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 사람은 아냐고요.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
도희가 다시 물었지만 우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우진의 휴대전화였다.
화면을 확인한 우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도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발신자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짧은 문자 하나가 떠 있었다.
[내일, 그 오두막.]
도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두막.
불과 몇 분 전까지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던 장소였다. 십칠 년 전, 자신과 우진이 함께 도망쳤던 곳. 그리고 자신이 사라졌던 곳
도희는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제야 현관 쪽을 바라봤다. 신발이 없었다.“설마….”창밖을 확인했다. 늘 세워져 있던 우진의 차도 사라지고 없었다.도희의 얼굴이 굳었다.“안 간다며.”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안 간다며, 진짜….”또였다.십칠 년 전에도 그랬다.가지 말라고 했다. 우진은 금방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두고 가버렸다.화가 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그날처럼 우진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아니, 이번에는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진이 사라질 것 같았다.도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 순간 희미한 장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산길. 커다란 운동화.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조금만 더 가면 돼.’어린 우진이 앞에서 자신을 끌어주고 있었다.도희가 눈을 떴다.“…길.”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아냐고요.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도희가 다시 물었지만 우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때였다.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우진의 휴대전화였다.화면을 확인한 우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도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발신자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짧은 문자 하나가 떠 있었다.[내일, 그 오두막.]도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오두막.불과 몇 분 전까지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던 장소였다. 십칠 년 전, 자신과 우진이 함께 도망쳤던 곳. 그리고 자신이 사라졌던 곳.“누구예요?”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행동만으로 충분했다.“그 사람이에요?”“….”“선생님?”“도희 씨.”“맞죠?”우진은 끝내 부정하지 않았다. 도희는 다시 휴대전화를 바라봤다.“내일이면… 내일 가라는 거잖아요.”“….” 
도희가 그를 바라봤다.“제가요?”“네.”우진은 웃으려 했지만 실패했다.“아무리 찾아도 없었어요.”산 아래에서 약을 구해 올라왔을 때 오두막 문이 열려 있었다. 우진은 처음에는 도희가 밖에 나간 줄 알았다.“도희야.”대답이 없었다.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불은 흐트러져 있었고, 도희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도희야!”밖으로 뛰쳐나갔다. 주변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나무 뒤도 보고, 산길도 내려다봤다. 목이 쉴 때까지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도희야!”우진의 목소리가 떨렸다.현재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꼭 그날로 돌아간 사람 같았다.도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가.”우진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어요.”“….”“도희 씨 목소리.”도희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직 듣지도 않았는
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희도 재촉하지 않았다.창밖에서는 어느새 비가 완전히 그쳐 있었다. 처마 끝에 맺힌 빗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소리만 조용한 거실을 채웠다.“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한참 뒤 우진이 입을 열었다.“처음부터요.”도희가 말했다.“내가 기억 못 하는 데부터.”우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다 결국 시선을 찻잔으로 내렸다.“우리는 사랑 보육원에서 같이 지냈어요.”도희의 손끝이 멈췄다.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런데도 직접 듣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같이… 얼마나 오래요?”“몇 년.”“친했어요?”우진이 아주 작게 웃었다.“도희 씨는 저를 오빠라고 불렀어요.”“….”도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오빠.며칠 전 갑작스럽게 떠올랐던 목소리가 또 머릿속을 스쳤다.자신의 목소리였다.어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 젖은 옷부터 갈아입었다.먼저 거실로 나온 건 우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희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머리는요?”우진의 말에 도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어서 젖은 머리는 그대로였다. 긴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어깨를 적시고 있었다.“말리면 되죠.”“그러다 감기 걸려요.”“누가 할 소리.”도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비를 두 시간씩 맞고 있던 사람이.”우진은 대꾸하는 대신 욕실로 향했다. 곧이어 마른 수건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앉아요.”“왜요?”“머리 말려줄게요.”“됐어요. 내가 할 수 있어요.”도희가 수건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우진은 순순히 내어주지 않았다.“찾으러 나왔다가 다 젖었잖아요.”“그건 내가 알아서 나간 거고.”“그러니까 제가 알아서 미안해할게요.”
철컥.문이 열렸다.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물이 안쪽으로 들이쳤다. 도희는 문턱 앞에 멈춰 섰다. 지금 나가면 정말 끝이었다.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됐다. 강우진이 왜 자신을 알고 있는지, 십칠 년 전 자신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 알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모르는 채 살아도 됐다.그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그런데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금방 올게요.’마지막으로 봤던 우진의 얼굴이 떠올랐다.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조금 전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그리고 집 앞에서 ‘선생님’을 발견했을 때의 얼굴. 겁에 질려 있던 얼굴이었다.도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분명 그래야 했다.그런데 만약 우진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미쳤나 봐.”도희는 현관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하지만 향한 곳은 경찰서도, 사람들이 있는 큰길도 아니었다.현관 한쪽에 세워져 있던 우산을 집어 들었다.철컥.문이 열렸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도희는 열린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처마 너머로 빗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