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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유강엔터 본사 건물.

직원들 모두 오늘 새로운 대표가 온다는 것도 그 대표가 회장 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평소 조금 붐비게 느껴지던 사무실이 오늘은 유난히 텅 빈 상태였다.

직원들 중 3분의 1이 월차를 낸데다 남은 사람들도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꼴이 아무리 봐도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는 아닌 모습이다.

오후 세 시쯤, 화려한 스포츠카가 회사 주차장에 들어서고 깔끔한 정장 차림의 강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아하면서도 몸매 라인을 잘 살려주는 깔끔한 의상에 각선미를 부각시켜주는 아찔한 하이힐까지.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그 자체였다.

강유리가 무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 뒤를 따르는 비서가 회사 상황을 다급하게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던 그때, 초조한 표정의 누군가가 부랴부랴 달려오더니 바로 허리를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직접 마중 나왔어야 하는 건데 제가 오늘 좀 바빠서요...”

‘하, 텃세를 부리시겠다? 일개 비서 주제에 일 때문에 회사 대표 마중을 깜박했다는 게 말이 돼?’

“아니요, 괜찮습니다.”

한편, 착한 얼굴로 싱긋 웃는 강유리를 바라보던 장규진 비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실렸다.

‘역시, 원 대표 말대로 사업의 사자도 모르면서 대표 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계열사 하나 달라고 한 거구만. 안 봐도 비디오지 뭐. 그럼 오늘 제대로 기를 눌러줘야겠어.’

“원 대표님은 오늘 몸이 불편하셔서 회사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인수인계는 다음 주에나 가능할 것 같으니... 이번 주는 그저 회사 직원들 얼굴이나 기억해 두시죠.”

장 비서의 말에 로비에 모인 직원들 모두 숨을 죽였다.

부탁이 아니라 명백한 명령, 새로 온 대표에 대한 텃세 그 자체였으니까.

‘아이고, 불쌍한 아가씨. 앞으로 이 회사에서 제대로 날개나 펴실 수 있을까...’

하지만 장 비서의 말에 강유리는 언짢은 표정도, 겁 먹은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계속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걷던 강유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맨날 적자만 나는 회사 인수인계 받을 게 뭐 있나요. 태영 아저씨 나이도 있고 이젠 건강 신경 써야 할 때긴 하죠. 그냥 쭉 쉬라고 하세요. 앞으로 회사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이에 장 비서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콩알만한 계집애가 원태영 대표를 해고한 거야? 감히?’

“아, 그쪽은 원 대표님 비서 맞죠?”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애초에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강유리는 말을 이어갔다.

“일은 전부터 저랑 일하던 분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비서님도 오늘 부로 해고입니다. 퇴직금은 두둑히 챙겨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절 해고하시는 겁니까?”

방금 전까지 고고하던 장 비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귀청이 째질 듯한 높은 목소리에 강유리는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누가 봐도 그런 상황 아닌가요? 이해능력이 부족하신 겁니까?”

강유리의 반문에 장 비서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한참을 낑낑대던 장 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꿍얼거렸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해고를 하시는 건지... 이건 분명 부당한 처사입니다.”

“상사의 명령에 불복, 능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사항 완료 불가, 지각에 조퇴. 일단 생각나는 이유가 이 정도입니다. 더 말씀드리고 싶긴 한데... 그럼 그나마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나실 것 같아서 이쯤 해두려고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강유리의 모습에 장 비서는 물론, 사무실의 직원들 모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장규진, 원태영 대표 라인이라는 이유로 지각, 조퇴는 기본이요.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듯 말도 안 되는 짓들 투성이었지만 다들 원 대표 눈치를 보느라 감히 불평 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제 부임한 지 15분도 되지 않은 대표가 그 부패한 세력들을 전부 처리해 보이니 당연히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통쾌한 건 통쾌한 것이고 한편으론 두렵고 초조하기도 했다.

오늘 회사에 처음 온 강유리가 이런 상황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지금부터 10분 뒤에 각 부서 부장들더러 회의실에 모이라고 하세요. 싫다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강유리가 돌아서자 장 비서가 다급하게 그 뒤를 쫓았다.

“아가씨, 제발...”

이에 강유리의 비서 하석훈이 그 앞을 막아섰다.

“장 비서님, 이쯤 해두십시오. 그리고 이제 아가씨가 아니라 대표님이십니다... 모든 투자엔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아두셔야죠.”

“그게 무슨 말이죠?”

장 비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라인을 설 때 이런 상황도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원태영 대표가 해고된 마당에 당신이라고 무사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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