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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작가: 루니
last update 게시일: 2026-07-25 07:29:53

“네 아버지 때처럼.”

최만복의 말이 떨어지자 월선의 얼굴이 무너졌다.

이겸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똑바로 말해.”

최만복은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 아버지 이상헌. 저 여자가 관아에 넘겼지.”

“이미 들었소.”

“그게 전부인 줄 아나?”

월선이 소리쳤다.

“입 닥쳐!”

최만복이 비웃었다.

“왜. 네가 직접 문서에 도장 찍은 것까지 말하면 곤란해?”

연화가 월선을 돌아봤다.

“도장?”

월선의 입술이 떨렸다.

이겸은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무슨 문서요.”

“그때는 방법이 없었네.”

“무슨 문서였냐고 물었소.”

월선이 끝내 고개를 들었다.

“이상헌이 광산 물건을 빼돌린 역적이라는 진술서.”

이겸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그런 짓을 했소?”

“아니.”

한마디였다.

이겸의 주먹이 움켜쥐어졌다.

“그럼 거짓말에 도장을 찍었소?”

“마을을 살리려고!”

월선의 절규가 골목을 울렸다.

“그날 관아 놈들이 여자 셋을 끌고 가겠다고 했어. 어린애까지 있었어. 한 사람만 넘기면 끝내겠다고 했다고!”

이겸이 웃었다.

웃음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골랐군.”

“내가 고른 게 아니야!”

“도장은 그대 손으로 찍었잖아!”

연화가 이겸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

“놓으시오.”

“지금 월선을 죽일 얼굴이오.”

“죽이고 싶은 건 맞소.”

월선은 피하지 않았다.

“그래. 죽여.”

연화가 홱 돌아봤다.

“무슨 소리요!”

월선은 이겸만 보았다.

“네 아버지 인생을 내가 망쳤다. 네가 칼을 들이대도 할 말 없어.”

그 순간 최만복이 박수를 쳤다.

짝. 짝.

“아주 눈물겹네.”

난실이 욕을 뱉었다.

“저 새끼 입부터 막으면 안 돼?”

최만복이 그녀를 보며 웃었다.

“왜. 다음은 네 얘기일까 봐 겁나?”

난실의 얼굴이 굳었다.

옥련이 눈을 좁혔다.

“뭘 알고 있는데.”

“이 마을 과부들 남편이 다 운 나쁘게 죽은 줄 알아?”

모두가 조용해졌다.

연화가 천천히 돌아섰다.

최만복이 그녀를 가리켰다.

“특히 너.”

“내 남편 얘기 함부로 하지 마.”

“한연화 남편 한도윤.”

연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그 이름을 네가 어떻게 알아.”

최만복이 웃었다.

“내 밑에서 장부를 봤으니까.”

연화가 한 걸음 비틀거렸다.

이겸이 그녀의 팔을 받치려 했지만 연화는 쳐냈다.

“건드리지 마.”

최만복은 신이 난 듯 말을 이었다.

“한도윤은 이상헌 사건을 뒤지다가 죽었어.”

월선이 숨을 삼켰다.

“거짓말.”

연화가 말했다.

“사고였어.”

“광산 수레가 뒤집힌 사고?”

최만복의 웃음이 짙어졌다.

“웃기지 마. 수레는 뒤집힌 적도 없어.”

연화의 입술이 떨렸다.

“그럼 누가 죽였어.”

최만복이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푹.

둔탁한 소리가 났다.

최만복의 몸이 앞으로 꺾였다.

등 한가운데 화살 하나가 박혀 있었다.

초희가 비명을 질렀다.

“엎드려!”

이겸이 연화를 끌어안듯 바닥으로 밀었다.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와 느티나무 기둥에 꽂혔다.

관군들이 칼을 뽑고 골목 끝으로 뛰었다.

“잡아!”

골목 끝에서 달아나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잠깐 보였다.

화살촉 아래에는 붉은 실 세 가닥이 감겨 있었다.

월선이 그것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저 표식…”

이겸이 물었다.

“아는 것이오?”

월선은 대답 대신 뒤로 물러났다.

최만복이 피를 토하면서도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래. 이제 기억나지?”

“닥쳐.”

“십오 년 전 이상헌 잡으러 왔던 놈들도 저걸 썼잖아.”

“그자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오?”

최만복이 대신 대답했다.

“살아 있는 정도가 아니지. 지금도 이 마을을 보고 있어.”

최만복은 진흙 위에서 피를 토했다.

연화가 기어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누가 죽였어! 내 남편 누가 죽였냐고!”

최만복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장부…”

“무슨 장부!”

“검은… 장부…”

월선이 굳었다.

이겸이 그 표정을 봤다.

“알고 있소?”

월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최만복이 연화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네 남편이… 죽기 전에…”

피가 입가로 흘렀다.

“이겸 아버지를 만났어.”

연화가 얼어붙었다.

이겸도 움직이지 못했다.

“말도 안 돼. 그 사람은 십오 년 전에 끌려갔다며.”

최만복이 웃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안 죽었거든.”

월선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

최만복의 손이 축 늘어졌다.

연화가 그를 흔들었다.

“눈 떠! 끝까지 말해!”

대답은 없었다.

그때 관군 하나가 최만복의 품을 뒤져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게 뭡니까?”

피에 젖은 종이가 펼쳐졌다.

맨 위에는 사람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상헌.

한도윤.

그리고 그 아래.

송월선.

연화가 종이를 빼앗았다.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손이 멎었다.

‘망월촌 여자들을 차례로 과부로 만들 것.’

연화가 월선을 돌아봤다.

“이게 무슨 뜻이오?”

월선은 울고 있었다.

“말해.”

“연화야.”

“말하라고!”

월선이 입을 열기 직전, 마을 입구에서 말 한 필이 멎었다.

검은 갓을 쓴 사내가 내렸다.

그 얼굴을 본 이겸이 그대로 굳었다.

사내가 이겸을 보며 말했다.

“많이 컸구나.”

이겸의 입술이 떨렸다.

“아버지?”

월선이 주저앉았다.

연화는 피 묻은 종이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죽었다던 이상헌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첫마디는 이겸이 아니라 연화를 향했다.

“한도윤의 아내가 너냐?”

연화가 굳었다.

이상헌이 말했다.

“네 남편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 내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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