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금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이곳에선 매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니까.”
“아.. 아아.. 하앙, 앙!”난폭하기 그지없는 피스톤에 자궁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해인의 입에서는 날것 없는 교성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임상이고 뭐고, 오직 제 위에서 허덕이는 수컷, 야생마 같은 백재원의 몸짓에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을 뿐.
“아, 안 돼.. 오빠.. 나 너무 이상해...”
질벽이 쫀득하게 수축하며 좆기둥을 쥐어짜기 시작하자 재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커다란 육봉을 머금은 채 활처럼 휜 허리, 새하얗고 탐스러운 몸매. 온해인이 내 침대 위에서 울부짖고 있다니.
재원은 자궁구에 귀두를 딱 붙이곤 뜨거운 욕망을 쏟아냈다. 끈적하고 뜨거운 정액이 자궁안을 가득 채우는 그 감각에 해인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절규했다.
“하아악...! 뜨거워 오빠..!”
“내일 아침엔 사후 피임약이 처방될 거야.” “하.. 하아아...” “그러니까, 이대로 끝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해인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재원을 올려다봤다. 그 섬뜩한 표정을 본 순간 알아 버렸다. 오늘 밤은 꽤 길다는걸,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재원은 차분하게 손을 뻗어 검은 가죽끈 하나를 집어 들고는, 해인의 손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배 위에 올려진 손목 아래, 가느다란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오.. 오빠..”
“맛있어. 맛있어서 재울 수가 없을 정도야.”왼쪽 발목이 붙잡혀 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멈춰있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쪽에 고여있던 정액이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아앙.. 아..!”
해인 역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쾌락에 굴복한 듯 이성 따윈 불태운지 오래였으니까.
하도 빨려 붉어진 젖꼭지는 또다시 그의 입속에 삼켜졌고, 해인이 정신이 나가버린 듯 허리를 비틀고 헐떡이는 반응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여전히 뜨거운 온해인의 구멍은 쫄깃했다. 좆기둥이 넘나들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울려 퍼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인의 허리는 멈출 줄을 모른 채 튀어 올랐다.
“하으응.. 오빠.. 오빠..!”
“기대돼. 네가 어떤 실험자가 될지, 어떤 모습으로 울부짖을지.”온몸이 녹아 흐르는 것 같았다. 팔다리는 물론 어디 하나 힘이 실리긴커녕 축 늘어졌지만, 쾌락만큼은 짜릿하게 퍼져나갔다.
“오빠는.. 하아.. 변태야.”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인 건가.”순간, 해인의 몸이 뒤집혔다. 묶인 손목은 베개 위로 쭉 뻗었고 탐스러운 엉덩이도 체액에 잔뜩 젖어있었다.
재원은 잘록한 허리를 쥐어잡고는 흉물스러운 좆기둥을 처박아 넣었다. 뒤에서 파고드는 감각은 상상 이상이었다. 훨씬 더 깊고, 틈 하나 없이 가득 메워진 감각.
“으읏...!”
엉덩이와 골반이 맞부딪히며 천박한 소리를 냈다. 재원은 그 소리마저 즐기듯 자궁구를 툭툭 건드리며 난폭한 허리짓을 이어갔다.
“다양한 자세를 알아야 놀라지 않지.”
“하아아앙..!”앞으로 이 연구소에서 겪을 일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지금 제 안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백재원의 물건. 그건 상상 이상으로 짜릿하고 치명적인 물건이었다.
“아, 으, 하아앙..!”
재원의 움직임에 맞춰 새하얀 엉덩이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마치 더 깊이 그 물건을 품으려는,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몸짓 같았다.
“음탕해. 질질 흘리면서 박히고 싶어 안달이잖아.”
“아니야.. 아앙.. 아니야앙..!”시트에 눌린 젖가슴을 움켜쥐고 자궁구를 짓이기듯 박아댔다. 단단해진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아찔하게 농락당했다. 위아래로 쏟아지는 자극에 해인은 뜨거운 애액을 왈칵왈칵 쏟아냈다.
“흑.. 깊.. 깊어..!”
“좋다는 말이네.”해인은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어대며 오직 백재원의 리드에 맞춰 휘둘릴 뿐이었다.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도, 또다시 정자세로 눕혀져서도.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침실 안에선 야릇한 교성이 끊이질 않았다.
몇 번이나 정액을 받아냈는지, 또 몇 번이나 절정을 느꼈는지 모를 정도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열에 들뜬 숨결이 잦아질 때 즈음, 두 사람은 끈적한 나체로 뒤엉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 다음날, 무거운 눈꺼풀이 힘겹게 열렸을 때 침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트도 새것으로 말끔하게 교체되어 있었고 끈적했던 피부는 보송보송한 느낌만이 남아있었다.침대 옆 협탁 위, 곱게 개인 가운을 걸쳐 입은 해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침실을 나섰다.
걷는 내내 온몸을 관통하는 통증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무슨, 학창 시절 체력장을 하고 난 뒤에 느낌이랄까. 걸음마다 고통이 몰려왔다.
드넓은 거실을 훑어보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말끔한 연구소장으로 돌아온 듯, 새하얀 가운을 반듯하게 걸친 모습이었다.
“잘 잤어?”
“응..” “조건을 갖췄으니, 계약해야지?”태블릿 PC를 받아든 손이 살짝 떨렸다.
화면 안에는 ‘Erosphere : 감각 동기화 임상 계약서’라는 제목과 함께 수많은 활자들이 또렷하게 나열돼 있었다.
제1조 (목적)
본 임상은 기억 기반 감각 재현 VR 프로그램의 안정성 및 실효성 검증을 목적으로 한다. 참여자는 자신의 생체·감각·기억 데이터를 연구기관에 제공하며, 이를 기반으로 가상 환경 구현 실험에 참여하고,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지급받는다.제2조 (참여 조건)
1. 만 19세 이상 성인 2. 성관계 경험이 있는 자 3. 정신과적 질환 병력이 없는 자 ※ 실험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연구진의 의학적·기술적 판단에 따라 부적합 판정 시 즉시 참여가 제한 또는 중단될 수 있다.제3조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동의)
참여자는 다음 항목의 전면 수집, 기록, 분석 및 연구 활용에 동의한다. - 기억 데이터 및 연상 정보 - 뇌파 및 신경 반응 신호 - 심박, 호흡, 근전도 등 생체 신호 - 감각 자극에 따른 정서 및 행동 반응 패턴 - 실험 과정 중 생성되는 신규 감각·정서 데이터 ※ 수집된 데이터는 프로그램 고도화, 알고리즘 개선, 통계 분석 및 연구 목적에 사용된다.제4조 (위험 고지)
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동의한다. - 감각 과부하 - 기억 왜곡, 과장 또는 재구성 - 특정 감정의 증폭 또는 통제력 저하 - 실험 종료 후 현실 적응 지연 - 일시적 수면장애, 정서 불안 또는 감각 혼란제5조 (중도 포기)
참여자는 본 임상 실험 진행 중 언제든지 자발적으로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단, 실험 진행 과정에서 이미 수집·기록된 모든 생체·감각·정서 데이터에 대한 연구 활용 동의는 철회되지 않는다. 중단 이후에도 기수집 데이터는 연구·분석·프로그램 고도화 목적에 한하여 계속 사용될 수 있다.제6조 (비밀 유지)
참여자는 본 프로그램의 구조, 알고리즘, 실험 방식, 내부 운영 체계 및 관련 기술 정보 일체를 외부에 발설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고의 또는 과실로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연구기관은 민사상 손해배상 및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본 조항은 실험 종료 후에도 효력을 유지한다.제7조 (면책)
참여자는 실험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감각적 변동 또는 예측 불가한 반응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동의한다. 연구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참여자는 실험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실험 후 일시적 정서 불안, 감각 혼란, 현실 적응 지연 등은 면책 범위에 포함된다.제8조 (기타 사항)
연구 공간 내 설치된 CCTV 및 기록 장치는 연구 데이터 확보 및 안전 관리 목적에 한하여 사용된다. 촬영 및 기록 데이터는 외부 유출을 금하며, 연구 목적 외 사용되지 않는다. 여자 실험자의 경우, 에로스피어 전용 피임약을 복용한다. 참여자는 연구기관이 지정한 특정 공간에서만 신체적 접촉 행위를 진행할 수 있다. 지정 구역 외에서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퇴소 조치 및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모든 조항을 읽은 해인이 물었다.
“8번 조항은 뭐야? 피임약? 특정 공간에서만 신체적 접촉이 가능하다고?”
“응, 실험자들끼리.” “그.. 그런 경우가 있어?” “응.”재원은 건조한 대답과 함께 태블릿 펜슬을 건넸지만, 해인의 손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근데 오빠.. 오빠랑 또 하고 싶으면.. 그땐 어떻게 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뭐?” “겪어보면 알아.”설명 같기도, 경고 같기도 한 대답에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그게 무슨 뜻인데.”
“첫 경험은 기준이 될 뿐이니까.”해인의 손이 천천히 펜을 움켜쥐었고, 이내 펜 끝이 계약서 위에 닿았다. 이름을 적는 첫 획이 유난히 무거웠다. 하지만 다음 장은 달랐다.
‘보상 및 지급 조건’ 참가 비용, 단계별 인센티브, 추가 데이터 확보 시 가산 지급. 두 번째 서명은 생각보다 쉬웠다.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 망설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계약이 끝나고,
“에로스피어에 온 걸 환영해.”
백재원은 이미 순결을 바친 남자가 아니라 이곳의 연구소장으로 완벽하게 돌아가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알약 하나가 담긴 작은 봉투를 건넸다.
“이건..”
“사후 피임약.”그래, 어젯밤 몇 번이나 질내 사정을 했었으니까. 스스로도 애 엄마가 될 생각은 진작부터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봉투를 받아 들었다.
“한 시간 뒤에 데리러 올게.”
“응.”재원이 떠나고, 해인은 사후 피임약부터 꿀떡 넘겼다.
그리곤 욕실로 향해 샤워를 했다. 몸 곳곳에 지난밤의 흔적들이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손으로 움켜쥔 흔적, 입술로 빨아들인 흔적.
처음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표식이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다.
침대 위, 짐승처럼 교성을 지르며 절정에 몸부림치던 것 또한 자신이었다. 긴 시간 동안, 희롱을 당한다는 기분은커녕 짜릿한 쾌감만이 들끓었었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에로스피어,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따뜻한 물에 몸을 씻어냈다. 욕실의 수증기가 서서히 사라질 때쯤, 마음속 망설임도 함께 옅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상층을 나섰다. 백재원의 뒤를 따르는 내내 긴장감이 발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일단, 기억부터 복제할 거야.”
“어떻게..?” “기억 저장소인 해마로 수많은 마이크로 로봇이 투입돼.” “아.. 아픈 거 아니야?” “고통은 없어. 푹 자고 일어나면 돼.”그 말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잠이 든 사이, 내 모든 기억이 복제된다고?
어제와는 다른 층, 연구소 내부. 하얀 가운을 걸친 직원들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해인을 향해 영혼 없는 인사를 건넸다. 말 대신 오직 끄덕거림 만으로.
조명은 차가웠다. 벽면을 따라 익숙한 캡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것들은 각각 희미한 빛을 내는 게 마치 손님을 기다리듯 고요해 보였다.
재원이 직원들을 향해 눈짓을 주자, 그들은 익숙하게 패널을 조작했다.
이내, 해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캡슐 덮개가 열리더니, 익숙한 푸른빛이 점등되었다.
“시작하지.”
명령이 아니라 절차였다.
6개월 뒤, -KP 전자에서 출시한 VR 서비스, 러브 포텐의 인기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3.0 업데이트와 동시에 연일 매진 행렬을 벌이고 있는데요. 동시에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로스피어의 주가 역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뉴스 화면을 보던 해인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 남편이 백재원이라니. 사람들은 알까, 백재원이 밤마다 어떤 변태로 돌변하는지. 어제는 서재 의자에 2시간이 넘도록 꽁꽁 묶여있었다. 눈이 가려진 채 온몸을 핥아대는데, 아래쪽에 박혀 집요하게 떨어대는 딜도 덕분에 잠시 기절도 했었다.“온, 온해인..! 해인아...!” “아으... 죽어.. 나 죽어...” 그 기억을 떠올리며 뉴스를 보는데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두 사람은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만 했다. 재원은 끝까지 식을 올리자며 설득했지만, 해인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초대할 하객도 딱히 없고. 웨딩 사진으로 간직하면 그뿐이니까. 대신 2주간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솔직히 신혼여행이 아니라 호텔 투어 급.5성급 호텔을 죄다 돌며 밤이면 밤, 아침이면 아침. 눈만 마주치면 사랑을 나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그야말로 떡실신. 2주 만에 살이 3키로나 빠져 있있다. 그리고, 그날 새 생명이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허니문 베이비. 재원은 해인의 임신 소식을 알고 방방 뛰었다. 태명은 직접 해둥이로 지었다. 온해인을 쏙 빼닮은 아이이길 바라는 마음에.“해둥아~”왔다, 내 남편 백재원. “오빠, 사 왔어?” “당연하지.”손에 들린 장바구니 안, 낮부터 먹고 싶다고 졸라대던 청사과와 초코맛 아이스크림, 그리고 저녁을 만들 식재료까지.“배고프겠다. 손 씻고 금방 만들어줄게.” “뭐래, 내가 다 해놨어.”주방엔 이미 해인이 차려놓은 음식으로 가득이었다. 차돌 된장찌개, 계란찜, 김치볶음. 음식들을 확인한 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 말라니까.” “지겨워. 요리라도 해야지.” “우리 해둥이 힘들잖아.” “적딩히 해. 얜
짜장면과 탕수육이 차려진 식탁. 해인은 팔짱을 낀 채 재원을 쏘아보았다. 이미 주방에 꽉꽉 들어찬 식기들은 물론 커플 머그컵, 커피잔, 와인 잔들을 모조리 봤기 때문.“무슨 생각이야?”재원은 야무지게 짜장면을 비며 해인의 그릇과 바꿔주었다.“말했잖아. 너랑 제대로,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고.”“제대로 평범하게 살아. 궁전 같은 펜트하우스에서.”“집이랑 직장이랑 가까우면 퇴근이 없어, 퇴근이.”그리고 바로 위층이 카페테리아잖아. 너 쓰러진 곳. 너 칼에 찔린 곳. 나 거기 이제 끔찍해. 너무너무 소름 끼쳐.“그래서? 나랑 동거라도 하겠다는 소리야?”“응. 결혼 준비하면서.”“미친놈.”순간 재원의 젓가락질이 멈췄다. 미친놈이란 말에 상처를 받아서가 아니라, 그 싸늘한 말투랑 눈빛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서. 하긴... 너무 내 생각만 하긴 했어. 욕? 들을만해.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짜장면. 자꾸만 식어가는 탕수육. “먹어. 불겠다.”“누가 결혼을 걸레랑 해.”결국 멈춰있던 젓가락이 짜장면 중간에 꽂혀버렸다. “말 그따위로 할래?”“기억 안 나? 오빠 입에서 나왔던 말이야.”“두고두고 후회했어. 말했잖아. 다 나 때문이라고.”“오빠 때문이든, 아니든 다 사실이잖아. 중독자도, 카이엔도, 성매매도.”온해인을 진짜 어떡하지. 저 굳게 닫힌 마음을 어떻게 되돌리지. 생각해 보니 제대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던 적이 없다. 그저 미안하단 말을 한 게 다였을 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재원이 해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털썩. 무릎을 꿇고 해인의 손을 움켜쥐었다. 당연히 깜짝 놀란 해인은 어깨를 세차게 때려댔고. “뭐.. 뭐야...! 일어나! 일어나라고!”“있잖아, 온해인. 스무 살 때부터 내 인생엔 늘 네가 있었어. 비틀리고 유치한 마음이 널 지옥으로 몰고, 또 몰았지만.. 그래도 사랑이었어. 그걸.. 네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순간에서야 제대로 깨달아버렸어. 미안해.” 해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입에서 나오
“장기 손상이 심각했습니다. 결장은 물론 담낭까지요.”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걸까. 힘이 풀린 다리가 휘청거렸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워낙에 출혈량이 심해서요... 일단 상태를 지켜보고....”“선생님.. 제발요... 제발..”“중환자실로 옮기겠습니다.”중환자실로 옮겨진 해인은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도 깨어나지 못했다. 연구소와 병실을 오가던 재원은 점점 피가 말랐다. 면회 시간이 되면 삑삑거리는 기계음을 들으며 손등만을 쓰다듬다 나오는 게 전부. “온해인, 언제까지 잠만 잘 거야? 샌드위치 먹고 싶다며.”이번 일을 겪으며 감각 동기화 실험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어차피 처음부터 온해인을 위한다는 그 개같은 집착으로 만들었던 프로그램. 더는 아무런 의미도, 기대도 없었다.직원들도 재원의 눈치를 살피며 그저 러브 포텐 출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힘썼고, 각자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낼 뿐이었다. 오늘도 면회 시간에 맞춰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던 중.“으...”자그마한 신음과 함께 해인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온해인..? 정신이 들어?”“...하......”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조금씩 열리고, 흐릿한 눈동자가 재원을 향해 움직였다.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백... 재원....”“됐다, 됐어... 하.. 해인아..”손등을 이마에 대고 감사하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모를 정도롤 중얼거렸다. 의료진들이 서둘러 상태를 살피고, 다행히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다는 기적 같은 말도 흘러나왔고 말이다. 이번엔 정말 온해인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그동안 VR에서 혼절은 물론, 칼이 심장을 관통하고, 물속에 뛰어드는 장면을 보며 즐거워했는데.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다는 상상을 하니, 못살게 굴었던 날들만 떠올라 가슴을 후벼파고 숨통을 조였다.그리고 분명.. 사랑하고 있었다. 못나고 한심한 사랑이었지만 한 번도 온해인이란 존재 자체를 잊은 적이 없었다. ‘또 백재원이네..’해인은 진통제에
어느새 파고든 손가락. 아래위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마치 합을 맞추듯 울려 퍼졌다. “아응, 읏..!”분명 백재원인데, 백재원이 가슴을 빨며 손가락을 넣었는데. 이건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적응되어야 하는 감각인데. 이상하게 그 모든 행위가 다정하게 느껴져 온몸이 달아올랐다. 마치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구는 집요한 몸짓 같달까. “오빠, 잠, 잠깐..”“입으로 해줘?”“아니, 그 그게 아니라..!”고개가 스르륵 내려가 골짜기를 핥았다. “응으읏..! 하...!”혀가 닿자마자 활처럼 휘는 허리. 재원은 떠오른 허리를 두 손바닥으로 받쳐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혀를 놀렸다. 음핵을 빙그르르 돌리다가도 쪽, 마치 뽀뽀를 하듯 소리를 내고. 그러다가 또 입술로 모아 쫍쫍쫍. 빨대를 빨 듯 빨아당기고. “아흐으윽..!”아프지 않게 살살 잘근거릴 땐 참지 못하곤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VR과 현실에서 해왔던 그 어떤 정사보다 짜릿한 느낌이었다.타액과 애액이 뒤엉켜 더는 젖을 곳이 없을 정도로 축축해진 음부. 고개를 든 재원의 눈빛은 욕정으로 들끓고 있었고, 그 욕정만큼 커져 버린 좆이 구멍을 벌리며 전진했다. “으, 이상해.. 오늘 진짜.. 하으응..”마찬가지였다. 온해인의 구멍은 오늘도 오물거리며 자지를 씹어 먹듯 조여대고 있었으니까. 다만, 전처럼 막 다루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천천히, 느긋하게, 이 뜨거운 구멍이 주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지켜보고 싶었다. 재원의 시선이 자신을 뚫어질 듯 응시하자, 해인은 고개를 돌려 입술을 깨물었다. 늘 폭력적으로 박아대는 피스톤에 익숙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그의 성기가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져 차마 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재원은 손을 뻗어 다시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르륵 눈을 뜬 해인의 눈동자는 이미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나 봐, 눈 감지 말고.”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인의 몸이 아래 위로 흔들렸다. 엄지 끝이 젖꼭지를 살살 굴리다, 손바
화들짝! ‘언제.. 잠이 든 거지?’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해인은 창밖에 내려앉은 어둠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몇 시간이나 잔 건지. 호다닥 침대에서 내려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문고리를 붙잡았다. ?문이 열렸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아무리 생각해도 가운 차림으로는 나갈 수 없어 자신이 지내던 게스트룸으로 향하던 길, 어디선가 나타난 백재원이 해인을 또다시 안아들었다.“놔...!”“빨빨거리고 돌아다닐래? 상처 벌어지면 꿰매야 돼.”“남 이사 꿰매든 말든..!"정말로 기운이 돌아온 건지 발버둥을 쳐대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정말 하마터면 놓쳐버릴 정도로.“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이란 걸 해.”“뭐? 대가리?”“카이엔이 집까지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찾아와서 협박이라도 하면 어쩔 건데?”맞다. 카이엔... 아씨..... 나 어떡해.“까불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이사 가면 되거든?”참 쉽다, 이사가 말처럼 쉽니? 순식간에 뚝딱 끝나는 거니..? “내가 도와줄 테니까, 당분간 잠자코 있으라고.”“싫어..! 나 그 VR이고 지랄이고 이제 다 끔찍하고 짜증 난다고!”“기계 치웠어.”이제야 발버둥이 좀 잦아들었다. 진짜 이 오빠가 왜 이럴까..? 또 무슨 마음을 먹은 건데?“다음 수작은 뭔데..?”“아... 다음 수작?”“어. 지금 말해.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게.”“고해성사.”아아, 신부님 역할이 하고 싶은 거구나. 이 변태 새끼. 진짜 틀림없는 희대의 개새끼. “이거 놔아아아악..!”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발걸음은 다시 침실로 향했다. 어이없게도 그는 해인을 침대에 내려놓고는 이불로 몸을 칭칭 휘감았다.“야..!”해인은 꼼짝없이 애벌레가 된 모습으로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고해성사는 말 그대로 진짜 고해성사였다. 왜 에로스피어에 오게 된 건지, 그동안 어떤 마음을 먹고 농락한 건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해인의 몸부림이 얌전해졌다. 아니, 굳어버렸다.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을 좋아했단 사실도
푸르스름한 빛이 내려앉은 거실. 해인이 세상 느릿한 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향했다. 다리는 비틀비틀, 팔뚝에선 억지로 빼낸 수액 바늘 탓에 핏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너무도 목이 타 견딜 수 없었다. 물컵 안에 정수기 물이 반쯤 차올랐다. 물을 마시는 내내 왜 이렇게 팔이 후들거리는지. 머리는 왜 이렇게 멍하고 어지러운지. 목을 축이곤 다시 컵을 내려놓던 그 순간, 손이 힘없이 미끄러지며 쨍그랑!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아찔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벌컥-! 침실 문을 열고 부리나케 튀어나온 백재원. 그는 유리 조각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는 해인을 보곤 심상치 않음을 느껴버렸다.“야..!”자신도 모르게 달려가 안아 들었다. 해인은 그런 재원을 쳐다보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미쳤어?”“...”이미 상처로 가득한 발, 바닥에 떨어진 붉은 피. 팔도 다리도 엉망이었지만, 가장 엉망인 건 팔 안에 느껴지는 이상하리만큼 가벼운 무게였다. “해보자는 거지? 어?”“응... 하고 싶으면 해....”“미친.”침실로 향해 침대 끄트머리에 앉혀놓고는, 구급상자를 꺼내 들었다. 팔뚝에 거즈를 대곤 꾸욱. 발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기 위해 해인의 손을 끌어당겨 봤지만, 그 팔에는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씨발 좀..! 누르고 있으라고!”“...”딱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최대한 심호흡을 하곤 턱을 쥐었다. 눈을 맞추기 위해서. 하지만 그조차 마음처럼 되지 않아 턱을 쥔 손에 힘만 잔뜩 들어가 버렸다.“온해인, 너 정신 안 차려?”“하고 싶으면... 하라고..”그러면서 가운을 벗어내는 모습에 재원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가 진짜 왜 이래, 갑자기 왜 생각 없는 온해인 답지 않게 구는 거냐고. “누가 지금 그딴 게 하고 싶대?”팔쪽이 붉게 젖은 가운을 다시 여며주고는,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깊게 박힌 유리 조각들을 빼내는데도 해인은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아프다는 신음 하나 내지 않
“거짓말을.. 했네?”푸른빛으로 일렁이던 캡슐 조명은 어느새 붉은 경고 빛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몸은 솔직했다. 말로는 감출 수 있었어도 신경 신호는 거짓을 모른다. 그래프는 적나라했고 반응 파형은 경험이 없는 신체의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모든 케이블이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처구니는 물론 화가 났던 것도 잠시, 해인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처녀라는 사실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니. 이대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니.“미.. 미안해...”투명 덮개가 열리고 속박 장치도 전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에로스피어를 나오고 사흘 뒤, 해인은 외출 준비에 한참이었다. 방금 전 카이엔, 아니 최용훈과의 통화 내용은 이랬다.“오늘 우리 집에서 파티할래?”“응? 무슨 파티?”“좆같은 에로스피어 퇴소 파티.”“풉. 파티까지 할 일은 아니잖아.”“보고 싶기도 하고.”그 말은 곧 자고 싶다는 뜻을 숨기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수긍했다. 이틀 동안 심심하기도 했고, 최용훈도 나름 믿을만한 사람이었고.약속 시간에 맞춰 집 앞까지 데리러 온 용훈은 매너 있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도 열어주었다. 차도 꽤 좋아 보였다
“궁금해. 네 보지에 달라붙은 마물이 얼마나 커질지.”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정반대였다. 흥분에 몸부림을 칠수록 마물의 크기는 점점 더 커졌고, 어느새 핑크색 보지를 전부 다 가릴 만큼 통통해져 있었다. “하아앙...!”세로로 딱 달라붙어 꿈틀거리는 감각도, 입에 물려 혀를 놀리는 감각도 못 참겠는데, 젖꼭지에 달라붙은 마물들은 열심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새 향기가 더 짙어졌군.”그는 마물들을 치우긴커녕, 해인의 엉덩이 아래를 손으로 바쳐 올리더니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액체를 혀로 핥았다.“아앙...!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