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
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
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원 오빠?”
“알아보네.”백재원.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 오빠. 살갑게 굴며 잘해주긴 했지만, 늘 커다란 안경에 찌질하기 그지없던 자식이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풍기는 분위기는 또 왜 이래?
안경은 사라졌고 날카롭게 정돈된 턱 선과 단단하게 각 잡힌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 위로 드러난 체형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더는 헐렁한 후드티 속에 어설프게 숨어 있던 몸이 아닌, 스스로를 지독하게 관리해 온 듯한 남자의 선이었다.
성공했다더니, 역시나 돈이 최고구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생각나서.” “아니! 집 주소 말이야.” “그것도 모를까 봐?”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그의 시선이 해인을 훑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카락, 술에 젖은 숨결까지 전부 들켜버린 기분.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피스텔로 이사 온 게 몇 년 전인데, 설마 넘쳐나는 돈으로 뒷조사라도 한 건가.
“왜 온 건데.”
재원은 한쪽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매끈한 재질, 묵직한 활자.
- Erosphere / 연구소장 / 백재원
“에로스피어, 알아. 기사에서 봤어.”
“퇴사했다며.”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미간도 잔뜩 찌푸려졌다. 취업이라도 시켜줄 생각인 건가? 동정이라면 사양이다. 그것도 백재원의 동정이라면 더더욱 사절이다.
“그래서?”
“임상 실험자를 구하고 있어. VR.” “VR? 가상현실?” “응, 감각 동기화 실험.”다시 한번 명함을 내려다봤다.
에로스피어. 기사에서 봤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몰입형 가상현실, 감각 재현 기술, 뇌-신경 인터페이스, 오감을 만족시킬 차세대 플랫폼.
뭐, 거창하긴 한데 어쩌라고?
“VR? 나보고 지금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으란 소리야?”
“게임? 무식하기는.”이 자식 봐라, 낯짝은 물론 싸가지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네?
“오빠.”
경고 섞인 음성에도 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더 가까워지며 그의 그림자가 해인의 발끝을 덮었다.
“촉각, 체온, 압력, 심박은 물론 기억까지 동기화되는 시스템이야.”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모집하겠지.”해인이 고개를 갸웃하자, 재원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손이 네 손을 잡았던 기억.”
그의 손이 해인의 손등 위를 느릿하게 스쳤다. 찰나였다. 하지만 따스한 체온이 또렷하게 남았다. 술기운에 달아오른 피부 위로 더욱더 선명하게 새겨진 온기.
“방금의 온기, 압력, 심장 박동 속도까지. 완벽하게 재현돼.”
“그럼.. 그 안에서 느끼는 건 전부 진짜라는 소리야?” “뇌가 진짜라고 판단하면, 몸 역시도 그렇게 반응하니까. 흥분도, 긴장도, 쾌감도.”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말투와 행동 때문인지 이상하게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흘렀다.
“보상은? 임상 실험이면 보상도 있을 거 아니야?”
“한 달에 천만 원. 기간은 네 선택.”고개가 번쩍 들렸다.
한 달에 천만 원? 퇴직금으론 길어야 세 달. 월세, 관리비, 현실적인 숫자들이 머릿속을 굴렀다. 통장 잔고는 물론 공과금 고지서까지. 노골적으로 솔깃한 금액이었다.
“왜 이렇게 세? 설마 위험한 거 아니야?”
“실험은 안전해. 단, 조건이 있어.” “뭔데?”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는 자.”해인의 표정이 굳었다.
“뭐?”
“말했잖아. 감각 동기화 실험이라고. 신체 반응을 정밀하게 읽어야 해.” “...” “성적 자극에 대한 신경 패턴은 개인차가 커. 경험이 없는 경우 데이터가 왜곡된다고.”아씨, 어떡하지? 식은땀이 흘렀다.
없다고 말하면 기회는 날아간다. 게다가 스물다섯까지 섹스 경험이 없다는 걸, 하필 백재원 앞에서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들끓었다.
“내가 설마 남자친구도 없었을까 봐?”
“됐네 그럼, 가자.” “지.. 지금?” “어.” “어디로..?” “연구소.”등을 돌린 재원이 차 문을 열었다. 고급 세단의 은은한 가죽 향이 배어 나왔다. 묵직하고 차분한 냄새가 그와 꼭 닮아 있었다.
“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천만 원. 그 돈이라면 적어도 구직 사이트를 뒤적일 필요가 없어진다.
조수석에 올라타자 차가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에로스피어. 현실과 가상을 뒤섞여버릴 연구소를 향해서.
*** 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착한 건물은 딱 봐도 10층 이상, 고층 건물로 보였고 입구부터가 신비로웠다.도무지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게이트. 매끈한 메탈 프레임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연결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얇은 빛의 선이 흐르듯 깔려 있었다.
인식 센서가 차량을 스캔하자, 푸른빛이 차체를 따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마치 다른 세계의 관문 같았다.
“여기.. 회사 맞아?”
“촌스럽기는.”차가 지하 진입로로 내려가자 벽면 전체가 반투명 디스플레이로 변했다. 데이터 그래프와 신경망 도식이 유영하듯 흐르고 있었다. 인간의 뇌 단면, 시냅스 연결망, 심박 그래프. 기술이 아니라, 생체를 다루는 공간인가?
“와...”
재원이 카드 키를 태그 했다. 투명 게이트가 갈라지듯 열리는 순간이었다.
“겁나?”
“아니거든.”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벽면 전체가 거울처럼 반사됐다. 술기운이 남아 붉게 물든 뺨, 긴장한 눈동자가 고스란히 비췄다.
“오늘은 적합성 검사만 진행할 거야.”
“검사? 무슨 병원 같네.” “비슷해.”문이 열리고 드넓은 복도가 이어졌다. 유광 블랙 바닥은 발을 디딜 때마다 미세한 빛이 파문처럼 번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마치 해인의 존재를 스캔이라도 하듯이.
복도 끝 자동문이 열리며, 검사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안쪽에 탈의실 있을 거야. 속옷은 전부 벗고 가운만 착용해.”
“응? 으응...”왜 이렇게 주눅이 드는 걸까.
검사실 안에는 각종 장비들은 물론 투명한 캡슐처럼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안쪽을 얼핏 보니, 전극과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마치 사람의 신경을 밖으로 꺼내어 형상화해놓은 것 같았다.
해인은 곱게 개인 가운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괜히 거짓말을 한 건가? 걸리면 뭐라고 말하지?
아니야, 침착해. 의학적으로도 처녀막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하잖아. 자전거를 타다가도 파열될 수 있다는데.. 설마 그런 것까지 검사하진 않겠지.
브래지어와 팬티를 전부 탈의하고 가운 하나만 걸쳐 입었다. 허벅지 안쪽이 괜히 더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검사실의 차가운 조명과 함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향해 흘러나왔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누워.”
유리 너머로 그가 서 있었다. 너무도 또렷한 실루엣에 손끝이 떨렸다.
발걸음을 옮겨 다다른 순간 자동으로 캡슐 도어 덮개가 열렸다. 팔과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태로 고정되게끔 설계된 구조.
잠시 멈칫했지만 최대한 덤덤한 척 몸을 눕혔고, 투명한 덮개가 닫히며 외부의 공기가 차단됐다.
그의 목소리가 캡슐 안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시작해도 돼?”
“응.”- 삐, 삐, 삐익.
이질적인 기계음과 함께 시트가 움직였다. 마치 신체 구조에 맞춰 각도를 조정하듯이.
- 철컥. 철컥.
단단한 금속 장치가 뻗어 나와, 허리와 목을 단단히 고정했다. 본능이 경고하듯 숨이 멈췄다.
“오.. 오빠.”
“심박이 빠르네. 긴장하지 말라니까.”이어 손목과 발목까지 고정된 해인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도망칠 수 없는 자세. 가운 하나만 걸친 몸이 괜스레 더 노출된 느낌이었다.
“오빠,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응.”캡슐 내부 조명이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수많은 케이블이 온몸을 휘감았다. 살아있는 촉수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선들은 두께와 모양이 전부 달랐다.
그중, 몇 개의 케이블이 가운 속을 파고들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더욱더 크게 울렸다.
“...!”
순간이었다. 케이블 선단에서 끈적한 액체를 뿜어냈다. 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투명한 젤이 가운은 물론 온몸을 적셨다.
“전극 접촉을 위한 전도성 젤이야. 피부 저항을 낮춰야 신호를 읽을 수 있거든.”
거창한 설명이 해인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몸이 자꾸만 움찔했지만 고정 장치가 움직임을 막았다.
가느다란 두 개의 케이블이 유두를 휘감자, 해인의 숨이 가빠졌다. 이런 검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축축해진 가운 틈이 민망할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
“하.. 하아..”
“괜찮아, 호흡 고르게.”이번엔 두꺼운 케이블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며 젤을 뿜어냈다. 두려움, 긴장감, 수치는 물론 몸은 이미 감각의 영역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하아.. 오.. 오빠.”
“괜찮다니까. 적어도 자격은 있어야 하잖아.”자격?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
그래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거구나. 나는... 천만 원이고 나발이고 백재원 앞에서 창피한 꼴만 당하게 생긴 거구나.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자격 미달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오빠...”
푸른 조명이 짙어지며 캡슐 내부가 깊은 심해처럼 변해버렸다.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가 젖꼭지를 핥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허리가 배배 꼬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감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하.. 하아아.. 이상해.. 오빠..”
“적합 여부 판단, 스타트.”“...!”
촉수 같은 케이블이 음핵을 부드럽게 쓸어내더니, 또 하나의 케이블이 질구 안을 파고들었다. 파고든 케이블은 여전히 젤을 뿜어내며 부드러운 피스톤을 시작했다.
이게 뭐야..? 지금 기계 따위한테 내 순결을 바친 거야?
넣는다는 말은 없었잖아! 적합성 판단 검사라는 말만 했잖아..! 아랫배가 단단하게 긴장하고, 예민함은 자꾸만 증폭됐다.
“오, 오빠! 하아.. 하지 마..!”
떨리는 목소리로 내지른 신음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어느새 절반 이상 벗겨진 가운은 가슴은 물론 Y존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백재원. 임상은 핑계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변태 짓거리를 원했던 거야?
“그만.. 그만..! 하아.. 어떡해..”
아무리 애원해도 촉수 같은 케이블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자극받은 젖꼭지는 터질 듯이 팽창했고, 클리토리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요의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유리 너머를 바라봤을 때,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시선이 해인에게 돌아왔다.
싸늘하게, 너무도 차갑게.
“거짓말을.. 했네?”
“피날레는 직접 보고 싶은데.”엉망이 된 팬티가 벗겨지고, 집게의 움직임을 바라본 카이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터질 듯이 오므라든 음핵, 뻗어 나온 두 개의 혀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지를 유린하고 있었다.“움직임 한번 생생하네.”“그, 읏, 아.... 하아.. 안 돼.. 안....”무릎을 붙잡아 벌려놓고, 마지막 버튼이 눌렸다. 아껴두고 아껴뒀던 광란의 오르가즘. 집게의 떨림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음핵을 떨어뜨릴 기세로 진동했다. 그리고, 혀의 형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의 혀는 거대한 성기 모양으로, 또 하나의 혀는 동그란 구슬 5개가 연결된 모양으로.“이야...”카이엔은 그저 감탄했지만 해인은 아니었다. 무릎이 붙잡혔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듯 흐릿하게 풀린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성기 모양의 돌기가 구멍 안으로 잽싸게 파고들었다. 구슬 모양의 돌기는 애널 안으로 돌진했다.“하아아악....! 읏, 읏, 으응...!”눈앞에서 두 개의 구멍이 기괴한 기구에 잠식당하는 괴이한 모습. 카이엔의 시선이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와... 존나게 야하게도 따먹히네.”“싼다앙... 나.. 나... 으응... 싸..!”요도구에서 뻗어 나온 물줄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엉덩이는 바닥에 닿지도 못한 채 허공에서 경련했고, 성기와 구슬의 피스톤은 집요했다. 번갈아 박다가, 또 교차해서 박다가. 꼭 누군가가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처럼 쉴 틈 따윈 주지 않고 움직여댔다.“꺄흐으응...! 으아..”“그렇게 좋아요?”“미쳐, 응, 미쳐어.....!”그때, 찢어질듯한 신음 소리 사이로 쿵쿵! 몬스터의 발소리가 섞여 들렸다. 카이엔은 당황하지 않았다. 좆만 박아 넣으면 그뿐이니까.그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듯 최대한 발소리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카, 카이엔 님.. 하앙... 뒤, 뒤에...!”해인은 오르가즘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카이엔의 등 뒤로 드리워진 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하곤 엉엉 울었다. 너무 무서워서, 정말
이제 남은 건 정체불명의 포션, 단백질 보충제, 손전등. “저희, 손전등은 가지고 있어서요.”카이엔의 말에 중독자가 손전등을 터치했다. “포션은 감정이 필요할 테고, 이곳에서 단백질 보충제가 의미가 있나?”“음, 의도를 모르니....”“카이엔 님, 감정 주문서 몇 장 가지고 계세요?”“없습니다. 있던 건 사용해서요.”“그럼 저희가 포션으로 할게요. 감정서가 3장이라.”“네. 그러시죠.”그렇게 정체불명의 포션은 중독자의 인벤에, 단백질 보충제는 카이엔의 인벤에 담겼다. 중독자는 곧바로 포션을 감정했다. 아이템명이 해독제로 바뀌었다.“엥? 해독제?”“몬스터가 독을 가지고 있던가?”“글쎄요, 레벨에 따라 다르다는 뜻인 건지. 알 수가 없네요.”[레벨 2 몬스터가 3마리 남았습니다. 해당 몬스터가 처치되면, 레벨 3 몬스터가 등장합니다.]아무래도 다들 열심히인 모양이었다. 다시 모닥불로 돌아가던 중, 해인의 눈앞에 웬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신비로운 보랏 빛깔의 나비. 날갯짓이 어찌나 매혹적인지,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올리자 해인의 손바닥 위에 나비가 내려앉았다.“이거 봐요.”모두의 시선이 해인의 손바닥을 향했다. 주먹만 한 나비는 여전히 손바닥 위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되게 예쁘네.”“신기하네요.”지켜보던 진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근데, 해인 님 손바닥 위에 이상한 가루가 떨어지는데요?”정말이었다. 날갯짓마다 보라색 가루가 반짝이며 떨어져 손바닥 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려던 순간 나비가 휙, 날아가며 떨어진 가루가 삽시간에 퍼졌다.[온해인 님이 나비독에 중독되었습니다. 1시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안내 멘트가 끝나는 순간 해인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시야가 흐려지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카이엔이 곧바로 다가가 쓰러지는 몸을 받쳐 안았다.“해인 님, 괜찮아요?”“카, 카이엔 님... 저 몸이...”중독자와 진주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와,
오로지 둘이서만 존재하는 텐트 안, 능숙하게 브래지어를 벗겨낸 카이엔은 솟아오른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예민한 돌기가 그의 혀에 휘감겨 순식간에 피가 몰렸다.“으응... 카이엔 님..”카이엔은 해인의 앙탈에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 해인의 캐릭터를 마주한 순간, 같은 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때부터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몬스터를 핑계 삼아 구멍을 정복했을 땐 생각보다 더 짜릿한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근데 이게 웬 떡인지, 하필이면 획득한 아이템이 휴식 텐트라니. 대놓고 섹스를 권장하는 에로스피어는 빵빵한 보상금은 물론, 떠날 이유가 없는 기가 막힌 연구소가 틀림없었다.살며시 아래로 향하는 고개, 동시에 스르륵 벗겨지는 팬티. 저항 없이 벌어진 다리 사이 핑크색 속살을 마주한 순간, 쿠퍼액이 흘러나와 드로어즈를 짙게 적셨다.“이렇게 생겼었구나.”“흐아... 저... 왜 이렇게 창피하죠..?”“왠지 해인 님은, 진짜 보지도 이렇게 예쁠 것 같아요.”“하...”혀끝이 조그마한 음핵을 찾아 굴려대자 해인의 엉덩이가 매트 위로 떠올랐다. 집요한 애무와 허벅지를 꽉 움켜쥔 손. 그는 젖어드는 속도에 흠칫하면서도 단물을 쪽쪽 빨아먹듯 입술을 꼭 붙였다.“하앙... 하아앙..!”해인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눈을 꼭 감았다. 사냥 이벤트가 아니라 챕터를 진행하는 것처럼 흥분이 몰려오는 게, 뜨거운 숨결이 아랫도리를 간질여 미쳐버릴 것 같았다.“너무 흥분돼요... 카이엔님, 저 정말이지.. 하응..”“보짓살이 너무 부드럽잖아.”두 사람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열기와 신음으로 가득한 텐트 안, 다리를 벌린 채 허리를 비트는 해인의 모습은 꽤나 아름다웠다. 침에 젖어 발딱 선 젖꼭지, 잘록한 허리라인, 혀가 주는 리듬에 맞춰 팔딱거리는 자태까지. 수많은 챕터를 클리어 한 그였지만 지금의 분위기와 상황, 시각적인 효과는 본능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애액과 타액으로 뒤섞인 구멍, 드디어 기분 좋은 삽입이 가능
몬스터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해인은 점점 더 달아올랐다. 단순한 삽입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쫀득한 조임에 카이엔의 본성이 허리를 쳐올리게 만든 것. 티는 나지 않게, 하지만 걸음마다 의도적으로 푹푹. “하앙, 하앙..!”“거의 다 왔어요. 이제 몬스터가 안 보이니까..”느릿느릿, 주변을 둘러보던 카이엔이 나무 기둥에 해인의 등을 붙였다. 그리곤 붉어진 뺨을 뚫어질 듯 응시했다. “이제 뺄까요? 아니면 할까요?”“하읏.. 잠, 잠시만...”“그냥 합시다.”푹푹푹, 참아왔던 허리짓이 순식간에 폭주했다. 허리 옆, 가느다란 다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하아아앙....! 너무 세요, 너무요..!”“커스터마이징 끝내주게 하셨네요. 이걸 어떻게 참습니까.”“하으응, 어떡해.. 하아아앙, 쌀 것 같아요!”“아까부터 싸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그건 애액이고, 이번엔 진짜.. 진짜 못 참겠는데..!“꺄으읏...!”그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고, 참아왔던 모든 걸 배출하듯 해인의 보지에선 폭포수가 터져 나왔다. 카이엔은 멈추지 않았다. 찰박찰박, 폭포수는 물방울이 되어 사방으로 튀었고 작은 몸이 위아래로 박히며 자궁까지 부르르 경련했다.“읏, 이거 아니.. 아... 앙.. 좋아... 좋아앙..!”[레벨 1 몬스터가 2마리 남았습니다. 해당 몬스터가 처치되면, 레벨 2 몬스터가 등장합니다.]안내 멘트가 흘러나왔지만, 두 사람에겐 들릴 리 없었다. 서로의 매력에 흠뻑 취해 욕정만을 표출하고 있었으니까. “아, 뭔가 시나리오 같아서 더 흥분되네요.”“뒤에서.. 뒤에서... 읏...”카이엔은 뒤에서 박아달란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해인의 몸을 내려 뒤로 돌렸다. 해인은 나무 기둥에 손바닥을 대곤 엉덩이를 뒤로 쭉 내뺐다.푹푹푹, 뒤에서 파고드는 느낌은 훨씬 더 황홀했다. 카이엔은 짐승처럼 박아대며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넣더니, 젖가슴을 터뜨릴 듯 움켜쥐었다.“가슴도 죽여주네요. 젖꼭지도 딱 이상적인 사이즈예요."“하응, 앙, 아아앙
해인은 순간 오공이가 떠올랐다. 왠지 이곳에서도 오공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오.... 오.. 공아..”[네, 온해인 님.]다행이었다. 오공이의 대답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은 처음이었다.“저 몬스터 말이야.... 저거... 정체가 뭐야? 응? 어떻게 해야 해?”[레벨 1 몬스터군요, 사냥 이벤트에 출몰하는 몬스터는 레벨이 상승할수록 포악합니다. 소지하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처단하거나, 혹은 눈에 띄지 않도록 피해 가는 방법이 존재합니다.]“피해? 어떻게 피해?”[도망가는 방법은 무모합니다. 몬스터의 시속은 60km로 얼룩말과 비슷합니다. 몬스터의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파트너와 성기를 결합한 채 이동하는 것입니다.]미친, 진짜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에로스피어 다운 발상이었다.“미친 거 아니야? 이게 지금 사냥 이벤트야? 아니면 섹스 이벤트야?”[처단하거나, 피해 가거나. 선택은 참가자들의 몫입니다.]“해인 님, 지금 AI랑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이곳에선 카이엔에게도 오공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몬스터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움켜쥐곤 씩씩거리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한 노란빛의 눈동자는 카이엔과 해인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 긴 혀를 내밀어 두꺼운 입술을 핥았다. “여기 계세요.”“네? 카이엔 님은요?”카이엔은 지체 없이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깨에 매달려 칼을 휘두르자 몬스터의 몸에 상처가 벌어지며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조.. 조심하세요...!”어깨, 등, 팔뚝을 사정없이 찔렀지만 그럴수록 몬스터는 더욱더 발악할 뿐이었다. 해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벤토리를 열어 낡은 이어 피스를 꺼내 착용했다. 헉..!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인간 말로 번역됐다. 번역되어 들리는 소리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미치도록 박고 싶어, 내 성기가 터지기 전에 네 엉덩이를 터뜨리겠어.”미친...! 이거였구나. 이래서 참가 조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냥 자꾸만 의심이 들어. 프로그램 자체가 나한테 고통을 안겨주고 싶어 발악하는 것 같단 말이야.”“너처럼 동기화율이 높지 않아서 확실한 건 모르겠는데, 그냥 꿈꾸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야 편해.”흠, 중독자는 역시 그런 마인드라 일 년 넘게 실험에 참여할 수 있던 거구나. 살면서 수많은 꿈을 꿨다. 어딘가에서 추락하는 꿈, 사고가 나는 꿈, 누군가가 죽는 꿈. 어떤 꿈은 내용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또 어떤 꿈은 현실처럼 생생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지려나.. 화도 좀 덜 나려나. “이제 한 달을 겨우 넘겼는데,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나도 요즘엔 바깥세상이 좀 그립기는 해. 그래도 최대한 버텨봐야지.”버틴다라..? 딱 봐도 일억도 넘게 벌었을 텐데, 나라면 그쯤에서 그만하겠다. 뭐,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다른 건 몰라도 멘탈 하나는 인정이다.“사냥 이벤트는 너도 처음이지?”“응. 뭔가 되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제발 아프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난 너랑 같은 팀이었으면 좋겠다.”“아.. 맞다. 남자랑 여자랑 쌍으로 한 팀 이랬지?”“응.”왜 남녀를 한 팀으로 묶어놓은 건지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그 뜻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는 에로스피어니까. 그렇다면, 중독자랑 같은 팀이 된다는 건 과연 이득일까 손해일까. 아마도 아는 사람이 조금은 낫지 않을까?“팀 선정 방식은 공지에 없던데.”“입장해 봐야 알지 않을까?”“으응, 랜덤이면 어쩔 수 없지만 선택할 수 있으면 우리 둘이 하자.”“좋아. 그럼 푹 쉬고 이벤트에서 보자고.”통화가 끊기고, 해인은 한참을 더 뒤척인 후에야 잠을 청했다. 사냥 이벤트는 내일모레. 이벤트 전에는 휴식을 권장했으니 내일은 푹 쉬어도 되겠지. 이상하게 내일 하루는 시간이 꽤 느릿하게 흐를 것만 같았다. ***[온해인 님, 사냥 이벤트 입장 1시간 전입니다.]10월 17일 오후 1시, 오공이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