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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5 06:54:38

“이제 누가 누구를 숨기는 건지 말해 봐라.”

관군의 말이 떨어지자 연화는 손에 든 종이를 구겨 버렸다.

“그래. 만났소.”

옥련이 숨을 삼켰다.

이겸의 얼굴도 굳었다.

관군이 웃었다.

“이제야 입이 열리네.”

“하지만 내가 죽인 건 아니오.”

“그럼 치맛단의 피는?”

연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월선이 낮게 말했다.

“말해라. 여기서 숨기면 더 큰 죄가 된다.”

연화가 이를 악물었다.

“그날 밤 최만복이 내 집에 왔소.”

“왜?”

“내 남편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골목이 조용해졌다.

난실이 눈을 좁혔다.

“죽은 남편?”

연화가 고개를 들었다.

“그 인간이 내 남편이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고 했소.”

옥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무슨 소리야.”

“광산 장부를 빼돌리다 들켰고, 입을 막으려고 죽였다고 했어.”

월선의 손에서 무명천이 떨어졌다.

연화가 월선을 돌아봤다.

“왜 놀라시오?”

월선은 입술만 떨었다.

관군이 재촉했다.

“그래서 최만복을 따라갔나?”

“증거가 있다고 했소.”

“어디로.”

“산 아래 폐광.”

이겸의 눈빛이 변했다.

“혼자 갔소?”

연화가 그를 노려봤다.

“당신이 왜 묻소?”

“대답하시오.”

“혼자 갔어.”

옥련이 욕을 뱉었다.

“미친년. 밤중에 사내를 따라 폐광까지 갔다고?”

“남편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있다는데 가만있어?”

“그래서 피는!”

연화가 소리쳤다.

“내가 찔렀어!”

정적이 골목을 덮쳤다.

초희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겸이 한 걸음 다가왔다.

“어디를.”

“배.”

“왜.”

연화의 눈이 흔들렸다.

“그자가 나를 덮치려 했으니까.”

이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관군은 오히려 비웃었다.

“죽일 만했네.”

이겸이 그를 돌아봤다.

“한 번만 더 그 입 놀리면 그때는 정말 사람 하나 죽일 것이오.”

칼이 일제히 뽑혔다.

연화가 이겸 앞을 막았다.

“미쳤소?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그대 편.”

“누가 들어 달랬어?”

“안 들어도 들 거요.”

“그래서 또 내 대신 잡혀가려고?”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연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 마.”

“뭘.”

“내가 하지도 않은 부탁 들어주는 척하지 마.”

연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 남편도 그랬어. 지켜 준다더니 혼자 다 끌어안고 죽었어.”

이겸이 굳었다.

“난 그런 사내가 제일 싫어.”

“그래도.”

“그래도 뭐!”

“그대가 다치는 건 싫소.”

짝.

연화가 이겸의 뺨을 때렸다.

“그딴 말 하지 마.”

이겸은 맞은 자리도 만지지 않았다.

연화가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당신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만들지 마.”

옥련이 낮게 중얼거렸다.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연화가 돌아보자 옥련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싫은 사내 때문에 관군한테 잡혀갈 각오까지 하는 여자는 없어.”

“닥쳐.”

“왜. 또 때리려고?”

난실이 끼어들었다.

“지금 싸울 때 아니야.”

관군이 연화의 팔을 잡았다.

“한연화. 최만복 살해 혐의로 압송한다.”

이겸의 손이 관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놓으시오.”

“역적 새끼가 감히.”

“내가 죽였소.”

연화가 얼어붙었다.

“뭐?”

이겸은 관군만 보고 말했다.

“최만복. 내가 죽였다고.”

연화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미쳤어?”

“그대는 찌르고 도망쳤고, 그 뒤에 내가 갔소.”

“거짓말하지 마!”

“확인하고 싶으면 폐광으로 가시오.”

연화가 그의 가슴을 세게 밀쳤다.

“왜 자꾸 내 죄를 가져가!”

“그대 죄가 아니니까.”

“당신이 뭘 알아!”

이겸이 처음으로 소리쳤다.

“그날 내가 거기 있었으니까!”

연화의 손이 멎었다.

월선도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이겸이 숨을 골랐다.

“최만복이 피 흘리며 광산에서 나온 걸 내가 봤소.”

관군의 얼굴이 변했다.

“살아 있었다고?”

“살아 있었소.”

연화가 이겸을 붙잡았다.

“그럼 왜 지금 죽어 있어?”

“나도 그걸 찾으러 온 거요.”

바로 그때 말 한 필이 미친 듯 마을로 뛰어들었다.

관아의 하급 군졸이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리!”

선두 관군이 욕을 뱉었다.

“무슨 일이냐!”

군졸이 말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왔다.

“시신이 없어졌습니다.”

“뭐?”

“최만복 시신이 관아 시체방에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데 군졸은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방금.”

그가 떨리는 손으로 망월촌 뒤쪽 산길을 가리켰다.

“최만복을 봤다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연화의 입술이 벌어졌다.

옥련이 욕을 삼켰다.

그 순간 대장간 뒤편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뚝.

모두가 돌아봤다.

피투성이 사내 하나가 비틀거리며 골목으로 걸어 들어왔다.

연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사내가 피 묻은 손가락으로 연화를 가리켰다.

“저년이다.”

그리고 웃었다.

“나를 찌른 년이.”

월선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최만복의 시선이 이번에는 월선에게 옮겨갔다.

“그런데 날 시체로 만든 건 저년이 아니야.”

월선의 얼굴이 굳었다.

“입 닥쳐.”

최만복이 피를 토하며 웃었다.

“십오 년 전에도 그러더니 또 사람 하나 묻으려 했지.”

이겸의 눈빛이 살기로 변했다.

“십오 년 전?”

최만복이 이겸을 보았다.

“그래.”

그가 월선을 가리켰다.

“네 아버지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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