켜. 유산으로 미쳐 날뛰기 전에."

셀렌은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나 진심이라고!"

그녀가 외치자 디리안이 맞받아쳤다.

"넌 미쳤어, 셀렌!"

디리안의 고함이 방 끝까지 울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고, 감히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속삭임이 흩날렸다. 동정, 충격, 불신, 흥미가 섞인 속삭임. 그리고 누군가는 속으로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 디리안은 손짓으로 모두를 내보냈다.

"쉬어. 넌 회복이 필요해."

그리고 비아냥처럼 덧붙였다.

"슬픈 건 너만이 아니야. 나도 슬퍼."

하지만 셀렌에게는 또 다른 거짓말일 뿐이었다.

방에 홀로 남은 셀렌은 두 하인마저 돌려보낸 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씨 가문의 마차가 떠나는 것이 보였다. 디리안은 비베니에에게 가고 있었다.

셀렌의 심장을 찌르는 이름, 비베니에 모로.

결혼 전 도망쳤다가 돌아와 결국 모든 것을 빼앗아간 셀렌의 의붓자매였다.

2년 전 그 밤의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기진맥진했던 그녀는 서재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또 처리했어. 셀렌이 유산했어."

디리안은 마치 부서진 물건을 대하듯 무표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곧 낮은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베니에 모로였다.

"정말 잔인하네, 디리안. 하지만 옳은 선택이야. 만약 언니가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넌 영원히 언니에게 묶일 테니까."

디리안이 피식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처음부터 원한 건 너였지, 셀렌을 사랑한 적 없어. 셀렌은 대체품이었을 뿐이야. 네가 결혼식 전에 도망쳤으니까 어쩔 수 없이 걔를 택한 거였어."

셀렌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비베니에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그 일로 화났어? 결국 내가 돌아왔잖아?"

"그래."

"네가 돌아왔으니 그걸로 충분해. 셀렌은 내게 아무 의미 없어. 내 곁에 있는 동안, 절대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할 거야. 셀렌의 피가 내 혈통에 섞이는 꼴은 죽어도 못 봐."

그날 밤 셀렌은 숨이 턱 막힐 만큼 울었다. 비명이 터질까 봐, 셀렌은 떨리는 손으로 입을 꾹 막았다. 자신의 모든 고통은 숙명이 아니라 남편의 의도적인 짓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확신했다.

과거의 그녀는 울며 무너졌지만, 지금은 달랐다. 눈물은 이미 말랐고, 남은 건 차갑게 응고된 분노와 집요한 결심, 얼어붙은 증오뿐이었다.

셀렌은 눈을 감고 가슴에 이는 격렬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였다.

"다시는… 예전의 바보 같은 나로 살지 않겠어. 그들이 나를 망치기 전에 내가 먼저 모든 것을 무너뜨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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