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머리가 하얘진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안지영이 분명히 다 안배했다고 했었는데, 검진 샘플이 잘못됐다고?내일 또 배준우와 함께 병원에 가야 한다고?이럴 수가!“건강검진일 뿐이라 굳이 같이 안 가도 괜찮아요. 아픈데도 없는데요."고은영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러나 마음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그래도 건강검진은 제대로 해야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왠지 의미심장한 말이였고, 고은영도 그걸 느꼈다!설마, 이미....?아니, 그럴 리가 없어! 절대 모를 거야.“무슨 걱정 있어?”“네? 아니요!”배준우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은영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얼른 샤워하고 일찍 자. 내일 아침 일찍 공복으로 가야 해.”“진짜 가요?”고은영은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이제 어떻게 하지.....?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야지.”그의 단호한 태도에 고은영은 더 뭐라고 할 수 없었다.결국!고은영은 오늘도 역시 배준우의 방에서 자야 했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다른 방에서 못 자게 하는 거에 대해 이젠 익숙했다.고은영은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배준우는 아직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듯했다.고은영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지영아, 대표님이 내일 날 병원에 데려가서 다시 검사하게 한대...”그녀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방문에 시선을 두었다.배준우가 갑자기 방에 들어올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배준우가 하도 불쑥불쑥 나타나, 고은영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지영은 재빨리 답장했다.“어떻게 된 거야?”“나도 몰라! 오늘 갑자기 건강검진의 샘플이 잘못되었다고 다시 검사해야 한대. 나 어떡해”글에서도 고은영의 절망적인 심정이 느껴졌다.한편, 안지영 시점.이미 잠이 들었던 안지영은 고은영의 문자에 졸음이 다 달아났다.그녀는 이 아이의 운명이 왜 이리 기구한지 너무 안타까웠다.특히 배
“저기, 내일 대표님이 은영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 받는대요. 실장님이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안지영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녀도 배준우가 왜 직접 같이 가서 고은영을 다시 검사시키는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고은영이 이 검사를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검사를 하게 된다면, 임신사실도 바로 밝혀질것이다....!지금, 나태웅은 별장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어두운 공간에서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유독 돋보였다.“응, 알았어.”“그럼, 부탁할게요.”나태웅의 부드러운 태도에 안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태웅이 도와주고 있으니 훨씬 편해졌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태웅 모든 사실을 배준우에게 알려줬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오히려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기를 이렇게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천락그룹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나태웅이 조건으로 건 실적에 꼭 도달하겠다고............한편, 하원 시점.배준우는 따뜻한 손바닥을 고은영의 아랫배 위에 얹었다. 고은영은 처음엔 어색했지만점점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졸음이 쏟아졌다.은은한 스탠드 불 아래, 배준우는 부드러운 얼굴로 고은영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졸려?”고은영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중얼거렸다.“왜 안고 자요?”“그러면 안 돼?”“우린 진짜 부부가 아니잖아요..”이 ‘가짜’ 부부 행세가 고은영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안겨줬는지, 고은영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처음에는 위장 결혼이라 했지만, 결국 온 세상에 다 알려지고, 조보은까지 강성에 오게 만들었다.“하지만 우리 혼인신고서는 가짜가 아니잖아.”배준우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고은영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맑은 눈동자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가짜 결혼이 아니니까 책임져야 한다고.”“네? 무슨 책임을?”“읍......!”그녀가 더 뭐라고 하기 전에 배준우는 재빨리 그녀의
병원.안지영이 안심해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불안했다.“여기서 기다리실래요?”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은영의 가방을 받아서 들었다.병원에 오는 내내 고은영은 배준우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왠지 배준우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평온한 배준우의 얼굴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만약 그가 알고 있다면 이렇게 평온한 얼굴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검사룸에 들어가자마자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조보은이었다.고은영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량천옥이 조보은을 이용하려 하고 있으니 전화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올게요.”“아니에요. 별말씀을요. 편하게 받으세요.”검사해 주는 의사가 매우 공손한 태도로 고은영에게 말했다.고은영은 그런 대우가 적응이 안 됐다.그녀 마음속에서 의사는 조금 무서운 존재였다. 가끔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해 주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더 물어보려 하면 귀찮은 티를 팍팍 내니 말이다.그녀가 배준우와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사람이 한없이 공손한 태도로 그들을 대했다.배씨 가문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은영은 한쪽 구석에 가서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오늘 오후에 너희 회사로 찾아갈 거야.”조보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이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날 찾아와도 소용없어요.”“네가 소용없다고 하면 소용없는 거야? 고은영, 나 너 낳을 때 출혈이 심해서 거의 죽을 뻔했어. 근데 너를 찾아가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와?”순간 고은영은 멈칫했다.그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조보은이 자신을 낳을 때 죽을 뻔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그녀의 단단했던 마음이 순간 조금 흔들렸다.그러나 바로 정신 차리고,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조보은은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다 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이 여자가 지금.....!예상치 못한 전개에 조보은은 이를 갈았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계속해서 비아냥댔다.“나를 낳을 때 출혈이 심했다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다른 사람이랑 손잡고 날 해치려고 하는 거에요?”“너...”조보은은 약간 뜨끔했다.“나한테 이 전화를 하지만 않았어도, 조금의 모성애는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정말 아니네요.”고은영은 병원 안 하늘 색 커튼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 어느 때보다 또박또박 말했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모성애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없다.그래서 지금 조보은이 이 전화를 건 목적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대처할 수 있다.조보은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모성애? 네가 뭘 알아?! 내가 똑바로 말하는데, 네가 뭐라고 하든 난....!”“그 여자가 얼마나 준대요?”조보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은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량천옥이 도대체 얼마를 주려는지!사실 량천옥이 조보은에게 얼마를 줬길래 조보은이 저렇게 필사적으로 난리를 치려고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이미 조보은의 인성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량천옥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돈을 줄 것이다. 아니, 조보은이라면 적은 돈을 준다고 해도 저렇게 했을 것이다.고은영의 직설적인 말에 조보은 더욱 뜨끔했다. 하지만 끝까지 발뺌했다.“난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그래요? 그럼 더는 할 얘기가 없네요.”“2억!”고은영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조보은은 다급하게 말했다.휴대폰을 쥐고 있던 고은영의 손이 떨렸다“아니면 네가 2억 주든지, 그럼 바로 돌아갈게.”조보은은 계속해서 말했다.고은영은 얼굴은 점점 더 차갑게 굳었다.조보은의 당당한 태도에 더 화가 났다.2억...조보은에게는 확실히 많은 돈이였기에 량천옥이 미리 그녀 고향의 소비수준을 조사한 듯 했다.2억이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고은영도 자기를 엄마로 생각하지 않는 마당에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일단 찾아가! 먼저 돈부터 손에 넣고 봐야지!”서정우가 흥분하며 말했다.서정우도 고은영이 그동안 자기를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 처지를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지금 서정우는 고은영게 생활비를 요구할 때 자신의 모습울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이런 인간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자기가 필요할 때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개 행세를 하다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바로 등에 칼은 꽂는 그런 인간.조보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 계집애가 먼저 매정하게 굴었어.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다고!”서준호는 이 모녀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은지하고만 함께 살았기 때문에 고은영에 대한 인상이 별로 없었다.“그리고 당신도 이제는 더 이상 도박 하지마.”조보은의 분노가 서준호에게 향했다.그들이 이렇게 가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바로 서준호가 도박을 즐기기 때문이다.그동안 도박으로 잃은 돈만 수억 원이었다. 그러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서준호는 자기에게 화풀이하는 조보은에게 덩달아 같이 소리 질렀다.“이 여편네가 갑자기 왜 나한테 화풀이야! 재수 없게!”“당신......”서준호가 소리지르자 조보은은 더욱 화가 났다.서정우는 두 사람이 또 큰 소리로 다투는 모습에 서둘러 조보은을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엄마,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니야. 이따가 먼저 고은영을 찾으러 가야지.”“쳇!”조보은은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찼다.아들만 아니었다면 이런 인간이랑 진작 이혼했을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젊었을 때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던 자신이그런 농촌 구석으로 시집간 걸 생각하면 억울했다.서정우는 서준호에게 그만하라고 눈짓했다.그 2억만 있으면, 용산에서는 괜찮은 집안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어떤 여자라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할
배준우는 그 작은 점을 보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30분 후!고은영이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배준우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 바쁘시면 먼저 회사에 들어가세요. 나머지 검사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배준우는 시간을 보고 말했다.“같이 가.”“아직 검사 다 못했는데...”“나머지 검사는 안 해도 돼.”“네?”고은영의 표정이 뻣뻣해졌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젯밤에는 꼭 해야 한다고 하더니.이제 단 하나밖에 검사를 안 했는데, 갑자기 집에 가도 된다니?“가자!”고은영이 아직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배준우는 이미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고은영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배준우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하지만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바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차에 탄 후, 배준우는 진 씨 아주머니가 준비해 준 보온병을 그녀에게 건넸다.“얼른 아침 먹어.”공복 상태로 검사해야 했기 때문에, 고은영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너무 배가 고팠다.맛있는 고기만두를 먹은 순간, 그녀 마음속의 모든 억울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배준우는 그녀가 먹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배고파?”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배고파요.”고은영은 한 끼라도 제시간에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배준우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나도 배고프네.”“네? 그럼, 이거 드실래요?”고은영이 만두 하나를 집어 배준우에게 건넸다.“나 지금 운전하고 있는데?”“그럼, 제가 먹여줘요?”고은영이 만두를 배준우의 입가에 갖다 댔다. 그는 고은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만두 한 입을 베어 물었다.역시 진 씨 아주머니의 요리 솜씨다!고은영은 진 씨 아주머니가 만든 만두를 제일 좋아한다.배준우처럼 까탈스러운 사람도 인정하는 솜씨다.마지막 두 입 정도가 남았을 때 고은영의 손가락이 배준우의 부드러운 입술에 살짝 닿았다. 순간 고은영은 마음속에 전류가 흐르는 걸 느꼈다.
꽤 재미있는 상황이다.순식간에 비서에서 도우미가 되었으니, 고은영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나태웅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나태웅은 배준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 그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티내면 배준우가 바로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지금 나태웅에게 불만을 얘기하면 배준우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그래서 그냥 낮은 소리로 조심스레 중얼거렸다.“휴게실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데, 30분이면 다 끝나는 일인데.”“......”“게다가 휴게실은 회의실처럼 수시로 치울 필요도 없고요. 휴게실은 하루에 한 번만 치우면 되지 않아요?”하루에 30분만 일하라고?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별로 할 일은 없지, 하지만 대표님이 이렇게 지시하셨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을 양성해야 하니 우선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나중에 다시 다른 업무를 안배할 거야.”고은영은 여전히 불만이었다.배준우가 제1 비서 자리를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한 게 어제 같은데, 이제 아예 도우미 취급을 하다니.비록 이미 떠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내려간 직위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알겠어요.”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나태웅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그런 그녀의 태도에 나태웅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그만 일하러 갑시다.”신분이 달라졌다!배준우의 지시라고 하니 뭐라고 더 대꾸할 용기도 없었다.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의 책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청아가 보였다.이미 얘기를 들은 눈치였다.“고 비서님, 죄송해요.”전청아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청아도 얼마 전 일어난 정유비의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고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일단 먼저 정리해 놓고 내일 인수인계 해줄게요.”“네, 급해 말고 천천히 정리하세요.”진청아가 다급히 말했다.회사 사람 모두가 그녀가 배준우의 아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정유비의
”다 알고 있었어요?”나태웅은 날카롭게 그녀를 흘겨보았고, 정유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다 알면서 왜 대표님께 말하지 않았어요?”정유비는 고은영이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배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나태웅은 담뱃재를 튕기며 말했다.“유비 씨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동영그룹에 있을 수 있었을까?”정유비는 정씨 가문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부동산 재벌이다.배준우가 동영그룹을 인수하기 시작할 때, 이런 오래된 기업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딸을 동영그룹에 보냈고, 정유비도 그중 한 명이었다.지금 정유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다!나태웅이 계속해서 얘기했다.“유비 씨는 정말 머리를 잘 쓰는 것 같아. 이미월을 이용해서 은영 씨를 밀어내려고 했지?”“......”“정말 은영 씨만 없으면 그 자리가 유비 씨 자리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나태웅의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말을 듣고 있는정유비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왜 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고은영보다 내가 대표님이랑 더 잘 어울려요.”“유비 씨는 대표님 성격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곁에 둘 거라 생각해?”“두 사람은 위장 결혼이잖아요. 설마 대표님이 고은영을 진짜로 좋아하기라도 한단 말이에요?불만이 극에 달한 말투였다,정유비는 배준우가 그녀를 좋아해서 그녀와 결혼했단 사실을 믿지 않았다.배준우가 고작 그런 시골 계집애를?배준우 정도면 어떤 여자든지 다 만날 수 있을 텐데, 하필 이런 여자를?“누가 그래? 두 사람이 위장결혼이라고?”“그럼 아니예요?”정유비는 날카로운 말투로 되물었다.“아니야!”“뭐라고요?”아니? 어떻게?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다.“대표님 신분에 위장 결혼 따위가 필요해요?”그럼 다 사실이란 말인가?정유비는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하지만 나태웅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보통 재벌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