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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빠가 해줘

Auteur: 희나리K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4-23 12:46:47

“거짓말을.. 했네?”

푸른빛으로 일렁이던 캡슐 조명은 어느새 붉은 경고 빛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몸은 솔직했다. 말로는 감출 수 있었어도 신경 신호는 거짓을 모른다. 그래프는 적나라했고 반응 파형은 경험이 없는 신체의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모든 케이블이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처구니는 물론 화가 났던 것도 잠시, 해인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처녀라는 사실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니. 이대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니.

“미.. 미안해...”

투명 덮개가 열리고 속박 장치도 전부 풀렸지만 해인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흐트러진 가운 자락 사이로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부끄러움과 안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서운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안 들킬 줄 알았어?”

“조건에 안 맞으면 탈락이라며..”

“응, 넌 이번 임상에 참여할 수 없어.”

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축축한 가운으로 온몸을 가리곤 눈물을 글썽거렸다.

“오빠.. 나 이거 해야 돼. 하고 싶어.”

“씻고 나와. 데려다줄게.”

“오빠..!”

냉기만을 뿜어대는 재원의 태도에 해인은 터벅터벅 탈의실로 향해 샤워를 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임상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니면 찌질했던 백재원이 날 여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샤워기 아래에서 어깨를 움켜쥐었다. 끈적한 젤을 씻어내는 물이 차라리 데일 듯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해인은 검사실 안에 서 있는 재원을 마주했다. 모니터 불빛이 그의 얼굴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순간이 쪽팔려 죽겠는데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가자.”

“오빠.”

“응.”

“경험이 없으면 왜 안 되는 건데?”

“실험은 기억을 기반으로 설정한 상황을 끝도 없이 구현해. 경험이 없으면 공허한 시뮬레이션이 돼버리잖아."

해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기억이든 구현이든 시뮬레이션이든 모르겠다. 난, 무조건 천만 원을 벌어야겠다.

 

“그럼.. 오빠가 해주면 되잖아.”

재원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장난도, 도발도 아니라는 걸 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알아. 나.. 두 번 다신 지옥 같은 회사로 돌아가기 싫어.”

“그래서, 나를 이용해 자격을 만들어 보겠다?”

해인은 대답 대신 그의 셔츠 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차가운 연구실 공기 속에서 유독 손끝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해인. 대답해.”

“오빠가 해줘. 그럼... 자격도 생기는 거잖아.”

재원의 손이 해인의 손목을 감쌌다.

“따라와.”

심장 박동이 또다시 빨라졌다.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겨 최상층으로 향하자 눈앞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펜트하우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지극히 사적인 공간. 

높은 천장,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야경. 은은한 간접 조명이 어둠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차가운 금속 냄새 대신 따뜻한 우디향이 공기를 채웠다. 

“여기서.. 지내?”

“마지막으로 묻는다. 지금부턴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야.”

“응.”

“원망하지 마.”

“안 해.”

침실 문이 열리고 넓은 침대와 깔끔하게 정돈된 시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의 불빛이 반쯤 스며든 공간. 재원이 셔츠 단추를 느릿하게 풀었다. 

“누워.”

옷도 채 벗지 못한 채 어색하게 침대에 누운 해인은 재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근육들이 시선을 단숨에 압도해 버렸다.

상의만 탈의한 재원의 그림자가 해인의 위로 드리워졌다. 

 

“부드럽게 다뤄 줄 거란 기대, 하지 마.”

“응..?”

“내가 이런 프로그램을 왜 만들었을까.”

그의 큼지막한 손이 해인의 턱을 들어 올렸다.

“사람이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오빠..”

“쾌락 앞에서야.”

해인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넌 나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럼 나도 널 이용해야지.”

“왜 갑자기 무섭게 굴어..”

“끝까지 감당해.”

원피스 지퍼가 순식간에 내려가고, 브래지어와 속옷만 남은 해인의 몸에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사실 검사실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탐이 났던 몸매.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고 눈빛마저 뜨겁게 불타올랐다. 

“고딩때도 몸매 하나는 죽여줬었지.”

“그.. 그만 봐.”

브래지어 후크가 풀리고, 새하얀 가슴이 탄력 있게 넘실거렸다. 벌써부터 긴장한 젖꼭지가 꼭 꼼지락거리는 것 같은 이상한 환상. 게다가 색도, 크기도, 모양도 마음이 쏙 들었으니.  

“아까부터 빨고 싶었어.”

큰 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고 그대로 입에 물었다.

“읏, 으읏, 잠깐만.. 하앙..”

혀끝의 움직임에 따라 젖꼭지가 따라다녔다. 

해인은 야릇한 감각에 허리를 비틀며 입을 크게 벌렸다. 기분이 왜 이렇게 이상한 걸까. 온 신경이 젖꼭지에 집중돼 있는데,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하앙.. 하...”

부드럽게 굴리다 입술을 모아 쪽, 양쪽을 번갈아 빨아대는 움직임은 느릿하고 노련했다. 단단하게 솟아오른 핑크색 젖꼭지 두 개가 침에 젖어 반짝였다. 

“흥분했네, 온해인.”

맞다. 찌질했던 백재원이 완벽한 남자가 되어 제 가슴을 쪽쪽 빨아대는데, 그것도 이렇게 노련하게 잡아먹는데 어떻게 흥분을 안 해. 어떻게 숨겨.

“오빠 나.. 기분 좋아.”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팬티가 벗겨졌다. 

재원은 해인의 무릎을 붙잡아 세우곤 단단하게 닫힌 조갯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귀엽게 나있는 음모, 꽤나 작은 날개. 

이곳이 지금까지 금단의 영역이었단 말이지. 그 영역을 깨뜨리는 게 정녕 나라는 말이지.

“해인아, 뭘 했다고 물을 뚝뚝 흘리고 있어.”

사실이었다. 혀는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한참이나 빨린 것처럼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해인은 진득하고 뜨거운 눈길에 어쩔 줄을 몰랐다. 스스로도 자세히 구경한 적 없는 그곳을 백재원이 보고 있다니. 그것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근데.. 이 오빠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그 생각이 들자 아랫도리에서 뭉근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하.. 오빠 나...”

길게 뻗은 혀가 I자로 꼭 닫힌 골짜기를 한 번에 쓸어 올렸다. 케이블 따위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생경하고 짜릿한 감각에 엉덩이가 곧바로 튀어 올랐다. 

“아흣!”

백재원은 자비 없는 인간이었다. 처음이든 아니든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코까지 박고 낼름거렸다. 

거칠게 빨아대는 움직임에 해인은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언젠가 하게 될 섹스에 대해 상상했을 때, 이런 기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로 짜릿할 줄은 정말 몰랐다. 새하얀 목덜미가 활처럼 휘어졌다.

“읏, 하아, 잠, 잠깐.. 하..”

아무리 허리가 들썩여도 엉덩이가 사정없이 떠올라도, 재원의 혀는 뱉어내는 애액을 꿀처럼 삼키며 여린 살결을 막무가내로 휘저었다. 

피가 몰린 음핵을 동그랗게 굴리며 쪽쪽 빨아들이자 해인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하악..! 못해! 오빠 나 못해! 윽..!” 

“온해인, 넌 완벽한 임상 실험자가 될 거야.”

다시 혀가 닿고, 검지 하나가 질구 안으로 느릿하게 파고들었다. 

“읏..! 하아...”

파고든 손가락은 끝이 살짝 구부려져 위쪽을 살살 긁더니, 정확하게 G스팟을 찾아내 꾹꾹 눌렀다.

“하앙.. 나 이상해.. 나 어떡해.. 아흣..”

대답이 없어서 더 미칠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가 아래쪽을 활활 불태웠다. 엉덩이가 떠오르고 내려오길 반복해도 혀와 손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혀끝이 음핵을 통통 튕기듯 때려대자,

“이거.. 읏, 으응.. 좋아.. 좋아..”

안과 밖의 자극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때, 

“으어억...! 억..”

온몸이 경련하며 맑은 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꽤 많은 양의 물이었지만, 재원은 해인이 흘려내는 달큰한 액체를 모조리 삼키며 버클을 풀었다. 팽팽해진 페니스가 이제야 찬 공기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성이 반쯤 날아간 해인이 흐릿한 눈으로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선명한 복근 아래, 배꼽까지 기립해 꺼떡이는 그 위협적인 물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그게... 아..”

컸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길이는 물론 두께까지 도저히 제 안에 들어올 수 없는 모양새였다. 울그락불그락 튀어나온 검붉은 핏줄마저 두터워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저게 정말 인간의 신체 부위 맞아? 

“다리 벌려.”

쉽사리 벌려질 리 없었다.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재원은 인상을 팍 구기며 무릎을 붙잡아 벌렸다. 친절했던 하숙생 오빠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오빠... 무서워.. 나 무서워...”

“말했잖아. 감당하라고.”

이미 타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보지. 커다랗고 둥그런 귀두가 입구를 문지르자 해인이 허리를 뒤틀며 바르작거렸다. 

“읏, 으응.. 어떡해..”

“재미없게 구네, 아직 넣지도 않았어.”

문지르기만 했는데, 예민하게 달아오른 보지는 애액을 뿜어내기 바빴다. 그 덕에 미끈하게 비벼지는 귀두는 더 크게 팽창해 버렸지 뭐람.

“힘 빼.”

아무리 물을 흘렸어도 남자의 물건을 처음 받아들이는 보지였다.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감각과 찢어질듯한 고통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아악..!”

그러니까 여태까지 안 하고 뭐 했냐고. 

아니지. 그랬으면 이 쫀득한 쾌감을 영접할 수 없었을 거야. 

근데 큰일이네, 절반도 채 안 들어 갔는데 벌써부터 죽겠다는 몸부림이라니.

재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뜨겁고 좁은 질벽의 수축을 만끽하며 고통에 일그러진 해인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솔직히 예뻤다. 발그레한 뺨도, 눈물에 젖은 기다란 속눈썹도, 크게 벌린 입술도 하나하나 전부 다. 7년 동안 이 모습을 상상하며 빼낸 좆물이 몇 리터인데.

 

엉덩이를 부드럽게 뒤로 뺐다가, 다시 살짝 앞으로 밀고. 여러 번 반복하자 조금씩 깊이가 더해졌다. 좁아터진 보지 속을 파고드는 기둥이 대견할 지경이었다.  

“하앙.. 미칠 것 같아.. 너무 커.. 오빠..”

뜨거운 질벽이 거대한 좆을 밀어내듯 오므려졌지만, 넣고 당기고를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그러다 비로소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을 때,

“아흐윽..!”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이 재원의 온몸을 휘감았다. 

어차피 온해인이 원했다. 경고도 했다. 길 또한 뚫어놨으니 이제는 즐기기만 하면 돼. 너도, 그리고 나도.

퍽퍽퍽, 힘이 실린 피스톤에 물기 어린 보지에선 천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인은 충격과 고통에 휩싸여 눈물과 애액을 뚝뚝 흘렸다. 

기둥을 감싼 애액의 색이 점점 선홍빛을 띄어도 그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무릎을 벌려내 그 모습을 응시했을 뿐.

“읏, 아앙, 으읏, 응..!”

“후회해?”

“아.. 아니.. 아니야.. 하앙..”

피스톤이 이어질수록 통증과 쾌감이 반복됐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닌데, 또 멈추기도 싫은 이상한 기분. 

제대로 깨달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섹스를 하는 거란 걸, 이토록 좋아서 성욕에 미쳐 헐떡이는 거란 걸. 

신음도 자꾸만 야릇해졌다. 그 야해 빠진 소리에 재원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갔다. 

“지금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이곳에선 매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니까.”

“아.. 아아.. 하앙,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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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뒤, -KP 전자에서 출시한 VR 서비스, 러브 포텐의 인기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3.0 업데이트와 동시에 연일 매진 행렬을 벌이고 있는데요. 동시에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로스피어의 주가 역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뉴스 화면을 보던 해인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 남편이 백재원이라니. 사람들은 알까, 백재원이 밤마다 어떤 변태로 돌변하는지. 어제는 서재 의자에 2시간이 넘도록 꽁꽁 묶여있었다. 눈이 가려진 채 온몸을 핥아대는데, 아래쪽에 박혀 집요하게 떨어대는 딜도 덕분에 잠시 기절도 했었다.“온, 온해인..! 해인아...!” “아으... 죽어.. 나 죽어...” 그 기억을 떠올리며 뉴스를 보는데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두 사람은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만 했다. 재원은 끝까지 식을 올리자며 설득했지만, 해인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초대할 하객도 딱히 없고. 웨딩 사진으로 간직하면 그뿐이니까. 대신 2주간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솔직히 신혼여행이 아니라 호텔 투어 급.5성급 호텔을 죄다 돌며 밤이면 밤, 아침이면 아침. 눈만 마주치면 사랑을 나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그야말로 떡실신. 2주 만에 살이 3키로나 빠져 있있다. 그리고, 그날 새 생명이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허니문 베이비. 재원은 해인의 임신 소식을 알고 방방 뛰었다. 태명은 직접 해둥이로 지었다. 온해인을 쏙 빼닮은 아이이길 바라는 마음에.“해둥아~”왔다, 내 남편 백재원. “오빠, 사 왔어?” “당연하지.”손에 들린 장바구니 안, 낮부터 먹고 싶다고 졸라대던 청사과와 초코맛 아이스크림, 그리고 저녁을 만들 식재료까지.“배고프겠다. 손 씻고 금방 만들어줄게.” “뭐래, 내가 다 해놨어.”주방엔 이미 해인이 차려놓은 음식으로 가득이었다. 차돌 된장찌개, 계란찜, 김치볶음. 음식들을 확인한 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 말라니까.” “지겨워. 요리라도 해야지.” “우리 해둥이 힘들잖아.” “적딩히 해. 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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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들짝! ‘언제.. 잠이 든 거지?’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해인은 창밖에 내려앉은 어둠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몇 시간이나 잔 건지. 호다닥 침대에서 내려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문고리를 붙잡았다. ?문이 열렸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아무리 생각해도 가운 차림으로는 나갈 수 없어 자신이 지내던 게스트룸으로 향하던 길, 어디선가 나타난 백재원이 해인을 또다시 안아들었다.“놔...!”“빨빨거리고 돌아다닐래? 상처 벌어지면 꿰매야 돼.”“남 이사 꿰매든 말든..!"정말로 기운이 돌아온 건지 발버둥을 쳐대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정말 하마터면 놓쳐버릴 정도로.“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이란 걸 해.”“뭐? 대가리?”“카이엔이 집까지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찾아와서 협박이라도 하면 어쩔 건데?”맞다. 카이엔... 아씨..... 나 어떡해.“까불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이사 가면 되거든?”참 쉽다, 이사가 말처럼 쉽니? 순식간에 뚝딱 끝나는 거니..? “내가 도와줄 테니까, 당분간 잠자코 있으라고.”“싫어..! 나 그 VR이고 지랄이고 이제 다 끔찍하고 짜증 난다고!”“기계 치웠어.”이제야 발버둥이 좀 잦아들었다. 진짜 이 오빠가 왜 이럴까..? 또 무슨 마음을 먹은 건데?“다음 수작은 뭔데..?”“아... 다음 수작?”“어. 지금 말해.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게.”“고해성사.”아아, 신부님 역할이 하고 싶은 거구나. 이 변태 새끼. 진짜 틀림없는 희대의 개새끼. “이거 놔아아아악..!”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발걸음은 다시 침실로 향했다. 어이없게도 그는 해인을 침대에 내려놓고는 이불로 몸을 칭칭 휘감았다.“야..!”해인은 꼼짝없이 애벌레가 된 모습으로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고해성사는 말 그대로 진짜 고해성사였다. 왜 에로스피어에 오게 된 건지, 그동안 어떤 마음을 먹고 농락한 건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해인의 몸부림이 얌전해졌다. 아니, 굳어버렸다.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을 좋아했단 사실도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55. 떠오른 기억

    푸르스름한 빛이 내려앉은 거실. 해인이 세상 느릿한 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향했다. 다리는 비틀비틀, 팔뚝에선 억지로 빼낸 수액 바늘 탓에 핏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너무도 목이 타 견딜 수 없었다. 물컵 안에 정수기 물이 반쯤 차올랐다. 물을 마시는 내내 왜 이렇게 팔이 후들거리는지. 머리는 왜 이렇게 멍하고 어지러운지. 목을 축이곤 다시 컵을 내려놓던 그 순간, 손이 힘없이 미끄러지며 쨍그랑!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아찔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벌컥-! 침실 문을 열고 부리나케 튀어나온 백재원. 그는 유리 조각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는 해인을 보곤 심상치 않음을 느껴버렸다.“야..!”자신도 모르게 달려가 안아 들었다. 해인은 그런 재원을 쳐다보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미쳤어?”“...”이미 상처로 가득한 발, 바닥에 떨어진 붉은 피. 팔도 다리도 엉망이었지만, 가장 엉망인 건 팔 안에 느껴지는 이상하리만큼 가벼운 무게였다. “해보자는 거지? 어?”“응... 하고 싶으면 해....”“미친.”침실로 향해 침대 끄트머리에 앉혀놓고는, 구급상자를 꺼내 들었다. 팔뚝에 거즈를 대곤 꾸욱. 발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기 위해 해인의 손을 끌어당겨 봤지만, 그 팔에는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씨발 좀..! 누르고 있으라고!”“...”딱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최대한 심호흡을 하곤 턱을 쥐었다. 눈을 맞추기 위해서. 하지만 그조차 마음처럼 되지 않아 턱을 쥔 손에 힘만 잔뜩 들어가 버렸다.“온해인, 너 정신 안 차려?”“하고 싶으면... 하라고..”그러면서 가운을 벗어내는 모습에 재원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가 진짜 왜 이래, 갑자기 왜 생각 없는 온해인 답지 않게 구는 거냐고. “누가 지금 그딴 게 하고 싶대?”팔쪽이 붉게 젖은 가운을 다시 여며주고는,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깊게 박힌 유리 조각들을 빼내는데도 해인은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아프다는 신음 하나 내지 않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4. 커스터마이징

    어제와 달리 캡슐 안쪽은 의외로 따뜻했다. 살을 감싸는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게 맞춰진 것 같았다. “심호흡해.”역시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해인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희뿌연 연기와 함께 등 쪽이 약간 따끔하더니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졌다. “마이크로 로봇 투입.”이후부턴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더 이상 아프지도 따갑지도 않았지만 이미 혈관과 신경을 타고 수많은 마이크로 로봇들이 흐르고 있었다. 해인은 그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의 젖은 운동장 냄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파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3. 임상계약서

    “지금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이곳에선 매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니까.”“아.. 아아.. 하앙, 앙!” 난폭하기 그지없는 피스톤에 자궁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해인의 입에서는 날것 없는 교성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임상이고 뭐고, 오직 제 위에서 허덕이는 수컷, 야생마 같은 백재원의 몸짓에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을 뿐. “아, 안 돼.. 오빠.. 나 너무 이상해...”질벽이 쫀득하게 수축하며 좆기둥을 쥐어짜기 시작하자 재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커다란 육봉을 머금은 채 활처럼 휜 허리, 새하얗고 탐스러운 몸매.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1. 에로스피어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 기억 VR에 로그인 했습니다   47. 최용훈의 음흉한 속내

    에로스피어를 나오고 사흘 뒤, 해인은 외출 준비에 한참이었다. 방금 전 카이엔, 아니 최용훈과의 통화 내용은 이랬다.“오늘 우리 집에서 파티할래?”“응? 무슨 파티?”“좆같은 에로스피어 퇴소 파티.”“풉. 파티까지 할 일은 아니잖아.”“보고 싶기도 하고.”그 말은 곧 자고 싶다는 뜻을 숨기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수긍했다. 이틀 동안 심심하기도 했고, 최용훈도 나름 믿을만한 사람이었고.약속 시간에 맞춰 집 앞까지 데리러 온 용훈은 매너 있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도 열어주었다. 차도 꽤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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