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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6.07.2026 04:06:10

법당을 나서 차로 향하는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영이가 동생이 아니었다.

오빠가 오빠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혼란에 머릿속이 뒤엉킨 탓인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도 없었다.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했다.

준호는 일단, 자신들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주지 스님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었다.

사찰이 점점 멀어질 때 즈음 영이가 입을 열었다.

“오빠..”

“어.”

“그냥... 앞으로도... 우리 오빠 해주면 안돼?”

혹시라도 떠날까 두려워 한참을 망설이다 내뱉은 말이었다.

그나마 오빠라는 사실 하나로 이기적인 자신을 지켜주고, 사랑해주고, 챙겨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빠도 아니라면 아예 남남이라는 거잖아.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오빠가 나로 인해 세상에서 고립될까, 가족들과 멀어질까. 그게 두려워 동생으로 곁에 있고 싶었는데.

그토록 바라던 꿈이 현실이 되어 돌아온 순간, 오히려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관계가 더 비참했다.

끼익─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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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5화

    웃음을 흘리며 펜션 앞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 산속에 위치한 독채 펜션은 준호의 소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주변에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숲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문이 열리자 꽤나 넓은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사방이 편백나무 천지였고 말이다.“향 엄청 좋아! 벽난로도 있어!”“응. 둘러보고 있어. 오빠 짐 좀 더 꺼내올게.”준호가 다시 짐을 가지러 간 사이, 영이는 혼자 펜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어디를 가도 향긋한 향이 코를 찔렀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방문을 열자 깨끗하게 정돈된 침구와, 벽 한쪽을 전부 가린 붙박이장이 보였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영이는 후다닥 붙박이장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전에는 집 안에 있던 붙박이장 안에서 웅웅거리는 귀를 막고 한참을 떨었었는데, 지금은 준호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설레임을 만끽하고 있다니.“영아! 영아..?”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아!”자꾸만 커지는 목소리,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까지.심장이 쿵쾅거리고 자꾸만 웃음이 나서 입까지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어디 있어? 장난치지 마!”“유영!”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벌컥!붙박이장 문이 열리는 순간,“어흐응!”아빠 다리를 한 영이는 호랑이가 발톱을 세우는 것처럼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준호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세상에 이런 귀염 뽀짝 한 맹수가 있나. 넌 지금 사랑스러움의 도를 지나쳤어. 그리고 그건, 내 인내심을 와장창 박살 내는 완벽한 요소고. “뭐? 어흥?”“깜짝 놀랐지!”허리부터 감싸안았다. 순식간에 상체가 밀착되고 거세게 뛰는 두 개의 심장이 맞닿았다.“이걸 어떻게 참아.”입술이 포개졌다. 준호의 몸은 이미 붙박이장 안으로 절반쯤 들어가 있었다.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영이는 점점 더 안쪽으로 몰렸다. 다리가 풀리며 자연스레 준호의 허리 양옆을 감싸자, “하..”준호의 숨이 거칠어졌다. 허리를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4화

    “석현아, 놓는다는 건 어려워. 암, 어려운 일이지. 근데, 끌어안고 있는 건 더 괴롭단다.”나긋하게 이어지는 어머니의 말에 석현은 자꾸만 고개가 숙여졌다.“어떤 삶을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인 거니?”“아직 잘... 모르겠어요.”“엄마는 엄마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값진 인생이라고 생각해.”맞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조건이든, 누군가에게 상처보다는 행복을 주는 쪽을 택하는 게 정답이겠지. 신준호, 그리고 TF팀.우리가 만든 기적이 영이에게 일상을 선물했다. 신분이 생기고, 직장이 생기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그렇다면 나는.... 이토록 아파할 이유가.... 없다.“엄마, 저 나가봐야겠어요.”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석현이 희정을 꼭 끌어안고 볼을 부볐다.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욕실 문이 쾅 닫히는 순간, 희정은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슬퍼서가 아니라 기뻐서. 자식 농사 하나는 성공한 것 같아서.석현은 샤워를 하고, 급히 회사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준호의 사무실 문부터 활짝 열었다.“어이! 닭살 커플!”준호와 영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표정도 똑같았다. 놀라움 반, 미안함 반.“휴, 휴가 쓴 거 아니었어?”“넌 친구가 안 쓰던 휴가를 썼는데, 어떻게 연락 한 통이 없냐?”“푹 쉬라고.”영이가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사님.. 혹시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걱정했어요.”“술병이 좀 나서.”“아...”“영아, 오빠는 아직도 영이 좋아해.”찌릿.준호의 눈동자에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 “동생으로.”삽시간에 훅 꺼져버렸다. “이사님....”“그러니까 유 비서, 앞으로도 귀여운 동생 노릇 똑바로 하라고!”“....”이번에는 석현의 눈동자가 준호를 훑었다.“그리고 신준호 너, 유 비서랑 싸우면 난 무조건 유 비서 편이다.”“어.. 응..”해맑은 미소를 마지막으로 문이 닫히자, 준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어도 미안하다는 말은 다시 한번 하고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3화

    영이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좀 이상하게 구는 날은 처음이 아니었고, 오늘도 그냥 그런 날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기로 한 것. 준호가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우와... 여긴 히노끼 욕조도 있네.”“욕조 좋아요. 일 보고 몸 녹이면 딱이겠어요.”영이는 바보다. 욕조에서 몸을 녹이긴 왜 녹여. 벌거벗고 들어가서 사랑을 나눠야지.아, 얼마나 짜릿할까. 상상만해도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것 같은데.하지만 정신을 차려야한다. 여기는 회사다.“흠, 독채 펜션이 더 나으려나?”“근데.. 펜션에서 무슨 일을 해요?”무슨 일이냐니, 섹스지. 섹스.“자.. 자연을 벗 삼아 리프레쉬하고.. 그러다 보면 프로그램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대표님. 결국 쉬러 가는 거네요?”젠장, 결국 들켜버렸다. 영이의 눈치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막아야 하지. “크흠, 아무튼 내일 저녁에 출발할 거야.”“둘만요..?”“어. 우리는 원래 둘이었고 앞으로 둘 뿐일거야.”***한편, 석현은 소파에 대자로 누워 술병에 허덕거리고 있었다. 갈증은 나는데 주방까지 갈 기력도 없어 좀비처럼 앓는 소리만 내던 중, 삑. 삑삑삑─!도어락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석현의 어머니 ‘노희정’이 들어섰다. 가끔 낮 시간에 들러 반찬을 두고 가긴 하는데, 오늘은 아들이 집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방문이었다.“어머, 석현아!”“으.. 오셨어요.”“너 출근 안 했니? 집안 꼴이 이게 다 뭐고!”늘 깨끗하기만 했던 집이 전쟁이라도 터진 것처럼 너저분했다.테이블 위에 올려진 술병과 과자 과자봉지, 게다가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컵라면까지.가장 큰 문제는 지금은 평일 낮이라는 것.“휴가 냈어요.”“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무슨 일 있어?”“아니에요. 또 반찬 때문에 오신 거예요?”“에휴...”희정은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반찬통을 옮겨 담았다. 이제야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석현은 희정에게 다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2화

    눈만 껌뻑거리는 영이를 바라만 보던 중 꼴깍,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오빠는.. 싫은가 보네.”“아니야!”0.00001초 만에 번개처럼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전에는 눈만 마주치면 달려들었는데, 왜 완벽한 남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 조심스러워 지는 건지.절에서 영이 부모님 이야기를 듣고 와서 그런가. 아니면 강석현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가.“맞다, 아까 스님이 주신 건 잘 챙겨 놨어?”“연주옥?”“응.”영이가 준호의 손목을 이끌고는 침실로 향했고, 얼떨결에 끌려간 준호는 영이의 손끝을 따라 눈을 돌렸다. 협탁 위, 곱게 접힌 손수건에 올려진 연주옥의 모습이 꼭 편안한 잠에 든 것 같았다.“여기다 둘 거야?”“응, 그럼 자는 동안 꼭 엄마가 지켜주는 것 같잖아.”“치, 뭐야. 나랑 잔다더니.”말이 끝나기도 전, 영이는 이미 베개를 품 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가자. 오빠 침대가 더 넓잖아.” 그날 밤, 두 사람은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를 끌어안았다.영이의 젖꼭지는 준호의 손끝이 닿는 순간 단단하게 서올라버렸고, 다리가 벌어진 순간에는 말도 안되게 젖어버린 모습에 준호가 숨을 멈출 정도였다.“하, 영아. 벌써부터 이러면...”“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오빠... 빨리... 빨리 넣어줘....” 질구를 파고드는 성기의 열기도 전과는 사뭇 달랐다. 훨씬 더 뜨겁고, 그만큼 훨씬 더 굵직했다."하아, 아, 오빠... 커... 커서... 좋아..."이제는 아무런 거리낌 없어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사이. 그 믿기지 않는 현실은 고스란히 흥분감으로 몰려와 두 사람의 머릿속에 본능만을 남겼다.영이는 깨달았다. 섹스라는 건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행위라는 사실을.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이가 아니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영이의 깊은 곳에 제 흔적을 모조리 새겨넣는 지금, 나는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다. "하, 미치겠어, 영아.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1화

    석현은 멍하니 앉아 영이와 준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가슴속에 들어찬 불안함,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앞으로의 상황들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석현아.”“당당하게 만나겠다는 선전포고라도 하러 온 거야?”실로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였다.도무지 사과와는 어울리지 않고, 감정의 결이라곤 하나도 정돈되지 못한 혼란만이 가득한 공간. “영이가 너랑 있는 걸 보면 늘 질투가 났어. 오빠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알아. 티를 적당히 냈어야지.”“미안해. 이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근데 석현아, 나는... 너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온 거야. 사과하려고.”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상처란 상처는 다 줘놓고는 누구 하나 잃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자식.석현의 눈길이 영이를 향했다. 지금 중요한 건 신준호 이 자식의 개소리가 아니라, 오직 영이의 마음이었다.“영아.”“석현 오빠.. 미안해요.”미안해요. 그 한 문장에 모든 뜻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영이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특히나 호텔까지 다녀 왔을때는 희망의 크기가 순식간이 커져서 별의 별 상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그런데도 불안함이란 감정이 끝까지 지워지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더는 두 사람을 마주할 수 없었기에,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준호가 곧바로 따라 일어나 석현의 어깨를 붙잡았다.“놔.”“이대로 가면 어떡해.”“지금은 할 말이 없다.”영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보탰다.“오빠. 죄송합니다.. 제 어리석은 판단이 오빠에게 상처를 줬어요.. 다.... 다 제 탓이에요..”처음으로 영이의 말이 듣기 싫었다. 아니, 그보다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준호의 손을 밀어내고 그대로 카페를 빠져나왔다."와,

  • 나는 공범이었다   제140화

    준호가 입술을 살짝 떼고, 코끝을 붙인 채 중얼거렸다.“다 들려. 네 심장 소리. 그러니까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마.”“....”“너한테도 나, 여전히 오빠 아니지.”영이는 대답 대신, 다시 눈을 감았다.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준호의 앞에서는 그 어떠한 거짓도 소용 없어보였다.그리고, 더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같이 거짓만을 늘어놓던 요즘은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았으니까. 딸깍.안전벨트를 풀어내는 소리가 들렸고, 또 한 번 입술이 포개졌다.이번엔 더 확실히. 조금 더 거칠게.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말이다.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준호는 영이를 품 안에 꼭 가두듯 안아주었다.“우리만 생각하자. 당분간은.. 그냥... 마음에만 집중하자.”“근데 오빠, 나....”“응?”“나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무슨 뜻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강석현, 그 자식한테 미안한 거겠지.“상관없어.”“나는... 내가 석현 오빠를 좋아하면, 오빠한테도 좋은 사람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바보 같기는. 그런 선택만 않았어도, 자신 역시 강석현한테 미안해 죽을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다. 그건 영이 탓이 아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내 아무것도 몰랐던 내 탓이다. “석현 오빠한테 미안해서 어떡하지? 상처 줘서 어떡하지...?”“내가 더 잘 해야지. 그리고 영아, 사랑은 원래 고행이야.”“오빠가 어떻게 알아.”“뭐?”“모태 솔로잖아.”헛웃음을 내뱉고, 반짝이는 영이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주었다. 붉어진 얼굴이 꽤나 귀여웠지만, 집에 가서 제대로 안아주고 싶었으니까. 다시 차가 출발하고, 두 사람의 마음은 딱 행복 반, 죄책감 반이었다. 온전히 기뻐하기엔 자꾸만 석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집이 가까워질 무렵, 스크린에 초록색 수신 알림과 함께 석현의 이름이 떠올랐다.잠시 망설이던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자 석현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어디냐?”“집 근처

  • 나는 공범이었다   제4화

    “뭐지?”“8... 88% 입니다!”놀라움이 담긴 말과 함께, 스크린 화면에는 단 하나의 사진이 떠올랐다.좌측 상단을 보아하니, 회사 소유의 드론이 어젯밤 11시경. 찰나에 찍은 사진 같았다. 가로등 하나에 의존한 여자는 무언가를 품 안에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표정은 없었고 품 안에 끌어안은 건 얇은 책인지 종이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준호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88%.그 수치는 우연으로 넘길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지만, 화면 속의 여자는 분명

  • 나는 공범이었다   제3화

    “누군지 물어봐도 되냐.” 넥사이드(Nexide)를 설립하고 딱 1년째 되던 날, 유일하게 믿는 친구이자 전무인 '강석현'이 처음으로 물었다. 솔직히 그동안 묻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였다.전국 단위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돌리며, 오직 한 사람만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왜 이제서야 묻냐.”“중요한 사람인 건 충분히 알았고. 도대체 뭔데 이래.”잠시 숨을 고르던 준호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죽겠는 사람.” “뭐...?”“넥사이드를 세운 유일한 이유.”그 말은 결코 농담이 아

  • 나는 공범이었다   제2화

    - 똑, 똑. 현실로 정신을 되돌려 놓듯, 단정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준호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지그시 누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집무실 문이 열리고, 아버지 신태호가 들어섰다.오늘따라 시선이 어깨로 갔다. 견장 위에 반짝이는 별 세 개. 괜히 눈살이 찌푸려졌다.“자꾸 말없이 오시면, 직원들이 불편해한다니까요.”“군에서나 그렇지 뭐. 여기 커피가 꽤 맛있어.”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테이블 위엔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커피 두 잔이 놓였고, 태호가 커피향을 음미하

  • 나는 공범이었다   제1화

    “유영! 영아...!” 정신없이 집안을 헤집었다. 열려 있던 방문을 하나씩 확인하고, 지하실을 들락거린지 삼십여 분. 아무 대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을 부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더 이상 그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영아..!”얼마나 애타게 불렀는지, 목이 잔뜩 쉬어가고 있었다. 교복 넥타이는 헐겁게 풀렸고, 거실 슬리퍼는 한쪽만이 위태롭게 발을 감쌌다. 그때였다.“신준호!”어머니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집안을 갈랐다.숙경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아들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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