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95 화

Author: 윤아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병실 안에 있던 모두가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선들이 일제히 제나에게로 향했다.

은정이 입가를 비뚤게 올리며 빈정댔다.

“사모님, 본인 잘못을 덮으려는 핑계는 알겠는데... 이건 너무 유치하지 않아요? 차라리 길 잃었다고 했으면 더 그럴듯했을 텐데요.”

예찬도 코웃음을 쳤다.

“윤세린 씨가 납치당하니까, 사모님도 따라 납치됐다고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준혁은 직접적인 말은 아끼고 있었지만, 그 시선 또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세린은 그 틈에 차분히 나섰다.

“납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33 화

    길고 당당한 체구의 남자가, 깨끗하게 닦인 통유리창 앞에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그를 보는 순간, 제나는 숨이 멎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불과 일주일 남짓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왜인지 몇 년은 지난 듯, 아득하게 느껴졌다.발소리를 들은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경후의 정제된 이목구비는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검은 눈동자는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먹빛 바다 같아, 한 번 마주치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그는 조용히 제나를 응시했다. 고귀한 기품이 묻어나는 얼굴엔 특별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눈빛만큼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32 화

    이미자가 한 벌의 깨끗한 옷을 들고 허겁지겁 방 안으로 들어왔다.“옷 갈아입어. 얼른 씻고 정리해. 네 남편이 널 찾으러 왔어.”제나는 얼이 빠진 듯 멍하니 되물었다.“뭐라고요?”이미자는 다시 한번 확실히 말했다.“네 남편이 우리 ‘썬더돔’에 왔다니까.”“제... 남편이요?”제나는 반쯤 얼어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제 남편이... 누구죠?”“네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는 거야?”이미자는 어이없다는 듯 제나를 노려보았다.“차경후잖아. 나도 아는 걸, 네가 모른단 말이야?”“차경후... 저를 찾으러 왔다고요?”제나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31 화

    짧은 정적 끝에, 경후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하제나.]남자의 목소리는 본래 차갑지만, 거리를 두는 냉기가 묻어나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경후가 톤을 낮추는 순간, 숨이 막히도록 냉혹한 분위기가 흘렀다.제나는 말문이 막혀, 준비했던 모든 말이 목구멍에서 가로막혀 나오지 않았다.경후는 담담하게 물었다.[전화까지 걸어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제나는 간신히 입술을 열었다.“당신... 정말 결혼하는 거야?”[묻고 싶은 게 고작 그거야?]“그럼... 다른 걸 물을게.”제나의 목소리는 바람 빠진 듯 낮았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30 화

    또 하루가 흘러가고, 어느새 다섯째 날 밤이 찾아왔다.가면남은 늘 그렇듯 비슷한 시각에 방으로 들어왔다.그는 먼저 불을 켜고, 준비한 듯 핸드폰을 제나에게 건넸다.제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통화 기록을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한 건의 통화 녹음 파일이 남아 있었다.손끝이 떨렸지만, 제나는 그 녹음을 눌렀다.“차 대표님, 절 기억하시나요?”가면남이 변조한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잠깐의 정적. 이어 낮고 차가운,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기억하지.]“하제나...”가면남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29 화

    경후와 세린의 결혼 소식은 이미 L국까지 퍼져 있었다. 가짜일 리 없었다.“저는... 그냥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을 뿐이에요.”가면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들어줄게.”제나의 눈이 순간 환히 빛났다.“정말요?”비교하자면, 경후보다 이 가면남이 훨씬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응.”짧은 대답과 함께 그는 일어나 옷을 걸쳤다.그리고 다시 가면을 얼굴에 쓴 뒤, 등을 돌려 방 안의 불을 켰다.이윽고 자신의 핸드폰을 제나에게 건넸다.“단, 기회는 한 번뿐이야.”제나는 손끝이 떨려올 정도로 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28 화

    가면남은 제나의 말을 들었음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잔잔했다.“너 줄곧 나에 대해 불만이 있었구나?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 뿐.”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제나를 내려다보았다.“네가 날 더는 보고 싶지 않다니... 그럼 이번이 마지막이야. 앞으로 남은 시간은 그냥 덤으로 준다고 생각해.”말을 마친 그는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서려 했다.제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몇 초 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낮에 경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줄곧 마음이 붕 떠 있었고 감정도 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