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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2 07:28:32

여전히 가슴팍에도 닿지도 않는 키, 연갈색의 눈동자와 길게 내려온 속눈썹, 밤인데도 도드라지는 새하얀 피부와 오똑한 콧날까지.

AI도, 수치도 필요 없는 날것 그대로의 확신이었다.

“영아.”

“누구... 세요?”

숨이 목구멍에서 걸려버렸다. 역시나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십 년이란 세월은 준호의 체격을, 인상을, 표정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 

“나야. 신준호. 준호 오빠.”

그 이름을 듣자마자 영이의 얼굴이 굳더니, 곧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보면 안 될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눈동자가 보란 듯이 흔들렸다.

“유영! 영아!”

“가, 가세요...”

“무슨 소리야. 얼마나 찾았는데. 얼마나 걱정 했는....”

순간,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던 영이가 검지 하나를 들어 자신의 코 끝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너무도 익숙한, 기억 속에 여전히 또렷한 제스처였다.

“누가 보고 있어요. 들어오시면 안 돼요.”

그제야 보였다. 대문 위, 처마 아래. 불빛이 깜빡이는 카메라로 보이는 것들. 

영이는 마치 문 밖의 상황과, 아니 준호와 멀어지려는 듯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문틈은 여전히 반만 열려 있었다.

“괜찮아. 잠깐만. 잠깐만 들어갈게.”

“안 돼요! 여긴 말 해서도 안 되고, 나가서도 안 되는 집이에요.”

말 해서도 안 되고, 나가서도 안 되는 집?

세상에 그딴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이가 내뱉는 말은 하나같이 이상함과 부자연스러움 투성이었다. 

 

당연히 분노부터 차올랐지만,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누가 또 있어? 혼자 있는 게 아니야?”

“아니요.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그냥 제발, 제발 좀 가 주세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누가 있든 말든 상관없었다.

대문을 활짝 열고 정원으로 발을 들이려 했다. 

그 순간 영이가 다급히 달려와, 그 작은 몸뚱어리로 준호를 밀쳐냈다. 

“안 돼요...!”

그러고는 준호의 옷깃을 붙잡고, 가로등도 없는 숲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낑낑거리며 걷는 모습, 숨이 차올라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이 여전히 열네 살의 아이 같았다. 

나뭇가지가 팔을 스쳤고,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렸다.

그 소리마저 답답했다.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 건데? 왜 이렇게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건데?

 

“영아, 잠깐만.”

“...”

“영아!”

영이가 그제야 멈춰 섰다.

가장 어두운 지점, 집도 길도 보이지 않는 곳. 그곳에 다다르고 나서야 잡고 있던 옷깃을 힘없이 놓아버렸다. 

“얼른 가세요.”

“얘기 좀 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은 어떤지. 응?”

“싫어요. 안 돼요.”

어깨라도 붙잡아 흔들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작고 가늘었다.

혹시 카메라 때문에 그런 건가?

단순히 경비 목적으로 설치했다기엔 실로 과했다.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카메라가 걱정돼서 그런 거면, 내가, 오빠가 다 해결……”

“아니요. 저는.... 저는요... 오빠가 싫어요.”

생각보다 상처로 다가오지 않았다.

좋을 리가 없지. 미워하고 싫어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사과하러 왔어. 그래서 사는 내내 너만 찾아다녔어. 

“미안해, 오빠가 너무 늦었지.”

영이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 눈물은 꼭 구해달라는 외침처럼 보였지만,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말은 자꾸만 다른 방향을 향했다.

“다신 오지 마세요...”

찬 바람이 불었다. 영이의 새하얀 원피스 자락이 펄럭였다.

흰 자락이 꼭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같이 느껴지던 찰나, 영이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오빠 동생이래요. 근데 보람이처럼... 어여쁜 동생은 아니랬어요.”

“....뭐, 뭐라고?”

“오빠랑 만나면요, 오빠를 불행하게 한댔어요. 그러니까 가요. 오빠 싫어요, 오빠 미워요...!”

준호는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귀에 꽂힌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튕겨 나왔다. 

영이가 내 동생이라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 내 동생이라면, 그 긴 세월을 그렇게 무심하게 가둬뒀을 리 없잖아.

숨이 막혔다. 반박할 말은커녕 떠올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정신을 차렸을 때, 영이는 이미 어두운 숲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곧이어 들려온 대문이 닫히는 소리,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는 다급하기 그지없었다. 꼭 관계를 봉인하는 소리 같았다.

“하, 별 그지같은 말을 다 들어보네.”

사실이 아니라 확신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도 미워 죽겠는 부모님인데, 더더욱 용서하지 못하겠지. 

아니, 용서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일들이 이제야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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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돌아온 석현은 다시 한번 세화의 이력서를 살펴보았다. 한국 대학교 디지털마케팅 공학과, 평균 학점 4.4. 전공 자격증과 졸업 논문도 이 정도면 상타치였다. 아, 가족 사항은 애초부터 기입할 수 없도록 삭제시켰다. 바로 후회했다. 아씨, 장녀인가? 막내인가? 아니, 이걸 지금 왜 궁금해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왜 몸에도 맞지 않는 큰 옷을 입어가지고. 면접 볼 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바닥에 종이나 흘리고 쪼그려 앉아있냐고.몰라, 모르겠다. 어차피 TF 팀도 아니고, 마케팅 부서에 입사할 조무래기 막내일 뿐이다. 이력서 파일을 덮고, 준호의 방으로 터벅터벅 향했다.“배고파!”“아저씨, 그렇게 참을성이 없으셔?”준호의 놀림은 끝나지 않았고, 석현은 부들부들. 그 아저씨란 말이 점점 더 혐오스러워졌다.“아저씨 아니라고!”“유 비서.”“네, 대표님.”“만약에, 너랑 강석현이랑 생판 모르는 사이야. 근데 먼저 말을 걸어야 해. 그럼 뭐라고 부를 거야?”“음... 저기요?”“땡! 정답은 아저씨입니다!”석현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먼저 간다.”잔뜩 삐져서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찌질하기 그지없었다. 준호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영이는 화들짝 놀랐다. 그동안 석현 오빠는 늘 너그럽고 인자했는데, 고작 아저씨라는 단어에 꽂혀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면접에서 멀쩡한 사람 하나를 떨어뜨릴 뻔했다니. “강 이사님이 그러실 리가 없는데...”“하여간 웃기는 놈이라니까. 나보다 더 쪼잔해! 훨씬 더 옹졸해!”“아닌데... 그건 아닌데..”“뭐?”“아, 대표님! 우리도 얼른 밥 먹으러 가요.”솔직함이 기분을 언짢게 만들기 직전, 영이의 눈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구내식당으로 향하자, 인상을 팍 쓴 강석현이 돈가스를 입안에 욱여넣고 있었다.“아저씨, 그렇게 맛나용?”“켁..!”음식이 목에 걸린 석현은 기침을 해대기에 정신 없었고, 영이는 진심으로 준호의 장난기를 말리고 싶었다.“대표님, 하지 마세요. 이사님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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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4화

    주말 아침,오늘따라 준호의 애무가 유난히 길었다.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혀로 온몸을 달궈놓더니, 지금은 손가락으로 질 안을 헤집으며 영이의 얼굴을 똑바로 내려다봤다."흐응, 오빠, 아, 아침부터... 하....""주말이니까."엄지로는 음핵을 짓뭉개며 자극했고, 그걸로도 모자라 손목을 위아래로 털어댔다."아흑, 아, 윽, 갈 것 같아...!"발가락이 절로 오므라들고, 손바닥으로 쏟아진 애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손목을 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영이는 엉덩이를 경련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적어도 오르가즘에 몸부림을 치면 속도를 줄이거나 애무를 멈췄었는데, 오늘은 더욱 더 박차를 가하는 턱에 미칠 것만 같았다."꺄으읏, 아으으으응! 그, 그만해, 오빠, 그만, 아, 진짜, 아..!"준호는 사실 새벽부터 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주 엿같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꿈에서의 영이는 아버지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요염하게 허리를 굴리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흐, 좋아, 오빠, 나 좋아 죽겠어..."구역질이 날만큼 역겨웠다. 동시에 잠이 든 영이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욕정이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아침 해가 떠오른 순간, 다리부터 벌려내 입술을 들이밀었다.지금은 눈 앞에서 투명한 물줄기를 싸재끼는 광경에 조금은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질구에 박힌 손가락을 빼내는 순간, 작은 구멍이 아쉬운 듯 벌름거렸다."하으... 으... 오빠 진짜..."영이가 절정의 여운에 헥헥거리는 사이, 빳빳하게 기립한 성기가 단번에 구멍 안을 파고들었다.뿌드드드득─!"아앗..!"역시나 밤에 하는 섹스도 황홀하지만, 아침 댓바람에 하는 섹스는 환장할 정도로 기가막혔다. 좋아 죽겠는 표정, 제 성기 크기에 맞춰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 통통하고 귀여운 둔덕, 물기가 치덕한 구멍까지.모든 걸 적나하게 보고 있는 지금, 준호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쾌감이 치솟았다."영아, 우리 이번 주말은 섹스만 할까?""으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3화

    “흠.. 영이 배가 안 고프면... 오빠도 그냥 라면으로 때우지 뭐.”영이는 더는 참지 못했다. 이럴때 자존심을 부려봤자 잃을게 더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파.”“갑자기?”“아까부터 고팠어.”“근데 왜 안 고프다고 했어?”“삐쳐서.”준호의 입술이 미친듯이 씰룩거렸다.으악! 이 꼬박꼬박 튀어나오는 대답은 또 뭐냐고. 귀여움 덩어리 같으니라고. “옷 갈아입고 나와.”“응.”쪼옥! 뺨에 뽀뽀를 갈겨주고는 방을 나왔다. 의미 없이 흘려보낸 반나절이 얼마나 아깝던지. 잠시 후, 준호는 후드집업을 입고 나온 영이에게 모자를 씌워주더니, 끈을 바짝 조여 턱밑에 리본을 묶었다.“하지 마. 답답해.”“귀여워.”쪽쪽쪽쪽. 얼마 드러나지도 않은 새하얀 얼굴에 구석구석 뽀뽀 비가 내렸다.삼겹살집으로 향하는 내내,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준호는 후드 모자를 쓴 영이가 귀여워 죽겠는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웃음을 흘렸다. 나는 오늘 무슨 짓을 한 건가. 이 쪼꼬만 영이를 이겨 뭘 얻겠다고. 대체 무슨 한심한 짓거리를 해댄 거냐고. “아장아장. 왜 이렇게 애기 같아?”“애기 아니야.”“지금은 완전 애기야!”영이의 머릿속에는 아까부터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근데 오빠.”“응.”“오빠는 물냉면이 좋아, 비빔냉면이 좋아?”풉.. 끅.. 읍... 아까 냉면 얘기를 듣고서는, 그 고민을 하고 있었네? 미치겠네 진짜?“비빔.”“흠.. 난 물냉면이 더 좋은데.”그걸 왜 고민하냐고. 냉면 따위는 솔직히 세 그릇도 호로록인데.“물냉면 시켜 줄게.”“정말?”“응. 오빠는 비빔.”행복한 저녁이었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운, 냉면 위에 놓인 삶은 계란까지 귀여워 보이는. “한 젓갈만. 맛만 보게.”“어어. 얼른 먹어. 우리 영이 살쪄야 돼.”그리고 그들은 유치했던 싸움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며칠 뒤, 숙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예."준호는 아무렇지 않게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2화

    준호는 어이가 없었다. 괜히 그랬겠어? 내가 괜히 그랬겠냐고!“야! 네가 먼저 괴롭혔잖아! 머리카락도 싹둑 자르고! 손가락에 이상한 매니큐어나 덕지덕지 처발라 놓고!”“나는 그냥 공주 놀이 한건데! 오빠가 바락바락 날뛰니까 더 그런 거지! 더 열받게 하려고 그런 거라고!”“그러니까 그 심보가 더럽게 못돼 처먹었다고!”숙경도, 영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이게 무슨 개싸움인가, 왜 이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창피한 걸까. “그리고, 너 때문에 부모님은 맨날 싸우기만 하는데 어떻게 잘 지내? 어떻게 좋아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화목했는데.. 엄마는 맨날 한숨만 쉬고. 아빠는 화만 내고. 어쨌든. 그래서 싫었다고.. 그래서 미웠다고....”영이는 보람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집안에 생긴 크나큰 변화들. 그 변화를 어른답지 못한 설명으로 일관한 부모님까지.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힘들었겠지. 오빠를 빼앗긴 질투심. 그것도... 사랑을 깨달은 지금은 안다. “그래도요 언니,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선 안 되는 거잖아요. 아! 어제 일은 말고요.”“회사에 찾아가서 그랬던 건... 그건...”“....”“잘못했어.”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준호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무슨 사과랑 용서가 이렇게 쉬워? 세상에 이렇게 멍청한 바보 천치가 어디 있냐고.“영아, 저 기지배 지금 쇼하는 거라니까?”“아니라고! 차 키도, 카드도 다 안 받기로 했다고!”어젯밤, 보람은 숙경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사실은 친구 하나 없는 인생이 늘 외로웠다고. 왜 자신만 늘 혼자인지 억울했다고.그래서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위로받고 싶었고, 그 한심한 선택을 들켜버렸고, 유영은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었다고.밤새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왜 친구 하나 없는 인생인 건지, 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건지.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멀리도 돌아왔다는 생각이

  • 나는 공범이었다   제10화

    지하실이라는 공간은 소리가 없다기보단 억눌린 공간 같았다.벽과 바닥에 스며든 습기, 낮은 천장,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가슴이 먼저 답답해지는 공기.먼지 쌓인 테이블 위,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자 담요 사이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작았다. 모든 게 너무 작고 여려서 이런 공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다시 한번 자신의 결정을 되짚었다. 6개월, 그 숫자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정리하기에 가장 안전한 기간.그때, 아이의 눈꺼풀이 열렸다. 형광등 불빛에

  • 나는 공범이었다   제9화

    몇 시간 전, 하늘이 유독 흐렸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쏟아질 것처럼 공기가 낮게 가라앉은 아침이었다.번듯한 제복을 차려입은 ‘신태호’의 어깨엔 오늘도 반짝이는 은색 별 하나가 박혀 있었다. 1성 장군(將軍), 준장을 의미하는 별.그의 아내 ‘이숙경’이 견장 위를 다정스레 어루만졌다. 손길엔 오래된 습관 같은 온도가 섞여 있었다.“여보, 오늘은 퇴근하고 바로 오실 거죠?”“응.”숙경은 더 묻지 않겠다는 듯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배웅했다. 그건, 하루도 빼놓지 않는 익숙한 루틴이었다. 태호가 익숙한 듯 현관문을 열

  • 나는 공범이었다   제8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중, 침대 옆에 높인 협탁. 그 서랍을 무심코 열어보았다. 안에는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담긴 핸드폰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충전기는 연결되어 있었고, 화면은 어두웠다. 문제는 상자에 보란 듯이 채워진 자물쇠였다. 외부와의 소통을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린 방식임이 분명했다.“아....”그래서 스마트워치를 채운 거였구나. 그저 수신되는 전화만 받게 하려고.전화가 오면 지시를 듣고, 그 외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 하나를 세상에서 완벽하게 고립시킨 거였다.준호는 다시 한번 영이의

  • 나는 공범이었다   제7화

    묶는 걸 좋아한다니?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준호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는 이성을 잃어버린듯 방 안을 헤집기 시작했고, 붙박이장 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안에는 수많은 성인 용품들이 즐비했고, 종류와 수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영이는 입양된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 의해 이 곳에 가둬지고, 끔찍한 시간을 견뎌가며 죽지 못해 살아온 것이다.그리고, 준호는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오빠, 준호 오빠....!”욕설이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차마 내뱉지 못한 채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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