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제이레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움직이는 그림자로 점점 가득 차기 시작한 복도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발걸음 소리와 무기가 스치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울려오는 충돌음이 한데 뒤섞이면서 이제는 더 이상 평온하다고 부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아무래도…” 제이레스가 혼잣말하듯 낮게 말했다. “정말 전쟁이 되어 버린 것 같군.”이번에는 그의 목소리에 농담기가 전혀 없었다. 그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목소리뿐이었다.그의 곁에서 루시언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다. 표정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고, 시선은 곧장 앞을 향하고 있었다. 성을 뒤덮기 시작한 혼란으로도 자신의 통제력을 흔들 수 없다는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아직은 아니야.”루시언이 짧게 대답했다.제이레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다.루시언은 여전히 평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 모든 일이 아직 성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전쟁이라고 부를 수 없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며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충분히 스며들도록 했다.“밖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그가 낮게 덧붙였다. “그저… 숙청에 불과할 테니까.”제이레스는 입을 다물었다.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을 바라보며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던 그는 이내 작게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눈까지 닿지 않았다.“확실한 건.”그가 말했다. “공작이 더 이상 미친 짓을 벌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거죠.”그는 조금 고개를 저었다. 앞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는 듯했다.“다른 사람들의 목을 베어 버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루시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돌려준 침묵은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그보다 더 먼 곳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그때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무게가 실려 있어 두 사람의 시선을 끌 만한 발걸음이었다.두
한편 성의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사라는 시그와 피터를 양옆에 둔 채 어둑한 좁은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 호흡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허비하는 매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의 뒤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불안한 기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과 망설이는 발걸음, 그리고 공포에 질린 시선이 비밀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성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금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시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확연하게 변했다.“세상에…”그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낮게 중얼거렸다. “이렇게나 많다고?”피터 역시 잠시 말을 잃은 채 뒤에서 계속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았다.“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람들을 여기에 가둬 둔 거야…”그가 누구에게 묻기보다는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시그가 사라를 돌아보았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설명해 줄 수는 없어?”사라는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일단 이 사람들부터 밖으로 내보내는 게 먼저야.” 그녀는 아직 숨이 거칠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단호했다. “그 다음에… 내가 전부 설명할게.”지금은 논쟁할 시간이 없었다.시그와 피터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은 뒤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다. 이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었다.복도는 좁고 어두운 데다 여러 갈래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몇 개의 작은 횃불만이 길을 비추고 있었고, 그 불빛이 돌벽 위로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메아리쳤고, 그 사이로 긴장된 호흡과 두려움에 찬 속삭임이 뒤섞여 들려왔다.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굽이를 하
렉산이 셀렌의 손목을 움켜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마치 이 여자가 자신의 손아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확실히 붙잡아 두려는 듯했고, 그의 손가락은 망설임 하나 없이 살을 파고들었다. 손에 든 단검 끝은 등불 아래에서 차갑게 번뜩이며 셀렌의 목에 바짝 닿아 있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숨을 삼킬 만큼 아슬아슬한 거리였다.“저 자식은.” 렉산이 낮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숨길 생각조차 없는 조롱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저놈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까.”그 말이 숨 막히는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그리고 순식간에 홀 전체가 다시 긴장으로 가득 찼다.더 이상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속삭이던 귀족들조차 완전히 침묵한 채, 누군가 단 한마디라도 내뱉는 순간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는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천천히 움직여 셀렌에게로, 그녀의 목에 닿은 단검으로,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조금도 표정을 바꾸지 않은 디리안에게로 향했다.셀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몸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숨도 얕게 멈춰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들어 올린 채 곧장 디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그녀의 입술을 빠져나오지 못했다.한편 디리안은 가만히 서 있었다.너무나도 가만히.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았고 성급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존재감은 더욱 짓누르듯 강하게 느껴졌다. 붉은 눈동자는 셀렌의 목에 닿아 있는 단검의 한 지점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대연회장 한쪽에서는 뵤른이 이제 완전히 전투에 나설 준비를 갖춘 채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제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상태였다.날카로운 시선과 일정한 호흡, 그리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완전히 긴장된 몸으로 그는 홀의 구석구석과 아주
속삭임은 한 지점에서 조용히, 거의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시작되어 고요한 수면 위로 번지는 물결처럼 서서히 퍼져 나갔다.처음에는 목소리가 하나뿐이었다.그리고 두 개.이윽고 수십 개가 되었다.불과 몇 초 만에 대연회장 전체가 서로 겹쳐지는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고, 그 미세한 소음은 방 안 구석구석까지 스며들며 잔잔한 웅웅거림을 만들어 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아하고 당당한 자세로 서 있던 귀족들은 이제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속삭임은 더 이상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거센 흐름으로 변해 귀족들의 행렬 사이를 파고들었고, 마치 죽음의 소식을 전하는 차가운 바람처럼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휘돌았다.“맙소사… 저건 정말…”“머리… 황제의 머리…?”“말도 안 돼… 그럴 리가…”목소리들은 끊어지고 흐트러진 채 흘러나왔으며, 저마다의 두려움에 목이 막힌 듯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구도 그 말을 온전히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마치 문장을 끝까지 완성해서 말하는 순간, 그것이 더욱 현실적인 것이 되어 더욱 끔찍한 사실로 다가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한 귀부인이 들고 있던 부채를 떨어뜨렸다. 부채는 바닥에 가볍게 부딪혔지만, 팽팽한 침묵 속에서는 그 작은 소리조차 지나치게 크게 울려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의 손이 떨렸다.“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대연회장 반대편에서는 한 노인이 두 걸음 뒤로 물러났고, 손에 쥔 지팡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건… 이건 반역이야… 반란이고… 이건…”그러나 그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한 채 허공에 매달렸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시선은 바닥에 놓인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눈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광경을 방금 목격한 사람처럼 보였다.몇몇 젊은 귀족들은 서로 가까이 몸을 붙인 채 더욱 빠르고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황제가 이미 죽었다면… 그럼 누가 황
렉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 움직임은 다급하지 않았지만, 이전과는 무언가 달랐다. 그의 주변 공기마저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듯한 기세가 느껴졌고, 지금까지 그의 얼굴에 걸려 있던 옅은 미소는 조금씩 희미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그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고정되었다.군중 사이에 서 있는 남자였다. 그의 주변에는 마치 조각상처럼 말없이 움직이지 않는 검은 그림자들이 서 있었다.디리안.아직 그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곳의 분위기 전체를 바꾸기에 충분했다.한편 알리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꼿꼿하고 위엄 있는 자세는 여전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더 이상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남자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읽어 내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누구냐?”그가 차갑게 물었다.그 질문은 허공에 매달렸다.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셀렌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뛰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들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 같았고, 마치 세상이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지면서 그녀의 의식을 가득 채우는 단 하나의 것만 남겨 두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사람.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망설임 하나 없이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디리안.그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이, 말없이 깊숙이 묻어 두었던 감정이 이제는 그녀의 의지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한편 모든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남자는 조금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알리저에게도 시선을 향하지 않았고, 불안한 기색으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 귀족들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조용히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경비병들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오직 하나에만 고정되어 있었다.셀렌의 손을 움켜쥔 렉산의 손.침묵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마치
연회는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해서, 오히려 이렇게까지 위선으로 가득한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음악은 공기 속으로 부드럽게 흘러나오며 홀의 구석구석을 차분한 선율로 채웠다. 촛불은 따뜻한 빛을 내뿜었고, 벽을 장식한 장식물과 참석한 귀족들이 걸친 보석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반사되어 은은하게 반짝였다. 와인잔이 들어 올려지고 가벼운 대화가 서로 겹쳐졌으며, 때때로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마치 그날 밤이 그저 평범한 축하 연회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모두가 연회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렉산은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드러낸 채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한 무리와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다른 무리로 옮겨 갔고, 마치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옅은 미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가 입에 올리는 말 하나하나에는 존경이 돌아왔다. 적어도 존경을 가장한 반응이라도 반드시 따라왔다.그는 마치 자신의 영지를 완벽하게 다스리는 지배자처럼 보였고, 누구도 감히 그에게 맞서려 하지 않았다.누구도 감히 그 무엇 하나를 의심하거나 질문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단 한 사람의 시선만은 진정으로 다른 곳으로 향한 적이 없었다.알리저였다.황태자는 방의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분명 이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한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셀렌.그녀는 촛불 아래에서 차분하게 서 있었고, 얼굴에서는 여전히 어떤 감정도 읽어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웃음에 동참하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히려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알리저는 자신의 관심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밖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안에서는, 셀렌이 방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결심을 못으로 박아 고정한 듯했다.오늘부터 그녀에게 결혼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 전쟁터였다.셀렌은 차가운 침대 위에 몸을 내려놓았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목소리는 가까스로 속삭임만 흘러나왔다.“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디리안 레벤티스 공작의 아내로 보낸 5년, 공작 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그녀는 모든 노력을 쏟았다. 게으름 피우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꼼꼼히 정리하고, 성
셀렌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디리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모든 사람들 앞에서 디리안의 체면을 짓밟는 말이었기 때문이다.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의사는 붕대를 감던 손을 멈췄고, 하인들은 숨을 삼켰으며, 심지어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긴장 속에 멎은 듯했다.디리안은 눈을 번뜩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늘 차갑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한동안 말이 막혀 있던 그가 되물었다."당신… 뭐라고?" 질문은 곧 비웃음으로 바뀌었다.셀렌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디리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분하고
오데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우렁차서, 디리안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감히 맞설 수 없었다.“이렇게 멍청한 자식을 두다니, 내 팔자도 참 사납구나!”오데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디리안과 할머니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할머니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네 어머니 말에 동의해. 너는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할머니…”디리안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할머니는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거
"부… 부인!" "부인!"아래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성의 가장 높은 탑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곳에는 핏물에 젖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가장자리 끝에 서 있었다.셀렌 모로 레벤티스.공작 부인. 늘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위험한 곳에 서 있었다. 뒤에 있던 경비병들은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그녀가 정말로 뛰어내릴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셀렌의 처절한 울음이 터졌다. 셀렌은 아픈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방금 다섯 번째 유산을 했다. 이번만큼은 확신했다. 그 모든 비극은 병 때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