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리가 마침 입을 열려던 참에 허경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도 그를 찾으러 가겠다고요? 그렇게도 무례한 데 굳이 시간까지 낭비하면서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요?”허경천은 오늘 화인 그룹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은지라 이신이 이 자리에 있는데도 전혀 거리낌 없이 말했다.“역시 화인 그룹 대표님은 다르네.”신유리는 이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별로 찬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나지막이 말했다.“이왕 상의하러 온 거라면 상의해 봐야죠, 그리고 그에게 따로 볼 일도 있어서요.” 이신은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깔고 눈동자에 드리운 고민을 가린 채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다릴까?”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건축자재 시장에 갈 거면 먼저 가는 게 좋겠어. 이따가 찾으러 갈게.”이신은 떠나기 전에 여전히 신유리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아래층에서 반 시간 정도 기다릴게.”신유리는 그의 말에 흔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얼굴에 냉랭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미간에는 부드러움과 어쩔 수 없어 하는 기색이 어려있었다.그리고 걱정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신유리의 기다란 속눈썹이 떨리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설명했다.“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돌아가서 설명할게.”계단을 내려갈 때 허경천은 이신을 보며 감탄했다.“난 네가 이렇게 성격이 좋은지 왜 이제껏 몰랐지?”이신은 무표정으로 말했다.“네 성격이 더러워서 그래.”허경천은 되려 욕을 먹고 입을 다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신이 아까 신유리앞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반면 위층에서.신유리는 이석민을 따라 사무실로 갔다. 안에는 쥴리와 낯선 남자가 있었다.이석민은 이내 신유리한테 소개했다.“새로 온 인턴이에요.”이석민의 소리에 업무에 집중하던 쥴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괜히 말을 이었다.“혹시 네가 대체 불가능한 줄
신유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이신과 허경천은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갔고 이신은 물었다.“일은 잘 처리됐어?”“응.”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서준혁이 우리더러 더 합리적인 기획안을 만들어 보내면 된다고 했어.”허경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오~ 양보하는 건가?”“양보라 할 것도 없고 적어도 기회이니 그때 가서 기획안을 마련하면 내가 가져갈게.”신유리가 나지막이 말했다.허경천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차라리 기획안을 수정하는 것을 더 받아들일 수 있었다.마음이 한결 맑아진 그는 고개를 돌려 이신한테 물었다.“지금 건축자재 시장에 가볼까?”이신은 “응”하고 대답하고 이내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봤다.“가서 자료 준비해 줄게. 건축자재 일은 나도 잘 몰라서.”이신의 얼굴에 잠시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네 일은 잘 처리된 거 맞지?”신유리의 텐션은 보기에 그다지 높지 않아서 일이 제대로 처리된 것 같지는 않았다.이신의 눈빛에는 그녀를 향한 관심이 스쳐 갔고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웠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더니 대답했다.“그래.” 신유리가 나간 후 사무실에는 서준혁과 송지음만 남았다.송지음은 서준혁을 보며 왠지 모를 감정을 느꼈고 점점 더 서준혁과 연애를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준혁은 이제 그녀한테 전혀 관심이 없어 아래층 비서실에 그녀를 보냈고 인턴도 새로 뽑았다.송지음의 마음속에는 서준혁이 그녀를 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녀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오빠...”서준혁은 손에 들린 서류를 훑어보며 대답했다.“무슨 일인데?”“나...”송지음이 입을 열려는 순간 서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서준혁은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이내 표정이 차갑게 변하더니 송지음을 한번 흘겨보고는 전화를 받았다.송지음은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서준혁이 서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가 되었다.그
그녀는 어르신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서준혁이 어렸을 때 어르신을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유리는 이전에도 늘 서준혁과 함께 어르신을 뵈러 갔는데 그때마다 어르신은 앞으로 그녀가 서씨 가문의 손자며느리가 될 것이라고 즐겨 말씀하셨다. 그리고 서창범과 하정숙에 비해 서씨네 가문에서도 오직 어르신만이 그녀를 어린애처 이뻐해 줬다. 신유리는 아직도 그녀가 처음으로 서준혁과 함께 어르신을 만나러 갔을 때 어르신이 돈을 챙겨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어르신은 일찍이 그녀 앞에서도 서준혁에게 아내한테 잘해야 한다고 교육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신유리는 어르신을 뵈러 가기 꺼려했다. 그녀는 어르신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어르신께서 안타까워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더욱이 어르신의 앞에서 서준혁과 아무 일도 없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거절을 하기도 전에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만나러 가지 않으면 아마 할아버지께서 직접 찾아오실 거야.”어르신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찾아오고도 남았다.서준혁의 고집은 대부분 어르신을 닮은 것이었다. 신유리는 숨을 고르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였다. “만나러 갈게.”서준혁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그때 데리러 올게.”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준혁은 평소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다소 엄격했고 게다가 결단력까지 있었다. 그러나 신유리는 그가 가깝고 신뢰하는 사람을 대할 때 사실 말하기 편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예를 들면 할아버지나 채리연을 대할 때처럼 말이다. 그녀처럼 그렇게 친밀하지 않은 관계라면 그는 비교적 잔인했다. 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잠시 이런 생각을 떠올렸을 뿐 이내 서준혁과 함께 공사 현장으로 갔다. 허경천은 마침 밖에 있었는데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대표님꼐서 또 감독하러 오셨나 봐요?”그의 말투가 불친절하자 서준혁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바로 들어갔다. 신유리는 서준혁의
진욱은 눈빛을 한순간에 거두어들였다. 신유리는 원래 임아중에게 일깨워주려 했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마침 임아중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앞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농구복을 입고 있었고 겉에는 회색 맨투맨을 아무렇게나 걸쳤다. 스포츠머리를 했으며 오른쪽 귀에는 눈에 띄는 검은색 피어싱까지 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임아중은 이미 그에게 인사까지 건넸다. “고상민, 이쪽이야.”고상민으로 불리는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말을 마치고 임아중의 옆에 있는 신유리를 보더니 날카롭고 긴 눈이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는 별로 다정하지 않은 말투로 임아중에게 물었다. “친구 데리고 왔으면서 또 나를 불러서 뭐 해요?”임아중은 빙그레 웃더니 이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쓸데없는 말이 왜 이리 많아. 오라면 오는 거지.”그녀는 신유리에게 대충 소개했다. “고상민, 성남대학교, 3학년, 미운 동생이야.”신유리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남자 친구?”임아중이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표정이 갑자기 변하더니 고상민의 팔을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수줍은 듯 말했다. “그래. 동생과 연애하는 게 늙은 남자랑 연애하는 것보다 훨씬 즐겁지.”“아중언니.”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에 신유리가 돌아보니 금방 진욱의 곁에 서있던 그 여자애였다. 눈매가 진욱과 다소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이번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진욱의 여동생 진민정일 가능성이 컸다. 임아중은 고상민을 껴안은 채 얼굴의 웃음을 서서히 거두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민정아, 생일 축하해.”진민정은 망설이고 고민하는 얼굴로 임아중과 고상민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아중언니, 우리 오빠가 전에...“임아중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민정아, 내 남자 친구 앞에서 네 오빠 얘기는 꺼내지 마. 우리 강
이정은 원래 신유리가 적어도 좀 난처할 거라고 생각했다. 필경 사람들 앞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말을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신유리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제가 돈이 부족한 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제가 이씨네 가문에 빚진 돈은 없지 않은가요?”이정은 순간 멈칫했고 신유리는 이미 몸을 일으켜 떠나려 했다. 다만 정재준의 곁을 지나갈 때 그녀는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정재준 씨, 당신은 그렇게도 저를 싫어하면서 매번 저를 볼 때마다 친한 척하는 게 너무 천한 짓 아닌가?”신유리는 정제준과 이정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임아중에게 먼저 가겠다고 문자를 보내려다가 마침 그녀가 고상민을 끌고 어두운 안색으로 다가왔다. 임아중의 말투도 좋지 않았다. “유리야, 가자. 재수 없어서 더는 이 더러운 곳에 못 있겠어.”신유리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 채 어리둥절해서 고상민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이 약혼녀를 데리고 여동생의 생일을 축하해주는데 뭐가 재수 없는 거죠?”임아중은 냉소했다. “돌았나 봐. 약혼녀를 데리고 오면서 나를 초대하다니, 정말 내가 꺵판 칠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진욱이 초대한 것도 아니잖아.”고상민이 정곡을 찌르자 임아중의 분노가 갑자기 풀렸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애초에 나를 초대하지도 않았어.”임아중은 돌아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야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유리야, 왜 내가 너랑 함께 가자고 했는지 알아?”“왜?”“ 너만 아무것도 묻지 않으니까.”차 안은 매우 어두웠고 임아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친구들은 거의 다 진욱을 알고 있어. 게다가 내가 어떻게 쫓아다녔으며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들은 똑똑히 알고 있어.”신유리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사실 뭐 말할 것도 없어. 진욱은 애초에 날 좋아한 적이 없어. 그는 노윤지 같은 여자를 좋아해.
서준혁의 말속엔 마치 수많은 가시들이 빼곡히 박혀있는 듯싶었고 그것을 들은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아버지가 주신 물건들은 소소해보여도 몇 백 만원의 가치가 있는 귀한 것이었다.그리고 수많은 물건들 중 섞여있는 팔찌하나를 서준혁이 기억하고 있는지 신유리는 궁금했다.그 팔찌는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실 때 서준혁이 신유리를 데리고 병문안을 갔을 무렵에 준 의미 있는 물건이었다.할아버지는 서준혁의 면전에서 팔찌를 꺼내들어 바로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서준혁의 할머니가 미래의 손주 며느리에게 남겨준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두 사람의 결혼식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준다는 말까지 보탰다.신유리가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찰나 서준혁이 그녀 대신 할아버지의 손에서 팔찌를 건네받았다.그리고 그 팔찌를 신유리는 지금까지도 잘 보존하고 있었고 이번에 돌아가 짐정리를 할 때가 돼서야 할아버지한테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문뜩 떠올랐다.[나는 이미 그 집안 며느리가 아니니까, 가지고 있으면 안 되지.]신유리는 팔찌가 담겨있던 상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것 때문에 서대표님이랑 또 말하고 싶지 않은데... 할아버지가 속상해 하시면 어떡하지?][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게 더 이상하잖아.]“제가 시간나면 바로 돌려드리러 갈 거예요.”신유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준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표정은 약간 굳어갔다.할아버지는 이번에 돌아와서는 줄곧 서씨네 집에 같이 살고 계셨는데 하정숙과의 사이가 별로 좋지만은 않아 먼저 음식을 잘하는 식당에서 만나자고 신유리에게 제안했다.그들이 약속한 식당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진즉에 도착해 그들을 기다리고 계셨다.서준혁과 신유리가 들어서자 할아버지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유리야, 여기 와서 앉아.”할아버지의 말에 잠시 당황하던 것도 잠시 신유리는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할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그녀의 말에 할아버지는
화장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신유리는 서준혁의 말을 그대로 다 들어버렸다.그녀는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할아버지는 신유리가 돌아온 것을 보고서야 메뉴판을 건네주며 말을 했다.“유리야, 뭐 먹고 싶은 거 있니?”신유리는 할아버지의 말에 아주 간단한 요리 두 개만 시켰다. 하지만 정작 요리가 나오자 입맛이 없어 젓가락을 잘 들지 않았다.할아버지는 오늘 기분이 좋으신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들을 드셨고 그걸 본 신유리는 할아버지가 소화불량이 될 가봐 그만 드시라고 말렸다.“유리야, 입맛이 없니? 아니면 맛이 없나... 다 내 탓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시켰구나.”할아버지는 신유리가 젓가락을 들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천천히 물었다.“저 요즘 체중관리 좀 하려고요. 요리들 다 너무 맛있어요!”신유리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고 할아버지는 안심된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말랐는데 무슨 관리니. 원래 젊은 여자들을 많이 먹고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보기 좋잖아 더욱.”신유리는 할아버지의 말에 얼른 앞에 놓인 음식들을 마저 먹었고 할아버지는 식곤증이 밀려온다면서 집으로 돌아가 휴식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돌아가기 전 할아버지는 신유리랑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는 듯 자꾸만 했던 말을 반복했다.“유리야, 나 이번에 성남으로 돌아가고는 아무데도 안 갈 거야. 그러니까 나 좀 많이 보러 와주라, 이 할애비는 네 성격이 너무 마음에 드는구나. 준혁이랑은 다르게 싹싹하고 착한 것이 참 좋아.”신유리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주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럴게요, 할아버지.”할아버지가 옆에 있던 간호도우미에게 눈치를 쓱 주자 도우미는 얼른 아까 그 선물주머니를 신유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유리씨, 이건 할아버님이 준비하신 선물입니다.”“이거 사려고 할아버님이 직접 안주까지 다녀왔습니다. 유리씨가 거절한다면 많이 상심하실 거예요.”그 말을 들은 신유리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었다.그녀는
송지음이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에게서 바로 답장이 와버렸고 문자를 확인한 송지음의 의 눈빛은 쌔하게 변했다.경희영은 그런 그녀의 옆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는 먼저 물었다.“괜찮아요?”“아, 네. 괜찮죠 그럼.”송지음은 경희영의 물음에 정신을 확 차리는 듯싶더니 입술을 깨물며 대답해줬다.경희영은 송지음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며 계속 말했다.“다 제 잘못 이예요. 여기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그녀는 경희영의 손을 피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눈망울에는 눈물들이 그득하게 맺혀있는 모습이었다.그런 송지음의 모습에 경희영은 정말로 마음이 약해져만 갔다.그 시각, 신유리는 서준혁과 헤어진 후 택시를 타고 바로 별장으로 향했다.원래 신유리는 바로 성북으로 가려고 하였지만 할아버지한테서 받은 선물들이 너무 비싼 물건들이라 그곳에 놓으면 불안하여 바로 별장으로 간 것이다.이신일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임아중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임아중의 기분은 많이 좋아졌는지 아주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신유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그녀는 신유리 손에 들린 선물꾸러미를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뭐 샀어요?”“아, 산 게 아니라 선물 받았어요.”“어머, 완전 대박이시다. 이런 액세서리들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거 봤는데 완전 비싸던데요?”신유리는 이미 서준혁한테서 이 선물의 가격을 알았던 터라 고개만 끄덕이고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다시 내려가려고 할 때, 마침 이신일행들과 딱 마주쳤고 신유리는 이신과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고는 바로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어제 미루고 미룬 꽤나 많은 양들의 문서는 오늘 꼭 처리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서재로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할아버지는 여전히 다정다감한 말투로 그녀에게 먼저 말했다.“유리야, 준혁이가 집에까지 데려다줬니?”“집에 도착했어요.”대답을 하던 신유리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혹시 무슨 일 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