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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Author: 이소문
조윤서가 나해준에게 총구를 겨누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윤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저격수는 찾기 굉장히 어려웠다.

게다가 절 주변은 숲이었기에 숨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조윤서는 차갑게 웃었다.

“싸워. 왜 다들 안 싸우는 거야? 무서워서 그래? 나한테 너희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닌데 말이야.”

말을 마친 뒤 조윤서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나해준은 입술을 깨물며 총을 맞을 각오를 했다.

그러나 조윤서가 신호를 보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격수 쪽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강하율이 배윤호의 상처를 손으로 누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어셋 너머로 안혜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뭘 넋 놓고 있어요? 어서 움직여요! 저격수를 기절시키긴 했는데 저는 총을 쏠 줄 몰라요. 그런데 망원경을 진짜 좋은 걸 쓰나 봐요. 여기서 다들 뭐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요. 지금 누군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빨리 빠져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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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0화

    조윤서가 나해준에게 총구를 겨누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윤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저격수는 찾기 굉장히 어려웠다.게다가 절 주변은 숲이었기에 숨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조윤서는 차갑게 웃었다.“싸워. 왜 다들 안 싸우는 거야? 무서워서 그래? 나한테 너희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닌데 말이야.”말을 마친 뒤 조윤서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나해준은 입술을 깨물며 총을 맞을 각오를 했다.그러나 조윤서가 신호를 보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격수 쪽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강하율이 배윤호의 상처를 손으로 누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어셋 너머로 안혜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요? 어서 움직여요! 저격수를 기절시키긴 했는데 저는 총을 쏠 줄 몰라요. 그런데 망원경을 진짜 좋은 걸 쓰나 봐요. 여기서 다들 뭐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요. 지금 누군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빨리 빠져나와요.”아무리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배윤호가 다친 상태에서 조윤서가 비열한 수법까지 쓴다면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나해준이 말했다.“여긴 나랑 민성운이 막을 테니까 강하율 너는 윤호를 먼저 데리고 가.”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치마를 찢어 급히 지혈한 뒤 배윤호를 부축해 일어섰다.그런데 배윤제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배윤제가 이를 악물었다.“하율아, 나는 너한테 몇 번이나 기회를 줬어.”강하율은 그와 말다툼할 기력이 없어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비켜요.”배윤제가 손을 뻗으려고 하자 양승아가 경호원들을 밀어내고 두 사람의 앞에 섰다.“강하율 씨, 얼른 떠나세요.”배윤제가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강하율, 지금 떠난다면 나는 앞으로 절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내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데려왔는지 알아? 너희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그래요. 어디 한번 해봐요.”강하율은 양승아를 힐끗 본 뒤 배윤호를 부축하며 그곳을 벗어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9화

    “저 자식들을 전부 처리해!”조윤서의 한 마디에 주변은 더 혼란스러워졌다.그때 배윤제가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배윤호를 보고 미간만 살짝 찌푸리더니 강하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율아, 이리 와. 나랑 가자.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강하율은 원망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또 저를 속이셨네요.”배윤제는 놀랄 만큼 차분하게 말했다.“하율아, 마지막에 남는 자가 승자가 되는 법이야. 이번에는 형이 졌어.”강하율은 차갑게 웃었다.“그러니까 대표님 어머니가 저희 부모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대표님도 다 알고 있었던 거네요?”배윤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것은 곧 묵인이었다.조윤서는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윤제야,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강하율을 끌고 나가.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처리하라고 해.”배윤제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는 강하율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손을 뻗어 강하율을 잡았다.“하율아, 내 말 들어. 나랑 같이 떠나자. 앞으로 너는 내 옆에 있으면 돼.”“꺼져요!”강하율은 배윤제를 밀어냈다.“내가 대표님 옆에 있을 일은 평생 없어요!”“장 비서, 끌고 나가.”배윤제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장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율에게 다가왔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장천우는 누군가에게 팔목이 잡혔고 곧 뚝 소리가 들려왔다.장천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자신의 부러진 팔목을 보았다.심지어 강하율조차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품속에 있던 배윤호가 눈을 뜨고 서서히 일어나는 걸 보았다.“너무 섣불리 결론을 내면 안 된다는 거 몰라?”“형...”배윤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배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하율을 지키려는 듯 그녀를 자신의 뒤에 세운 뒤 천천히 재킷과 셔츠를 벗어 던졌다. 곧 방탄조끼가 드러났다.강하율은 순간 넋이 나갔다.배윤호가 대비를 해뒀을 거라는 사실을 왜 생각지 못한 걸까?그 모습을 본 조윤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8화

    남자는 경호원들과 같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벗자 남자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드러났다.강하율은 그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한눈에 봐도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조윤서 쪽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나같이 뒷걸음질 쳤다.조윤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민성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민성운?’강하율은 이내 그 이름을 떠올렸다.민성운은 조폭 가문의 아들이었다.그가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조윤서는 목적을 이룬다고 해도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할 것이다.민씨 가문은 법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복수할 것이다.민성운은 불상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조윤서 씨, 오랫동안 불공을 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 저보다도 신앙심이 깊지 않은 것 같군요. 이런 곳에서 사람을 해치려고 하다니, 업보를 쌓을까 두렵지 않으신가요?”“하하하, 업보? 업보를 쌓은 건 강씨 가문 사람들이야. 내가 그 사람들의 업보지.”조윤서는 거만하게 웃었다.민성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배윤호의 옆에 앉았다.“네 말대야. 머리에 좀 문제가 있네.”어떤 사람들은 평생 남 탓만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을 말로 설득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조윤서 씨, 그렇다면 바로 시작하시죠. 저도 제 사람들이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는지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어서 말이죠.”“내...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배윤호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조윤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밖을 향해 크게 외쳤다.“배윤호가 어르신을 해쳤어. 증거가 확실해. 배윤호는 배씨 가문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오늘 배윤호를 잡아서 증거와 함께 경찰에 넘겨야 해!”강하율은 그제야 명혜숙의 쓸모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윤호를 바라봤다. 그러나 정작 배윤호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잠깐 고개를 들어 강하율을 힐끗 바라봤다.강하율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배윤호는 어떻게 그녀의 존재를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7화

    원화 스님은 사실대로 말했다.“지금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양도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글쎄요. 조윤서 씨가 그런 사람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죠.”“왜요?”“명혜숙 씨를 통해 배씨 가문 사람들을 매수했거든요. 지금 배씨 가문의 어른들 중 상당수가 조윤서 씨 말을 따르고 있어요. 게다가 안팎으로 전부 조윤서 씨 사람인 것 같아요. 아마 배윤호 대표님이 서명을 한다고 해도 살아 나가기 어려울 것 같네요.”“여긴 절이잖아요. 윤서 이모는 불교 신자고요.”강하율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원화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신앙심은 겉으로 드러나는 걸로 판단할 수 없어요. 조윤서 씨가 굳이 이곳에서 일을 벌이는 것도 자신이 신을 뛰어넘었음을 증명하기 위함이죠.”원화 스님의 말은 다소 비현실적이었지만 조윤서의 성격과 잘 부합되었다.그녀가 판을 짠 이유가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것이니 말이다.강하율은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이때 나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은 우리가 빼돌렸고 안혜슬도 빠져나왔어. 강하율, 혹시라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나와.”“알겠어요.”강하율은 그 자리에 서서 편전 쪽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원화 스님이 물었다.“안으로 들어가고 싶으십니까?”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원화 스님은 승복 한 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갈아입으세요. 조윤서 씨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한테 손을 대지는 못할 겁니다. 저를 증인으로 쓸 생각일 테니까요.”강하율은 군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모자까지 받아 썼다.원화 스님 뒤에 서자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 말고도 다른 스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잠시 후, 강하율은 원화 스님을 따라 편전으로 향했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조윤서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일이 틀어진 듯했다.강하율은 고개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감히 고개를 들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살벌한 것은 느낄 수 있었다.원화 스님이 모습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6화

    명혜숙은 방 안에 쓰러진 채 경련하듯 몸을 떨고 있었다.강하율과 안혜슬은 예전에 호텔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였다.안혜슬은 빠르게 창문을 열고 강하율을 받쳐줘서 그녀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했다.강하율은 안으로 들어간 뒤 두 바퀴쯤 굴러서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안혜슬도 뒤따라서 들어온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요즘 운동 안 했지? 사람은 연애를 하면 나태해진다니까.”강하율은 입을 비죽이다가 문밖의 그림자를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곧이어 두 사람은 허리를 숙인 채 명혜숙에게 다가갔다.강하율이 숨을 죽이고 말했다.“나해준 씨, 어서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어르신 입까지 돌아갔어요.”안혜슬이 덧붙였다.“뇌졸중인 것 같아요. 우리 마을에 이런 어르신들이 많았거든요. 빨리 병원에 안 보내면 진짜 큰일 날지도 몰라요.”강하율은 시선을 들어 테이블 위 컵을 바라봤다. 그녀는 다가가서 컵 속의 가라앉은 찻잎을 손가락으로 헤집다가 군데군데 있는 하얀색의 끈적이는 점액질을 발견했다.아마 명혜숙은 아무것도 모르고 차를 마셨을 것이다.강하율은 휴지를 한 움큼 뽑아 찻잎을 그 위에 쏟아 담았다.“일단 사람부터 밖으로 옮기자.”“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다 어르신이 계획한 거 아니었어?”안혜슬이 물었다.강하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어셋 너머 나해준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누명을 씌우려고.”만약 명혜숙이 아픈 것이 배윤호와 관련이 있다면, 배씨 가문 사람들은 틀림없이 배윤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아주 정당하게 배윤호를 제거하면 배윤제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처음에는 명혜숙이 주도했을지 몰라도 김혜은이 남긴 사진들을 보면 판을 쥐고 있는 사람은 조윤서였다.조윤서는 줄곧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윤호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동시에 자신을 감시하며 통제하던 명혜숙까지 없앨 수 있는 타이밍을.조윤서는 둘을 모두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명혜숙은 그곳에서 배윤호가 무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5화

    사인하는 부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적어도 강진철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다.강하율은 브로치를 꽉 움켜쥔 채 배윤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배윤호를 냉정하고 무자비하다고 했지만 강하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가 한 발짝씩 물러날 때도 배윤호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었다.강하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윤호 오빠는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저도 들어갈래요.”나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동의할 수 없어.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윤호 실력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들어가는 게 나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눈에 띄지만 저는 아니에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요.”강하율은 무모하게 나서려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본인이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그날 조윤서와 나눈 대화를 생각해 봤을 때, 치밀한 조윤서가 모든 게 끝나기도 전에 그렇게 많은 걸 털어놓은 건 분명 이상했다.수십 년을 참고 숨겨온 사람이 그녀의 말 몇 마디에 모든 걸 다 실토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나해준이 말리려는데 안혜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하율이랑 같이 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나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너는 왜 끼어들려는 거야? 공부도 제대로 못 하는 게 괜히 나섰다가 죽으면 어쩌려고.”퉁명스러운 태도였지만 안혜슬을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안혜슬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우리 둘은 뮤지컬을 보다가 뛰쳐나온 거예요. 지금쯤이면 배윤제도 하율이가 도망간 걸 눈치챘을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 자리에 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제가 같이 들어가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나해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확실히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강하율이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혜슬이는 예전부터 호흡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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