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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각자의 다음 행사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3 09:03:06

윤세아의 자선행사는 결혼식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결정할 일은 더 많았다.

기부금이 어디로 가는지, 기업 로고를 얼마나 노출할지, 후원자 좌석을 작품 가격과 연결할지.

세아는 처음 회의에서 말했다.

“신우그룹 이름으로 모금하면 액수는 커질 겁니다.”

“대신 행사가 회장님 홍보로 보일 수 있어요.”

서연이 답했다.

“그게 싫어서 루미에르를 부른 겁니다.”

두 사람은 후원자 명단보다 기금 집행위원회를 먼저 확정했다. 청소년 자립 당사자 두 명과 외부 회계사를 위원으로 넣고, 행사 당일 실시간 모금액을 공개하기로 했다.

당사자 위원에게 이름만 빌리지 않도록 회의 참석비와 결정권도 보장했다. 한 위원은 ‘자립 청소년의 감동 사연’을 무대에서 소개하자는 초안을 지웠다.

“기부받으려면 불행을 증명해야 하는 행사는 싫어요.”

세아는 반박하지 않았다. 참여자가 원할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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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9화. 각자의 다음 행사

    윤세아의 자선행사는 결혼식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결정할 일은 더 많았다.기부금이 어디로 가는지, 기업 로고를 얼마나 노출할지, 후원자 좌석을 작품 가격과 연결할지.세아는 처음 회의에서 말했다.“신우그룹 이름으로 모금하면 액수는 커질 겁니다.”“대신 행사가 회장님 홍보로 보일 수 있어요.”서연이 답했다.“그게 싫어서 루미에르를 부른 겁니다.”두 사람은 후원자 명단보다 기금 집행위원회를 먼저 확정했다. 청소년 자립 당사자 두 명과 외부 회계사를 위원으로 넣고, 행사 당일 실시간 모금액을 공개하기로 했다.당사자 위원에게 이름만 빌리지 않도록 회의 참석비와 결정권도 보장했다. 한 위원은 ‘자립 청소년의 감동 사연’을 무대에서 소개하자는 초안을 지웠다.“기부받으려면 불행을 증명해야 하는 행사는 싫어요.”세아는 반박하지 않았다. 참여자가 원할 때만 작품 설명에 자기 경험을 덧붙이고, 신상은 행사 뒤에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서연은 촬영동의서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눴다. 보호자나 기관이 동의했더라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얼굴을 촬영하지 않는 조건이었다.“아버지가 싫어하겠네요.”민지수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세아가 웃었다.“그래서 좋습니다.”행사 장소는 신우그룹 호텔이 아니라 폐역을 개조한 전시장으로 정했다.작품 옆에는 작가 이름만 걸었다. 후원 기업 로고는 입구 안내판 아래 한 줄로 줄였다.행사 전날 한 대기업이 로고 크기를 세 배로 키우면 목표액의 절반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세아는 집행위원회에 안건을 올렸고, 위원들은 거절했다.“돈이 줄어도 괜찮습니까?”서연이 확인하자 세아가 답했다.“괜찮지는 않죠. 대신 오늘 정한 기준을 다음 후원자한테도 설명할 수 있어요.”부족한 금액은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8화. 좋은 사람의 퇴장

    류하준은 싱가포르 신규 호텔 개관을 맡게 됐다.최소 2년짜리 프로젝트였다.“축하해.”서연이 말하자 하준은 웃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쉽게 보내면 섭섭한데.”두 사람은 라온호텔 옥상 정원에 앉아 있었다.루미에르와 체결한 장기 제휴계약 갱신을 마친 뒤였다. 새 담당자는 이미 정해졌고, 하준이 없어도 계약은 그대로 유지됐다.계약에는 하준 개인 승인 없이도 진행되는 실무 연락망이 붙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서연이 곧바로 하준에게 전화했고, 하준이 자기 권한으로 해결했다. 편했지만 두 회사 관계가 한 사람의 호의에 기대는 구조였다.새 계약은 분쟁 절차와 담당자 대체 기준, 긴급 비용 한도를 적었다. 하준이 떠난 뒤에도 루미에르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상 단가도 공개했다.“이제 나 없어도 잘 굴러가네.”“그게 갱신 조건이었잖아.”“알면서도 서운한 건 별개지.”“안 갈 수도 있어?”“갈 거야.”“그럼 축하해야지.”하준은 따뜻한 커피잔을 돌렸다.“차도진이랑 만나고 있다며.”“누가 그래?”“시우.”서연이 이마를 짚었다.“그 애가 어디까지 말했어?”“엄마랑 아빠가 밥 먹는데 자기는 뺐다고.”“그게 전부야.”“전부는 아니겠지.”하준은 한동안 정원을 봤다.“예전 같았으면 내가 기다리겠다고 했을 거야.”“기다려달라고 한 적 없어.”“알아. 그래서 더 오래 기다렸지.”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준은 이혼 뒤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곁에 있었다. 시우가 아플 때 병원에 함께 갔고, 루미에르 첫 투자자를 소개했고, 도진이 나타난 뒤에도 서연 대신 결정하려 하지 않았다.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7화. 소풍 가방

    유치원 겨울 소풍 전날, 시우는 거실 바닥에 가방을 펼쳤다.물병, 손수건, 여벌 양말, 간식.서연이 체크할 때마다 시우가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도진의 역할은 도시락 뚜껑이었다.“이번에는 다 있어.”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서연이 도시락통을 확인했다.반찬통 뚜껑은 있었고, 김밥통 뚜껑도 있었다. 대신 수저통이 비어 있었다.“숟가락은요?”도진의 표정이 굳었다.시우가 한숨을 쉬었다.“아빠는 아직 멀었어.”“젓가락은 챙겼는데.”“나는 젓가락 잘 못해.”도진은 편의점으로 뛰어가지 않았다. 주방 서랍에서 어린이용 숟가락을 찾아 씻고, 시우가 보는 앞에서 수저통에 넣었다.“이제 됐어?”“응. 스티커 붙여.”시우는 준비물마다 공룡 스티커를 붙였다.도진의 손등에도 하나를 붙였다.“왜 여기?”“잊어버리지 말라고.”다음 날 보호자들은 아이들과 숲체험장까지 함께 갔다.출발 전 교사는 보호자들에게 아이 한 명만 따라다니지 말고 맡은 조 전체를 보라고 당부했다. 서연과 도진도 시우 조에서 빠졌다. 부모가 둘이나 왔다는 이유로 시우만 특별 관리받지 않게 한 배치였다.도진은 구급가방 품목을 세 번 확인하다 교사에게 제지받았다.“이미 확인했어요. 아이들 이름만 익혀주세요.”그는 명단을 접고 아이 네 명의 모자 색부터 외웠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것과 필요한 사람을 보는 것은 다를 수 있었다.서연과 도진은 같은 조가 아니었다. 유치원에서 보호자를 분산 배치했기 때문이다.서연은 다섯 살 아이 네 명과 나뭇잎 색을 찾았고, 도진은 간식상자와 구급가방을 맡았다.그는 태강 임직원 워크숍보다 더 긴장한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6화. 우리가 망친 결혼

    세 번째 데이트는 상담실이었다.서연이 제안했다.“다시 만날지 생각하려면 우리 결혼이 왜 끝났는지, 사건 말고 관계도 봐야 해요.”도진은 동의했다.상담사는 두 사람을 부부가 아니라 ‘과거 혼인관계가 있었고 현재 공동양육 중인 성인’이라고 소개했다.“재결합을 목표로 오셨습니까?”서연은 말했다.“아직 아닙니다.”도진은 반박하지 않았다.상담사는 첫 결혼식부터 물었다.첫 과제는 같은 사건을 각자 세 문장으로 적는 일이었다. 사실, 그때 느낀 감정, 상대에게 원했던 행동. 도진은 처음부터 해석을 길게 썼고, 상담사는 ‘서연이 불안했을 것이다’를 지우게 했다.“상대 감정을 대신 쓰지 마세요. 본인이 본 사실만 적으십시오.”도진은 ‘서연이 드레스 소매를 두 번 바꿔달라고 말했다’고 고쳤다. 서연은 ‘도진이 더 좋은 드레스라고 답했다’, ‘내 말이 사라진 것 같아 답답했다’, ‘싫다는 말에서 멈춰주길 원했다’고 썼다.같은 결혼식인데 두 사람이 기억한 중심은 달랐다.서연은 목이 답답했던 드레스와 모르는 하객들, 자신의 친구가 빠진 명단을 말했다.도진은 당시 그것을 ‘가문 행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정리했다고 했다.“한서연 씨는 싫다고 말했습니까?”상담사가 물었다.“몇 번은요. 드레스 소매가 싫다고 했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어요.”“그때 차도진 씨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더 좋은 걸 골랐으니 믿으라고 했습니다.”도진이 답했다.“싫다는 말을 정보 부족으로 취급했습니다.”“왜 그랬다고 생각합니까?”“제가 더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요.”상담사는 서연에게 물었다.“그 뒤에는 계속 말했습니까?”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5화. 처음으로 돌아간 자리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오래된 호텔이었다.태강 계열이 아니었다.도진과 서연이 처음 제대로 말을 섞었던 한성호텔 별관. 7년 전 서연은 하청 웨딩업체의 막내 플래너였고, 도진은 호텔 인수를 검토하러 온 태강 전략실 전무였다.“추억 팔이 말라고 했는데요.”서연이 입구에서 말했다.“그래서 취소할까요?”도진은 변명하지 않았다.“아직 들어가기 전이니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서연은 낡은 간판을 올려다봤다.호텔은 다음 달 문을 닫고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별관 소연회장은 마지막 무료 전시로 개방돼 있었다.전시 제목은 ‘남겨진 행사들’이었다. 호텔에서 치른 결혼식과 돌잔치, 기업행사의 소품을 기증받아 꾸민 작은 기록전이었다. 입장료도 예약도 없었다. 도진은 장소를 고른 뒤 서연에게 전시 안내 링크를 보내고, 불편하면 바꾸겠다고 미리 적었다.서연은 링크를 보고도 올지 말지 하루 더 고민했다. 과거 장소를 다시 찾는 일이 치유처럼 포장되는 것은 싫었다. 그래도 그날 자신이 플래너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들어가요.”둘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올랐다.소연회장 천장 한쪽에는 아직 작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7년 전 결혼식 당일,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물이 새며 신부 대기실이 젖었다. 호텔 직원들은 계약한 업체 책임이라고 미뤘고, 도진은 안전 문제로 행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막내 플래너였던 서연은 그를 복도에서 막았다.‘취소하실 거면 신랑하고 신부한테 직접 설명하세요.’그 말이 두 사람의 첫 대화였다.“그날 제가 아주 무례했죠.”서연이 빈 홀을 걸으며 말했다.“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당신은 무례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신부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4화. 데이트를 신청합니다

    서연이 고른 장소는 회사 근처 작은 국숫집이었다.예약도 받지 않고,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도진이 경영하던 호텔 레스토랑과는 가장 먼 곳이었다.그는 약속 시간 15분 전에 도착해 밖에서 기다렸다.“안에 자리 잡지 않았어요?”“서연 씨가 장소를 정했으니 자리도 같이 고르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줄 서야 해요.”“괜찮습니다.”두 사람은 입구 번호표를 뽑았다.앞에는 열한 팀이 있었다. 도진은 근처 카페로 옮기자고 하지 않았고, 돈을 더 내고 순서를 앞당길 방법을 찾지도 않았다.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비자 서연에게 먼저 앉으라고 했다가 자신도 옆 난간에 기대 섰다.“기다리는 거 싫어했잖아요.”“지금도 좋아하진 않습니다.”“그런데 잘 기다리네요.”“싫은 것과 못 하는 건 다르니까요.”서연은 번호표를 접었다 폈다. 예전에는 도진의 조급함에 모두가 길을 비켜야 했다. 오늘은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를 같이 보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도진은 휴대전화를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다. 서연도 업무 메신저 알림을 껐다.“긴장해요?”서연이 묻자 도진은 솔직하게 답했다.“네.”“이사회보다?”“훨씬.”“왜요?”“이사회는 자료가 있고, 잘못 말해도 다음 안건이 있습니다.”“오늘은 없고요?”“오늘 잘못 말하면 다음 식사가 없을 수 있으니까요.”서연은 피식 웃었다.“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게 더 불편해.”“알겠습니다.”번호가 불려 두 사람은 벽 쪽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도진은 서연이 먹던 메뉴를 기억한다고 아는 척하지 않았다.“뭘 먹을 겁니까?”“비빔국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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