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05) 먼저 건 전화

مؤلف: 에이르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3 16:22:01

신호음이 한 번 울렸다.

두 번.

세 번.

한서림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미쳤어.”

급하게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딸깍.

전화가 연결됐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서림도 입을 열지 못했다.

어젯밤 자신이 분명히 말했다.

내일은 전화하지 말라고.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었다.

몇 초 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그리고 분명히 놀란 목소리였다.

서림은 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뭐 해요?”

말하고 나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첫마디라고?

전화해놓고 뭐 하냐니.

남자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물었다.

“지금 저한테 전화하신 겁니까?”

“번호 잘못 눌렀어요.”

“저장까지 했나 보네요.”

서림의 움직임이 멈췄다.

“…뭘요?”

“번호.”

“최근 통화목록에서 눌렀거든요?”

“실수로?”

“네.”

남자가 낮게 웃었다.

서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왜 웃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비웃었잖아요.”

“비웃은 건 아니고.”

“그럼?”

“기분이 좀 좋아서.”

서림의 심장이 순간 이상하게 뛰었다.

“뭐가요?”

잠깐의 침묵.

“먼저 전화했잖아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숨기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서림은 괜히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실수라니까.”

“네.”

“안 믿죠?”

“믿습니다.”

“전혀 안 믿는 목소리인데.”

이번에는 남자가 웃었다.

서림은 그 웃음이 이제 제법 익숙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 전화 안 한다면서요.”

“안 했습니다.”

“진짜 안 할 생각이었어요?”

“네.”

대답이 너무 빨랐다.

서림은 이상하게 기분이 상했다.

“그렇구나.”

남자가 바로 물었다.

“왜요?”

“뭐가요?”

“목소리가 갑자기 달라졌는데.”

“안 달라졌거든요.”

“서운합니까?”

“아니요.”

“거짓말.”

또 저 말이다.

서림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본인이 사기꾼이면서 남보고 맨날 거짓말이래.”

“사기꾼이라서 더 잘 알죠.”

“자랑 아니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이번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서림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소파에 기대었다.

“오늘은 이상한 전화 안 왔어요.”

“다행이네요.”

“진짜 내 번호 지운 거 맞나 봐요.”

“네.”

“어떻게 지웠어요?”

남자의 숨소리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

“그건 말 못 합니다.”

“또?”

“알면 위험합니다.”

“나 때문에 당신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고?”

남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서림은 몸을 바로 세웠다.

“맞죠?”

“…별일 없습니다.”

“그 말 믿으라고요?”

“안 믿어도 됩니다.”

“또 그 말.”

서림은 짜증 섞인 숨을 내쉬었다.

“그쪽 진짜 이상해요.”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한 일은 하나도 설명 안 하고, 나한테는 조심하라 그러고.”

“설명하면 더 엮이니까.”

“이미 엮였잖아요.”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 모두 조용해졌다.

서림은 뒤늦게 자신이 한 말을 되짚었다.

이미 엮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다른 의미처럼 들리는지 몰랐다.

남자가 낮게 말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엮이면 안 됩니다.”

서림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뜻이에요?”

“오늘 이후로 전화하지 마세요.”

가슴 한가운데가 순간 서늘해졌다.

어제와 반대였다.

어제는 자신이 먼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남자가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갑자기 왜요?”

“당신한테 좋을 게 없으니까.”

“그걸 이제 알아요?”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전화했잖아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림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왜 전화했는데요?”

“….”

“처음에는 일 때문이었다면서요. 그다음은?”

잠깐의 침묵.

“한서림 씨.”

“대답해요.”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만해야 해서요.”

“뭘?”

“이거.”

서림의 손끝이 멈췄다.

“우리 통화요?”

“네.”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했다.

자신이 왜 기분이 나쁜지 설명할 수 없었다.

고작 며칠이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을 속이려고 접근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끝이라는 말이 싫지?

서림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남자가 조용했다.

“원래 그게 맞죠.”

“…네.”

“잘 생각했네요.”

그 말을 끝으로 서림은 먼저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 순간 남자가 말했다.

“잠깐.”

서림의 손이 멈췄다.

“왜요?”

남자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낮게 물었다.

“오늘 왜 전화했습니까?”

“말했잖아요. 실수라고.”

“이번에는 진짜로.”

서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봤다.

검은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누군가의 대답을 기다리는 여자.

한참 뒤 서림이 말했다.

“그냥.”

“그냥?”

“조용해서.”

“…….”

“원래 당신이 전화하던 시간이었으니까.”

그 말을 하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서림은 급하게 덧붙였다.

“아니, 그러니까 습관처럼 확인한 거예요. 며칠밖에 안 됐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도 말해요.”

“…지금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왜?”

남자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내일 또 전화하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서림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처음으로 그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림은 입을 열지 못했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까지만 합시다.”

“당신 마음대로 정해요?”

“그래야 합니다.”

“왜?”

“당신 번호를 지운 사람이 저라는 걸 누가 눈치챘습니다.”

서림의 표정이 굳었다.

“뭐라고요?”

“오늘 누가 제 자리까지 와서 물었습니다.”

“누가?”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내 전화도 받지 마세요.”

서림은 벌떡 일어났다.

“잠깐만요. 무슨 일이 있는 건데?”

그때 전화기 너머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숨소리가 멎었다.

멀리서 누군가 말했다.

—지금 누구랑 통화해?

서림의 얼굴이 굳었다.

남자가 아주 빠르게 속삭였다.

“끊습니다.”

“잠깐.”

“그리고 한서림 씨.”

“왜요?”

짧은 정적.

“혹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목소리인 척 전화해도 믿지 마세요.”

서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뚝.

전화가 끊겼다.

서림은 곧바로 다시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결음조차 가지 않았다.

[전원이 꺼져 있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

서림은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몇 분 뒤.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한서림 씨.]

서림의 손끝이 굳었다.

곧 두 번째 문자가 왔다.

[그 사람 목소리, 많이 익숙하시죠?]

서림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13) 당신 말고 누가 찾았어요

    “당신 말고 한 명 더 있습니다.”한서림의 손끝이 굳었다.“누가요?”강승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강승필.”“지금 집입니까?”“네.”“문 잠갔어요?”“질문에 대답부터 해요.”승필의 숨소리가 낮게 들렸다.“조직 쪽 사람입니다.”서림의 표정이 굳었다.“당신 이름을 왜 찾아요?”“내가 요즘 뭘 하는지 확인하려는 거겠죠.”“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잠깐의 정적.“당신 때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서림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내가 검색한 것도 알아요?”“정확히는 모릅니다.”“그럼 아까 왜 그렇게 말했어요?”“같은 시간대에 내 이름을 찾은 흔적이 두 군데서 잡혔습니다.”서림은 미간을 찌푸렸다.“잠깐만요.”목소리가 낮아졌다.“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아요?”승필이 조용해졌다.또 숨기고 있었다.“이것도 말 못 해요?”“…예전에 쓰던 계정이 있습니다.”“무슨 계정.”“검색 기록이나 접근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쪽.”“불법이에요?”대답이 없었다.서림은 헛웃음을 흘렸다.“역시 그렇구나.”“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나한테는 중요해요.”“서림 씨.”처음이었다.그가 성을 빼고 이름만 불렀다.서림의 말이 멈췄다.강승필도 자신이 방금 어떻게 불렀는지 깨달은 듯 조용해졌다.“…왜요?”서림이 작게 물었다.“오늘 밤은 정말 밖에 나가지 마세요.”“갑자기 이름 불러놓고 그 말이에요?”“지금 장난할 때 아닙니다.”“나도 알아요.”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근데 자꾸 당신이 나한테 뭘 숨기니까 내가 아무것도 판단을 못 하잖아요.”“판단할 필요 없습니다.”“왜요?”승필의 목소리가 굳었다.“내가 정리할 테니까.”순간 서림의 표정이 바뀌었다.“그 말 진짜 싫어요.”“….”“항상 당신 혼자 정리한다, 해결한다, 나는 가만히 있으라.”서림은 창가로 걸어갔다.“나는 이미 끌려들어왔어요.”“그래서 빼내려는 겁니다.”“그게 마음대로 돼요?”승필은 대답하지 못했다.서림은 잠시 창밖을 바라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12) 알고도 받는 전화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한서림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핵심 관계자.기사 속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단순히 전화를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보다 훨씬 깊이 들어가 있던 사람.서림은 천천히 메시지를 입력했다.[기사 내용 사실이에요?]보내자마자 읽음 표시가 떴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일 분.이 분.결국 서림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한 번 만에 연결됐다.“여보세요.”승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서림은 인사도 하지 않았다.“사실이에요?”“…네.”너무 쉽게 인정했다.오히려 서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전부?”“기사에 나온 내용이 어떤 건지 모르니까 전부라고는 못 합니다.”“그럼 자금 관리했다는 건요?”잠깐의 정적.“했습니다.”서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왜 말 안 했어요?”“말하면 달라질 거라고 했잖아요.”“그게 이유예요?”“아니요.”승필이 낮게 말했다.“말할 자격이 없어서.”서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방 안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당신 나한테 처음에는 그냥 전화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했잖아요.”“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비슷하게 말했죠.”“내가 일부러 그렇게 보이게 한 건 맞습니다.”서림이 멈췄다.“그게 거짓말이잖아요.”승필은 대답하지 않았다.서림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진짜 어이없다.”“…미안합니다.”“미안하다고 끝나요?”“안 끝납니다.”“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잠시 침묵.“뭘 해도 안 없어집니다.”승필의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담담했다.“그래서 처음부터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했던 겁니다.”서림의 가슴이 답답해졌다.“그 말을 지금 핑계로 쓰지 마요.”“핑계 아닙니다.”“당신이 계속 전화했잖아요.”서림의 목소리가 흔들렸다.“내 번호 지웠고, 나 위험하다고 찾아왔고, 매일 확인했고.”“….”“그래놓고 이제 와서 가까워지면 안 됐다고 하면 다예요?”승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11) 검색하지 말라는 이름

    “전혀 다른 사람이 나올 겁니다.”한서림은 강승필을 가만히 바라봤다.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무슨 뜻이에요?”승필은 대답하지 않았다.“강승필.”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승필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서림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며칠 동안 이름조차 모르던 사람.연락처에는 줄곧 [거짓말]이라고 저장되어 있던 남자.그런데 이름을 알게 되자 갑자기 거리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왜요.”“내가 검색하면 뭐가 나오는데요?”“하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러니까 더 궁금하죠.”서림은 휴대폰을 들었다.검색창을 켜는 척하자 승필의 손이 바로 움직였다.그가 휴대폰 위를 손으로 가렸다.“하지 마요.”서림은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이렇게까지?”“네.”“혹시 전과라도 있어요?”승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있다고 하면요?”서림의 표정이 굳었다.“진짜 있어요?”“예를 든 겁니다.”“방금 표정이 예시가 아닌데.”승필은 천천히 손을 거뒀다.서림은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았다.“말해줘요.”“뭘.”“검색하면 나오는 거.”“직접 보면 되잖아요.”“보지 말라면서요.”“그러니까요.”서림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당신 일부러 이래요?”승필이 작게 웃었다.“뭘요.”“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말 안 하는 거.”“원래 사람은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나는 그런 거 싫어해요.”“알고 있습니다.”“뭘 안다고.”“모르는 채로 있는 거 못 견디잖아요.”서림은 입을 다물었다.맞는 말이었다.그녀는 답이 없는 걸 싫어했다.틀렸더라도 확인해야 했다.그래서 처음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을 때도 끊지 않았다.질문했고, 따졌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그럼 하나만.”서림이 말했다.“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람이 지금 당신이랑 같은 사람은 맞아요?”승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같은 사람입니다.”“근데 왜 다르게 보인다고 했어요?”“나를 보는 방식이 달라질 테니까.”이번에는 서림이 아무 말도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10) 진짜 이름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웃었다.아주 짧게.그런데 한서림은 그 웃음이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았다.“왜 웃어요?”“아닙니다.”“또 거짓말.”“…그러네요.”서림은 침대에 기대앉았다.처음이었다.그가 자신의 거짓말을 순순히 인정한 것은.“그런데.”서림이 물었다.“오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요?”웃음기가 사라졌다.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당분간 회사 근처에는 안 올 겁니다.”“어떻게 알아요?”“얘기했습니다.”“누구랑?”“그 사람들하고.”서림의 몸이 바로 일으켜졌다.“직접 만났어요?”“네.”“미쳤어요?”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남자가 잠시 조용해졌다.서림은 계속 말했다.“그래서 연락 늦었던 거예요?”“…네.”“다친 데는요?”“없습니다.”“진짜?”“네.”“당신 말 이제 못 믿겠는데.”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한숨이 들렸다.“조금 긁힌 정도입니다.”서림의 얼굴이 굳었다.“어디를요?”“별거 아닙니다.”“어디냐고요.”“입술.”서림은 입을 다물었다.아까 편의점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멀쩡했다.그 이후에 생긴 상처라는 뜻이었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요?”“뭘요?”“그 사람들한테 나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거잖아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확실한 대답이었다.서림이 낮게 말했다.“내가 뭐라고.”한참 뒤,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러게요.”가슴이 순간 철렁했다.“뭐예요, 그 대답.”“저도 모르겠습니다.”첫날과 똑같았다.왜 통화를 오래 했냐고 물었을 때도 그랬다.저도 모르겠습니다.그때는 이상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지금은 그 말의 뜻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서림은 괜히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그럼 이제 괜찮은 거죠?”“며칠은 지켜봐야 합니다.”“또 회사 앞으로 와요?”“제가 확인하겠습니다.”“어떻게요?”“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또 시작이네.”서림이 한숨을 쉬었다.“왜 항상 나한테는 아무것도 말 안 해줘요?”“알 필요 없는 일이라서.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09) 같이 뛰는 사람

    “그냥 같이 뛰어요.”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서림은 손목이 잡힌 채 편의점 밖으로 끌려 나왔다.문이 열리며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잠깐, 어디로 가는 건데요?”“뒤쪽 골목.”“왜요?”“차에 타면 안 됩니다.”서림은 숨을 헐떡이며 그를 따라갔다.뒤에서 자동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남자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뛰어요.”“지금 뛰고 있거든요!”“조금만 더.”“누가 쫓아오는 건데요?”대답은 없었다.서림은 뒤를 돌아보려 했다.그 순간 남자가 잡고 있던 손을 더 세게 당겼다.“뒤 보지 마요.”“왜요?”“얼굴 보여주지 말라고요.”그 말에 서림은 더 이상 뒤를 보지 않았다.골목으로 들어서자 가게 불빛이 급격히 줄었다.남자는 익숙한 듯 방향을 두 번 틀었다.서림은 숨이 차올라 결국 그의 손을 뿌리쳤다.“잠깐만.”남자가 바로 멈췄다.“나 더 못 뛰어요.”“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그 말 아까도 했어요.”서림은 벽에 손을 짚었다.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남자는 골목 입구를 계속 확인했다.서림은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봤다.“당신.”“네.”“지금 나 납치하는 건 아니죠?”남자가 서림을 돌아봤다.표정이 묘하게 굳었다.“이 상황에서 그 생각이 듭니까?”“당신 보이스피싱범이잖아요.”“…그건 맞는데.”“그러니까.”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납치할 생각이었으면 사람 많은 편의점까지 데리고 갔겠습니까?”“범죄자 말을 어떻게 믿어요.”“그러니까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서림은 입을 다물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자는 다시 골목 끝을 확인했다.“곧 나가야 합니다.”“어디로요?”“택시 잡을 수 있는 큰길.”“당신도 같이 가요?”그가 잠시 서림을 바라봤다.“아니요.”“왜요?”“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 좋습니다.”서림의 표정이 굳었다.또 그 말이었다.안 좋다. 위험하다. 엮이면 안 된다.그런 말을 하면서 매번 가장 먼저 자신에게 오는 사람도 이 남자였다.

  •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08)처음 보는 얼굴

    “처음 뵙겠습니다.”한서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그런데 낯설지가 않았다.낮게 내려앉은 목소리. 말을 끝낼 때 아주 조금 느려지는 습관. 사람을 바라볼 때 먼저 상대의 표정을 읽는 눈.며칠 동안 전화기 너머로만 들었던 사람이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당신이…”서림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그 사람이에요?”남자가 희미하게 웃었다.“목소리 들었잖아요.”“그래도…”서림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다.왠지 더 거칠고 위험하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 본 그는 지나치게 평범했다.짙은 회색 코트. 검은 셔츠. 단정한 머리.길에서 마주쳤다면 한 번쯤 눈길이 갈 정도로 잘생겼지만, 범죄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얼굴이었다.그게 더 무서웠다.서림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남자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무섭습니까?”“안 무서울 것 같아요?”“그렇겠네요.”그는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서림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뒤쪽을 확인했다.“일단 이동하죠.”“어디로요?”“사람 많은 곳.”“당신 따라가라고요?”남자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제가 생각을 못 했네요.”“뭘요?”“지금 내 입으로 누굴 따라가지 말라고 해놓고.”서림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이제 알았어요?”“그럼 선택하세요.”남자는 직원 출입구 옆 큰길을 가리켰다.“저쪽 편의점까지 혼자 걸어가든가, 아니면 여기서 경찰 부르든가.”“당신은요?”“뒤에서 따라가겠습니다.”“그게 더 무서운데요?”이번에는 남자가 정말 웃었다.서림은 그 웃음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전화로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당연한데도 이상했다.목소리와 얼굴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직 어색했다.“아까 그 검은 재킷 남자는요?”남자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여기 근처에 있습니다.”“그 사람 누구예요?”“어제 전화했던 사람 쪽.”“그럼 당신 아는 사람이잖아요.”“알죠.”“친해요?”“그럴 리가.”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