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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3 09:05:46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중, 어둑한 숲길을 따라 석현이 다가왔다. 발걸음은 빨랐고, 목소리엔 걱정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벌써 만났어? 영이 씨는?”

“석현아.”

“뭔데 또!”

준호가 고개를 들어 집 쪽을 바라봤다. 

“여기 있는 카메라, 전부 해킹 좀 해야겠다.”

“지금?”

“어. 일단 이 집이 먼저 눈을 잃어야 해. 그게 순서야.”

석현은 목 끝까지 올라오는 욕설을 삼켰다.

당연히 그건 준호를 향한 게 아니었다. 사람 하나를 산속에 가둬 둔, 이름 모를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다.

“딱 봐도 여섯 대는 될 것 같은데.”

“사각지대까지 포함하면 열.”

“내부는?”

“아직 몰라.”

한숨이 흘러나와 새하얀 김으로 변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냈는데, 딱 봐도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모양새였다.  

“집주인은 집주인이 아니고, 거주자도 거주자가 아니고.”

“서두르자.”

호출을 받은 TF팀 팀원 몇몇이 각자의 노트북을 열고 하나둘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호는 차 안에서 실시간으로 지시를 내렸고, 목소리는 흔들림 하나 없이 단호했다. 차 안이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돌변했다.

“방금 전 집 밖으로 나왔던 기록, 그거부터 전부 백업해.”

“예. 확인했습니다. 백업 완료됐습니다.”

“내부 화면 띄워 봐.”

떠오른 화면엔 텅 빈 거실과 서재로 보이는 공간, 그리고 침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카메라가 있는 모양이었다.

“최근 6개월 내 방문자 리스트 확보해. 출입 시간, 체류 패턴까지 싹 다.”

“알겠습니다.”

이내 로그가 지워지고, 흔적은 재배열됐다.

방금 전의 재회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끔하고 고요한 화면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다음 지시까지 화면 좀 유지해 줘.”

“예.”

화면을 바라보던 눈길이 석현에게로 향했다.

“석현아.”

“다녀와. 나는 상관없어. 시간도 충분히 벌어줄게.”

오늘따라 석현의 말이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숲의 공기가 전보다 더 차가웠다. 

하지만 영이를 만나야 한다. 아직 끝내지 못한 말이 남아있었다. 

이번엔 대문 앞에 서지 않았다. 그럴 여유 따윈 개나 줘버린 듯 그대로 담벼락을 넘었다. 그리고 현관문이 부서질 듯 두드리기 시작했다.

- 쾅, 쾅, 쾅!

“유영. 당장 나와.”

“영아……!”

“문 부숴버리기 전에 열어. 열라고!”

 

그때, 문 너머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더니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철컥.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 그 틈으로 영이의 얼굴이 보였다. 빨갛게 충혈된 눈, 문고리를 붙잡은 채 떨리는 손. 

준호가 문틈에 발을 걸쳤다. 

“잠깐만. 잠깐이면 돼.”

영이가 버럭 소리쳤다.

“들어오면 안 된다니까요...!”

“지금은 아무도 너 못 봐. 그러니까 도망치지 말고 똑바로 들어.”

“거....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내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야.”

그 말에 영이의 숨이 한 박자 늦게 가라앉더니, 현관문이 조금 더 열렸다.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준호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벌컥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눈앞에 펼쳐진 거실 풍경에 숨부터 턱 막혔다.

창문을 가득 가린 커튼, TV도 장식도 없는 공간. 오직 차 하나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하나와 묵직한 소파가 휑한 공간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하...”

“오빠, 잠깐만요...”

이상하게 영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일단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문으로 향했다. 

꼭 닫혀있던 문을 열자 새하얀 타일과 작은 욕조가 보였다.

언뜻 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화장실 같았지만, 산속에 위치한 집이라 치기엔 과하게 고급 진 스타일. 나란히 정렬된 바스 용품들도 왜 이렇게 이질적인지. 

“혼자 사는 거 맞아?”

“네.... 근데 자꾸 이러시면....”

“비켜.”

다음으로 들어선 곳은 침실.

침구는 물론 커튼, 화장대마저 화이트톤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곳 역시 과하게 깨끗하고 과하게 고급스러웠다. 마치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처럼.

문제는 침대 프레임에 보란듯이 설치된 고리들이었다.

사방으로 설치된 고리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고, 문득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든 준호의 목소리가 유난히 떨렸다.

“이게 다 뭐야? 침대에 왜 이런 게 달려 있어?”

영이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이상하게 분노가 들끓었다. 재회의 순간이 이런식이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말 해. 다 뒤집어 엎어버리기 전에.”

준호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진 영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묶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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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38화

    그날 밤, 부모님의 침실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준호 때문에 걱정이에요. 한동안 지하실은 쳐다도 안 보더니, 갑자기 또 왜 저러는지...”“사내자식이 쓸데없이 마음이 약해.”“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너무 불안하다고요.”“불안?”“생각해 봐요. 다른 사람 미래는 다 보면서, 우리 준호 미래만 안 보인다잖아요. 그것도 소름이 끼친다고요.”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영이의 능력은 틀림없었다. 그간 영이가 보고, 느끼고, 전해온 수많은 이들의 미래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왜 아들의 미래만 보이지 않는 걸까. 그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의문이긴 했다. “지금이라도 지하실 출입 금지 시켜요. 네?” “이랬다가 저랬다가. 규칙이 변하면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그럼 어떡해요? 이제 와서 어떡하냐고요!”“영이도 많이 컸고, 혼자 지낼 곳을 좀 알아봐야겠어.”숙경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이런 말을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드디어 이 집에서 내보낸다고? 드디어 그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벌써부터 해방감이 몰려들었다.“정말요? 정말이에요?”“어디 조용한 데 두고, 요긴하게 써먹어야지.”“참나, 무슨 신당이라도 차려줄 심산이에요?”“수준 낮은 무당들이랑은 급이 달라. 급이.”“하긴, 그 덕에 엄마 수술 시기는 딱 좋긴 했어요.”영이의 말을 들은 숙경은 일이 터지기 전,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뇌혈관이 터졌을 거라는 충격적인 소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가 미운 건 어쩔 수 없었다.***그날 이후 딱 한 달. 한 달 뒤에 영이가 사라졌다. 아직 제대로 용서받지도 못했는데, 고작 복숭아 젤리만 사다 준 게 다였는데. 아무런 예고도, 인사도 없이 그렇게 영이를 떠나보냈다.처음엔 화가 났다. 그다음엔 자책했다. 마지막엔 입을 꾹 닫아 버렸다. 집안에서 대화는커녕 가족들과 마주 앉아 식사조차 하질 않았다. 아니, 못했다. 자꾸만 구역질이 올라왔다. 지하실 문은 그날 이후

  • 나는 공범이었다   제37

    노트를 펼쳐둔 채, 영이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꺼지라고 한 것도, 소름 끼친다고 한 것도. 오빠가 다 미안해.”너무 늦은 사과였다. 이제 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턱 막혀버릴 것 같았다.“앞으로는 자주 올게. 사과도 갖다 줄게. 그러니까 아프지 마.”손가락이 꿈틀하고 움직였다.그 작은 반응 하나도 곱절에 곱절을 더한 것처럼 마음이 미어졌다.***아침 해가 떠오르고, 보람이의 목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엄마! 아빠! 오빠 미쳤나 봐!”그 소리에 잠에서 깬 준호는 곧바로 손을 뻗어 영이의 이마부터 짚어보았다.다행히 열은 내려가 있었고, 숨결도 고르게 안정돼 있었다. “열 내렸네. 다행이다.”평온은 잠시였다.아침 식사를 가지고 지하실을 내려왔던 보람이는 영이의 침대 옆에 웅크려 잠이 든 준호를 보고야 말았고, 그 사실은 이미 부모님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으니까. “신준호.”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단단했다. 준호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어깨가 뻐근했다. 밤새도록 불편한 자세로 곁을 지켰다는 증거였다.“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열이 심해서요. 밤새 떨어지질 않아서요.”“그래서 간호를 했다? 신태호의 아들 신준호가?”어머니 역시 황급히 들이닥쳤다. “준호야! 너 제정신이니? 누가 너더러 간호 따위나 하라고 했어?”“언제는 도와주라면서요.”“이게 지금 도움이야? 어머, 저 물수건 좀 봐...”숙경은 베개 옆에 높인 물수건을 홱 채가듯 들어 올렸고, 태호의 시선은 준호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지 마라. 경고다.”“예. 그러시겠죠.”“나가.”준호는 지하실을 나가며 다시 한번 영이를 바라보았다.이 난리 통에도 잠이 든 듯 보였지만, 그래도 열은 내렸으니까. 그 사실 하나로 발걸음을 뗐다. 계단을 올라오자 보람이가 소파에 앉아 준호를 노려보았다.“정신 나갔지? 열네 살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 아니야?”“입

  • 나는 공범이었다   제36화

    아니라는 말에 안도는 했지만, 그럼 내가 영이한테 한 행동은? 그동안 괜히 잘 해줬다. 괜히 정이 들었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지하실에 내려가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혼자만의 규칙은 마치 스스로를 지키는 행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지켜진 건 영이의 고독이었다.영이는 지독한 고독을 느끼면서도, 자신을 찾아와 미래를 묻는 이들을 마주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김혁도 의원은 늘 빈손이 아니었다. 사리사욕은 채우면서도 지하실에 갇힌 영이가 안쓰러웠는지, 빵이나 과자, 인기 있는 소설책을 사 오곤 했다.“그래서, 보좌관이 그런 통화를 했단 소리지?”“네. 의원님을 욕해요. 법인 카드 내역서를 복사해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치우셔야겠습니다.”“믿을 인간이 이렇게 없어서 원.”“이 아이가 있지 않습니까.”그저 필요에만 의한 존재. 영이는 그 모든 시간들을 견디며 배웠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같이 다르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문득문득, 어린 시절 준호와 대화를 놔두던 노트를 펼쳐보곤 했다. 연필로 쓴 글씨. 삐뚤어진 질문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오빠를 못 본 지 몇 개월이 지난 걸까. 6개월? 10개월? 아니면 1년? 한 번도 날짜를 센 적은 없었다.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그러다 오늘은 애태우던 마음이 정리가 됐다. “오빠는 이제 내가 미운 거야... 소름이 끼칠 만큼.”***며칠 뒤 저녁, 보람이의 목소리가 집 안을 갈랐다.“엄마! 유영 쟤 이상해!”주방에서 접시를 놓던 소리가 잠시 멈췄다.“뭐가 또.”“침대에 누워서 대답도 안 해. 땀이 엄청 나!”“내버려둬.”접시 소리는 다시 이어졌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준호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땀이 난다고?”“어.”“엄마.”“내버려두라니까?

  • 나는 공범이었다   제35화

    준호가 웃었다. 영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딱딱하게 성 붙이는 걸 싫어하는구나.아, 성이라는 게 없던가? 상관없지 뭐.“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부를게. 영아.” 영이도 웃었다. 입꼬리가 아니라 눈이 먼저 풀렸다. 그 작은 반응이 준호의 가슴을 찔렀다.이 아이는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조심스러운데. 너무도 조심스러워, 열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문밖을 나서보는 아이.그동안 나는 뭘 했던가. 꽃향기 하나 맡게 해주지 못한 내가, 지금 이 모습을 보고 뿌듯해할 자격이 있을까.생각보다 기분이 별로였다. 웃음은 났지만 오래가지 않았다.***그날 밤, 가족들이 귀가하자마자 준호는 보람이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신보람, 제정신이냐?”“또 뭐?”“두 번 다신 영이 손에 장난질하지 마. 못돼 처먹어가지고.”잔뜩 날이 선 말에 보람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코앞까지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왜? 이제 나 말고, 걔 오빠 노릇이라도 하게?”“안돼?”“근데 이상하지 않아? 가족도 아닌데 저렇게 키워주는 이유 말이야.”“개소리하지 말고, 다시는 괴롭히지 말라고.”보람이의 웃음은 아이답지 않은, 너무도 께름칙한 웃음이었다.“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유영 쟤. 아무래도 아빠 딸 같아.” “...뭐?”“잘 생각해 봐. 그러니까 엄마는 쟤 이름만 들으면 치를 떨지.”“소설을 쓰세요. 소설을.”아무렇지 않은 척 방으로 돌아왔지만, 그 말이 머릿속을 자꾸만 헤집었다. 맞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처음부터 영이를 싫어했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늘 표정이, 분위기가 먼저 변했다. 혹시나 보람이의 말이 맞다면, 정말로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딸이라면..?더는 챙겨야 할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존재다. 한참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고등학생. 보람이의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준호의 마음에 또렷하게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불면증이 찾아왔고, 지하실에 내려가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하실에 영이

  • 나는 공범이었다   제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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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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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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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지 물어봐도 되냐.” 넥사이드(Nexide)를 설립하고 딱 1년째 되던 날, 유일하게 믿는 친구이자 전무인 '강석현'이 처음으로 물었다. 솔직히 그동안 묻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였다.전국 단위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돌리며, 오직 한 사람만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왜 이제서야 묻냐.”“중요한 사람인 건 충분히 알았고. 도대체 뭔데 이래.”잠시 숨을 고르던 준호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죽겠는 사람.” “뭐...?”“넥사이드를 세운 유일한 이유.”그 말은 결코 농담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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