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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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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희나리K

1. 에로스피어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3 12:46:23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

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

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원 오빠?”

“알아보네.”

백재원.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 오빠. 살갑게 굴며 잘해주긴 했지만, 늘 커다란 안경에 찌질하기 그지없던 자식이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풍기는 분위기는 또 왜 이래?

안경은 사라졌고 날카롭게 정돈된 턱 선과 단단하게 각 잡힌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 위로 드러난 체형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더는 헐렁한 후드티 속에 어설프게 숨어 있던 몸이 아닌, 스스로를 지독하게 관리해 온 듯한 남자의 선이었다. 

성공했다더니, 역시나 돈이 최고구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생각나서.”

“아니! 집 주소 말이야.”

“그것도 모를까 봐?”

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그의 시선이 해인을 훑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카락, 술에 젖은 숨결까지 전부 들켜버린 기분.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피스텔로 이사 온 게 몇 년 전인데, 설마 넘쳐나는 돈으로 뒷조사라도 한 건가. 

“왜 온 건데.”

재원은 한쪽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매끈한 재질, 묵직한 활자.

- Erosphere / 연구소장 / 백재원

“에로스피어, 알아. 기사에서 봤어.”

“퇴사했다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미간도 잔뜩 찌푸려졌다. 취업이라도 시켜줄 생각인 건가? 동정이라면 사양이다. 그것도 백재원의 동정이라면 더더욱 사절이다. 

“그래서?”

“임상 실험자를 구하고 있어. VR.”

“VR? 가상현실?”

“응, 감각 동기화 실험.”

다시 한번 명함을 내려다봤다. 

에로스피어. 기사에서 봤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몰입형 가상현실, 감각 재현 기술, 뇌-신경 인터페이스, 오감을 만족시킬 차세대 플랫폼. 

뭐, 거창하긴 한데 어쩌라고? 

“VR? 나보고 지금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으란 소리야?”

“게임? 무식하기는.”

이 자식 봐라, 낯짝은 물론 싸가지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네?

“오빠.”

경고 섞인 음성에도 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더 가까워지며 그의 그림자가 해인의 발끝을 덮었다. 

“촉각, 체온, 압력, 심박은 물론 기억까지 동기화되는 시스템이야.”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모집하겠지.”

해인이 고개를 갸웃하자, 재원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손이 네 손을 잡았던 기억.”

그의 손이 해인의 손등 위를 느릿하게 스쳤다. 찰나였다. 하지만 따스한 체온이 또렷하게 남았다. 술기운에 달아오른 피부 위로 더욱더 선명하게 새겨진 온기.

“방금의 온기, 압력, 심장 박동 속도까지. 완벽하게 재현돼.”

“그럼.. 그 안에서 느끼는 건 전부 진짜라는 소리야?”

“뇌가 진짜라고 판단하면, 몸 역시도 그렇게 반응하니까. 흥분도, 긴장도, 쾌감도.”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말투와 행동 때문인지 이상하게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흘렀다.

“보상은? 임상 실험이면 보상도 있을 거 아니야?”

“한 달에 천만 원. 기간은 네 선택.”

고개가 번쩍 들렸다. 

한 달에 천만 원? 퇴직금으론 길어야 세 달. 월세, 관리비, 현실적인 숫자들이 머릿속을 굴렀다. 통장 잔고는 물론 공과금 고지서까지. 노골적으로 솔깃한 금액이었다.

“왜 이렇게 세? 설마 위험한 거 아니야?”

“실험은 안전해. 단, 조건이 있어.”

“뭔데?”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는 자.”

해인의 표정이 굳었다. 

“뭐?”

“말했잖아. 감각 동기화 실험이라고. 신체 반응을 정밀하게 읽어야 해.”

“...”

“성적 자극에 대한 신경 패턴은 개인차가 커. 경험이 없는 경우 데이터가 왜곡된다고.”

아씨, 어떡하지? 식은땀이 흘렀다.

없다고 말하면 기회는 날아간다. 게다가 스물다섯까지 섹스 경험이 없다는 걸, 하필 백재원 앞에서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들끓었다. 

“내가 설마 남자친구도 없었을까 봐?”

“됐네 그럼, 가자.”

“지.. 지금?”

“어.”

“어디로..?”

“연구소.”

등을 돌린 재원이 차 문을 열었다. 고급 세단의 은은한 가죽 향이 배어 나왔다. 묵직하고 차분한 냄새가 그와 꼭 닮아 있었다. 

“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천만 원. 그 돈이라면 적어도 구직 사이트를 뒤적일 필요가 없어진다.

조수석에 올라타자 차가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에로스피어. 현실과 가상을 뒤섞여버릴 연구소를 향해서. 

***

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착한 건물은 딱 봐도 10층 이상, 고층 건물로 보였고 입구부터가 신비로웠다. 

도무지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게이트. 매끈한 메탈 프레임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연결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얇은 빛의 선이 흐르듯 깔려 있었다. 

인식 센서가 차량을 스캔하자, 푸른빛이 차체를 따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마치 다른 세계의 관문 같았다.

“여기.. 회사 맞아?”

“촌스럽기는.”

차가 지하 진입로로 내려가자 벽면 전체가 반투명 디스플레이로 변했다. 데이터 그래프와 신경망 도식이 유영하듯 흐르고 있었다. 인간의 뇌 단면, 시냅스 연결망, 심박 그래프. 기술이 아니라, 생체를 다루는 공간인가?

“와...”

재원이 카드 키를 태그 했다. 투명 게이트가 갈라지듯 열리는 순간이었다.

“겁나?”

“아니거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벽면 전체가 거울처럼 반사됐다. 술기운이 남아 붉게 물든 뺨, 긴장한 눈동자가 고스란히 비췄다. 

“오늘은 적합성 검사만 진행할 거야.”

“검사? 무슨 병원 같네.”

“비슷해.”

문이 열리고 드넓은 복도가 이어졌다. 유광 블랙 바닥은 발을 디딜 때마다 미세한 빛이 파문처럼 번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마치 해인의 존재를 스캔이라도 하듯이.

복도 끝 자동문이 열리며, 검사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안쪽에 탈의실 있을 거야. 속옷은 전부 벗고 가운만 착용해.”

“응? 으응...”

왜 이렇게 주눅이 드는 걸까.

검사실 안에는 각종 장비들은 물론 투명한 캡슐처럼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안쪽을 얼핏 보니, 전극과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마치 사람의 신경을 밖으로 꺼내어 형상화해놓은 것 같았다. 

해인은 곱게 개인 가운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괜히 거짓말을 한 건가? 걸리면 뭐라고 말하지? 

아니야, 침착해. 의학적으로도 처녀막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하잖아. 자전거를 타다가도 파열될 수 있다는데.. 설마 그런 것까지 검사하진 않겠지.

브래지어와 팬티를 전부 탈의하고 가운 하나만 걸쳐 입었다. 허벅지 안쪽이 괜히 더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검사실의 차가운 조명과 함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향해 흘러나왔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누워.”

유리 너머로 그가 서 있었다. 너무도 또렷한 실루엣에 손끝이 떨렸다.

발걸음을 옮겨 다다른 순간 자동으로 캡슐 도어 덮개가 열렸다. 팔과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태로 고정되게끔 설계된 구조. 

잠시 멈칫했지만 최대한 덤덤한 척 몸을 눕혔고, 투명한 덮개가 닫히며 외부의 공기가 차단됐다. 

그의 목소리가 캡슐 안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시작해도 돼?”

“응.”

- 삐, 삐, 삐익.

이질적인 기계음과 함께 시트가 움직였다. 마치 신체 구조에 맞춰 각도를 조정하듯이. 

- 철컥. 철컥.

단단한 금속 장치가 뻗어 나와, 허리와 목을 단단히 고정했다. 본능이 경고하듯 숨이 멈췄다. 

“오.. 오빠.”

“심박이 빠르네. 긴장하지 말라니까.”

이어 손목과 발목까지 고정된 해인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도망칠 수 없는 자세. 가운 하나만 걸친 몸이 괜스레 더 노출된 느낌이었다.

“오빠,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응.”

캡슐 내부 조명이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수많은 케이블이 온몸을 휘감았다. 살아있는 촉수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선들은 두께와 모양이 전부 달랐다. 

그중, 몇 개의 케이블이 가운 속을 파고들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더욱더 크게 울렸다. 

“...!”

순간이었다. 케이블 선단에서 끈적한 액체를 뿜어냈다. 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투명한 젤이 가운은 물론 온몸을 적셨다. 

“전극 접촉을 위한 전도성 젤이야. 피부 저항을 낮춰야 신호를 읽을 수 있거든.”

거창한 설명이 해인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몸이 자꾸만 움찔했지만 고정 장치가 움직임을 막았다.

가느다란 두 개의 케이블이 유두를 휘감자, 해인의 숨이 가빠졌다. 이런 검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축축해진 가운 틈이 민망할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 

“하.. 하아..”

“괜찮아, 호흡 고르게.”

이번엔 두꺼운 케이블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며 젤을 뿜어냈다. 두려움, 긴장감, 수치는 물론 몸은 이미 감각의 영역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하아.. 오.. 오빠.”

“괜찮다니까. 적어도 자격은 있어야 하잖아.”

자격? 반드시 섹스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 

그래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거구나. 나는... 천만 원이고 나발이고 백재원 앞에서 창피한 꼴만 당하게 생긴 거구나.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자격 미달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오빠...”

푸른 조명이 짙어지며 캡슐 내부가 깊은 심해처럼 변해버렸다.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가 젖꼭지를 핥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허리가 배배 꼬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감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하.. 하아아.. 이상해.. 오빠..”

“적합 여부 판단, 스타트.”

“...!”

촉수 같은 케이블이 음핵을 부드럽게 쓸어내더니, 또 하나의 케이블이 질구 안을 파고들었다. 파고든 케이블은 여전히 젤을 뿜어내며 부드러운 피스톤을 시작했다. 

이게 뭐야..? 지금 기계 따위한테 내 순결을 바친 거야? 

넣는다는 말은 없었잖아! 적합성 판단 검사라는 말만 했잖아..! 아랫배가 단단하게 긴장하고, 예민함은 자꾸만 증폭됐다. 

“오, 오빠! 하아.. 하지 마..!”

떨리는 목소리로 내지른 신음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어느새 절반 이상 벗겨진 가운은 가슴은 물론 Y존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백재원. 임상은 핑계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변태 짓거리를 원했던 거야? 

“그만.. 그만..! 하아.. 어떡해..”

아무리 애원해도 촉수 같은 케이블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자극받은 젖꼭지는 터질 듯이 팽창했고, 클리토리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요의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유리 너머를 바라봤을 때,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시선이 해인에게 돌아왔다. 

싸늘하게, 너무도 차갑게. 

“거짓말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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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들짝! ‘언제.. 잠이 든 거지?’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해인은 창밖에 내려앉은 어둠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몇 시간이나 잔 건지. 호다닥 침대에서 내려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문고리를 붙잡았다. ?문이 열렸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아무리 생각해도 가운 차림으로는 나갈 수 없어 자신이 지내던 게스트룸으로 향하던 길, 어디선가 나타난 백재원이 해인을 또다시 안아들었다.“놔...!”“빨빨거리고 돌아다닐래? 상처 벌어지면 꿰매야 돼.”“남 이사 꿰매든 말든..!"정말로 기운이 돌아온 건지 발버둥을 쳐대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정말 하마터면 놓쳐버릴 정도로.“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이란 걸 해.”“뭐? 대가리?”“카이엔이 집까지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찾아와서 협박이라도 하면 어쩔 건데?”맞다. 카이엔... 아씨..... 나 어떡해.“까불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이사 가면 되거든?”참 쉽다, 이사가 말처럼 쉽니? 순식간에 뚝딱 끝나는 거니..? “내가 도와줄 테니까, 당분간 잠자코 있으라고.”“싫어..! 나 그 VR이고 지랄이고 이제 다 끔찍하고 짜증 난다고!”“기계 치웠어.”이제야 발버둥이 좀 잦아들었다. 진짜 이 오빠가 왜 이럴까..? 또 무슨 마음을 먹은 건데?“다음 수작은 뭔데..?”“아... 다음 수작?”“어. 지금 말해.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게.”“고해성사.”아아, 신부님 역할이 하고 싶은 거구나. 이 변태 새끼. 진짜 틀림없는 희대의 개새끼. “이거 놔아아아악..!”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발걸음은 다시 침실로 향했다. 어이없게도 그는 해인을 침대에 내려놓고는 이불로 몸을 칭칭 휘감았다.“야..!”해인은 꼼짝없이 애벌레가 된 모습으로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고해성사는 말 그대로 진짜 고해성사였다. 왜 에로스피어에 오게 된 건지, 그동안 어떤 마음을 먹고 농락한 건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해인의 몸부림이 얌전해졌다. 아니, 굳어버렸다.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을 좋아했단 사실도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55. 떠오른 기억

    푸르스름한 빛이 내려앉은 거실. 해인이 세상 느릿한 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향했다. 다리는 비틀비틀, 팔뚝에선 억지로 빼낸 수액 바늘 탓에 핏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너무도 목이 타 견딜 수 없었다. 물컵 안에 정수기 물이 반쯤 차올랐다. 물을 마시는 내내 왜 이렇게 팔이 후들거리는지. 머리는 왜 이렇게 멍하고 어지러운지. 목을 축이곤 다시 컵을 내려놓던 그 순간, 손이 힘없이 미끄러지며 쨍그랑!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아찔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벌컥-! 침실 문을 열고 부리나케 튀어나온 백재원. 그는 유리 조각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는 해인을 보곤 심상치 않음을 느껴버렸다.“야..!”자신도 모르게 달려가 안아 들었다. 해인은 그런 재원을 쳐다보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미쳤어?”“...”이미 상처로 가득한 발, 바닥에 떨어진 붉은 피. 팔도 다리도 엉망이었지만, 가장 엉망인 건 팔 안에 느껴지는 이상하리만큼 가벼운 무게였다. “해보자는 거지? 어?”“응... 하고 싶으면 해....”“미친.”침실로 향해 침대 끄트머리에 앉혀놓고는, 구급상자를 꺼내 들었다. 팔뚝에 거즈를 대곤 꾸욱. 발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기 위해 해인의 손을 끌어당겨 봤지만, 그 팔에는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씨발 좀..! 누르고 있으라고!”“...”딱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최대한 심호흡을 하곤 턱을 쥐었다. 눈을 맞추기 위해서. 하지만 그조차 마음처럼 되지 않아 턱을 쥔 손에 힘만 잔뜩 들어가 버렸다.“온해인, 너 정신 안 차려?”“하고 싶으면... 하라고..”그러면서 가운을 벗어내는 모습에 재원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가 진짜 왜 이래, 갑자기 왜 생각 없는 온해인 답지 않게 구는 거냐고. “누가 지금 그딴 게 하고 싶대?”팔쪽이 붉게 젖은 가운을 다시 여며주고는,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깊게 박힌 유리 조각들을 빼내는데도 해인은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아프다는 신음 하나 내지 않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35. 박아 넣으면 그뿐

    “피날레는 직접 보고 싶은데.”엉망이 된 팬티가 벗겨지고, 집게의 움직임을 바라본 카이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터질 듯이 오므라든 음핵, 뻗어 나온 두 개의 혀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지를 유린하고 있었다.“움직임 한번 생생하네.”“그, 읏, 아.... 하아.. 안 돼.. 안....”무릎을 붙잡아 벌려놓고, 마지막 버튼이 눌렸다. 아껴두고 아껴뒀던 광란의 오르가즘. 집게의 떨림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음핵을 떨어뜨릴 기세로 진동했다. 그리고, 혀의 형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의 혀는 거대한 성기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30. 사냥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냥 자꾸만 의심이 들어. 프로그램 자체가 나한테 고통을 안겨주고 싶어 발악하는 것 같단 말이야.”“너처럼 동기화율이 높지 않아서 확실한 건 모르겠는데, 그냥 꿈꾸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야 편해.”흠, 중독자는 역시 그런 마인드라 일 년 넘게 실험에 참여할 수 있던 거구나. 살면서 수많은 꿈을 꿨다. 어딘가에서 추락하는 꿈, 사고가 나는 꿈, 누군가가 죽는 꿈. 어떤 꿈은 내용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또 어떤 꿈은 현실처럼 생생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지려나.. 화도 좀 덜 나려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29. 성녀 따위

    “아아앙...! 만지면 싸..! 가버려어...!” “가도 돼, 그래야 다음이 있으니까.”절정에 다다른 해인이 허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 순간, 엉망이 된 조개에서 세찬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흐읏, 하아, 아아아아앙...!”꽤나 긴 절정이었다. 하반신이 경련하는 내내 기구는 쉬지 않고 파고들었고 켄지로는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는 기구 작동을 멈췄다.“이제 이 켄지로의 좆 위에서 놀아 봐.”켄지로가 침대 매트리스에 등을 대고 눕자, 해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위에 올라탔다.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28. 켄지로의 저주를 풀려면

    “켄, 켄지로...!”“빨고 싶어.” “잠, 잠깐만..!”찌이이익- 성녀의 상징인 새하얀 드레스가 그의 악력에 의해 무참하게 찢겨졌다. 순식간에 팬티 하나만 남겨진 해인은 다급히 손을 올려 가슴부터 가렸지만, 켄지로가 두고 볼리 없었다. 팔목이 붙잡혀 머리 위에 올려지고, 입가를 타고 흐른 침방울이 새하얀 가슴 위에 뚝뚝 떨어져 내렸다.“정신 차려, 제발..!”“목걸이 불빛이 꺼졌어. 고로, 지금부터 너는 내 어여쁜 제물이란 뜻이지.”정말이었다. 목걸이는 언제 빛을 냈냐는 듯 평범한 십자가 목걸이로 돌아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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