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머니의 붉게 칠해진 입술만 멍하니 올려다봤다. 딸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저 시선은 어째서 검사표 한 번 보지 않는 걸까.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을까.’
신림동 반지하에서 어머니가 밥상을 엎던 날에도, 저런 목소리였다.
‘한 입이라도 더 처먹고 싶으면 돈을 벌어와! 돈도 못 버는 년이 밥은 왜 축내!’
그 말을 믿고 280만 채널을 키워 어머니의 사치와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 수억 대의 주식 빚까지 갚았다. 그런데 아프다는 말마저 꾀병이라니. 도희는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버릇처럼 사과하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
“나가요.”
“뭐? 너 지금 엄마한테 말버릇이……”
“나가라고! 나가, 이 악마 같은 인간아!”
도희는 손등의 링거 바늘을 쥐어뜯었다. 피가 튀며 하얀 환자복을 붉게 물들였다.
이옥순은 혀를 차며 매몰차게 병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병실 안, 도희는 이불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살고 싶었다. 이 끔찍한 착취의 사슬을 끊고,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남고 싶었다.
울음이 잦아든 뒤 진료 일정표를 펴자, 밀린 방송 날짜부터 머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도희는 그 생각을 밀어내며 검사와 진료 날짜에 먼저 눈을 맞췄다. 광고주에게 할 설명은 그다음이었다.
추가 검사와 퇴원 계획이 정리된 날 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료 뷰티 크리에이터 유라가 도희의 피멍 든 손을 감싸 쥐며 속삭였다.
“도희야, 너 이대로 가면 진짜 요절해. 내 말 잘 들어. 딱 한 사람 있어. 정재계 VVIP들이랑 재벌가 후계자들만 전담해서 몸을 아예 영혼까지 개조해 준다는 전설적인 피트니스 챔피언.”
“……누구?”
“강태혁. 한남동 ‘아이언 하이엔드 짐’ 대표야. 맡은 사람은 100% 감량시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을 너무 굴려서 ‘피트니스의 악마’라고도 하고. 상담은 받아 봐. 하지만 병원 다니는 건 끊지 마. 그 사람이 의사는 아니니까.”
아이언 하이엔드 짐, 강태혁.
도희의 젖은 눈동자 속에서 절박한 생존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퇴원 수속을 밟자마자 도희가 향한 곳은 한남동의 완만한 능선 위였다. 가방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서울대병원의 진료 일정표와 두툼한 검사 결과지가 걸음을 뗄 때마다 묵직하게 허벅지를 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주택가 오르막길에서 도희는 두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을 골라야 했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말라던 의사의 경고가 서늘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오늘은 그저 상담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가방 속 알약 통이 잘그락거릴 때마다 얇은 옷감 아래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처방된 현실은 어떤 상담으로도 지워지지 않았다. 도희는 마른 입술을 짓씹으며 예약표에 박힌 날짜를 떨리는 눈으로 되짚었다.
잿빛 노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육중한 건물 앞,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그 폐쇄적인 외벽을 올려다보며 도희는 바짝 타들어 가는 침을 삼켰다.
‘아이언 하이엔드 짐.’
대한민국 최상위 0.1%의 혈통들과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은밀히 허락된 지하의 요새. 차가운 철제 출입문 앞에 버티고 선 장신 보안 요원에게 신분증을 넘기고, 세 차례에 걸친 정밀 지문 인식 센서에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얹은 뒤에야 육중한 빗장이 풀렸다.
두터운 방음문이 공기를 가르며 열리는 순간, 서늘한 냉기 사이로 훅 끼쳐온 것은 비릿한 쇳내와 짙게 밴 가죽의 체취였다.
흔한 음악 한 자락 흐르지 않았다. 적막을 찢는 것은 날카롭게 긁히는 쇠붙이의 마찰음과, 폐부를 쥐어짜며 터져 나오는 거친 파열음뿐이었다. 도희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발소리를 죽였다.
시선은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철골 구조물인 파워 랙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에 한 남자가 짓눌리듯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190센티미터의 신장에 98킬로그램의 거구.
올림픽 규격 바벨의 양 날개에는 칠흑 같은 원판들이 빈틈없이 물려 있었다. 도합 220킬로그램. 사람 하나를 으스러뜨리고도 남을 살인적인 쇳덩어리였다.
맨살의 어깨로 그 압도적인 하중을 오롯이 받아낸 채, 남자는 단 1밀리미터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고 깊은 풀 스쿼트를 내리찍고 있었다.
체내의 수분을 극한까지 쥐어짜 체지방을 4퍼센트대까지 말려버린 육체는 차라리 흉기에 가까웠다.
원판이 궤도를 그리며 하강할 때마다 허벅지의 거대한 근육 섬유들이 찢어질 듯 팽팽하게 뒤틀렸고, 활짝 펼쳐진 등판 위로는 굵은 핏줄이 징그럽도록 선명하게 돋아올랐다. 도희는 그 비인간적인 무게를 묵묵히 짊어진 남자의 단단한 어깨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남자의 깊게 파인 쇄골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조각도로 깎아낸 듯 갈라진 복근의 굴곡을 타고 번들거리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스물…… 아홉. 서른.”
쿵-!
남자가 바벨을 랙에 내리꽂는 순간, 바닥을 타고 묵직한 충격파가 도희의 발목을 뒤흔들었다.
터질 듯한 숨을 몰아쉬며 돌아선 남자가 목덜미에 걸친 수건으로 젖은 목과 가슴을 거칠게 훔쳐냈다. 그러고는 협탁에 놓여 있던 검은 기능성 의복을 아무렇게나 꿰어 입었다.
땀을 닦아내자 드러난 서늘한 턱선과 짙게 내리깐 눈썹이 시리도록 날카로웠다. 시선이 얽혔지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미동도 없었다. 누구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그가 강태혁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태혁에게 식사는 즐기는 시간이 아니었다. 정해둔 양과 시간을 어기지 않는 일, 몸의 변화를 숫자로 확인하는 일. 그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규칙은 자신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도희는 그 철저함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다만 지금 마주한 눈은,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의 눈과는 달랐다.
다시 무릎을 굽히는 순간 관절에서 맥없이 힘이 빠졌다. 태혁이 한 발 들이밀며 그녀의 팔을 단단히 낚아채 지탱해 주었다. 그의 흉곽에서 전해지는 거친 숨결이 도희의 뺨을 스쳤다.도희는 더 버티지 않고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완강하게 내저었다.태혁은 말을 꺼내려다 끝내 시선을 돌려 기록판을 응시했다.완료한 것은 고작 6회, 그중 3회는 그의 힘을 빌린 보조였다.기록판 위의 잔인한 숫자 ‘300’은 그대로였다. 도희는 물병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오만한 숫자를 응시했다. 눈앞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 몸을 망가뜨려 가며 해내야 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태혁이 다가와 도희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도희는 벤치 가죽 시트를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짜며 버텼다.“조금만 앉아 있을게요.”태혁은 곧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도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태혁의 시선은 꺾인 무릎이 아닌 그녀의 붉어진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지시 한마디면 결국 일어설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오만하고도 깊은 눈빛이었다.도희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보틀을 들어 물을 천천히 넘겼다. 목울대가 조용히 울렁거렸다.침묵의 줄다리기 끝에, 태혁이 먼저 등을 돌려 기록판 쪽으로 돌아섰다. 계획된 숫자 아래, 실제 완료 횟수를 적어야 할 공란은 비어 있었다. 도희의 눈길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 들린 유성 마커로 향했다.“아까 표시해달라고 했잖아요.” 
도희는 쿠션 끝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까지 울던 목소리가 또 떨릴까 봐 더 말하지 않았다. 태혁은 한동안 서 있다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잠들 때까지 그곳에 있었지만, 도희는 그를 보느라 눈을 뜨고 있지는 않았다.***월요일 새벽 5시 정각.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펜트하우스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날 밤 도희는 의사가 적어 준 주의사항 메모를 훈련 계획표 사이에 깊숙이 끼워 두었다. 무리한 무게는 절대 들지 않겠다고, 날이 밝으면 그의 면전에 대고 똑똑히 말할 작정이었다.그러나 그 다짐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이었다.쾅-!육중한 침실 문이 무자비하게 열리며 새벽의 고요를 거칠게 찢었다.“으응…… 뭐야……?”도희가 잠결에 침대 시트 속으로 파고들며 몸을 웅크린 순간, 온몸을 덮고 있던 푹신한 오리털 이불이 단숨에 뜯겨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서늘하게 벼려진 에어컨 냉기가 얇은 슬리브리스 차림의 맨살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피부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자 도희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침대 머리맡, 어둠 속을 가르는 압도적인 인영.강태혁이었다.짙은 회색 트레이닝팬츠에 단단한 근육을 여과 없이 드러낸 타이즈 차림. 그는 가죽 리프팅 스트랩 끝을 제 억센 손목에 바짝 감아쥐며, 침대 위에 굳어 있는 도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기상 시간이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nb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올라가라.”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누가 멈추라고 했지.”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지금 더 하면 토해요.”“잠깐 쉬었다가 이어서…….”“이어갈 수 있을 때 하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읍……! 으읍……!”도희는 짓눌린 턱을 비틀어 빼내려 바둥거렸으나, 이내 뒤통수가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닿았다. 가까운 숨소리 때문에 제 숨이 더 가빠졌다.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집어삼켰다. 머리 위 바닥으로 붙잡힌 도희의 손목이 떨렸으나, 그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의 차가운 감촉만 더욱 선명해졌다.“하…… 읍……!”도희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태혁은 오히려 그녀의 턱을 더욱 으스러뜨릴 듯 쥐어틀며 입술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입술 안쪽이 따끔거렸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턱을 잡은 손이 놓이지 않았다. 턱을 옭아맨 손아귀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입안을 맴도는 고추장 양념의 알싸한 매운맛이 다시 퍼졌다. 아까는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숨부터 쉬고 싶었다. 도희는 손목을 움직이며 짧은 소리를 냈다.마침내 태혁이 입술을 떼어내며 손목을 옭아매던 손을 풀었다. 구속이 풀리자마자 도희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키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밀어내지 못하고 셔츠 깃을 구기듯 움켜쥐었다.“잠깐.”태혁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도희는 린넨 천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겨우 맥박을 가라앉혔다. 남자를 밀쳐내려 해도 손끝에서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갔다. 모멸감에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싶었으나, 틈을 보였다간 그가 또다시 입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도희
도희는 그렇게 믿으려 애쓰며 남색 셔츠를 입은 태혁을 응시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제 말에 잠시 멈춰 섰던 사내였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붉은 김을 피워 올리는 그릇은 거침없이 그녀의 반경에서 멀어져 갔다.“두 장 다 제 몫이라고 했잖아요. 아까 잘라놓은 것까지 봤어요.”태혁은 대답 대신 그릇을 등 뒤로 완전히 물리려 했다.그 순간, 도희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더…… 더 내놔! 그릇 줘! 내가 퍼먹을 거야!”제어되지 않는 충동에 휘둘려, 도희는 저릿한 손목을 꺾으며 식탁 위로 상체를 거칠게 내던졌다. 숟가락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하얗게 질린 맨손이 뜨거운 양념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 국물과 떡을 무자비하게 한 움큼 움켜쥐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구 쑤셔 넣으려던 찰나,붉고 기름진 국물이 도희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짓이겨져 흘러내리고, 목덜미와 헐렁한 티셔츠 위로 난폭하게 튀었다.챙그랑―!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내리쳤다.태혁의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도희의 가녀린 손목을 매섭게 후려쳐 쳐냈다. 반동으로 밀려난 그릇이 식탁 구석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그만.”낮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건만, 얼음장 같은 위압감에 도희의 손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멀어진 그릇에서,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 위로 진득하게 묻어 있는 양념으로 시선이 뚝 떨어졌다