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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مؤلف: 서린화
금영이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문을 나서기도 전에,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현비와 마주쳤다.

금영을 본 현비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황후마마 처소가 참 북적이는군요. 영비, 여기서 그대도 만나게 되다니.”

금영도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현비마마.”

입으로는 서로를 다정하게 불렀지만, 금영은 이 궁 안에서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친자매조차 그녀를 지워 버리려 했는데, 하물며 같은 후궁인 현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현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서 황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황후마마, 이게 대체...”

금영은 아주 살뜰하게 서 황후를 대신해 변명해 주었다.

“마마께서는 지금 경을 외우며 예불을 드리고 계시는 중입니다.”

현비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가짐이옵니다. 저와 다른 후궁들도 마마를 본받도록 하겠사옵니다.”

금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천천히 말씀 나누십시오. 신첩은 다른 일이 있어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

금영이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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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74화

    태자는 모든 일을 정리한 뒤 자리를 떠나려 했다.배명월은 여전히 태자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태자는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제 놓으라는 뜻을 내비쳤다.배명월이 고개를 들어 태자를 바라보았다.그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그러나 태자는 웃으며 말했다.“되었다, 명월아. 오늘 네가 제법 잘 처신한 것은 알고 있다. 훗날 따로 상을 내리마.”말을 마친 태자는 배명월의 손을 힘주어 떼어 낸 뒤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배명월은 몸을 돌려 멀어지는 태자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전하!”태자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그는 배명월을 향해 한 번 웃어 보인 뒤 다시 큰 걸음으로 밖을 나섰다.그때 서 황후가 나직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명월아, 왜 그러느냐? 서봉전에 남아 본궁과 함께 있는 것이 그리도 싫으냐?”배명월의 몸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돌려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배명월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늘게 떨렸다.서 황후가 배명월을 향해 손짓했다.“이리 가까이 오너라.”배명월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이 떨어질 듯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아 냈다.울 수 없었다.황후가 여인의 눈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눈물을 보인다 한들 서 황후의 연민을 얻을 수는 없었다.도리어 그녀를 더욱 모질게 만들 뿐이었다.예전의 배명월은 눈물로 사람의 동정을 사는 데 익숙했다.그러나 지금은 정말 울고 싶으면서도 감히 울지 못했다.*해수와 복령은 금영의 몸을 모두 닦아 낸 뒤 용상 위의 이부자리까지 깨끗한 것으로 갈아 놓았다.금영은 침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는 몹시 지쳐 있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것만으로도 피곤할 터인데, 온밤을 고통 속에서 아이까지 낳았다.온몸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신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해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마마, 잠시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73화

    태자는 그 일을 입에 올리면서도 여전히 근심을 떨치지 못한 기색이었다.그 모습을 보면 금영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듯했다.“하지만 어마마마, 이제는 안심하시옵소서. 금영이 무사히 황자를 낳았고,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기뻐하셨사옵니다. 소자가 입궁한 일도 따로 꾸짖지 않으셨사옵니다.”거기까지 말한 태자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그러나 서 황후의 낯빛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태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어마마마, 모두 소자의 잘못이옵니다. 괜한 걱정을 끼쳐 드렸으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옵소서.”“오늘은 궁에 경사가 생긴 날이니 어마마마께서도 조금은 기뻐해 주시옵소서.”차라리 태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 것이다.그가 말을 이을수록 서 황후는 더욱 세게 이를 악물었다.어느새 입안에는 비릿한 피 맛까지 번지고 있었다.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태연하게 감추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그러나 태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서 황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악독한 속내를 태자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태자에게 서 황후는 언제나 어질고 온화한 황후였다.그토록 현숙한 황후라면 후궁에서 새로운 황자가 태어난 일을 당연히 기뻐해야 했다.서 황후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되었다. 본궁은 화가 나지 않았다.”“조금 전에는 그저 손이 미끄러져 염주를 떨어뜨렸을 뿐이다. 대체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것이냐?”서 황후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 말이 밖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본궁이 이번 경사를 기뻐하지 않는다고 오해하지 않겠느냐.”태자가 웃음을 흘렸다.“후궁에서 어마마마의 어질고 현숙하심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사옵니까. 감히 누가 어마마마를 오해하겠사옵니까.”서 황후가 정말로 화를 낸 것은 아닌 듯하자 태자도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되었다, 태자야. 너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을 터이니 편전에 가서 잠시 쉬거라. 조금 있으면 조회에도 들어야 하지 않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72화

    이는 황제에게도 더없이 큰 경사였다.황제는 현비를 만류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그리하게.”*서 황후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소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이전이 밖에서 황급히 달려 들어왔을 때, 서 황후는 탁자 곁에 앉아 손가락으로 염주를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그녀의 손길이 순간 멈추었다.서 황후가 고개를 들어 이전을 바라보았다.“좋은 소식이라도 온 것이냐?”좋은 소식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서 황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이전은 속으로 긴장하면서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현비마마께서 사람을 보내 황후마마를 뵙기를 청하셨사옵니다.”사실 밖에서 기다리는 자는 경사를 알리러 왔다고 했다.서 황후 역시 좋은 소식이냐고 물었지만, 이전은 감히 경사라는 말을 제 입으로 꺼낼 수 없었다.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화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뻔했다.“들라 하여라.”서 황후가 담담히 분부했다.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궁인이 먼저 공손히 예를 올린 뒤 아뢰었다.“소인은 명을 받들어 황후마마께 경사를 아뢰러 왔사옵니다. 원비마마께서 황자를 낳으셨으며, 모자 모두 평안하시옵니다.”서 황후는 궁인을 바라보다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부처님의 보살핌이로구나. 참으로 크나큰 경사다.”그녀가 안도한 듯 말을 이었다.“다행이구나. 참으로 다행이야. 금영과 황자가 모두 무사하다니, 이제야 본궁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구나.”경사를 전하러 온 궁인이 물러난 직후, 조씨도 다급히 밖에서 돌아왔다.전각 안으로 들어선 조씨는 서 황후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손에서 끊임없이 굴리던 염주도 어느새 멈추어 있었다.조씨는 단번에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마마, 노비가 돌아오는 길에 경춘궁 사람과 마주쳤사옵니다. 혹시 이미 모두 들으신 것이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대답했다.“경사를 알리러 왔더구나.”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걸렸다.“원비가 폐하께 황자 하나를 안겨 드렸다는구나.”겉으로는 아직 평정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71화

    황제는 전각 밖에 모여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명했다.“모두 들어오라.”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으나, 눈에 들어온 것은 황제의 품에 안긴 아이뿐이었다.금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현비가 근심 어린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폐하, 원비마마께서는 무사하시옵니까? 해산은 순조롭게 끝났사옵니까?”태자 역시 긴장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아바마마.”태자는 아이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그저 금영이 무사한지만 알고 싶었다.그러나 감히 아바마마라는 한마디밖에는 꺼내지 못했다.금영을 걱정하는 속내를 입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황제의 시선이 태자에게 닿았다.오늘 태자가 어찌하여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황제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황제는 굳이 태자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원비가 황자를 낳았다. 짐은 더없이 기쁘다!”현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과거 자신이 이황자를 낳았을 때도 황제는 분명 기뻐했다.하지만 지금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 가득 드러낸 적은 없었다.여비 역시 멍하니 황제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았다.여덟 달 만에 일찍 태어나 끝내 살리지 못한 자신의 아이를 떠올린 것인지도 몰랐다.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축하를 올렸다.“폐하, 경하드리옵니다!”황제는 현비를 바라보았다.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일어나게. 오늘 이황자에게 변고가 생겼는데도 이곳에 남아 금영을 지켜 주었으니 수고가 많았네.”그러나 현비는 일어나지 않았다.그녀는 황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폐하, 이황자도 폐하의 아들이고 원비마마께서 낳으신 아기 황자도 폐하의 아이이옵니다.”“신첩이 궁에 남아 아무리 애를 태운들 이황자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하옵니다.”현비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이황자를 지키러 가셨으니, 신첩은 폐하를 대신하여 아기 황자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옵니다.”황제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찌 아직도 일어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70화

    조금 전 황제가 들어왔을 때, 금영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복령이 아이의 성별을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듯했다.하지만 산통이 워낙 심한 데다 정신까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던 탓에, 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황제도 금영의 말을 듣고 복령을 바라보았다.복령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황자이옵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의 얼굴에도 저도 모르게 기쁨이 번졌다.후궁에서 첫아이를 낳으면서 황자는 바라지 않고 오직 공주만을 원했다고 한다면, 그저 듣기 좋은 거짓말에 불과했다.자신을 위해서든 아이의 앞날을 위해서든, 금영은 이번 아이가 황자이기를 간절히 바랐다.공주도 물론 귀한 아이였다.하지만 한배에서 난 형제의 의지가 없다면, 황실의 공주가 평범한 집안의 아씨보다 반드시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금영은 여인이 반드시 사내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여인에게도 세상을 다스릴 재능이 있을 수 있었고,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궁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런 미래를 꿈꾸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었다.황자를 낳았다는 것은 곧 황위를 다툴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었다.금영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럼에도 금영은 이내 얼굴에 번진 웃음을 거두었다.황제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폐하, 공주가 아니옵니다.”“신첩은 폐하께서 공주를 바라셨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총애 받는 궁비가 황자를 낳자마자 태자의 자리를 탐내는 모습을 반길 황제는 없었다.더구나 지금은 이미 태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가 있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짐이 언제 네가 공주를 낳기를 바란다고 했느냐?”황제는 금영이 공주를 낳는다면 그 아이도 금영을 닮아 곱고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적은 있었다.그 말이 금영에게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줄은 몰랐다.황제는 복령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황자라서 더욱 좋구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69화

    다행히 황제가 내전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우렁찬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전각 밖에 모여 있던 이들도 그 맑고 힘찬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었다.문밖에 서 있던 태자는 비로소 긴 숨을 내쉬었다.저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그러나 그 미소가 온전히 피어나기도 전에, 태자의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쓰라림과 고통이 어렸다.기뻤다.금영이 마침내 무사히 아이를 낳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그러나 가슴 한구석은 견딜 수 없이 쓰렸다.금영이 무사히 낳은 아이는 아바마마의 아이였다.그 사실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태자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순식간에 밀려든 쓰라림이 태자의 온 마음을 집어삼켰다.한편 황제는 마침내 내전 안으로 들어섰다.복령은 아이를 품에 안고 침상 곁에서 일어나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태어났사옵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사옵니다!”복령이 아이를 안고 황제에게 다가왔다.황제는 복령과 부딪칠까 차마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그사이 해수는 재빨리 침상으로 달려가 금영의 몸을 이불로 빈틈없이 가리고 상체만 드러나게 했다.하지만 황제는 아이에게 눈길을 줄 겨를조차 없었다.곧장 복령을 돌아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막 해산을 마친 금영은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간 듯했다.몸은 답답할 만큼 후끈거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그때 황제의 차가운 두 손이 금영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얼음처럼 서늘한 손길이 닿자 금영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금영은 황제를 올려다보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드디어 돌아오셨사옵니다.”말을 마친 금영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본래 금영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귀신으로 떠돌던 삼 년 동안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입궁한 뒤 황제 앞에서 이따금 여리고 가엾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대부분은 의도한 행동이었다.언제나 강하기만 한 여인을 좋아할 사내는 드물었다.설령 좋아한다 해도 여인이 한결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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