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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4 20:55:04

옥련의 시선이 연화의 검지에 감긴 붉은 실에 꽂혔다.

“그걸 왜 아직 쥐고 있소?”

연화는 뒤늦게 손을 움켜쥐었다.

“비에 떠내려갈까 거둔 것뿐이오.”

“거둔 것치고는 참 애틋하네.”

옥련은 밤새 풀어 두었던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로 넘겼다. 손목에는 어젯밤 걸었던 붉은 댕기가 아직 감겨 있었다.

연화의 눈이 거기에 잠깐 머물렀다.

옥련이 놓치지 않았다.

“왜. 이게 부럽소?”

“헛소리 마시오.”

“그럼 내 손목 말고 내 얼굴을 봐.”

연화가 문을 닫으려 하자 옥련이 낮게 웃었다.

“남의 문 닫히는 소리는 밤새 듣더니 제 문은 잘도 닫네.”

쾅.

연화는 그대로 빗장을 질렀다.

아궁이 앞에 앉아 붉은 실을 함 밑바닥에 처박았지만 손끝이 자꾸 떨렸다.

옥련의 웃음도, 주막 창호 너머에서 한 번씩 끊겼던 숨소리도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친년.”

누구를 향한 욕인지 연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동이 틀 무렵 우물가로 나가자 더 미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겸이 먼저 와 있었다.

느슨하게 여민 옷깃 아래로 붉은 자국 하나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연화는 보지 않은 척 물동이를 내려놓았다.

“비키시오.”

“내가 길을 막았소?”

“그 덩치로 우물턱을 처막고 있으면 막은 거지.”

이겸이 웃지도 않고 한 걸음 비켰다.

그런데 연화가 두레박줄을 잡는 순간 소매 끝에서 붉은 실밥 하나가 떨어졌다.

이겸의 시선이 내려갔다.

“버렸다더니.”

“돌려주려던 참이오.”

“내 것이 아니라 했는데.”

연화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왜 내 문 앞에 던져 두었소?”

“그대가 주울 것 같았으니까.”

“재수 없는 사내.”

“그런데도 주웠소.”

연화가 두레박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물이 우물턱을 넘어 치맛자락을 적셨다.

그때 주막 문이 열렸다.

옥련이었다.

그녀는 이겸에게 다가가 옷깃을 바로잡으려 손을 뻗었다.

이겸이 반걸음 물러났다.

옥련의 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밤에는 내 손 잘도 받더니.”

“해가 떴소.”

“해가 뜨면 정말 남이야?”

“그대가 정한 법도 아니었소?”

옥련의 입꼬리가 굳었다.

처마 아래에서 월선이 젖은 무명천을 털었다.

“밤을 아침까지 끌고 나오면 정이 아니라 빚이 되네.”

“누가 정이라 했소?”

옥련이 웃으며 대꾸했지만 매듭을 고치는 손이 한 번에 움직이지 않았다.

연화는 물동이를 들고 돌아섰다.

집에 도착했을 때 물은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그녀는 가장 먼저 손을 씻었다.

검지에는 붉은 실이 감겼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한낮이 지나자 연화는 결국 함을 열었다.

붉은 실끈을 꺼내 아궁이 불 위에 들었다.

끝이 검게 오그라드는 순간 대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한연화.”

연화의 손이 멎었다.

대문을 열자 이겸이 문턱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는 연화의 손에 들린 실부터 보았다.

“아침에는 돌려준다 했소.”

“가져가시오.”

“태우다 말았네.”

“이번에는 진짜 태울 거요.”

“태우기 전에 한 번 걸어 보시오.”

“미쳤소?”

“어젯밤부터 그 말만 하는군.”

연화가 실끈을 던지듯 내밀었다.

받으려던 이겸의 손끝이 그녀의 손목 안쪽을 스쳤다.

연화의 맥이 크게 뛰었다.

이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손 치워.”

그는 바로 손을 거두었다.

그때 맞은편 대장간 문이 열렸다.

난실이 서 있었다.

손에는 붉은 댕기.

아직 걸지는 않았지만 누구를 기다리는지는 뻔했다.

난실이 이겸을 향해 말했다.

“오늘 밤은 내 문이오.”

연화의 얼굴이 굳었다.

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실이 비웃듯 덧붙였다.

“왜. 남의 남자라도 빼앗는 얼굴이오?”

연화가 쏘아붙였다.

“누가 남의 남자요?”

“그럼 됐네. 내가 데려가도.”

난실이 붉은 댕기를 문고리에 걸었다.

툭.

이겸이 대장간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그 순간.

드르륵.

연화가 방금 걸어 잠근 빗장을 다시 열었다.

“이겸.”

그가 돌아봤다.

붉은 실은 다시 연화의 검지에 감겨 있었다.

난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옥련도 어느새 주막 문 앞에 나와 있었다.

세 여자의 시선이 한 사내에게 꽂혔다.

연화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실의 문 넘기 전에 하나만 대답하시오.”

“말하시오.”

“어젯밤.”

연화가 한 걸음 문밖으로 나왔다.

“옥련의 방에서 나온 뒤 왜 내 문 앞에 섰소?”

옥련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난실은 붉은 댕기를 문고리에서 풀어 손안에 감았다.

이겸은 한동안 연화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대가 듣고 있는 줄 알았으니까.”

연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옥련이 낮게 욕했다.

“미친 새끼.”

그런데 이겸은 옥련이 아니라 연화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문턱은 넘지 않았다.

“일부러 들으라고 갔소.”

연화의 손가락에 감긴 붉은 실이 팽팽해졌다.

옥련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그럼 오늘 밤 확실히 정해.”

그녀가 제 손목의 붉은 댕기를 풀어 땅에 던졌다.

“내 방이오, 난실의 방이오.”

옥련의 눈이 연화를 향했다.

“아니면 저 미친 과부 문 앞에서 또 밤새 개처럼 기다릴 거요?”

연화가 웃었다.

처음으로였다.

“왜 옥련이 정하오?”

그녀는 검지의 붉은 실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제 문고리에 걸었다.

난실의 숨이 멎고 옥련의 얼굴이 굳었다.

“오늘 밤.”

연화가 이겸을 똑바로 보았다.

“오고 싶으면 와 보시오.”

그 말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욕을 뱉은 것은 옥련이었다.

“이 미친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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