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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왜 나랑 이혼하지 않는 거지

作者: 라이사
‘방금 유산했다고?’

‘헛소리라고?’

비베니에는 굳어버린 표정으로 불쾌함을 억눌렀다. 디리안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떼어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비베니에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입술이 억눌린 분노로 휘어졌지만, 곧 미묘한 미소가 올라왔다.

만약 셀렌이 아까 말한 게 진심이라면… 그녀에게는 공작 부인이 될 기회가 확실히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였다.

“비베니에 공작 부인…”

그녀는 그 칭호를 음미하듯 속삭였다. 교활한 미소가 꽃피듯 번졌고, 가볍게 웃으며 디리안을 뒤따랐다.

……

새벽이 밝았다. 황금빛 햇살이 성의 창문을 통과해 들어왔지만, 비밀로 얼어붙은 성벽을 따뜻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셀렌은 조용한 복도를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바닥을 스치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바로 그때, 디리안의 방 문이 열렸다.

문밖으로 나온 이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검은 머리의 비베니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리안도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셀렌!”

비베니에가 밝게 불렀다.

셀렌은 고개를 돌렸다. 입가에 뜬 미소는 엷고 차가웠다. 그저 디리안을 단 한 번 바라본 뒤, 아무 말없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비베니에의 얼굴이 굳었다.

“나… 난 그냥 공작님을 깨우러 온 거야. 어젯밤에는… 응접실에서 잠을…”

“괜찮아.”

셀렌이 칼처럼 단단한 말투로 싸늘하게 끊었다.

디리안이 얼굴을 찌푸렸고, 비베니에는 초조하게 손을 모았다. 하지만 셀렌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녀가 걸음을 떼자 하인들은 머리를 숙이며 길을 열었다. 마치 진짜 안주인은 셀렌뿐이라는 듯했다.

“이게 뭐지…?”

비베니에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혹시…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알면 뭐 어때.”

디리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아직 부인이잖아. 말이라도 해버리면 다들 셀렌 편에 설 거라고. 난… 언니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가 되잖아.”

“비베니에.”

디리안은 그녀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비베니에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에게 안겼다. 경비병들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단지 셀렌만 모를 뿐이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하지만 오늘의 셀렌은… 다른 사람이었다.

……

식당에는 구운 빵과 따뜻한 수프의 향으로 가득했다.

셀렌은 단정히 앉아 말없이 접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최악의 조합이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언니.”

비베니에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달콤했다.

“혹시… 나도 공작님과 함께 아침을 먹어도 될까?”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셀렌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셀렌!”

디리안이 날카롭게 꾸짖듯 불렀다.

“당신 손님이잖아.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공기가 얼어붙었다.

“왜 계속 비베니에를 공격하는 거지?”

디리안이 쏘아붙였다.

“내가?”

셀렌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꿰뚫었다.

“웃기지 마. 난 소란을 피울 자격이나 있었나? 난 아무것도 아니잖아.”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하인들은 더 깊게 허리를 굽혔다.

그들이 모시던 순하고 헌신적인 공작 부인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셀렌은 변했다. 서늘하고, 예측할 수 없고,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제법이군. 제 분수를 다 알고.”

디리안이 비웃듯 말했다.

셀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작님…”

비베니에가 조심스럽게 중재했다.

“제가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언니가 저를 불편해하니…”

셀렌은 말리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셀렌, 비베니에에게 사과해.”

디리안이 명령했다.

“난 잘못한 게 없어.”

비베니에가 황급히 손사래 쳤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

“셀렌! 너무하지 마!”

디리안의 목소리가 결국 터졌다.

셀렌의 입가에는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근데 됐어. 머물고 싶으면 그냥 머물러. 변명 안 해도 돼.”

비베니에는 말을 잇지 못했고, 디리안의 얼굴은 굳어졌다.

“난 아직 아파. 의사가 무리하지 말랬어. 그러니 잠시 업무에서 손 뗄게.”

셀렌은 차분하게 말했다.

디리안의 턱이 굳게 다물렸다.

그때, 구운 오리가 식탁에 올랐다.

“저건… 오리 고기인가요?”

비베니에가 작게 물었다.

“공작 부인을 위한 특별 요리입니다.”

일라드, 집사가 대답했다.

“비베니에는 가금류 알레르기가 있어!”

디리안이 소리쳤다.

“비베니에가 묵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겠지.”

셀렌이 냉담하게 받아쳤다.

“원래 이 식단은 나를 위한 거야.”

디리안은 분노를 삼켰다.

셀렌은 천천히 비베니에를 바라봤다.

“오리 요리는 공작님이 가장 좋아하시잖아. 손님이라면 주인이 내놓는 걸 먹어야 예의지.”

“셀렌!”

디리안의 분노가 폭발했다.

“왜?”

셀렌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내 건강을 걱정하는데, 내 남편만은 손님의 입맛부터 걱정하네.”

비베니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는 다른 걸 먹으면…”

“일라드 집사.”

셀렌이 일라드를 향해 말했다.

“손님을 위한 다른 식사를 준비해 주세요.”

디리안이 셀렌에게 성큼 다가왔다.

“시비를 거는 게, 그렇게 기쁜가?”

“난 아직 공작 부인이야, 당신 아내라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랑 이혼해.”

그 한마디가 디리안의 뼛속까지 박혔다. 그의 표정이 흔들리며 핏기가 사라졌다.

“셀렌…”

비베니에가 차분하게 나섰다.

“이런 건 개인적인 일이잖아. 둘이서 얘기하는 게…”

셀렌이 천천히 그녀를 보았다.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그런데, 차라리 여기서 함께 지내는 게 어때? 어차피 자주 자고 가잖아?”

비베니에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

“나는…”

“비베니에는 여기 머물 수 없어!”

디리안은 급하게 끊었다.

쿵.

비베니에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의 말은… 마치 실수를 인정하는 듯했다.

“왜 안 돼?”

셀렌이 부드럽게 물었다.

“예전에 서로 사랑했었잖아. 다시 감정이 살아났다면… 결혼해도 되지 않나?”

“셀렌!”

디리안이 폭발했다.

“내가 어떻게 네 동생과 결혼을 하겠어!”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왜 못해?”

셀렌은 여유롭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권력도 있고, 지위도 있어. 공작이라면 부인이 둘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러니…”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그리고 명확하게 내리 꽂혔다.

“비베니에와 결혼해. 그리고 나랑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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