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경호원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이 끌려 나왔다.“대표님.”경호원들이 경후를 공손히 바라보았다.“데려왔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후는 인정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아까 큰절이라도 올리겠다더니. 그럼 말한 대로 해.”인정은 눈을 붉힌 채 경후를 노려보았다.“이 천한 사생아 주제에 감히 나한테 사과를 시켜... 악!”인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의 손바닥이 인정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경호원이 싸늘하게 말했다.“말조심해!”“꿈도 꾸지 마!” 인정은 이성을 잃고 악을 썼다. “사생아,
영상 재생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사람들의 시선은 조용히 차창우에게로 향했다.인정이 내뱉은 말들은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분개하고 주먹질을 하고 싶을 만큼 심했다.제나가 손을 올린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어딜 봐도 재벌가 아가씨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시장통에서 악다구니 쓰는 사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셋째 작은아버지.”경후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인정이 치료도 거의 끝났을 겁니다. 이제 나와서 사과하게 하시죠.”차창우는 숨이 턱 막혔다. 차창우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경후의 눈에도 뻔했다. 제나가 상처받는 꼴은 절대 못 보겠다는 태도였다.아까까진 한발 물러서 있더니, 이제 와서 좋은 사람인 척이라도 하려는 건가?좋은 사람 흉내가 아니었다. 일부러 불을 지피고, 남의 손을 빌려 칼을 휘두르려는 속셈에 가까웠다.제나가 모욕을 당하면, 결국 뒤돌아서 차씨 가문 쪽을 물고 늘어질 사람은 경후였다.설마 자기 부모한테 화살을 돌리겠는가?차민균과 류서윤 부부는 계산이 참 빨랐다. 친아들까지 이용해서 차씨 가문을 압박하고, 눈엣가시를 치워버리려 하다니.그제야 차근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
차창우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손에 쥔 삼단봉을 경후 쪽으로 치켜들었다.“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여 봐.”차창우가 갑자기 삼단봉을 꺼내 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구경하듯 모여 있던 사람들은 괜히 휘말렸다가 다칠까 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경후는 태연했다.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제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경후 앞을 막아섰다.차근수도 차창우가 삼단봉을 꺼내 든 것을 보고 놀랐다.하지만 차근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힌 차근수가 낮고 엄한 목소리
“제나야,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에게 손을 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가서 사과해라. 그럼 이 일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하자. 어떠냐?”제나는 차근수가 경후와 제나 쪽을 감쌀 줄 몰랐다.벌도 내리지 않고,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면, 제나에게는 가장 나은 결론이었다.제나가 조금 억울한 건 괜찮았다. 하지만 경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경후가 무언가를 잃는 것도 원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차근수는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굽힐 때 굽힐 줄 알고, 영리하게 상황을 읽을 줄 아는 여자
차근수가 그 뜻을 모를 리 없어서 바로 차민균 부부를 바라보았다.“너희 생각은 어떠냐?”차민균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사람들한테는 젊은 사람들 생각이 있겠지요. 저희가 어른이라고 해도, 결국 당사자들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쪽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차민균의 말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태도는 분명했다. 이 일은 자신과 상관없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물론,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싸 주는 말 한마디
가면남은 천천히 제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어둠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치자, 그는 높은 자리에서 수정 침대에 누운 제나를 내려다봤다. 마치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를 보는 눈빛이었다. 남자는 손을 뻗어 제나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목소리는 흐리고 불안정하게 흘러나왔다.“차경후의 여자라니... 상상만 해도 통쾌하군.”제나의 몸이 굳었다.“원수인가요? 사장님이... 차경후의 원수이신가요?”“의외라는 건가?”가면 뒤 눈빛은 날카로웠고, 남자의 손끝은 제나의 윤곽을 아무렇지 않게 더듬었다.가면남의 손끝에 밴 굳은살의 감촉이
또 하루가 흘러가고, 어느새 다섯째 날 밤이 찾아왔다.가면남은 늘 그렇듯 비슷한 시각에 방으로 들어왔다.그는 먼저 불을 켜고, 준비한 듯 핸드폰을 제나에게 건넸다.제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통화 기록을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한 건의 통화 녹음 파일이 남아 있었다.손끝이 떨렸지만, 제나는 그 녹음을 눌렀다.“차 대표님, 절 기억하시나요?”가면남이 변조한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잠깐의 정적. 이어 낮고 차가운,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기억하지.]“하제나...”가면남이
제나는 늘 생각했다. 가면남의 태도에는 어딘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마치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놀리듯, 매일 조금씩 달콤한 미끼를 던져 희망을 품게 하다가, 막상 기대가 차오를 때쯤이면 무참히 꺾어버리는 식이었다.“상관없어.”가면남은 제나의 거절 따윈 개의치 않는 듯 몸을 일으켜 등불을 껐다.이어 가면을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제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서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오늘은... 도와달라는 거 없어요.”“그래서?”숨이 가빠진 제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하제나, 내가 아직도 그렇게 순진한 줄 알아?
제나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목소리에는 낯섦이 묻어났다.“유재준 씨.”그 짧은 호칭에 담긴 거리감이 그대로 전해지자, 재준의 얼굴빛이 굳어졌다.그는 다가와 제나의 어깨를 붙잡았다.“왜 내 전화를 계속 피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제나는 곧장 그의 손을 뿌리쳤다.“손 치워 주세요.”“혹시 나를 오해하는 거야? 알아, 이번 일은 내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네가 납치를 당한 거야. 하지만...”“유재준 씨.”제나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그동안 도와준 건 고마워요. 하지만 제 친구가 곧 올 거예요.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